오랜만에 일찍 집에 들어와 편의점에서 사온 가지무침도시락(500엔)을 꾸역꾸역 먹어치운 후, 그대로 씻고 일찍 누워버렸지만 몸은 피곤한데 정신만은 되려 맑아져온다.
낮의 선배와의 대화가 원인일려나. 이것도 직업병의 일종인지 의심만 늘어서 정말 곤란하다. 도시전설이라느니 소문이라느니 하더라도 결국 아니뗀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법, 뭔가 있다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p (...에라이)
결국 그대로 다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껴입기 시작한다.
...
저렇게 밉살스럽고 사람 놀리기 좋아하는 애같은 면이 있는 선배라도, 일할때는 확실히 하는데다가 그 감만큼은 지독할만큼 정확할 때가 있는 터라, 가끔 던지는 농담도 쉽게 넘기질 못하게 된다. 게다가 이런 뜬소문이랍시고 들고 오는 얘기들은 대체로 엄밀한 사실에 입각한 '범죄의 예고'를 포함한 말이 나와버리는 것이다.
그 말들을 허투로 들었다가 피를 보게 되고 그걸 사후약방문하듯이 통보받게 되면 나만 찝찝해지는 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밤의 순찰을 나선다.
...물론 만만한게 나니까 굴려먹는다는 느낌 역시 감추기 어렵지만.
그리고...
p (저건...)
한눈에 보기에도 껄렁해 보이는 이인조가 한눈에 보기에도 수상해보이는 태도로 길을 걷고 있다.
저건 말 그대로 양아치의 스테레오 타입 같은게 아닌가,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이상, 외모로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될 얘기겠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싶은 수상한 행동에 그 둘을 주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저치들이 특정한 목표을 노리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다.
p (...저 사람은?)
저녁의 싫은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복장마저 그대로인지라, 어두운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서도 누구인지 구분이 간다. 키사라기 치하야를 닮은 저 소녀를 양아치 이인조가 살금살금 뒤를 밟고 있다는걸 확인한 후 한숨이 절로 나온다.
p (...이 머저리들은 그렇다 치고...저 짭퉁 코스프레녀는 이 시간엔 또 왜 나와 있는거야...)
저 아가씨는 이쪽 바닥 생리를 전혀 모르는지 양아치들을 향해 꽤나 침착한 태도로 조곤조곤 말을 꺼내는 모양이지만... 이십몇년 살아보니 깨달은게 있는데, 배운 거라고는 주먹질이랑 협잡질밖에 없는 무식쟁이들을 상대할 때는 논리가 아니라 목소리와 배짱이 먼저 필요한 법이다.
그런 고로 지금 이 순간에는...
p "이 새끼들아 뭔 짓이야아아아!!!"
"?!"
"!?"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p "니들 지금 내 여친한테 뭐하려고 한거야!"
"뭐, 뭐야 넌!"
"뭐하는 새끼야!"
p "니 눈앞에 서계신 분 남친이다 이 쓰레기들아!"
p "니들이야말로 둘이서 여자 한명 붙들어놓고 이게 뭔 지거리야 이 쫄보새끼들아!"
쾅!
최대한 과장된 말과 행동, 표정으로 상대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2:1이라는 자기들에겐 유리할 상황에 대해 인지할 법도 하면 바로 옆의 가로등이라도 쳐서 시선을 빼앗는다.
그리고 슬금슬금 둥글게 접근해서...
p "치하야, 많이 무서웠지? 저 새끼들이 뭐 이상한 짓 안했어?"
치하야 "아... 어, 네"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접근해서 말을 걸고 위치를 다시 잡는다.
"아니 근데 이 새끼가..."
"야, 우린 안보이ㄴ..."
p "시끄러 이것들아!!"
" "
" "
p "그러니까, 이런 밤중에 다닐때는 날 부르랬잖아"
치하야 "..."
치하야 "어, 어쩌다 보니 그만..."
상황 판단은 그래도 아주 나쁘진 않은거 같은데, 방금 전까지는 왜 그랬을까 이 아가씨야...
일을 미뤄두면 나중이 괴롭다는 신조로 그날 일을 그날 마무리짓는 내 성격, 귀찮은건 얼른 끝내놓는다는 선배의 성격이 겹쳐 책상머리를 붙잡고 같이 하는 서류작업은 솔직히 금방금방 끝나는 편으로, 주변에서는 인간계산기 콤비라고 불린다는 별스러운 별명이 붙은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당당하게 땡땡이 쳐가면서 바깥나들이를 하러 온다니... 정말 기상천외한 일이라고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이대로 괜찮은가 이 직장?
p "...땡땡이네요"
선배 "아니야!"
p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일도 내팽개치고 뛰쳐나와서 놀러 나온거 맞구만"
선배 "그러니까! 이것도 어디까지나 일의 연장선인 외근이라고!"
p "나중에 시말서 쓸일 생기면 그런 얘기로 절 꼬드겼다고 떠넘길테니 잘 처리해주세요"
선배 "으그그..."
선배 "그러니까! 오늘은! 어제 말한 도시전설의 검증을 할거야!"
p "..."
물론 어젯저녁은 허탕을 치긴 했는데 말이지, 하지만...
p "길거리를 활보하는 치한과 그 치한을 퇴치하는 히어로를 찾겠답시고 대낮부터 뛰쳐나온겁니까..."
선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p "...?"
p "선배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시는겁니까? 그 도시전설 속 치한은 아무리 봐도 밤이나 새벽에나 나오는거 아닙니까?"
선배 "아아, 그쪽?"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이 말을 하는데, 애초에 그 소문을 가르쳐준게 댁인데 왜 이제와서 딴 소리야...
선배 "그쪽 말고, 내가 지금 말하는건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길거리 공연자의 실증탐구야!"
p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길거리 공연? 천상의 목소리?? 그게 우리 일이랑-
그런 고민도 잠시, 눈 앞에 멈춰선 인파를 보고서 걸음을 멈춘다.
p "...이건..."
선배 "시간맞춰 도착한 모양이네"
거리의 한복판, 썩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인파가 거리를 덮는다.
웅성거리는 인파가 둘러싼 가운데서 하나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뒤따르듯이 반주가 따라붙는다.
그럴 만도 하겠지, 이 시대, 이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그간 들어보지도 못한 목소리, 재야의 능력자라고 해도 그 도를 넘어선 경우다. 이건 마치 현역 가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인데, 그 가운데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많이 잡아줘봤자 1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소녀, 어째서 이런 목소리의 주인공이 여태까지 매스컴 한번 안타고 여기에 있을수 있는거지? 반주 하나 달랑 틀어놓고 마이크조차 없이 이뤄지는 길거리 공연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온다는건 이 공연을 본 사람들에겐 일종의 폭력에 가까울 정도의 충격일 것이다.
처음의 곡에 이어서 세곡을 연달아 부르고 길거리 공연도 파장에 이르러 인파가 줄어들기 시작한 가운데 조금 지친 듯 보이는 소녀에게 다가가 음료를 건내는 선배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들뜬 기세로 속사포같이 쏘아대는 선배의 말에 당혹스러운 듯, 쓴웃음을 짓는 소녀의 얼굴도 보인다. 무슨 말인지 들리진 않아도 알것 같네... 그래도 싫지만은 않은 듯 적당히 대꾸를 해가며 미소를 감추지 않는다.
