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물을 것처럼 말하고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냥 넘어가주는구나. 너는.
...고마워. 거기서 더 묻지 않고 납득해줘서.
"P 선배를 Torment하는 Private matter가 무엇인지, Roco는 알 수 없지만... Roco는 P 선배라면 Excellent하게 Problem을 Solve해내실 거라고 Believe하니까요!"
"응. 네 말대로 잘 해결될 거야."
"...응원해줘서 고마워."
"You're welcome! Roco는 Roco art를 위한 Material을 구하러 가야 하니 가볼게요! 그, 그러니까..."
"힘내주세요, P 선배. 그런 얼굴은... 보고 싶지 않다고요."
그 말을 남기고 도망치듯 사라지는 로코.
때마침 응원을 받으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것 같네.
약속도 깨졌고 하니, 이제 나도 집으로 돌아갈까.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숙제를 끝마치자 찾아온 밤.
자기 전, 나는 내 방의 침대에 누워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아카네."
아카네가 나를 좋아한다니.
'혹시 날 좋아하는거 아냐?' 라는 생각은 가끔 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만약'의 가정이었는데.
그럴 때는 쉽게 털어냈던 생각이, 진지한 고백을 받으니 엄청나게 끈질겨지는구만.
그리고... 추측이지만, 시라이시도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았지.
한 착각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이 추측을 전혀 놓아줄 수가 없네.
시라이시와 아카네... 라.
생각해보면 로코도 은근히 나를 따라주는 것 같고.
뭐, 로코는 내가 그녀의 아트를 어느 정도 칭찬해주었으니까 그렇겠지만.
...하아, 뭔 생각을 하는 거냐. 지금은 한 가지에 집중해야지.
지금은 아카네에게서 고백받은 거지, 시라이시나 로코한테 고백받은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은 나중에 하고, 아카네에게 집중하자.
...아카네.
장난이 조금 심한, 짜증나는 녀석.
그리고 그게 귀여운, 조그만 녀석.
그리고... 나를 구원해준 녀석.
"곤란하네..."
내가 그녀에게 가진 감정이 친구로서 좋아하는 감정인지, 내가 어려울 때 곁에서 함께해준 고마움인지,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것인지 결론내릴 수가 없다.
그녀를 좋아한다는 확신이 없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서로 시간을 가지자며 거절하는 것이 맞겠지.
하지만... 나는 빚이 있잖아.
나와 어울려주느라 망가져버린 그녀의 중학교 생활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싸움이란 동일한 평행선에 서야 합리화되는 법. 그러니, 저도 부장과 동등한 위치에 서야겠죠."
부드러운 마음이 내 뺨에 와닿는다.
아카네의 마음이 자리잡은 곳의 반대편에 자리잡은 시라이시의 마음이 내 얼굴을 데운다.
정말로, 너도 나를 좋아했구나.
"...좋아합니다, P 씨."
"그간... P 씨에게도, 동아리의 다른 분들에게도 폐를 끼쳐버려서 죄송합니다. 부장과 P 씨가 사귄다는 생각에 그만..."
"괜찮아. 이해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말이지.
네가 왜 보잘것없는 나를 좋아하는지, 그걸 전혀 모르겠다고.
"고백의 대답은, 역시 거절이겠죠."
"응. 미안."
"...슬프지만, 괜찮습니다. 이미 예상은 했으니까. 그럼 염치없지만 다시 한 번, 함께 열심히 해도 될까요? 저희들의 부활동을."
"하는 것도 별로 없이 놀기만 하는 동아리지만, 그걸로 괜찮다면."
"그렇기에 저희가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것도 그렇네."싱긋
고맙게도, 너는 네 마음을 거절한 나에게 평소의 표정으로 이야기를 건네주었다.
아카네도 너도... 정말로 좋은 사람이구나.
형편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카네와 마찬가지로, 네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일까.
그런데 이 조각상,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유명한 조각상들 중에서 이것과 비슷한 게 있었지, 아마?
...그건 이렇게 어딘가 비틀린 형상을 하고 있진 않았던 것 같지만.
"대단하네..."
그래도 역시, 잘 만드네.
"온전한 사람의 형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P 씨의 말에 동감합니다. 대단하긴 하네요. 현대 미술... 쪽의 어레인지 같은데..."
"이거 꽤 오래 걸렸을 것 같은데, 로코쨩, 이거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한 거야?"
"으음... I don't know예요. 이 Sculpture의 Making을 시작하니 Time을 Care할 수가 없어서..."
"Nice catch예요, 아카네! P 선배를 Model로 한 이 Sculpture는 Roco의 Masterpiece가 될..."화아악
"......"화아악
날 모델로 삼아준 것은 정말 영광스럽지만, 그걸 당당하게 내 앞에서 이야기하면 어떻게 하니.
지금 얼굴 엄청 빨개졌겠지, 나...
"그렇다는데? P쨩."
"조용히 해라, 좀..."
"우으으..."
모델로 삼아준 것은 기쁘지만, 역시 부끄럽다고.
물론 본인 앞에서 그걸 말해버린 로코가 가장 창피하겠지만.
그건 그렇고, 저게 나를 모델로 했다면 저 여성의 조각은 정말로 로코를 모델으로 했다는 건가?
뭐, 미술가에게 있어선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지.
하지만 저런 연인같은 자세라니.
"......"쭈뼛
"그, 그래서 이 조각상은 어떻게 할 거야? 계속 부실에 놔둘 거야?"
차마 로코와 눈을 마주치며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 아뇨. Circle room에 display하기에는 너무 Huge하잖아요? 그래서... 그... Art contest에..."
아트 콘테스트?
아트 콘테스트라면... 미술 대회?
미술 대회에 출품할 작품이었다고?
"미술 대회라, 꽤 좋은 목표를 잡으셨군요. 그런데 조각상은 어떻게 가져가실 생각이시죠?"
"그거야 당연히 Circle room으로 Move시켰던 Sequence대로죠?"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만, 가져오실 때는 어떻게 가져오신 건가요?"
"치즈루 Teacher에게 부탁해서... 다른 Teacher들과 함께..."
왜냐면 로코가 자신의 미술을 인정해주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것이 나'라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잖아.
고독한 미술가로 남을 뻔 했던 후배가 자신의 미술관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전한다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응원해줘야지.
창피함은 그 다음 문제야.
"저도 P 씨와 같은 생각이에요. 로코 씨라면, 분명 모두를 놀라게 할 겁니다."
시라이시도 응원해주는 건가.
시라이시, 처음 로코의 작품을 보았을 때는 꽤 신랄한 독설을 날렸었는데.
하지만 시라이시는 언제나 진지하고, 또 비판해야 할 때 비판할 줄 알고 있으니까 저 말은 절대로 예의상 하는 빈말은 아닐 거야.
"아카네쨩이 도와줄 일은 없어? 아카네쨩도 이 훌륭한 조각상에 아카네쨩의 이름을 새기고 싶은데!"
"아, 아뇨! No thank you예요!"
"이 Sculpture는... Roco가 Roco를 위해 Sculpt하는 Roco만의 Art... 다른 사람의 도움은 받고 싶지 않아요!"
"아, 아카네쨩은 필요없는 거야?"
당당하게 자신의 결심을 선언하는 로코.
로코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존중해줘야겠지.
우리들의 격려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네.
"......"
"P쨩, 츠무링. 방해하지 말고 우린 이만 나갈까?"
"그래."
"제 생각에도 그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럼 결정. 가서 맛있는 거라도 사와서 나중에 로코쨩이랑 같이 먹자구."
조각상이 완성될 때까지는, 계속 로코를 응원해줄까.
격려로 네 뒤를 받쳐주는 정도는 거절하지 않을 거지? 로코.
"P 선배!"
"응?"
로코?
지금이 쉬는 시간이긴 하지만, 로코가 내 반까지 찾아온 것은 처음인데.
그러고보니 어제가 미술 대회였지.
좋은 소식이라도 가지고 온 걸까?
"Roco의 Sculpture... Masterpiece가 Art contest에서 Excellent한 Appraisal을 받았어요!"
"응? 걔잖아?"
"누구... 아, 쟤? 그렇네? 정말 걔네? 쟤가 왜 우리 반까지 왔지?"
로코를 알아보고 접근하기 시작하는 녀석이 두 명 있구만.
저 녀석들, 분명 미술이랑 관련된 동아리에 들어가있는 녀석들이었지, 아마?
"로코! 우리 미술부에 들어오지 않을래?"
"조각부 입부 제의는 벌써 거절했다면서?"
"므으으..."