역시 선배의 말대로 여자아이를 상대할땐 나같은 무뚝뚝한 선머슴보다는 선배 쪽이 어울릴려나, 인정하긴 싫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할테니.
그렇게 어느 정도 소녀와 친밀한 관계를 구축한 듯한 선배가 소녀의 손을 잡고는 이동하기 시작한다. 적당히 카페같은데라도 가서 질문공세라도 시작할 기세로 보인다. 처음보다 더욱 당황하는 소녀의 모습이 보이지만... 저 상태의 선배는 나도 감당하기 힘드니까 그저 묵념을 표할 뿐이다.
...
p (응?)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생각할 것도 없이 어제의 그놈들이다. 어젯밤의 음습한 욕망과는 또 다른 눈빛을 한 채 소녀와 선배를 뒤따르고 있다.
생각해보면 어제 그런 식으로 어처구니없이 당한 만큼, 언제라도 이런 식으로 찾아올 수도 있었을텐데, 정말 뒷처리 제대로 못했다고 욕먹어도 할 말이 없다...
보복이 목적일까, 이대로 가다간 둘다 위험한데, 일단 선배에게 전화라도 걸어 조심해두라고-
그순간 둘 중 한놈이 선배들을 향해 뛰어든다. 손에 들린 무언가가 반사하는 빛이 밝다 못해 눈이 아려온다.
9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 "언제 선배보고 선배 아니란 적 있었습니까"
선배 "그치만, 애정이 없잖아 애정이!"
p "..."
선배 "차가운 p군 때문에 오늘도 일이 손에 안잡힐거 같아..."
p "...그 소문이라는거나 말씀해보세요 선배"
선배 "안알랴줌"
p "..."
선배 "데헷" のヮの
p (팍씨...)
박봉에 물리적으로 뛸일도 많고 서류도 신나게 처리하느라 바쁜, 그야말로 열악한 환경에 선배라는 사람은 정신놓고 놀리기 바쁜 직장생활,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이럴땐 정말 들이받아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기 시작한다.
선배 "p군의 눈이 진심이 됐어... 더 놀리면 진짜 들이받아버릴거 같으니까 얼른 얘기해줄께"
p "...그걸 알면 애초부터 놀리질 마세요"
참 한가하기 짝이 없으시네요, 당신의 후배는 어젯밤에도 철야하고 오늘도 서류의 산에 파묻혀 허우적대는데 말이죠.
선배 "그건 p군이 요령이 부족해서 그런거지 내 탓이 아닌걸?"
그러니까 그 요령이나 좀 전수해주시죠.
p "그래서, 그 소문이란건 또 뭔데 무능한 후배놈을 붙잡고 늘어지는 건가요"
선배 "요 근래 길거리에 도시전설처럼 퍼지는 소문인데..."
+3
1. 거리공연하는 프로 가수급 소녀
2. 치한을 퇴치하는 정체불명의 히어로
선배 "요 근래 이쪽 거리에 정의의 히어로가 출현했다는 소문이야"
p "...하아?"
선배 "그 친구 말로는, 요 근래 그쪽 관할에서 치한 신고가 확 줄었다나봐"
p "...그냥 날이 추워지니까 그치들도 밖에 덜 나도는게 아니라요?"
선배 "성욕이란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였으면 세계는 좀더 평화로워졌을걸"
p "..."
선배 "그리고는 매주 한두번씩 이상한 제보전화가 온대"
p "그쪽이 본론이네요"
"그렇지"
선배 "저녁 즈음해서 어느어느 골목에 취객이 쓰러져 있다는 제보가 몇번 들어와서 찾으러 가는 일이 있다던데"
선배 "정작 가보면 쓰러져 있긴 한데 술은 한모금도 안댄 멀끔한 놈이 있다는거지"
p "그리고 그 놈들 신상을 조회해봤더니 그놈이 그놈이라는 건가요"
선배 "p군, 이해가 빠른건 좋지만 선배의 말을 자꾸 자르면 못써요"
p "..."
선배 "그 말대로, 죄다 성범죄 전과라던가 신고가 들어왔던 놈들이라는거지"
선배 "의심돼서 캐물어봐도 자기들도 기억이 안난다고만 하는데다가 물증은 둘째치고 현행범 어쩌구 할 것도 없어서 방면하는 수밖엔 없지만 말이야"
p "그 히어로라는 양반도 참 할일없나 보네요, 기왕 할거면 현행범으로 체포하게 증거라도 만들어주던가 하지 않고"
선배 "뭐, 소문은 그럴싸하게 퍼져서 자기 앞대가리 주책못하는 놈들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p "...하긴, 어떤 일이건 범죄라는건 안일어나는게 제일이긴 하죠"
기이한 이야기로구만, 본의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경찰의 일거리가 줄어드는걸 보면 꽤나 사회친화적인 히어로인 모양이다.
선배 "그런 일이 있는가 하면 또 그쪽 거리에는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p "네, 좋은 덕담 감사합니다, 거기까지 하실께요"
선배 " "
선배 "너무해!!"
p "어디까지나 오늘 처리해 올려야 할 서류를 까먹은건 선배잖아요, 그럼 깔끔한 마무리 부탁드릴께요"
선배 "귀신! 악마! P군!"
p "칭찬 감사합니다"
서류작업이 남은 선배를 뒤로 하고 어언 몇주만의 칼퇴근을 하며 쓸데 없는 잡담을 남긴다.
그러나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고 몸을 돌려...
+3
1.공원
2.거리
3.편의점
p (...나름 일찍 나온건데... 이건 전멸이구만)
기껏 찾은 편의점은 이미 퇴근조가 쓸어가버렸는지 묶음상품이나 할인상품이 거진 사라진 상태, 이대로는 별 맛대가리 없는 소바나 한그릇 챙길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순간
p (저건 설마...!)
p의 눈에 들어온건 어째서인지 시덥잖은 메뉴들 속에 파묻혀 퇴근조들의 손길에서 벗어난 할인태그가 붙은 장어도시락, 할인된 가격은 자그만치...
p (ㅅ... 삼백엔!"
감격에 그만 생각이 목소리로 튀어나와버린다. 이 물건이라면 오늘 저녁도 버틸 수 있어! 그런 희망과 소망을 담아 손을 뻗어 장어도시락에 손을 뻗는다!
탁!
p "!"
? "!"
그 순간 그 도시락에 손을 뻗은 다른 인물과 손을 부딪친다.
p "...+2"
바로 사과가 나오고, 이쪽에서도 반응하려 눈을 마주친 순간-
p "...아..."
目と目が逢う 瞬間♪
p "너...너는!"
? "...절 알고 계신가요?"
알다마다, 길게 뻗은 생머리, 살짝 새초롬한 밤색 눈동자, 오똑한 코, 전체적으로 마른 체형에 또래 여성에 비해 키가 조금 크긴 하지만 아직 앳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16세의 여자아이. 그 이름은...
p "키사라기... 치하야?"
치하야 "..."
이 모습은 흠잡을 데 없는데다가, 방금 전의 살짝 저음의, 하지만 노래를 부를 때는 그야말로 만인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그 목소리를 착각할 리가 없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명실상부한 치하야의...
...아니, 잠깐 뭔가 이상하다...
치하야 "제 이름까지 알고 계시다니, 당신 대체 누구죠?"
p "엇... 나, 나는..."
그녀가 키사라기 치하야라는건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녀 키사라기 치하야는 지금 이 자리에, 내 눈앞에서, 나와 도시락을 놓고 싸울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치하야 "..."
치하야 "그보다, 이 손은 좀 놓아주시지 않겠어요?"
p "...!?!?"
그제서야 내가 그녀의 어깨을 잡은 채로 서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살짝 늦은 시각 손님이 별로 없는 편의점에도 불구하고 그 몇 안되는 손님들의 시선까지 독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손님? 점내에서 소란은..."
이내 점원까지 카운터에서 나와 내 앞에 서서 으름장을 놓는다. 여차하면 바로 신고할 기세다.
p "죄, 죄송합니다!!"
바로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허둥지둥 매대에 있는 도시락을 하나 꺼내 들고 계산대로 날아갈 듯이 이동한다.
그 사이 무언가 불만인지 의문인지 모를 표정을 한 소녀의 얼굴이 다시 눈에 띄였지만 지금은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주변에서 쏘아지는 이 시선을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엔입니다"
던지듯이 지폐를 건내고, 바로 거스름돈을 챙겨 밖으로 구르듯이 빠져나간다. 그리고 바로 전속력으로 달려 살고 있는 빌라 앞까지 도착해서...
p "허억, 허억..."
머리가 산소를 요구하고, 호흡을 통해 주어지고 나자 겨우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다.이 직업을 가지고 성희롱 혐의로 신고당했다가는 리얼하게 묻혀버리겠지. 드디어 실생활을 구분 못하는 단계까지 와버린건가 싶어서 고민해본다...
p (하지만, 정말로 닮았었는데...)
p (...게다가, 진짜 그 이름이 맞는 듯한...)
p (...동명이인이겠지, 아니면 컨셉 코스프레거나)
p (...왜냐면, 키사라기 치하야는...)
...그나저나, 아까 전 급하게 오느라 뭐가 뭔지도 모를 물건을 집어서 들고 와버렸는데...
가지무침 도시락(500엔) "Hi?"
p "Oh..."
+3 심야, p는 밖으로... (나간다/안나간다)
p (잠이 안와...)
오랜만에 일찍 집에 들어와 편의점에서 사온 가지무침도시락(500엔)을 꾸역꾸역 먹어치운 후, 그대로 씻고 일찍 누워버렸지만 몸은 피곤한데 정신만은 되려 맑아져온다.
낮의 선배와의 대화가 원인일려나. 이것도 직업병의 일종인지 의심만 늘어서 정말 곤란하다. 도시전설이라느니 소문이라느니 하더라도 결국 아니뗀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법, 뭔가 있다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p (...에라이)
결국 그대로 다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껴입기 시작한다.
...
저렇게 밉살스럽고 사람 놀리기 좋아하는 애같은 면이 있는 선배라도, 일할때는 확실히 하는데다가 그 감만큼은 지독할만큼 정확할 때가 있는 터라, 가끔 던지는 농담도 쉽게 넘기질 못하게 된다. 게다가 이런 뜬소문이랍시고 들고 오는 얘기들은 대체로 엄밀한 사실에 입각한 '범죄의 예고'를 포함한 말이 나와버리는 것이다.
그 말들을 허투로 들었다가 피를 보게 되고 그걸 사후약방문하듯이 통보받게 되면 나만 찝찝해지는 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밤의 순찰을 나선다.
...물론 만만한게 나니까 굴려먹는다는 느낌 역시 감추기 어렵지만.
그리고...
p (저건...)
한눈에 보기에도 껄렁해 보이는 이인조가 한눈에 보기에도 수상해보이는 태도로 길을 걷고 있다.
저건 말 그대로 양아치의 스테레오 타입 같은게 아닌가,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이상, 외모로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될 얘기겠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싶은 수상한 행동에 그 둘을 주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저치들이 특정한 목표을 노리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다.
p (...저 사람은?)
저녁의 싫은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복장마저 그대로인지라, 어두운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서도 누구인지 구분이 간다. 키사라기 치하야를 닮은 저 소녀를 양아치 이인조가 살금살금 뒤를 밟고 있다는걸 확인한 후 한숨이 절로 나온다.
p (...이 머저리들은 그렇다 치고...저 짭퉁 코스프레녀는 이 시간엔 또 왜 나와 있는거야...)
그리고 소녀가 이내 골목길로 접어드는 순간 이인조 역시 빠른 속도로 골목길로 접어든다.
p (아 진짜! 좀 위기의식이라도 가져라 이 아가씨야!)
어쩔 수 없이 곧바로 쫓아들어간다.
치하야 "...당신들은 누구죠?"
"뭐 별건 아니고, 방금 노래 좋았다고"
"꽤 재밌어보이는걸 하고 있잖아 아가씨"
치하야 "..."
"아직 학생인거 같은데, 길거리에서 공연하는거 부모님도 아셔?"
"갈 곳은 있어? 없으면 이 오빠 집에서 재워줄 수도 있는데"
...아... 개입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가는 클리셰적 양아치 단어들이 범람한다... 지금이 21세기가 되고 15년이 흐른게 맞나요...
치하야 "제 노래를 좋게 봐주신건 감사드려요"
치하야 "하지만 다른건 굳이 걱정해주지 않아도 괜찮을거 같네요, 그럼 이만"
"어허, 오빠가 얘기하잖아"
"이렇게 밤늦게까지 혼자 다니면 위험하다고 아가씨"
...70년대 시대극의 삼류 양아치 연기 이상으로 쳐주기가 어려운 꼴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눈앞의 상황만 봐서는 상당히 위태로워 보인다.
그럼 슬슬 나서볼까...
+2
1. 내 여자친구한테 지금 뭘 하고 있는거야!
2. 경찰 아저씨! 여기에요 여기!
3. 그 외
---
오 맙소사 멀더, 제가 지금 대체 뭘 쓰고 있는거죠, 제 손발은 또 왜 이렇게 역관절로 오그라지고 있는거죠
관절이란게 뭐죠?
그런 고로 지금 이 순간에는...
p "이 새끼들아 뭔 짓이야아아아!!!"
"?!"
"!?"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p "니들 지금 내 여친한테 뭐하려고 한거야!"
"뭐, 뭐야 넌!"
"뭐하는 새끼야!"
p "니 눈앞에 서계신 분 남친이다 이 쓰레기들아!"
p "니들이야말로 둘이서 여자 한명 붙들어놓고 이게 뭔 지거리야 이 쫄보새끼들아!"
쾅!
최대한 과장된 말과 행동, 표정으로 상대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2:1이라는 자기들에겐 유리할 상황에 대해 인지할 법도 하면 바로 옆의 가로등이라도 쳐서 시선을 빼앗는다.