스카우트 신청... 인가.
하긴. 놓치고 싶지는 않겠지.
미술이라는 것은 재능이 필요한 법인데,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을 발견했으니까.
로코와 함께 보낸 시간은 짧지만 그래도 꽤 정들었는데 말이야.
...거절해주면 좋으련만.
"로코 네 실력이라면 임원 정도는 쉽게..."
"Refuse예요. Roco는 앞으로의 모든 Love call을 Ignore할 작정이에요. Roco는 다른 Circle에 들어갈 생각이 없거든요."
"로코는 P 선배가 있는 그 Circle이 좋아요. 다른 Circle은... No thank you, 예요."찰싹
자, 잠깐만, 로코.
소중한 동아리원을 다른 동아리에게 빼앗기지 않는 것은 좋지만, 유대감을 너무 드러냈어!
네가 그렇게 말하면서 나한테 달라붙으면 다른 애들의 시선이...
"......"
"......"
아, 역시 안 좋아!
안 그래도 시라이시 때문에 애들의 시선이 이상한데 후배가 찾아와서는 달라붙어 있으니, 당연히 이상하게 보이겠지.
시라이시가 같이 있었다면 오해가 생기지 않을 텐데, 왜 하필 지금 없는 거냐고!
로코의 돌발 행동에 당황했던 두뇌가 급우들의 싸늘한 시선 덕에 냉정을 되찾는다.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부실도 좁고 정식 동아리도 아니어서 지원도 못 받는 우리와 함께하는 것보단 지금 이 기회를 붙잡는 게 그녀의 장래를 위한 일이 아닐까.
내심 남아주길 바라면서도 이 생각을 로코에게 전하지만, 대답은 로코가 아닌 예상 외의 방향에서 들려왔다.
어느새 교실에 들어와 싸늘한 시선으로 둘의 밀착을 보고 있던 츠무기와 아카네의 정식 동아리로 승격 시켜줄 담당 선생님을 찾았다는 충격적인(?) 대답.
부원이 4명밖에 안되는 이 요상한 동아리를 담당해줄 정도로 적당적당하고 마이페이스한 4차원 선생이 대체 어디 있... 었다.
...아무튼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로코는 우리 동아리보다 다른 곳으로 들어가는게 로코한테 있어서 더 나은 길이 아닐까?
우리 동아리, 부실이 있다지만 꽤 비좁고 정식 동아리도 아니라서 지원도 받을 수 없잖아.
반면 미술 쪽 동아리는 지원도 받는데다 좋은 부실도 가지고 있으니, 로코가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공간이 될 테지.
"있잖아, 로코."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그 편이 더 나을 것 같아.
"우리 동아리는 정식 동아리도 아니잖아.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차라리 다른 동아리에 들어가는게 낫지 않을까?"
참 이기적이구만, 나도.
말은 이렇게 하면서 마음속으론 다시 한 번 우리 동아리에 남겠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다니.
"하지만...!"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걸?"
"아카네? 시라이시?"
어, 언제 온 거야, 이 녀석들은?
시라이시는 그렇다쳐도, 아카네는 왜...?
"......"째릿
시, 시선이 차가워.
"P쨩은 여러모로 죄가 깊단 말이지..."빤-히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알아주지도 않고 말이죠."째릿
"아무튼 그건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저희 동아리를 담당해주실 선생님을 찾아서, 곧 정식 동아리로 승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뭐?
부원이 4명밖에 안 되는 데다가 목적도 불명확한 이런 동아리를 담당하기로 한 선생이 있다고?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런 선생이 어디 있어?
니카이도 선생님은 로코를 위해 우리와 거래하느라 부실을 내어준 특수한 상황이었잖아!
그렇게 도움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담당이 된다니, 대체 누가 그래?!
하, 하필 이 선생이라니...
그렇지. 아카네랑 시라이시는 아직 이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
"진짜로? 뿌뿌카쌤이라고?"
"쟤네 동아리 이제 망한거 아냐?"
다 들린다!
...키타카미 레이카. 통칭 뿌뿌카쌤.
니카이도 선생님과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선생으로, 담당과목은 음악.
왜 뿌뿌카쌤이라는 별명이 붙었는지는 이 학교의 미스테리 중 하나.
다른 미스테리는 마술사 유령이나 공포의 요리부원, 구멍 파는 여자아이같은 괴담뿐이지만 이 미스테리는 실체가 너무 명확하단 말이지...
...문제는 미스테리한 별명은 신경조차 쓰이지 않을만큼 이 선생이 4차원이라는 것.
뭐, 좋은 사람이라서 학생들에게 인기는 좋지만... 너무 엮이면 피곤한데.
왜 하필 당신이냐고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래도 감지덕지, 받아들일 수밖에.
"안녕, P군!"
...벌써부터 피곤해.
방과후, 우리들의 부실.
정식 동아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로 부풀어 뿌뿌카쌤을 환영하는, 조촐한 파티를 준비한 우리들.
그런데...
"자, 인사하렴!"
...약속시간에 늦더니만 웬 학생 하나를 데려오다니.
대체 어디까지 종잡을 수 없는 거야, 이 선생.
"거기서 미즈키랑 같이 뭐 해, P쨩? 자, 자. 미즈키도 빨리 오라구! 이건 미즈키랑 레이카쌤을 위한 파티니까!"
"주인공이 빠진 파티는 있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미즈키 씨도 어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자리에서 일어서, 탁자로 향하는 미즈키.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이지만, 그만큼 목소리와 말투, 행동에서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감정이 배어나오는 것처럼 보이네.
"P 선배도 어서 오세요!"
"알았어, 알았어."
읏차.
"그래서, 정식 동아리 허가는 언제쯤 날 것 같아?"
"이르면 내일쯤 날 것 같아요. 그 때부터는 다른 동아리들과 마찬가지로 회의에 참석할 권한을 얻고,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죠."빤-히
"그래, 그렇단 말이지..."빤-히
"왜, 왜 둘 다 아카네쨩을 보실까?"
몰라서 묻냐.
이 동아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이 그걸 모르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부장이시잖아요."
"네가 부장이니까."
동시에 나올 정도로 뻔한 대답인데, 넌 왜 그걸 모르는 거냐.
"하, 하지만 아카네쨩 그런 쪽에는 소질 없다고?"삐질
...아니, 정말로 이 녀석이 몰랐겠어?
아카네 녀석이라면 알면서도 책임 회피를 위해 모른척했겠지.
그나저나 저런 일들은 부장이 도맡아서 해야 할 텐데.
정말로 어쩌냐, 우리 동아리.
"에이, P쨩! 츠무링! 그런건 이런 축하할 순간에 꺼낼 만한 이야기가 아니잖앙~? 지루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지금은 놀자고, 놀아!"
"그렇지! 이 다음엔 다같이 노래방이라도 갈까? 레이카쌤이 고문으로 들어온 것과 새로운 부원이 입부한 것을 축하하기에는 너무 판이 작잖아!"
말 돌리는게 뻔하지만... 그렇지. 지금은 놀기도 바쁜데 그런 일을 꺼내긴 좀 그래.
나중에는 아카네와 진지하게 상의해봐야겠지만, 지금은 놀 때야.
이 동아리는 아카네가 만든 동아리. 다른 사람을 부장으로 세울 순 없으니 그 때는 정말로 따끔하게 말해둬야겠어.
"모두들 아카네쨩에게 주목, 주목!"
"오야오야? 다들 갑자기 왜 그러냐는 표정이구만요? 신나게 놀기 전에 분위기 깨지 말라는 생각은 하지도 말고 지금은 우선 아카네쨩의 말을 들어보시라!"
갑자기 뭐야, 아카네.
"우리 동아리는 한 가지 전통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노래방에 오면 점수 내기를 하는 것! 내기에서 우승한 사람은 무려! 한 사람을 골라서 자신의 소원 한 개를 들어주게 할 수 있다는 말씀!"
이번이 겨우 두 번째잖아.
뭐, 지금부터 만들어나갈 전통이라는 의미라면 틀린 말은 아닌가.
아카네는 그냥 되는대로 내뱉은 말이겠지만, 이런 면에서도 말이 되네.
한 신생 동아리의, 노래방에서 시작되는 전통이라.
꽤 유쾌하려나.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매우 불길한데.
저번에도 날 상품으로 내걸었으니, 아마 이번에도 그럴 거란 말이지.
아카네의 입장에서는 예전의 낮은 점수를 설욕하고 싶을 테고, 또 나와 데이트할 명분도 얻고 싶을 테니 분명 그렇게 나올 테니까.