그리고 슬금슬금 둥글게 접근해서...
p "치하야, 많이 무서웠지? 저 새끼들이 뭐 이상한 짓 안했어?"
치하야 "아... 어, 네"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접근해서 말을 걸고 위치를 다시 잡는다.
"아니 근데 이 새끼가..."
"야, 우린 안보이ㄴ..."
p "시끄러 이것들아!!"
" "
" "
p "그러니까, 이런 밤중에 다닐때는 날 부르랬잖아"
치하야 "..."
치하야 "어, 어쩌다 보니 그만..."
상황 판단은 그래도 아주 나쁘진 않은거 같은데, 방금 전까지는 왜 그랬을까 이 아가씨야...
이쯤 되면 슬슬...
+3
1. 튀자!
2. 선수필승!
3. 그외
+1 양아치 둘과 치하야 사이에 껴서 슬슬 양아치의 스팀이 올라오는 이 상황을 해결할 기적같은 파훼법
1. 튄다
2. 선빵
3. 그외
p "아 경찰 아저씨, 여기 이 놈들이에요!"
"뭐??"
"짭새??"
p "엇차!" 킥
"끄아아!"
골목 밖을 향해 소리치는걸 보고는 반사적으로 함께 시선이 돌아가는 둘, 그거 참 알아먹기 쉬운 두뇌구조일세.
그리고는 가까이 선 놈의 정강이를 요 근래 업무스트레스를 꾹꾹 눌러담아 있는 힘껏 까주고는 소녀의 손을 잡고 골목 밖으로 뛰기 시작한다.
한놈은 그대로 구르면서 자기 정강이와 깊은 우애를 나누고 있고, 그런 모습에 당황한 나머지 다른 놈도 쫓는걸 포기해 버리는게 바로 느껴진다.
...
주택가, 저 빈약해보이는 놈들이 설마 여기까지 쫓아올만한 근성가이들이라고 해도 여기서 또 뭔 짓거리를 해볼 무뇌아들은 아니겠지 싶은 마음에 슬슬 숨을 돌린다.
치하야 "하아... 하아..."
아무래도 이쪽도 슬슬 한계였던 것 같다. 몇분 정도였을 뿐이지만 갑작스럽게 전속력으로 뛰는건 아무래도 힘들었겠지, 그래도 그렇게 뛰고도 한번 넘어지려는 기색도 없이 여기까지 온건 좀 대단하네.
적당히 근처의 자판기에서 이온음료를 하나 뽑아서 그녀에게 건낸다. 그걸 또 아무 말없이 받아들고는 상큼하게 들이키는게 참 뭐랄까...
치하야 "..." 꿀꺽꿀꺽
p "채할라, 천천히 마셔"
치하야 "후우..."
p "어때, 이젠 좀 괜찮겠어?"
치하야 "...최소한 뛴다고 얘기라도 해주고 뛰질 않고..."
p "그 상황에서 어떻게?"
치하야 "..."
p "뭐, 어찌어찌 잘 벗어났으니 그걸로 된거 아니겠어?"
치하야 "...하아, 확실히 그건 그렇네요"
이제야 대화가 통하기 시작한다.
치하야 "...저기"
치하야 "아까 전에도 뵜었던 분이죠?"
p "...그, 그건 좀 잊어줬으면 좋겠는데"
치하야 "...감사합니다"
p "..."
p "뭐, 내 맘 편하자고 한 일이니까 신경쓰지 마"
치하야 "그래도-"
말뿐인 감사는 둘째치고, 이번엔 조금 내 의문을 풀어볼까-
p "아무리 봐도 학생으로밖에는 안보이는데"
치하야 "..."
치하야 "그쪽 분은 이미 알고 계신 것 같지만, 일단 자기소개를 하죠"
치하야 "제 이름은 키사라기 치하야, 나이는 16살이에요"
치하야 "직업은... 보시는대로 고등학생이에요"
p "..."
치하야 "...?"
치하야 "그쪽 차례에요"
당돌한 아가씨구만, 하지만 틀린 얘기는 아니긴 하네, 자기소개라는건 서로 교환하는 거니까 말이지.
p "...이름은 p, 나이는 너보단 많아"
p "그냥 평범한 직장인"
치하야 "...대충대충이네요"
p "그 이상 자세한게 필요해?"
그렇게 치면 네 쪽도 상당히 건성건성인건데 굳이 안 따지는거니까 말이지.
치하야 "..."
치하야 "...p씨라고 부를께요"
p "뭐 좋을대로"
p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서 말인데"
p "+3"
1. 여자아이가 왜 그렇게 채신머리가 없냐(설교)
2. 그 이름, 본명이야?(질문)
3. 잘 곳은 있냐(권유)
4. 그외?
이건 무슨 전개로 갈까요
치하야 "? 그게 무슨 말인가요?"
p "...굳이 그런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어?"
키사라기 치하야, 그가 기억하는, 그리고 소녀가 주장하는 그녀의 이름. 하지만 그 이름은 '눈앞의' 이 소녀가 가지고 있을 리가 없는 이름이다.
만의 하나라는 일이 있을 수도 있을까, 정말 우연의 일치가 겹치고 겹쳐 '키사라기 치하야'라는 이름을 가질 수도 있을까,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그런 형편좋은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조사해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내 기억이 맞다면...
치하야 "...딱히 거짓을 말한 적은 없어요"
p "..."
p "...뭐, 아무래도 상관없을려나"
이런 상황에서까지 이런 식으로 넘어갈 생각인가 싶지만, 이제 와선 될대로 되라는 기분이다. 이 소녀가 '키사라기 치하야'이건 말건, 결국 지금 이 상황에서 굳이 그런걸 캐물어서 어디다 써먹겠는가.
p "그럼, 슬슬 돌아가보라고"
치하야 "...뭔가 더 물어보진 않는건가요"
p "귀찮게 뭐하러 또 물어보겠어"
기묘하기만 한 만남도 지금 이걸로 끝이라는 듯이, 돌아서서 걸어간다. 늦은 밤이긴 하나 아직 불이 켜진 집이 많은 이런 곳에서 또 무슨 일을 당하지는 않겠지. 집까지 모셔다 주는건 피차 오늘 처음 만난 사이치고는 과분하다고 생각하니깐 말이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선배의 얄미울 정도의 우회적 미션하달과, 자신의 쓸데없는 오지랖이 겹쳐진 작품인 야간순찰이 자정을 넘어가려는 시간이 돼서야 끝을 맞이한다.
치하야 "저기, p씨"
그러나, 이 아가씨는 아직도 나에게 용무가 남은 모양이다. 더 이상은 정말 귀찮은데 말이지.
p "...뭔가 할 말이라도 남았어?"
치하야 "...당신은, 『키사라기 치하야』에 대해 무엇인가 알고 있죠?"
...젠장.
+2 말할까? (Y/N)
치하야 "거짓말"
치하야 "오늘 처음 보는 제 이름을 그렇게 간단하게 불러놓고 이제와서 그걸 믿으라는 건가요"
p "뭐, 굳이 믿으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치하야 "대체, 제 이름을 어디서 들은거죠?"