"과연... 그거 재밌겠군요. 왠지 이 동아리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안 질 거라고."
"우후훗. 무슨 소원을 빌까나?"
이렇게 흥미로워하는데 차마 반대할 수도 없고.
그래도 이번에는 꼭 내가 아니어도 되니까, 뿌뿌카쌤이나 로코, 마카베, 아니면 내가 우승하면 되잖아?
그러니 아무 말 하지 말자.
"이번에도 승리는 제가 받아가기로 하죠."자신만만
"그 때는 기계가 이상했던 거라고, 츠무링! 이번에는 절대로 안 질 테니까!"방방
"Roco... 더 이상의 Defeat는 싫어요! 그러니까, Victory를 향한 Roco의 Burning heart, 보여드리도록 하죠!"
"어떤 곡을 고를까나~"
"......힘내자고, 미즈키."
"우승은 바로 아카네쨩! 예이~ 축하~!"
"축하드립니다, 노노하라 씨. ......부러워."
"다음엔 안 질 거니까요, 아카네 부장."
"Next time에는 Roco도 Perfect하게 Victory할 테니까요!"
모두들 축하해주면서도 전의를 불태우는구나.
시라이시는 특히 그 전의가 무섭게 느껴지는데.
"자, 패배한 모두는 벌칙으로 지금 이 순간을 멋지게 즐길 것! 물론, 이건 소원이 아니라 권유니까 오해하지 말라구?"
아카네의 권유 아닌 권유에, 모두 다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서로 이야기하며 떠들썩하게 노래방을 즐기기 시작했다.
정작 즐기라던 본인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아, 문자 왔다.
누구한테 온 거지?
[쨔라쟈란~♪ 이 메일을 받았다는 것은 아카네쨩의 소☆원에 당첨되었다는 것!]
[행운의 주인공에게 부탁할 소원은 P쨩이 츠무링과 함께 갔던 곳보다 더 크고! 더 대단하고! 더 재밌고! 물론 그만큼 더 비싼곳에서 아카네쨩과 함께 데이트해줄 것! 예를 들면, 유원지라던가? 아니면 레스토랑으로 골인하는 데이트 풀코스라던가? 아카네쨩은 오픈 마인드로 기다릴 테니 선택은 자기 자신이 알아서 할 것!]
왜 휴대폰을 들여다보나 했더니, 나한테 메일 보내고 있었냐.
뭐, 그리 어려운 요구도 아니네.
내 지갑 사정으론 데이트 풀코스는 무리지만 그래도 좋은 곳에 한 번 데리고 가야겠다.
어디가 좋으려나...
"저번의 그 약속 말입니다만, 내일 시간 되시나요?"
"아마 될 것 같은데."
"그럼, 내일은 같이 귀가하시지 않겠습니까? 그 편이 덜 번거로울 것 같은데요."
이거 참, 애들의 눈초리가 더 싸늘해지겠네.
하지만 덜 번거롭다는 말은 사실이니, 그렇게 할까.
내가 언제부터 애들 눈초리를 신경 썼다고.
"그래. 내일은 그렇게 하자."
"네."
"아직은 가는 길이 같나보네요. 조금은... 더 같이 걸을 수 있겠어요."
낭만적이긴 하구만. 이야기를 나누며 밤길을 걷는 이런 상황은.
미소짓는 네 얼굴을 보면, 아마 지금은 너한테도 낭만적인 시간인 것 같네.
그럼 어디 한번 깜짝 선물을 줘 보실까.
"집까지 바래다줄까? 혼자 가면 위험하잖아."
"네? 그, 그래주신다면 감사하지만..."
쑥스러워하긴.
사실 나도 쑥스럽지만.
"좋네요. 이렇게 걸으니까."
하늘을 바라다보며 표정을 숨기는 시라이시.
가로등 불빛에 비춰진 그녀의 귀 끝이, 붉게 보인다.
"부르셨나요, 니카이도 선생님?"
"어서 오시와요, P 군."
다음 날, 어쩐 일인지 나는 니세레브 선생에 의해 교무실로 불려오게 되었다.
잘못한 일? 없다.
사고친 사람을 헷갈렸다? 학생 얼굴을 다 기억하는 사람인데 설마 사람을 헷갈리겠어?
대체 내가 왜 여기까지 불려온 거지?
"여기, 작은 성의에요. 받아가세요."
봉투?
돈은 아닌 것 같은데, 뭐가 들어 있는 걸까.
"이게 뭔가요?"
"유원지 티켓이랍니다."
유원지 티켓?
어디 보자... 이거 꽤 유명한 유원지의 티켓이잖아?
그것도 두 장씩이나 들어 있네.
"이걸 왜 저한테...?"
"그간 코로쨩... 아니, 로코과 잘 지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드리는 선물이랍니다."
"로코가 저희 부에 잘 적응해준 거지, 제가 한 일은 별로 없는데요?"
"아뇨. 코로쨩이 P 군에 대해서 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런 이야기는 절대로 안 나올 거예요."
로코가 니카이도 선생님에게 내 이야기를?
대체 뭔 이야기를 들었길래 이런 선물을 선뜻 줄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한데...
"뭐라고 했는지 궁금한 표정을 하고 계시지만, 가르쳐드리지 않을 거랍니다. 세레브의 입은 비밀을 지키는 입이지, 내뱉는 입이 아니거든요."
...신경 쓰여.
"로코와 같이 가면 되나요?"
"아뇨. 꼭 코로쨩... 로코와 같이 갈 필요는 없어요. P 군이 함께 가고 싶은 사람과 가도록 하세요. 그 티켓은 순수한 성의의 표시지, 로코와 놀아달라고 P 군에게 지우려는 짐덩어리가 아니니까요."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을 굳이 꼽는다면... 역시 아카네일까.
아카네의 소원을 들어주기에는 좋은 기회니까 말이야.
"감사합니다. 이 티켓은 잘 쓰겠습니다."
"잘 써준다면 저도 고맙죠."
"...부디 앞으로도 코로쨩과 잘 지내주세요."
"네."
217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오늘은 동아리 활동을 하는 날이 아니었기에, 시라이시와의 약속을 위해 빠르게 책가방을 챙기는 도중, 아카네가 나를 불렀다.
"P쨩."
"언제 왔냐?"
"보면 몰라?"
...시라이시는 아직 자리에 없으니, 조금 상대할 여유는 있나.
"그래. 이상한 질문이었네. 왜 그래?"
"잠깐, 시간 있어?"
이 녀석은 또 왜 이래.
시라이시한테는...
그래. 조금은 늦어도 괜찮겠지.
시라이시도 이해해줄 거야.
"잠깐이라면."
"P쨩은 츠무링을 어떻게 생각해?"
"...시라이시? 그냥 같은 동아리원이지. 조금 친한."
이런건 왜 물어보는 거냐, 너.
>>+3 다음 상황.
음흉한 미소를 띄는 아카네.
도대체 뭔 생각을 하고 있-
"......"쪽
"......!"
나의 뺨에 닿은 부드러운 무언가.
...아카네?
"그럼, 아카네쨩은 어떻게 생각해?"
갑작스럽게 이런 일을 겪고 나서 어떤 말을 하라는 거야.
그렇게 몸을 배배 꼬면서 부끄러워할 만한 일을, 왜 나한테 하는 거냐고.
...장난? 정말로 짖궂은 장난이지? 그렇지?
"...P 씨?"
"...시라이시."
너도 본 거야?
이럴 때는,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지?
아카네, 너를 어떻게 생각하냐니... 난... 난 잘 모르겠다고.
>>+3 다음 상황.
그 사이에 시라이시는 자리를 떠난다
"......"스윽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내 손.
바로 여기에, 아카네의 입술이...
"......"휙
"시라..."움찔
뒤돌아서는 시라이시를 보며 반사적으로 내뱉은 말.
그 말이 끝까지 나오기도 전에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가는 시라이시.
...뭐가 어떻게 된 걸까.
시라이시는 왜 그렇게 처량한 표정을 지으며 떠나간 걸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아.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어.
그러니까...
"잘... 모르겠어."
대답은 뒤로 미루자.
"눈치 없는 척 하는 거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야?"
"미안.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
여전히 뺨을 어루만지면서 너에게 대답한다.
아까까지도 우린 친구였는데, 그렇게 생각했는데, 네가 나에게 보여주는 애정을, 단순히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어떤 말을 할 수 있겠어.
그러니까, 시간을 줘.
>>+3 다음 상황.
교문 쪽으로 나오며 아카네와 츠무기에 대해서 생각하던 p는, 로코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전개가 키스로 인해서 빨라져버렸네요.