그런가, 애초에 저녁의 편의점에서도, 방금전의 골목길에서도 일면식 한번 없어야 했을 내가 자연스럽게 이름을 불러댔는데 당연히 의문이 생길 만도 하겠지.
하지만 그건 네 사정일 뿐이야.
p "직업상 어쩌다보니 알아냈다는 걸로 하지 뭐"
치하야 "뭐에요, 그 엉성한 대답은"
p "너와 내 관계에 굳이 상세하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할 필요까지 있는거야?"
치하야 "...네?"
p "너와 난 아무 관계도 아니잖아? 따지자면 방금 전의 일도 내 쓸데없는 오지랖 덕분에 한 시간외 수당도 안 쳐주는 자원봉사였을 뿐이라고"
p "그런, 사소하다면 사소한 해프닝에 휩쓸렸을 뿐인 내가 더이상의 수고로움까지 감수해서 너를 납득시킬 대답을 해야 할 의무가 있어?"
치하야 "...그건"
p "피차간에 그런 엉성한 자기소개로 서로를 숨겼잖아? 네가 그렇게 선을 그었고, 나도 거기에 납득한 마당에 거기서 뭘 더 바라는건데? 그건 너무 이기적인 이야기 아니야?"
치하야 "...윽..."
p "아가씨,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아요, 모든 세상일이 자기 마음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지마"
p "그러니까, 다시는 서로 이런 일로 보지 않길 바랄께, 잠자는 공주님"
치하야 "..."
그대로 돌아서 걸어가는 도중, 저쪽에선 더이상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는다. 조금 심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야말로 최악의 행동이다. 선배가 봤으면 섬세한 여자아이를 상대로 뭔 짓거리냐며 그대로 새빨갛게 단풍이 질 정도로 등짝스매시를 당했을지도.
하지만 서로 딱 그정도 선을 지키겠다는 식으로 나온 것도 그쪽, 그걸 바로 먼저 침범한 쪽도 그쪽이다. 이기적인 꼬마아이에게 적당히 쓴 사회의 맛을 보여줘야 할 때도 있겠지.
정말 수지타산이 안맞는 일이다. 선배한테 술이라도 거하게 얻어먹지 않으면 안될만큼.
선배 "그래그래, 잘했어! 그래야 내 후배님이지!"
p "..."
그 소녀와의 마지막의 실랑이에 대해선 말 안하긴 했지만, 꼴랑 그것 뿐인가요?
p "선배 덕분에 아닌 밤중에 고생했는데, 뭔가 더 할 말 없나요?"
선배 "나중에 한캔 쏠께!"
한캔? 뭘? 그냥 자판기 캔커피 하나?
...결국 그 도시전설같은 소문은 대체 뭐였던걸까, 이래서는 그것에 대해서 제대로 가르쳐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선배 "그나저나 p군"
p "...네"
선배 "외근가자!"
p "...네?"
점심 시간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난데없이 돌아와서는 또 뭔가 묘한 소리를 꺼내기 시작한다.
p "선배, 지금 뭐라고?"
선배 "p군, 외근이에요 외근!"
p "..."
동시에 주위의 시선이 뜨거워진다.
의문, 질투, 선망? 다른건 둘째치고 뭐야 그거??
선배 "자자, 얼른 짐싸!"
p "또 대체 무슨 짓을..."
+2 갈 곳
1. 공원
2. 거리
3. 그외
선배 "으음, 지역탐방?"
p "..." 두통
일을 미뤄두면 나중이 괴롭다는 신조로 그날 일을 그날 마무리짓는 내 성격, 귀찮은건 얼른 끝내놓는다는 선배의 성격이 겹쳐 책상머리를 붙잡고 같이 하는 서류작업은 솔직히 금방금방 끝나는 편으로, 주변에서는 인간계산기 콤비라고 불린다는 별스러운 별명이 붙은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당당하게 땡땡이 쳐가면서 바깥나들이를 하러 온다니... 정말 기상천외한 일이라고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이대로 괜찮은가 이 직장?
p "...땡땡이네요"
선배 "아니야!"
p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일도 내팽개치고 뛰쳐나와서 놀러 나온거 맞구만"
선배 "그러니까! 이것도 어디까지나 일의 연장선인 외근이라고!"
p "나중에 시말서 쓸일 생기면 그런 얘기로 절 꼬드겼다고 떠넘길테니 잘 처리해주세요"
선배 "으그그..."
선배 "그러니까! 오늘은! 어제 말한 도시전설의 검증을 할거야!"
p "..."
물론 어젯저녁은 허탕을 치긴 했는데 말이지, 하지만...
p "길거리를 활보하는 치한과 그 치한을 퇴치하는 히어로를 찾겠답시고 대낮부터 뛰쳐나온겁니까..."
선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p "...?"
p "선배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시는겁니까? 그 도시전설 속 치한은 아무리 봐도 밤이나 새벽에나 나오는거 아닙니까?"
선배 "아아, 그쪽?"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이 말을 하는데, 애초에 그 소문을 가르쳐준게 댁인데 왜 이제와서 딴 소리야...
선배 "그쪽 말고, 내가 지금 말하는건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길거리 공연자의 실증탐구야!"
p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길거리 공연? 천상의 목소리?? 그게 우리 일이랑-
그런 고민도 잠시, 눈 앞에 멈춰선 인파를 보고서 걸음을 멈춘다.
p "...이건..."
선배 "시간맞춰 도착한 모양이네"
거리의 한복판, 썩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인파가 거리를 덮는다.
웅성거리는 인파가 둘러싼 가운데서 하나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뒤따르듯이 반주가 따라붙는다.
https://youtu.be/rFx01mYCw_Y
"Every day I listen to my heart"
"혼자가 아니야"
"깊은 가슴 속에서 이어져 있어"
"끝없는 시간을 넘어서 빛나는 별이"
"만남의 기적을 가르쳐 줬어"
"Every day I listen to my heart"
"혼자가 아니야"
"이 우주의 가슴에 안겨져-"
...
경악? 압도? 찬사?
주변의 반응이 혼란스러워짐을 느낀다.
그럴 만도 하겠지, 이 시대, 이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그간 들어보지도 못한 목소리, 재야의 능력자라고 해도 그 도를 넘어선 경우다. 이건 마치 현역 가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인데, 그 가운데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많이 잡아줘봤자 1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소녀, 어째서 이런 목소리의 주인공이 여태까지 매스컴 한번 안타고 여기에 있을수 있는거지? 반주 하나 달랑 틀어놓고 마이크조차 없이 이뤄지는 길거리 공연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온다는건 이 공연을 본 사람들에겐 일종의 폭력에 가까울 정도의 충격일 것이다.
p "...저 아이는..."
선배 "어때, 내 정보는 언제나 정확하다구"
p "..."
...설마하니, 이것도 우연일까, 아니면...
+2 어쩔까?
1. 접선
2. 추적
3. 그외
곡이 끝났음에도 멍하니 여운에 잠겨있던 주변의 관중들도 이내 꿈에서 깬 듯이 열렬한 환호와 박수가 이어진다.
"감사합니다!"
...다시 반주와 함께 노래에 들어간 소녀를 뒤로 하고 살짝 빠져나온다.
선배 "어때? 보러오길 잘했지?"
p "...뭐, 귀가 호강하긴 했지만요"
p "하지만 소문은 소문, 일은 일, 이 공연의 어디에 선배나 제가 일까지 팽개치고 찾아와야 할 이유가 있는건가요"
선배 "..."
p "거기서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절 바라보지 마세요, 제가 하고 싶은 표정이거든요 그거"
선배 "정말이지, 사축이 따로 없네 p군..."
p "성실한거라고 해주세요"
선배 "어디까지나 일의 연장선이라는건 동일하다구? 그 두개의 도시전설은, 둘이서 하나인 상황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선배 "저 아이의 길거리 공연은 지금부터, 그리고 저녁 늦은 시간에, 매일 하는건 아니지만 할때는 하루 두번 정도 한다고 하더라구"
p "..."
선배 "그리고 제보전화가 오는 시간도 딱 저아이가 저녁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정도의 시간"
p "저 아이에게 뭔가 있다는건가요?"
선배 "그렇다는거지"
p "그냥 짜맞춰 넣은거 같은데..."
선배 "일단은 우리 '머리'께서도 납득하고 진행시킨 일이니까"
p "..."
그 양반을 대체 무슨 수로 설득한거야... 점심시간때 안보인게 그 이유였던가.
p "그럼 이젠 어쩌실건가요? 노래는 아직 계속하는 모양인데"
선배 "음, 적당히 호응하면서 자연스럽게 접선하는게 좋지 않을까?"
p "...그건..."
어제의 일을 생각하자면, 보자마자 한소리 듣고는 축객령을 당할거 같은데, 이럴줄 알았으면 조금이라도 덜 냉정하게 대할걸 그랬나 싶어 후회가 막심해진다.
선배 "헤에, 뭔가 캥기는게 있는 눈치인데"
무시무시할 정도의 감...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속여봤자 금방 간파당할게 확실해진 이상, 말하는 수밖엔 없나...
p "...그게 사실은..."
...
선배 "이 멍청이가!"
p "...할 말이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중요한 참고인이 될 가능성도 있는 사람이었는데, 굉장히 사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으로 일을 그르친건 자신, 말 그대로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어진다...
선배 "하아... 사람을 대하는 일에 앞서 자기 감정은 조금 눌러두라구"
p "...열렬히 통감하는 바입니다..."
선배 "으음... 이래서는 직접 마주쳐봤자 반감만 살거 같은데..."
p "...그럼 그냥 따로 행동해 보는건 어떤가요"
선배 "그럴려나, 섬세한 여자아이에게 그런 식으로 윽박지르는 시꺼먼 아저씨보단 나같은-"
p "네이네이, 거기까지"
p "여튼, 선배는 저 아이에게 가서 말을 걸어 함께 이동하시고, 저는 둘의 뒤를 적당히 거리를 두고 따라갈께요"
선배 "그럼, 지금부터 바로 하도록 할께!"
그리고는 곧바로 인파를 파고들어가 열렬히 놀기 시작하는 선배... 설마 이걸 노린건 아니겠지?
한걸음 더 뒤로 벗어나 인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까지 벗어나서 기다리기 시작한다. 공연은 열이 오르기 시작해서, 슬슬 민원이라도 들어오는거 아닌가 싶은 걱정이 살짝 들기 시작한다.
+2 공연이 끝나고 일어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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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난 대체 뭘 쓰려 했던거였지?
역시 선배의 말대로 여자아이를 상대할땐 나같은 무뚝뚝한 선머슴보다는 선배 쪽이 어울릴려나, 인정하긴 싫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할테니.
그렇게 어느 정도 소녀와 친밀한 관계를 구축한 듯한 선배가 소녀의 손을 잡고는 이동하기 시작한다. 적당히 카페같은데라도 가서 질문공세라도 시작할 기세로 보인다. 처음보다 더욱 당황하는 소녀의 모습이 보이지만... 저 상태의 선배는 나도 감당하기 힘드니까 그저 묵념을 표할 뿐이다.
...
p (응?)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생각할 것도 없이 어제의 그놈들이다. 어젯밤의 음습한 욕망과는 또 다른 눈빛을 한 채 소녀와 선배를 뒤따르고 있다.
생각해보면 어제 그런 식으로 어처구니없이 당한 만큼, 언제라도 이런 식으로 찾아올 수도 있었을텐데, 정말 뒷처리 제대로 못했다고 욕먹어도 할 말이 없다...
보복이 목적일까, 이대로 가다간 둘다 위험한데, 일단 선배에게 전화라도 걸어 조심해두라고-
그순간 둘 중 한놈이 선배들을 향해 뛰어든다. 손에 들린 무언가가 반사하는 빛이 밝다 못해 눈이 아려온다.
...제길
p "치하야!"
+3 p, 선배, 소녀 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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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갑자기 칼부림이 나와서 재앵커 고민을 세번, 그냥 마개조해야지(
늦었다.
너무나도 늦었다.
방금 전까지 절뚝거리던 놈이 함께 있던 놈까지 놀랄 기세로 뛰쳐나가 더러운, 하지만 무섭도록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민다.
그 목적은 단 하나. 선배의 손에 이끌려 걸어가던 긴 생머리의 소녀.
내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는 소녀가 돌아선다.
그리고 그 밤색의 눈동자와 마주친다.
그리고...
"뭣?!"
파지직-
"끄르륵..."
선배 "...뭐야...?"
치하야 "..."
선배는 소녀의 몸에 가려 보지 못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가 놀라울 정도의 순발력을 발휘, 간발의 차이로 양아치의 공격을 피하고, 직후 일어난 공기가 타는 굉음, 눈부신 섬광과 함께 양아치가 쓰러지는 것까지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걸린 묵직해 보이는 검은 스턴건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p "...하, 그런거였나..."
소문 속의 치한을 퇴치하는 거리의 히어로라는건, 이 작은 소녀였던건가.
...
---
데헷?
(의문사당한 회원입니다)
...
p "..."
"여기 있었어? 찾아다녔잖아"
p "책상 아니면 여기 있지 어디 있겠어요, 사나에 선배"
사나에 "땡땡이치지 말라구"
p "할일 다 했어요"
사나에 "나한테 사정청취까지 맡겨놓고는..."
p "섬세한 여자아이는 맡겨달라면서요"
사나에 "그야 네가 윽박지르기만 할거 같아서 그런거지"
한마디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서로 설전을 벌이지만, 어째 이대로는 끝나지 않을것 같다.
p "...걔는 어때요?"
사나에 "걱정되나 보구나?"
p "..."
사나에 "일단 그간 일어난 일은 다 인정했어, 당연한 얘기지만 정당방위에다가 스턴건도 규격은 갖춘 물건이라 법적으로는 완전히 안전해"
p "...그럼 더 말할 것도 없지 않나요? 바로 보내주라구요"
사나에 "...그게 말인데"
사나에 "그런 모든걸 떠나서 문제가 많이 있어 그 아이"
---
p의 p는 police의 p
이름
신체능력
주거지
연락처
그외
전부(?)
p (둘째 치고?)
사나에 "당장 지낼 곳이 없다는데"
p "아, 네"
p "?"