시라이시와의 약속도 있어, 늦었지만 그녀를 쫒아나온 나.
학교 바깥으로 나오자, 휴대폰이 울렸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오늘은 먼저 돌아가보겠습니다. 사죄는 나중에 제대로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이 생겼다. 인가.
이 타이밍에 이런 문자를 보내오다니. 너무 이상하잖아.
"후우..."
시라이시를 어떻게 생각하냐니.
아카네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왜 나에게 고백하기 전에 그 말을 먼저 한 걸까.
혹시, 그런 걸까.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아카네는 시라이시를 경계했던 걸까.
그리고, 어쩌면 시라이시도...
...착각, 일까.
이걸 정말로 착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정말로 시라이시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면.
"곤란한데..."
만약 정말로 내가 두 사람에게서 사랑받고 있다면, 내 마음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 걸까.
어느 쪽으로도 마음이 기울지 않는다.
역시, 거절해야 하나.
"P 선배!"
머리가 복잡해지는 와중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안녕. 로코"
>>+3 다음 상황.
"어?"
"Very tired한 Face잖아요. 무슨 Happening이라도 있으셨나요?"
"아, 아무것도 아냐. 그냥 좀 다른 생각을 하느라."
다른 사람의 앞에서 넋이 나가있다니.
마음고생은 나 혼자 해야 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까지 전가시키면 안 되는 거잖아.
조심 좀 하라고, 이 바보같은 녀석아.
나라는 놈은 정말...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Liar."
"그런 Face를 하고서 그 어떤 Happening도 없었다고 하시면 그게 Lie라는 것쯤은 누구나 Notice할 수 있다고요!"
너까지 왜 이래, 정말.
난 지금 많이 힘들다고.
"그냥 좀 일이 있었어. 하지만 별 일은 아니야."
표정을 가다듬고 다시 건넨 말.
"Really?"
"응. 리얼리."
>>+3 다음 상황.
(그리고 따스한 말 몇 마디도 해 준다)
그날 밤, 자신의 방에서 p는 아카네와 츠무기와 로코를 생각한다.
@
저 별 하나에 추억과
저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윤동주, 별 헤는 밤
캐물을 것처럼 말하고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냥 넘어가주는구나. 너는.
...고마워. 거기서 더 묻지 않고 납득해줘서.
"P 선배를 Torment하는 Private matter가 무엇인지, Roco는 알 수 없지만... Roco는 P 선배라면 Excellent하게 Problem을 Solve해내실 거라고 Believe하니까요!"
"응. 네 말대로 잘 해결될 거야."
"...응원해줘서 고마워."
"You're welcome! Roco는 Roco art를 위한 Material을 구하러 가야 하니 가볼게요! 그, 그러니까..."
"힘내주세요, P 선배. 그런 얼굴은... 보고 싶지 않다고요."
그 말을 남기고 도망치듯 사라지는 로코.
때마침 응원을 받으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것 같네.
약속도 깨졌고 하니, 이제 나도 집으로 돌아갈까.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숙제를 끝마치자 찾아온 밤.
자기 전, 나는 내 방의 침대에 누워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아카네."
아카네가 나를 좋아한다니.
'혹시 날 좋아하는거 아냐?' 라는 생각은 가끔 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만약'의 가정이었는데.
그럴 때는 쉽게 털어냈던 생각이, 진지한 고백을 받으니 엄청나게 끈질겨지는구만.
그리고... 추측이지만, 시라이시도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았지.
한 착각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이 추측을 전혀 놓아줄 수가 없네.
시라이시와 아카네... 라.
생각해보면 로코도 은근히 나를 따라주는 것 같고.
뭐, 로코는 내가 그녀의 아트를 어느 정도 칭찬해주었으니까 그렇겠지만.
...하아, 뭔 생각을 하는 거냐. 지금은 한 가지에 집중해야지.
지금은 아카네에게서 고백받은 거지, 시라이시나 로코한테 고백받은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은 나중에 하고, 아카네에게 집중하자.
...아카네.
장난이 조금 심한, 짜증나는 녀석.
그리고 그게 귀여운, 조그만 녀석.
그리고... 나를 구원해준 녀석.
"곤란하네..."
내가 그녀에게 가진 감정이 친구로서 좋아하는 감정인지, 내가 어려울 때 곁에서 함께해준 고마움인지,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것인지 결론내릴 수가 없다.
그녀를 좋아한다는 확신이 없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서로 시간을 가지자며 거절하는 것이 맞겠지.
하지만... 나는 빚이 있잖아.
나와 어울려주느라 망가져버린 그녀의 중학교 생활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이번에는... 내가 아카네와 함께해줄 차례가 아닐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3 다음 상황.
그리고 그녀에게서 감정이 아닌 책임감 때문에 고민하는 거라면, 지금 결정하지 않아도 좋다는 대답을 듣는다.
대신 앞으로는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호언도 듣게 되는데.
역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는게 좋겠어.
아카네의 생각을 들어보자.
시간은, 충분히 가졌으니까.
[P쨩?]
"아카네."
[모, 목소리가 안 좋은데? 싫다아~ 이, 이런 상황에서 그런 목소리 들어버리면 아카네쨩, 괜히 불안해져버리는걸?]
...애써 밝은척하지만, 목소리는 역시 떨리고 있구나.
"나는 네 옆에 있고 싶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친구로서인 것 같아."
[...역시 그런가. 미안해, P쨩. 말하기 힘들었을 텐데.]
이제, 고민을 꺼내놓을까.
그리고 그녀에게 맡기는 거야.
나는, 어느 쪽이건 괜찮으니까...
...괜찮을 테니까.
"하지만 난 너한테 진 빚이 너무나 많으니까, 네가 괜찮다면…"
[P쨩.]
낮게 깔린, 아카네의 진지한 목소리.
슬픈 것도 같지만, 분노한 것도 같다.
이런 목소리를 들어보는게 얼마만이더라.
[...만약 P쨩이 츠무링을 좋아해서, 츠무링에게 고백했는데 츠무링이 자신 떄문에 P쨩의 중학교 생활이 망쳐졌으니까 그에 대한 책임으로 P쨩의 사랑을 받아들여주겠다고 하면, P쨩은 그걸로 괜찮겠어?]
아.
"...아니. 절대 아니지."
이런 말은, 하면 안 되는 말이었구나.
생각조차 해서는 안 됐는데.
아카네를 잘 알면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면서 이런 생각을, 이런 말을 해버리다니.
[P쨩은 아카네쨩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P쨩. 자기 자신의 마음을 그런 식으로 다루지 말아줬으면 해. 그러니까... 그, 그러니까... 그... 그런 말은 하지 말아줘, P쨩.]
가슴이 아리다.
아카네는, 나보다도 더 아프겠지.
정말, 나는 아카네에게 죄만 짓는구나.
[...아무튼! 책임감 때문에 고민하는 거라면 지금 결정하지 않아도 좋아. 아니, 오히려 그러지 말아줬으면 한다구! 대신! 앞으로는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보여줄 테니 반할 준비나 해 두시지그래!]
아직도 물기어린 목소리로 애써 밝은 척하는 아카네.
그렇다면, 나도 평소처럼 너를 대해야겠지.
"알았어, 알았어. 그럼 어디 한 번 나를 너한테 빠지게 해 보라고. 준비는 해 둘 테니까."
귀찮다는 듯, 대충 말한 진심으로 아카네의 호언을 받아치는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인가.
>>+3 다음 상황.
추천을 100개 줄 수 있다면 100개 주고 아이디 하나 더 만들어서 100개 더 주고 싶을 정도야
모든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앵커의 몫!
자, 이 창댓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우후후.
"안녕, 시라이시."
"......"홱
나를 대하는 시라이시의 태도가 꽤나 쌀쌀맞아졌다.
"......"
"......"
정말 어색하네.
하긴, 그런 장면을 보여버렸으니 당연하겠지.
그렇지만 보통 이렇게 쌀쌀맞나?
...역시 시라이시도 나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 아직 속단하면 안 돼.
시라이시가 자신의 마음을 밝히기 전에는, 시라이시가 나에게 가진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만약 아니라면 얼마나 우습겠어.
>>+3 다음 상황.
직접 추궁하기로 했다
"츠무링은 오늘도 안 나오네…"
"Bad happening이라도 생기신 걸까요..."
동아리 부실에 나오는 것은 정말 가끔.
간혹, 부실에 나와서도 나는 거의 상대해주지 않았고.