사나에 "응, 지금 밖으로 보내도 갈 곳이 없대"
p "..."
21세기 일본, 홈리스의 문제는 이렇게도 커지고 말았는가...
p "아니아니, 가족은요? 집은요? 연락은요??"
사나에 "어머, 여자아이는 감추고 싶은게, 들춰선 안될 상처라는게 있다구?"
p "..."
사나에 "p군, 방금 굉장히 실례되는 생각 했지?"
p "아닙니댯"
사나에 "혀깨물지마"
p "...그럼 지금까진 어디서 지냈대요?"
사나에 "길거리 공연으로 번 돈으로 여관을 전전했다는데"
p "...미성년자한테 잘도 방을 내줬네요"
사나에 "뭐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사나에 "지금 중요한건 당장 저 아이가 갈 곳이 없다는 것이야!"
p "...지금까지 하던대로 그냥 여ㄱ"
사나에 "몰랐다면 몰라도 알게 된 이상, 경찰된 도리로써 불법을 조장하는걸 두고만 볼 셈?"
p "..."
사나에 "자, p군!"
사나에 "+2!"
---
아무로, 앵커가 보여요...
p " "
잠깐 어이가 가출해버렸는지 제대로 듣지 못한것 같는데, 눈 앞의 이 28세 어른이는 대체 무슨 말을 한걸까...
사나에 "책임지고 저 아이를 보호하도록 해, p군!"
잘못 들은게 아니다. 젤나가 맙소사..
p "아니아니, 제가 왜요?!"
사나에 "이렇게 일이 커진 것도, 다 네가 어제 어설프게 도와주는 바람에 양아치한테 원한산 덕분이잖아"
p "그건 양아치가 잘못한거잖아요! 게다가 제가 안도와...줬으면..."
사나에 "엣저녁에 전기찌짐이가 돼서 경찰에 넘겨졌겠지"
가능성 있다. 오늘 보여준 신체능력이면, 무기도 들지 않은 비실비실한 양아치 한두놈은 가볍게 제압했을 것 같다... 그럼 어제의 난 그냥 삽질밖에 안한건가...
사나에 "후후후, 너무 자책하지 말게 p군"
사나에 "사람은 반성하는 동물이니까, 어제의 실수는 오늘 만회하면 되는거야!"
p "...그런 식으로 포장하지 마세요"
사나에 "데헷"
사나에 "뭐, 여러가지 사정이 있는 모양이니, 몇일간만 신세지게 해주라구"
p "그런거라면 선배가 좀 맡아주라구요, 일단은 선배도 여자잖아요"
순간 등줄기에 오한이 달린다.
넌더리내듯이 그냥 던진 말이었으나, 그게 역린이었을줄은-
사나에 『'일단은'?』
p " "
사나에 "후후후... 우리 p군이 많이 컸구나... 농담도 던질줄 알고..."
사나에 "일단은? 일단은 뭐라구?"
먹이의 숨통을 죄어오는 표범의 압박감이 느껴진다...
p "으으..."
사나에 "p군, p군, 내가 일단은 뭐라구요?"
p "...께요..."
사나에 "으응?"
p "맡으면 되잖아요!"
말조심하자, 특히 선배같은 사람들 앞에선.
잠깐, 뭐야이거 안놔?!
(사망하셨습니다)
소녀가 있을 청취실 앞, 문을 열기 망설여진다.
선배가 얘기는 해놨겠지만, 어제의 사건사고도 있는지라 아마 소녀에 대한 내 이미지는 최악이 아닐까... 처음 만나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막막해진다.
사나에 "문 앞에서 무슨 염불 외는거야?"
p "재촉하지 마세요, 고민 중이라구요"
사나에 "대체 어제 무슨 말을 했길래 그렇게 민감한건데?"
p "...그런 것까지 말씀드리기엔 좀 그런 이야기라"
사나에 "...혹시 p군"
사나에 "손대기라도 한건 아니겠지?"
p "..."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이 아ㅈ
사나에 "죽는다 진짜?"
읽혔다?!
사나에 "그러니까, 소심하게 문앞에서 징징대지 말고 일단 부딪치라고!"
벌컥! 툭!
p "우왓!"
우악스럽게 청취실 안으로 떠밀리고서...
소녀와 다시 눈이 마주친다.
p "..."
치하야 "..."
p "...+3"
는+1
치하야 "..." 9393
p "..."
...엄청나게 묘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치하야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p "그게 말이지..."
치하야 "어제 말씀하셨죠"
치하야 "우리는 길가다 마주친 정도뿐인 사이니까, 서로 간섭하지 말자고요"
p "..."
치하야 "그렇게 말하고 돌아가신 분이 이번엔 저에게 무슨 용무이신지 궁금하네요"
스파이럴에 제대로 걸린것 같다...
p "...우선, 어제 일에 대해선 사과하도록 할께"
치하야 "틀린 말 하나 없으니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니 굳이 마음에도 없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사과마저 받아주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돋보인다...
p "..."
+2
1. 당분간 내 집에서 지내게 됐어, 잘 부탁해
2. 어떻게 해야 화가 풀리겠니
3. 키사라기 치하야
4. 그외
치하야 "..."
치하야 "p 씨가 신경쓰실 일은 아닌거 같네요"
가드가 굳건하다. 하지만 문 너머에서도 강렬하게 느껴지는 압박감이 물러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사면초가라는 고사성어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어차피 이대로 그냥 넘어갔다가는 나만 괴로울 일,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말을 꺼낸다.
p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께"
p "당분간 내집에서 지내도록 해, 잘 부탁할께"
치하야 "+2"
p "..."
치하야 "..."
p "...저기... 뭔가 말이라도..."
치하야 "..."
그게 그렇게 심한 말이었나... 마치 벌레라도 보고는 헛구역질이라도 하고 싶은 듯한 반응이 돌아온다... 선배, 뭔가 말이라도 해둔거 아니었습니까, 이거 완전 대전차 지뢰급 반응인데요...
차라리 여기서 물러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처음부터 마음에 안드는 제안이었다고. 어디까지나 선배가 한 권유(라고 읽고 협박이라고 쓰는)때문에 한 얘기일 뿐인데, 왜 이런 반응까지 참아가면서...
포기하자, 그리고 선배에게 불가항력이었다고 고백하는거야...
* 앞뒤 다 잘라먹고 여자아이에게 애먼 남자 집에 들어오라는 말을 하고는 무슨 반응이 나오기를 바란걸까요
치하야 "..."
치하야 "조건이 있어요"
p "그래! 네가 그렇게 나온다고 해서 내가 아쉬워할..."
p "...응?"
치하야 "음식은 가리지 않습니다"
p "그러니까 오늘따라 특히 땡기는 거라던가..."
치하야 "..."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집에 돌아가는 길, 여분의 이부자리가 없어 사러 들리는 김에 장까지 보자는 생각으로 온건 좋은데...
이 녀석, 최대한 말이라도 붙여볼라치면 단답형으로 모든 대화를 끊어버린다. 나도 어제 일은 미안하긴 한데, 너무 꽁해 있는거 아닙니까? 이래서는 마치 벽을 보고 대화하는것 같은 느낌이다...
치하야 "큿..."
p "?"
이렇게 된 이상, 강제로라도 그 입을 벌리게 만들어주마...
내 비장의 레시피로...!
+2 p의 요리(비현실적, 혐오식품계열 제외 부탁드립니다...)
+3 요리의 맛(콤마반영)
9이하면 기겁하며 싫어함
p "뭔가 문제라도 있는지 꼼꼼히 살피는건 그만둬주지 않을래, 남자 혼자 자취하는 방이라고 해서 마냥 더럽게 해놓고 사는건 아니라고"
치하야 "그다지 그런 눈으로 본건 아닌데요"
거짓말, 그 눈빛은 분명 계모가 청소 시켜놓고 게으름 안피웠는지 확인하는 눈빛이었다고.
어찌됐건 집에 들어와 짐을 풀고는 바로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손님이라고 도우려는 기색을 보이는 그녀를 거실로 내쫓고는 요리를 시작한다.
...
치하야 "..."
p "자, 사양말고 먹으라고"
야채만 잔뜩 사와서는 그대로 기름 두르고 볶아내버린 야채볶음을 앞에 두고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나를 보는 시선이 매우 가당찮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거야? 음식 안가린다며?
이내 포기했다는 듯이 젓가락으로 야채를 쥐어 입으로 가져간다.
치하야 "..."
꾸역꾸역 밥과 야채볶음을 먹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조금 무서운걸...
p "...어때, 먹을만해?"
치하야 "직접 드셔보시죠"
즉각 매서운 반응이 날아온다...
...생각해보니 이거, 어차피 나도 먹어야 하는거였지...
어쩔수 없이 이쪽도 한젓가락 쥐어 올린다.
...그 야채볶음의 맛을 굳이 표현하자면...
그저 평범하게 맛이 없었다고 밖에 말 못하겠다. 어떻게 이런 괴이한 물건을 만들어서 당당하게 식탁에 올릴 생각을 한거냐 30분 전의 나?
p "...미안"
치하야 "알면 됐어요"
음식으로 장난치면 언제나 뒤끝이 좋지 않다. 이런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은 하지 않도록 하자...
...
어떻게든 식사를 마친 후, 거실에 마주보고 앉는다.
p "..."
치하야 "그럼, '예의 조건'에 대해 시작해보도록 하죠"
p "...아아"
치하야 " '상대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한다' "
p " '질문은 하루에 각자 두번, 번갈아가면서 진행한다' "
치하야 " '정 답하지 못하겠다면 한번까지는 다른 질문으로 교체한다' "
p "...굳이 이런 조건까지 달아서 뭘 듣고 싶은건진 모르겠다만..."
치하야 "뭐, 그런게 있으니까요"
p "그럼 집주인의 권한으로써, 내가 먼저 질문해보도록 할까"
치하야 "..."
+2
1. 가족은 있는거야?
2. 학교는 어떻게 하고 있어?
3. 넌 대체 누구야?
치하야 "..."
째깍째깍
잠깐의 적막, 초침의 소리만이 방을 울린다.
치하야 "...무슨 의미죠?"
p "네 존재 자체에 대한 질문이랄까"
p "우선 학교는 어떻게 하고 있어? 가족은 어디 있어? 집을 나와서 뭘 하고 있는거야?"
p "제대로 연락되는 지인은 있는거야? '그런' 반사신경은 대체 뭘 했길래 가능한거야? 여자애가 호신용 스턴건이라니 그건 또 뭐하는 넌센스야?"
속사포같이 말을 이어간다. 갈 집이 없다는 말만 해주고는 떠넘긴 선배였지만, 의심스러운 점은 정말 한두개가 아니다. 이런 모든 의문점을 빼놓고 떠넘기기나 하다니, 대체 뭘 하고 싶어서 이런 짓을 벌인거야?
선배에 대한 불만은 이전의 의뭉스러운 점도 포함해서 하루이틀로 설명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한도 끝도 없지만, 지금 당장 떠안은 짐이 있는 이상 나중에 한소리 단단히 하더라도 일단은 눈앞의 상황에 집중한다.
치하야 "...질문이 너무 많잖아요, 조건은 어디로 간거에요?"
p "그러니까 그 모든걸 포괄해서 하나만 질문하는거야"
p "넌 대체 누구야?"
* 키사라기 치하야는...
* +1 대답한다, 패스
p "..."
그렇게 나오는건가, 하긴 포괄적이라고는 해도 결국 다 다른 질문을 하나로 엮어놓은것 뿐이니까 어쩔수 없는건가...
p "그건 질문을 교체하겠다는 의미로 들어도 되겠지?"
치하야 "..."
치하야 "어쩔수 없네요, 하지만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두루뭉술한 질문을 했다가는 그냥 서로 없던 이야기로 하고 집을 나가겠어요"
p "뭐, 고려는 해둘께"
그렇다면 이번엔...
* +1
1. 가족이나 지인에 대해서
2. 학교나 거취의 불안정성에 대해서
3. 그 반사신경에 대해서
4. 스턴건에 대해서
뭐, 다른 것도 문제투성이이긴 하지만 미성년자인 얘한테는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치하야 "...굳이 말하자면, 지금은 연락할 수단도, 방법도 없다고 해야겠네요"
p "...없지는 않다는건가"
치하야 "네"
p "연락할 수단... 방법... 그럼 연락할 생각이 없는건 아니라는거야?"
치하야 "..."
p "거기다가 수단도 방법도 없다는건 대체 무슨-"
치하야 "잠깐"
치하야 "그 다음은, 아시겠죠?"
p "...치사하게 거기서 끊냐"
치하야 "조건을 제대로 안정해놨다는 핑계를 대면서 처음부터 두루뭉술한 질문을 던진 어른이 할 말인가요"
p "...쳇"
요즘 애들은 애들다운 귀염성이 없이 이렇게 쿡쿡 찌르는 말만 한다니까요.
p "그럼 네 차례야, 궁금한게 뭐야?"
치하야 "...음..."
엄청 진지하게 고민한다. 뭐야. 뭘 물어보려고 그러는거냐.
치하야 "일단은 그거네요"
치하야 "제 이름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이유"
p "..."
* p는...
* +1 대답한다, 패스
치하야 "..."
치하야 "교체를 먼저하게 한 다음 물어봤어야 했나보네요"
p "그런거지 뭘"
치하야 "그렇다면 다른 질문을 할께요"
* +1 질문
1. 『키사라기 치하야』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죠?
2. 카타기리 씨랑은 단순히 선후배 사이인가요?
3. 기타
p " "
p "야! 너 그건 반칙이잖아!"
치하야 "무슨 얘길 하시는건가요?"
치하야 "저는 어디까지나 제가 아닌 『키사라기 치하야』에 대해서 묻고 있는거라구요"
p "...이 영악한 꼬맹이가..."
외통수인가... 꽤 귀찮은 상황까지 몰린거 같은데...
p "..."
치하야 "시간제한이 없다고 해서 너무 느긋하게 굴진 말아주세요"
그런 와중에서도 착실하게 길을 막아선다...
p "...하아..."
p "듣고 웃지나 말라고"
치하야 "그런 실례는 저지르지 않아요"
그리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