쉬는 시간이건 방과후건 다른 애들과 함께 다니고, 쌀쌀맞던 태도는 점점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태도로 변해버렸지.
그래서... 이대로 놔두고 싶지 않아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무슨 용건이시죠?"
너를 불렀다.
"자꾸 나를 피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너를 불러서, 너에게 물었다.
네가 날 싫어한다면, 또 네가 날 좋아한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하나도 모르는 채, 두려움을 안고.
"싫다면 싫다고 제대로 이야기해줘. 최대한 네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할 테니까."
"......"
고개를 떨군 채 손목을 쓰다듬으며 한동안 말이 없는 시라이시.
"...P 씨는, 아카네 부장과 교제하고 계신 건가요?"
역시, 그걸 봐버렸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이런 대답이 나왔다는 것은...
...일단 오해부터 풀도록 하자.
"아니. 그 날 아카네 녀석이 나에게 고백한 것은 맞지만... 아직은 아카네를 친구로서 좋아할 뿐이라서, 그 녀석의 고백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 아카네와 나는, 아직 친구 사이야."
"...그런가요."
이걸로 오해는 풀렸겠지.
네가 고개를 들고 나를 마주보는 것을 보면, 무언가를 말할 결심이 선 모양이네.
내 마음의 일부를 시라이시에게 보였으니... 이제 내가 시라이시 네 마음과 마주할 차례인가.
">>+3"
가라 츠무기, 볼뽀뽀를 허하노라.
아카네가 했던 쪽과는 반대로.
부드러운 마음이 내 뺨에 와닿는다.
아카네의 마음이 자리잡은 곳의 반대편에 자리잡은 시라이시의 마음이 내 얼굴을 데운다.
정말로, 너도 나를 좋아했구나.
"...좋아합니다, P 씨."
"그간... P 씨에게도, 동아리의 다른 분들에게도 폐를 끼쳐버려서 죄송합니다. 부장과 P 씨가 사귄다는 생각에 그만..."
"괜찮아. 이해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말이지.
네가 왜 보잘것없는 나를 좋아하는지, 그걸 전혀 모르겠다고.
"고백의 대답은, 역시 거절이겠죠."
"응. 미안."
"...슬프지만, 괜찮습니다. 이미 예상은 했으니까. 그럼 염치없지만 다시 한 번, 함께 열심히 해도 될까요? 저희들의 부활동을."
"하는 것도 별로 없이 놀기만 하는 동아리지만, 그걸로 괜찮다면."
"그렇기에 저희가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것도 그렇네."싱긋
고맙게도, 너는 네 마음을 거절한 나에게 평소의 표정으로 이야기를 건네주었다.
아카네도 너도... 정말로 좋은 사람이구나.
형편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카네와 마찬가지로, 네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일까.
너희들에 사랑에 따라갈 수 있도록.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주저하지 않을 수 있도록.
>>+3 다음 상황.
모두 안전벨트를 매 주십시오.
다음 날, 모든 오해(?)가 풀린 아카네와 츠무기, 그리고 p가 도아리 부실로 들어오는데 로코가 열심히 무언가를 조각하고 있다.
수정 완료오...
"안녕, 아카네."
"안녕하세요, 아카네 부장."
"오호라? 오늘은 츠무링도 있네? 으흠? 으으으음?"
나에게 달라붙은 채, 나와 시라이시를 번갈아보더니 묘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아카네.
시라이시도 그런 아카네를 보더니, 살짝 나에게 붙어왔다.
"보~아~하~니~ 츠무링의 방황이 끝난 것 같구만? 둘이 사이 좋아보이는데~?"
"방황이라뇨. 오해가 해결됐을 뿐입니다만."
분명 평상시같은 대화인데 전혀 평상시같지가 않아.
이게 말로만 듣던 여자들의 신경전인가...?
"그럴까나아? 뭐, 그럼 환영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나머지 잡담은 안에 들어가서 할까? 부실 놔두고 밖에 있기는 그러니까!"드르륵
"이게 뭐여!"
"......"
문을 연 채 굳어버린 아카네와 할 말을 잃어버린 시라이시.
부실 안에 무언가 조각상이 있는 것 같...
잠깐만, 조각상이 왜 있어.
심지어 만들어지고 있잖아?!
"모두 Welcome이에요!"
"로코, 이거 네가 만든 거야...?"
"네! 정확히는 Making하는 중이지만요."
>>+3 조각상의 생김새
(조금 입체파적으로)
@참고로 이 조각의 모양새는 복선입니다.
유명한 조각상들 중에서 이것과 비슷한 게 있었지, 아마?
...그건 이렇게 어딘가 비틀린 형상을 하고 있진 않았던 것 같지만.
"대단하네..."
그래도 역시, 잘 만드네.
"온전한 사람의 형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P 씨의 말에 동감합니다. 대단하긴 하네요. 현대 미술... 쪽의 어레인지 같은데..."
"이거 꽤 오래 걸렸을 것 같은데, 로코쨩, 이거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한 거야?"
"으음... I don't know예요. 이 Sculpture의 Making을 시작하니 Time을 Care할 수가 없어서..."
재능도 있고, 집중할 열정까지 있다니.
부러운걸.
>>+3 다음 상황.
뭐, 물어보기도 그러니까 가만히 있을까.
@성모가 되어버린 코로쟝
"왜 그러시나요? 호, 혹시 Roco의 Sculpture에 Problem이...?"
"아니, 그런건 아닌데..."
이 조각상, 왠지 모르겠지만 로코의 무릎에 내가 기대고 있는 형상처럼 보인단 말이지.
"으우우..."안절부절
뭐, 물어보기도 그러니까 가만히 있을까.
굳이 자의식과잉처럼 보일 이유는 없...
"근데 이 조각상, P쨩처럼 보이지 않아?"
나, 나만 그런 게 아니었...
...이게 아니지.
갑자기 왜 그걸 입 밖으로 꺼내는 건데!?
>>+3 로코의 반응
"......"화아악
날 모델로 삼아준 것은 정말 영광스럽지만, 그걸 당당하게 내 앞에서 이야기하면 어떻게 하니.
지금 얼굴 엄청 빨개졌겠지, 나...
"그렇다는데? P쨩."
"조용히 해라, 좀..."
"우으으..."
모델로 삼아준 것은 기쁘지만, 역시 부끄럽다고.
물론 본인 앞에서 그걸 말해버린 로코가 가장 창피하겠지만.
그건 그렇고, 저게 나를 모델로 했다면 저 여성의 조각은 정말로 로코를 모델으로 했다는 건가?
뭐, 미술가에게 있어선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지.
하지만 저런 연인같은 자세라니.
"......"쭈뼛
"그, 그래서 이 조각상은 어떻게 할 거야? 계속 부실에 놔둘 거야?"
차마 로코와 눈을 마주치며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 아뇨. Circle room에 display하기에는 너무 Huge하잖아요? 그래서... 그... Art contest에..."
아트 콘테스트?
아트 콘테스트라면... 미술 대회?
미술 대회에 출품할 작품이었다고?
"미술 대회라, 꽤 좋은 목표를 잡으셨군요. 그런데 조각상은 어떻게 가져가실 생각이시죠?"
"그거야 당연히 Circle room으로 Move시켰던 Sequence대로죠?"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만, 가져오실 때는 어떻게 가져오신 건가요?"
"치즈루 Teacher에게 부탁해서... 다른 Teacher들과 함께..."
...고생하셨어요, 니세레브쌤.
"으음..."
나를 모델로 한 조각상이 미술 대회에 나간다 이거지?
"......"
창피해! 부끄러워!
>>+3 다음 상황.
하지만 로코는 p에게 딱 붙어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에 바로 로코 루트!
조각상에서는 로코가 모성애의 상대였지만, 현실에서는 p가 모성애의 상대!
창피하긴 해도 응원해주어야 하는 일이야.
"로코 너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
왜냐면 로코가 자신의 미술을 인정해주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것이 나'라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잖아.
고독한 미술가로 남을 뻔 했던 후배가 자신의 미술관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전한다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응원해줘야지.
창피함은 그 다음 문제야.
"저도 P 씨와 같은 생각이에요. 로코 씨라면, 분명 모두를 놀라게 할 겁니다."
시라이시도 응원해주는 건가.
시라이시, 처음 로코의 작품을 보았을 때는 꽤 신랄한 독설을 날렸었는데.
하지만 시라이시는 언제나 진지하고, 또 비판해야 할 때 비판할 줄 알고 있으니까 저 말은 절대로 예의상 하는 빈말은 아닐 거야.
"아카네쨩이 도와줄 일은 없어? 아카네쨩도 이 훌륭한 조각상에 아카네쨩의 이름을 새기고 싶은데!"
"아, 아뇨! No thank you예요!"
"이 Sculpture는... Roco가 Roco를 위해 Sculpt하는 Roco만의 Art... 다른 사람의 도움은 받고 싶지 않아요!"
"아, 아카네쨩은 필요없는 거야?"
당당하게 자신의 결심을 선언하는 로코.
로코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존중해줘야겠지.
우리들의 격려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네.
"......"
"P쨩, 츠무링. 방해하지 말고 우린 이만 나갈까?"
"그래."
"제 생각에도 그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럼 결정. 가서 맛있는 거라도 사와서 나중에 로코쨩이랑 같이 먹자구."
조각상이 완성될 때까지는, 계속 로코를 응원해줄까.
격려로 네 뒤를 받쳐주는 정도는 거절하지 않을 거지? 로코.
"P 선배!"
"응?"
로코?
지금이 쉬는 시간이긴 하지만, 로코가 내 반까지 찾아온 것은 처음인데.
그러고보니 어제가 미술 대회였지.
좋은 소식이라도 가지고 온 걸까?
"Roco의 Sculpture... Masterpiece가 Art contest에서 Excellent한 Appraisal을 받았어요!"
"응? 걔잖아?"
"누구... 아, 쟤? 그렇네? 정말 걔네? 쟤가 왜 우리 반까지 왔지?"
로코를 알아보고 접근하기 시작하는 녀석이 두 명 있구만.
저 녀석들, 분명 미술이랑 관련된 동아리에 들어가있는 녀석들이었지, 아마?
"로코! 우리 미술부에 들어오지 않을래?"
"조각부 입부 제의는 벌써 거절했다면서?"
"므으으..."
스카우트 신청... 인가.
하긴. 놓치고 싶지는 않겠지.
미술이라는 것은 재능이 필요한 법인데,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을 발견했으니까.
로코와 함께 보낸 시간은 짧지만 그래도 꽤 정들었는데 말이야.
...거절해주면 좋으련만.
"로코 네 실력이라면 임원 정도는 쉽게..."
"Refuse예요. Roco는 앞으로의 모든 Love call을 Ignore할 작정이에요. Roco는 다른 Circle에 들어갈 생각이 없거든요."
"로코는 P 선배가 있는 그 Circle이 좋아요. 다른 Circle은... No thank you, 예요."찰싹
자, 잠깐만, 로코.
소중한 동아리원을 다른 동아리에게 빼앗기지 않는 것은 좋지만, 유대감을 너무 드러냈어!
네가 그렇게 말하면서 나한테 달라붙으면 다른 애들의 시선이...
"......"
"......"
아, 역시 안 좋아!
안 그래도 시라이시 때문에 애들의 시선이 이상한데 후배가 찾아와서는 달라붙어 있으니, 당연히 이상하게 보이겠지.
시라이시가 같이 있었다면 오해가 생기지 않을 텐데, 왜 하필 지금 없는 거냐고!
>>+3 다음 상황.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부실도 좁고 정식 동아리도 아니어서 지원도 못 받는 우리와 함께하는 것보단 지금 이 기회를 붙잡는 게 그녀의 장래를 위한 일이 아닐까.
내심 남아주길 바라면서도 이 생각을 로코에게 전하지만, 대답은 로코가 아닌 예상 외의 방향에서 들려왔다.
어느새 교실에 들어와 싸늘한 시선으로 둘의 밀착을 보고 있던 츠무기와 아카네의 정식 동아리로 승격 시켜줄 담당 선생님을 찾았다는 충격적인(?) 대답.
부원이 4명밖에 안되는 이 요상한 동아리를 담당해줄 정도로 적당적당하고 마이페이스한 4차원 선생이 대체 어디 있... 었다.
"......"수군
저 녀석들이 싸늘한 시선으로 쳐다보니까 오히려 진정이 되네.
뭐야, 이거. 기분나빠.
...아무튼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로코는 우리 동아리보다 다른 곳으로 들어가는게 로코한테 있어서 더 나은 길이 아닐까?
우리 동아리, 부실이 있다지만 꽤 비좁고 정식 동아리도 아니라서 지원도 받을 수 없잖아.
반면 미술 쪽 동아리는 지원도 받는데다 좋은 부실도 가지고 있으니, 로코가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공간이 될 테지.
"있잖아, 로코."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그 편이 더 나을 것 같아.
"우리 동아리는 정식 동아리도 아니잖아.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차라리 다른 동아리에 들어가는게 낫지 않을까?"
참 이기적이구만, 나도.
말은 이렇게 하면서 마음속으론 다시 한 번 우리 동아리에 남겠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다니.
"하지만...!"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걸?"
"아카네? 시라이시?"
어, 언제 온 거야, 이 녀석들은?
시라이시는 그렇다쳐도, 아카네는 왜...?
"......"째릿
시, 시선이 차가워.
"P쨩은 여러모로 죄가 깊단 말이지..."빤-히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알아주지도 않고 말이죠."째릿
"아무튼 그건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저희 동아리를 담당해주실 선생님을 찾아서, 곧 정식 동아리로 승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뭐?
부원이 4명밖에 안 되는 데다가 목적도 불명확한 이런 동아리를 담당하기로 한 선생이 있다고?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런 선생이 어디 있어?
니카이도 선생님은 로코를 위해 우리와 거래하느라 부실을 내어준 특수한 상황이었잖아!
그렇게 도움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담당이 된다니, 대체 누가 그래?!
"...그게 누군데?"
"레이카 선생님이요."
"하아아!?"
어쩐지!
>>+3 다음 상황.
"겍!"
하, 하필 이 선생이라니...
그렇지. 아카네랑 시라이시는 아직 이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
"진짜로? 뿌뿌카쌤이라고?"
"쟤네 동아리 이제 망한거 아냐?"
다 들린다!
...키타카미 레이카. 통칭 뿌뿌카쌤.
니카이도 선생님과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선생으로, 담당과목은 음악.
왜 뿌뿌카쌤이라는 별명이 붙었는지는 이 학교의 미스테리 중 하나.
다른 미스테리는 마술사 유령이나 공포의 요리부원, 구멍 파는 여자아이같은 괴담뿐이지만 이 미스테리는 실체가 너무 명확하단 말이지...
...문제는 미스테리한 별명은 신경조차 쓰이지 않을만큼 이 선생이 4차원이라는 것.
뭐, 좋은 사람이라서 학생들에게 인기는 좋지만... 너무 엮이면 피곤한데.
왜 하필 당신이냐고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래도 감지덕지, 받아들일 수밖에.
"안녕, P군!"
...벌써부터 피곤해.
방과후, 우리들의 부실.
정식 동아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로 부풀어 뿌뿌카쌤을 환영하는, 조촐한 파티를 준비한 우리들.
그런데...
"자, 인사하렴!"
...약속시간에 늦더니만 웬 학생 하나를 데려오다니.
대체 어디까지 종잡을 수 없는 거야, 이 선생.
>>+3 입부당한(?) 학생
연애 노선은 3차선까지.
아카네, 시라이시 양, 로코 양으로 진히로인 후보 모집은 끝!
줄리아 양을 엮어넣기 좋은 타이밍이었지만, 여기 이 부분은 앵커 분들의 손에.
"오오옷! 새로운 부원인가!"
마카베의 인사.
그 뒤에 이어진 우리들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나서, 드디어 파티 시작.
"이제 저희 Circle도 Legally circle로 Approval받을 수 있는 건가요?"
"응, 응! 그렇게 되면 지원금도 나온다고?"
"지원금이라..."
새로운 부원에 담당 선생님까지 생기니, 분위기가 활기차지네.
"......"
그런데 마카베는 혼자 멀찍이 떨어져서 가만히 앉아만 있네. 표정도 없고.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가. 아직 여기에 익숙하지 않을 테니까.
...뿌뿌카쌤의 권유라면 정상적인 권유가 아니었을 테고, 또 그렇게 들어온 동아리가 이렇게 이상한 동아리라니, 나라도 어색할 거야.
말이라도 걸어볼까.
"여기 앉아서 뭐 해?"
"아, P 씨."
"아직 꽤 어색하지?"
제발 이 말 때문에 역효과가 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낯선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은걸.
"...방금 '표정은 그렇지 않다'. 고 생각하셨죠?"
"어, 어? 그, 그러기는 했지만 딱히 그러지는..."
뭐라는 거냐, 나!
"놀라실 것 없습니다. 저는 감정을 나타내는데 서툴러서, 그런 소리를 자주 들으니까요. ......추욱."
그냥 표정을 못 지을 뿐이었나.
지금 보니 약간은 표정이 변한 것 같기도.
음, 기분 탓이려나...?
+3 다음 상황.
일단 새로운 부원도 오고 레이카 선생님도 고문이 되었으니까, 노래방이라도 다같이 가는게 어떻냐고 물어본다.
...선생님이 더 가고싶어하는 건 기분 탓인가?
"주인공이 빠진 파티는 있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미즈키 씨도 어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자리에서 일어서, 탁자로 향하는 미즈키.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이지만, 그만큼 목소리와 말투, 행동에서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감정이 배어나오는 것처럼 보이네.
"P 선배도 어서 오세요!"
"알았어, 알았어."
읏차.
"그래서, 정식 동아리 허가는 언제쯤 날 것 같아?"
"이르면 내일쯤 날 것 같아요. 그 때부터는 다른 동아리들과 마찬가지로 회의에 참석할 권한을 얻고,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죠."빤-히
"그래, 그렇단 말이지..."빤-히
"왜, 왜 둘 다 아카네쨩을 보실까?"
몰라서 묻냐.
이 동아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이 그걸 모르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부장이시잖아요."
"네가 부장이니까."
동시에 나올 정도로 뻔한 대답인데, 넌 왜 그걸 모르는 거냐.
"하, 하지만 아카네쨩 그런 쪽에는 소질 없다고?"삐질
...아니, 정말로 이 녀석이 몰랐겠어?
아카네 녀석이라면 알면서도 책임 회피를 위해 모른척했겠지.
그나저나 저런 일들은 부장이 도맡아서 해야 할 텐데.
정말로 어쩌냐, 우리 동아리.
"에이, P쨩! 츠무링! 그런건 이런 축하할 순간에 꺼낼 만한 이야기가 아니잖앙~? 지루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지금은 놀자고, 놀아!"
"그렇지! 이 다음엔 다같이 노래방이라도 갈까? 레이카쌤이 고문으로 들어온 것과 새로운 부원이 입부한 것을 축하하기에는 너무 판이 작잖아!"
말 돌리는게 뻔하지만... 그렇지. 지금은 놀기도 바쁜데 그런 일을 꺼내긴 좀 그래.
나중에는 아카네와 진지하게 상의해봐야겠지만, 지금은 놀 때야.
이 동아리는 아카네가 만든 동아리. 다른 사람을 부장으로 세울 순 없으니 그 때는 정말로 따끔하게 말해둬야겠어.
"네! 네~! 선생님도 노래방에 찬성!"
"노래방... 인가요. 기대되네요. ......두근두근."
"A... Ahaha... Seven..."
로코는 노래방이라니까 7점의 그 패배가 생각난 모양이네.
아, 그러고보니 그 때 시라이시가 대결에서 이긴 보상으로 잡았던 약속이 아카네와의 그 일 때문에 흐지부지됐었지.
내가 먼저 시라이시에게 다시 이야기를 꺼내기도 좀 그런데,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P 씨. 저번의 약속 건에 대해서입니다만, 귀가하기 전에 모쪼록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소곤
"응. 얼마든지."소곤
흠, 타이밍 좋게 시라이시 쪽에서 이야기를 꺼내왔네. 좋아. 걱정 끝.
아마 시라이시도 노래방이라고 하니 그 때 그게 기억났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약속 내용이 분명...
...시라이시의 집에 초대받은 거였지.
나를 좋아하는 여자애의 집에, 그것도 단 둘이 있게 된다니.
...으음.
아아, 젠장! 나중에 생각하자! 한창 혈기왕성할 남학생의 머리로는 이상한 상상밖에 되질 않아!
"그래서, 노래방에는 언제 가?"반짝
"레이카쌤. 노래방은 우리들이 전면전을 치룰 장소. 하지만 아직 우리들의 전초전은 끝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늦게 가면 코타츠가 없어지잖아?"
"...어잉?"끔뻑끔뻑
...원래 노래방에는 코타츠가 없어요, 선생님.
>>+3 다음 상황.
레이카선생님을 필두로 모두가 즐겁게 놀고 있는데, 웬 녀석들이 시비를 걸어왔다!
...그런데 그 옷, 나와 아카네가 졸업한 중학교 교복인데.
지난번의 굴욕에 대한 설욕전을 하고 싶은지, 또다시 점수 대결을 해보자는 아카네.
P는 안 좋은 예감만 느끼지만, 눈을 반짝이며 흥미를 보이는 미즈키와 지나치게 신난 레이카 앞에선 반대할 수 없었다.
"모두들 아카네쨩에게 주목, 주목!"
"오야오야? 다들 갑자기 왜 그러냐는 표정이구만요? 신나게 놀기 전에 분위기 깨지 말라는 생각은 하지도 말고 지금은 우선 아카네쨩의 말을 들어보시라!"
갑자기 뭐야, 아카네.
"우리 동아리는 한 가지 전통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노래방에 오면 점수 내기를 하는 것! 내기에서 우승한 사람은 무려! 한 사람을 골라서 자신의 소원 한 개를 들어주게 할 수 있다는 말씀!"
이번이 겨우 두 번째잖아.
뭐, 지금부터 만들어나갈 전통이라는 의미라면 틀린 말은 아닌가.
아카네는 그냥 되는대로 내뱉은 말이겠지만, 이런 면에서도 말이 되네.
한 신생 동아리의, 노래방에서 시작되는 전통이라.
꽤 유쾌하려나.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매우 불길한데.
저번에도 날 상품으로 내걸었으니, 아마 이번에도 그럴 거란 말이지.
아카네의 입장에서는 예전의 낮은 점수를 설욕하고 싶을 테고, 또 나와 데이트할 명분도 얻고 싶을 테니 분명 그렇게 나올 테니까.
"과연... 그거 재밌겠군요. 왠지 이 동아리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안 질 거라고."
"우후훗. 무슨 소원을 빌까나?"
이렇게 흥미로워하는데 차마 반대할 수도 없고.
그래도 이번에는 꼭 내가 아니어도 되니까, 뿌뿌카쌤이나 로코, 마카베, 아니면 내가 우승하면 되잖아?
그러니 아무 말 하지 말자.
"이번에도 승리는 제가 받아가기로 하죠."자신만만
"그 때는 기계가 이상했던 거라고, 츠무링! 이번에는 절대로 안 질 테니까!"방방
"Roco... 더 이상의 Defeat는 싫어요! 그러니까, Victory를 향한 Roco의 Burning heart, 보여드리도록 하죠!"
"어떤 곡을 고를까나~"
"......힘내자고, 미즈키."
괜히 이상한 말로 이 분위기를 깨고 싶진 않으니까.
>>+3 다음 상황.
어딜 어떻게 봐도 너한테 유리하게 하려고 하는 거지, 아카네?!
낮은 점수?
...어딜 어떻게 봐도 너한테 유리하게 하려고 하는 거지, 아카네!?
하지만 이번에는 수긍해주는게 좋겠지.
애초에 내가 꺼내려던 말이었으니까.
...뿌뿌카쌤, 노래방에서 뭘 불러도 100점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었으니 말야.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1 P의 점수
>>+2 아카네의 점수
>>+3 츠무기의 점수
>>+4 로코의 점수
앵커를 5개나 걸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마카베 양은 나중에 제가 굴릴 생각입니다.
나도 몇 번이나 날려먹었지...(급아련)
티나지 않게 최대한 대충 부른 결과 내가 얻은 점수는 35점.
낮은 점수지만, 아직은 방심할 수 없다.
"이거 강적인걸? P쨩, 무시할 수 없겠어. 더 낮은 점수가 나오도록 아카네쨩도 노력해야겠는걸?"
"Roco는 Seven point도 얻어봤으니까... 분명 Much low한 Point를 얻어 Lose, 아니, Victory할 수 있어요!"
내기 때문에 지고 싶어하는 상황이라니.
이거 뭔가 기분이 이상한데.
"그럼 다음은 제 차례로군요."
"엥? 아카네쨩의 차례 아니었어?"
"제 기억으로는, 시라이시 씨의 차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호기롭게 나선 츠무기의 점수는 22점.
분명 저번에 노래부를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낮은 점수가 나오다니.
꽤 대단한걸. 나는 대충 불러서야 35점이 나왔는데.
잠깐만.
생각해보니까 나 저번에도 30점 근처 아니었어?
전력으로 부른 것과 대충 부른게 비슷한 점수라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이거? 누가 기계 조작하는거 아냐?
"20점대의 점수라니... 이건 정말 대단한데. 아카네쨩, 핀치...!"
"호락호락하지는 않네, 시라이시도."
"꽤 잘 부른 것 같았는데 이런 점수라니, 분명 오렌지가 부족해서 그런 거야! 힘 내렴!"
다음은 로코의 차례.
그리고... 19점.
어떻게 점점 더 점수가 낮아질 수 있지?
정말로 누가 조작한 거 아니야, 이거?
"Nice예요!"
"3점 차이로 패배라니... 크윽!"
"이제는 10점대인가."
"P쨩은 저번에도 이번에도 30점대였지만 말이지?"
조용히 해...!
"그럼. 다음 차례는 저인가요."
"드디어 저의 차례가...... 반드시, 패배를."
뉴 페이스, 이번 파티의 주인공의 노래.
얼굴과는 영 매치가 안 되는 높은 톤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꽤 좋네.
물론 점수는 35점이라는 낮은 점수였지만.
아니, 높은 점수인가?
헷갈리네.
"35점이네요. 꼴등입니다. ......분해."
"그래도 점수 자체는 가장 높잖아?"
"...그렇네요. 35점... P 씨와 같은 점수로군요."
"......"
"......"
아카네와 시라이시의 시선이 뜨거운데.
점수는 내가 어쩔 수 있는게 아니잖아... 좀 봐줘...
"드디어... 드디어 아카네쨩의 차례인가!"
"잘 해보라고. '전' 꼴등."
"헤헹~ '전' 꼴등이 이번에는 승리 플래그란 말씀! 규칙이 뒤집힌 지금은, 이 아카네쨩이 넘버 원이라는 것이지!"
아카네의 점수.
...10점.
얘 정말로 노래 관련해서 마가 낀 게 아닐까 싶은데.
"예에! 10점! 이걸로 아카네쨩, 1등!"
"Roco보다 Nine point나 Low한..."
"이번에는 완패인가요. 하지만 저는 이미 쟁취해낸 것이 있으니 아쉬움은 없습니다."
"꼴등 축하해! 어라? 1등을 축하한다고 해야 하나?"
"그럼 이제 레이카 선생님, 노래하겠습니다~"
...100점.
소문, 사실이었던 거냐.
"으응? 너무 힘내버렸나?"
"괴, 굉장해..."
"...아카네쨩, 역시 낮은 점수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
레이카 선생님, 정말 노래 잘 부르시네.
그나저나 결국 승리자는 10점의 아카네인가.
저 녀석이 나에게 뭘 부탁해올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데.
...물론 뭘 부탁해오건 대부분은 받아주겠지만.
>>+3 다음 상황.
음, 집에 초대해서 부모님과 만나는 걸로 할까.
@저는 아카네 루트로 갈 겁니다.
예를 들어 유원지라던가.
"축하드립니다, 노노하라 씨. ......부러워."
"다음엔 안 질 거니까요, 아카네 부장."
"Next time에는 Roco도 Perfect하게 Victory할 테니까요!"
모두들 축하해주면서도 전의를 불태우는구나.
시라이시는 특히 그 전의가 무섭게 느껴지는데.
"자, 패배한 모두는 벌칙으로 지금 이 순간을 멋지게 즐길 것! 물론, 이건 소원이 아니라 권유니까 오해하지 말라구?"
아카네의 권유 아닌 권유에, 모두 다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서로 이야기하며 떠들썩하게 노래방을 즐기기 시작했다.
정작 즐기라던 본인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아, 문자 왔다.
누구한테 온 거지?
[쨔라쟈란~♪ 이 메일을 받았다는 것은 아카네쨩의 소☆원에 당첨되었다는 것!]
[행운의 주인공에게 부탁할 소원은 P쨩이 츠무링과 함께 갔던 곳보다 더 크고! 더 대단하고! 더 재밌고! 물론 그만큼 더 비싼곳에서 아카네쨩과 함께 데이트해줄 것! 예를 들면, 유원지라던가? 아니면 레스토랑으로 골인하는 데이트 풀코스라던가? 아카네쨩은 오픈 마인드로 기다릴 테니 선택은 자기 자신이 알아서 할 것!]
왜 휴대폰을 들여다보나 했더니, 나한테 메일 보내고 있었냐.
뭐, 그리 어려운 요구도 아니네.
내 지갑 사정으론 데이트 풀코스는 무리지만 그래도 좋은 곳에 한 번 데리고 가야겠다.
어디가 좋으려나...
>>+3 다음 상황.
그래도 유원지를 세트하겠습니다. 분위기가 좋아질 수는 있으니까요
앵커는
니세레브 쌤이 로코와 잘 어울려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유명한 유원지 티켓 자유이용권 2장을 선물로 준다.
로코와 가야 하느냐고 물어보았지만, 그건 나보고 선택하라고 하는군.
...아카네와 가자.
노래방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려는 나를 불러세운 시라이시.
"오늘은 재미있으셨나요?"
"무척 재미있었지."
내 옆에서 함께 걷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다.
"저번의 그 약속 말입니다만, 내일 시간 되시나요?"
"아마 될 것 같은데."
"그럼, 내일은 같이 귀가하시지 않겠습니까? 그 편이 덜 번거로울 것 같은데요."
이거 참, 애들의 눈초리가 더 싸늘해지겠네.
하지만 덜 번거롭다는 말은 사실이니, 그렇게 할까.
내가 언제부터 애들 눈초리를 신경 썼다고.
"그래. 내일은 그렇게 하자."
"네."
"아직은 가는 길이 같나보네요. 조금은... 더 같이 걸을 수 있겠어요."
낭만적이긴 하구만. 이야기를 나누며 밤길을 걷는 이런 상황은.
미소짓는 네 얼굴을 보면, 아마 지금은 너한테도 낭만적인 시간인 것 같네.
그럼 어디 한번 깜짝 선물을 줘 보실까.
"집까지 바래다줄까? 혼자 가면 위험하잖아."
"네? 그, 그래주신다면 감사하지만..."
쑥스러워하긴.
사실 나도 쑥스럽지만.
"좋네요. 이렇게 걸으니까."
하늘을 바라다보며 표정을 숨기는 시라이시.
가로등 불빛에 비춰진 그녀의 귀 끝이, 붉게 보인다.
"부르셨나요, 니카이도 선생님?"
"어서 오시와요, P 군."
다음 날, 어쩐 일인지 나는 니세레브 선생에 의해 교무실로 불려오게 되었다.
잘못한 일? 없다.
사고친 사람을 헷갈렸다? 학생 얼굴을 다 기억하는 사람인데 설마 사람을 헷갈리겠어?
대체 내가 왜 여기까지 불려온 거지?
"여기, 작은 성의에요. 받아가세요."
봉투?
돈은 아닌 것 같은데, 뭐가 들어 있는 걸까.
"이게 뭔가요?"
"유원지 티켓이랍니다."
유원지 티켓?
어디 보자... 이거 꽤 유명한 유원지의 티켓이잖아?
그것도 두 장씩이나 들어 있네.
"이걸 왜 저한테...?"
"그간 코로쨩... 아니, 로코과 잘 지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드리는 선물이랍니다."
"로코가 저희 부에 잘 적응해준 거지, 제가 한 일은 별로 없는데요?"
"아뇨. 코로쨩이 P 군에 대해서 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런 이야기는 절대로 안 나올 거예요."
로코가 니카이도 선생님에게 내 이야기를?
대체 뭔 이야기를 들었길래 이런 선물을 선뜻 줄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한데...
"뭐라고 했는지 궁금한 표정을 하고 계시지만, 가르쳐드리지 않을 거랍니다. 세레브의 입은 비밀을 지키는 입이지, 내뱉는 입이 아니거든요."
...신경 쓰여.
"로코와 같이 가면 되나요?"
"아뇨. 꼭 코로쨩... 로코와 같이 갈 필요는 없어요. P 군이 함께 가고 싶은 사람과 가도록 하세요. 그 티켓은 순수한 성의의 표시지, 로코와 놀아달라고 P 군에게 지우려는 짐덩어리가 아니니까요."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을 굳이 꼽는다면... 역시 아카네일까.
아카네의 소원을 들어주기에는 좋은 기회니까 말이야.
"감사합니다. 이 티켓은 잘 쓰겠습니다."
"잘 써준다면 저도 고맙죠."
"...부디 앞으로도 코로쨩과 잘 지내주세요."
"네."
이 정도라면 아카네를 기대하게 만들어도 괜찮겠지.
...이거 나까지 기대되는걸.
>>+3 다음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