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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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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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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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풀려난 카나하는 한숨을 쉬면서 구해주지 않았던 아스카에게 시선을 던진다.
아스카도 솔직히 찔리는지 시선을 피하고...
타치바나에게 떠넘기지 않고 어떻게든 버텨볼 생각으로 온 몸을 긴장시키고 있을 때, 프레데리카가 돌연 떨어져서 가만히 나를 바라만 보기 시작했다.
나를 괴롭히기 시작할 때만큼이나 재빠르게 변한 그녀의 행동에, 우리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되었다.
"가,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건가요?"
"짜쟌~ 장난이었습니다~ 라는 결말! 어때?"
보다 못한 타치바나가 약간 경계하는 투로 말을 걸고서야, 그녀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어이없지만 이상하게 납득되는 말과 함께.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야.
"후우…"
내가 한숨을 쉬게 만드는 원인, 나를 도와주지 않은 잔혹한 연인.
나는 그녀에게 시선을 던져,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아스카에게는 그것이 꽤 큰 부담이었는지, 그녀는 잠깐 맞추던 눈을 옆으로 슬쩍 돌렸다.
…시선, 피했겠다?
장난기 섞인 복수심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나도 당할 뻔 했으니까, 아스카 너도 당할 뻔 하는게 좋겠지.
내가 느꼈던 무력감을 어디 한 번 느껴보라고. 흥.
+3 그런데 어떻게 아스카를 골려주지?
나는 기합과 함께 아스카에게 안겨들었다.
시선을 피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처가 늦은 아스카는 그대로 앉아있던 소파 위로 벌렁 넘어져, 탐스러운 입술을 무방비상태로 노출했다.
"어, 어이. 카나하. 장난이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아무리 사이가 좋다고 해도 이런 장난은…"
당연히 장난으로 끝내지.
내가 미쳤다고 이런 상황에서 키스를 하겠어?
하고 싶어도, 꾹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어떨까나?"
하지만 넌 그걸 모르잖아.
모르는 동안은, 괴롭힐 수 있잖아?
이런 취미는 없지만, 먼저 시작한 사람은 너니까.
"장난일까나, 아닐까나?"
+3 아스카는 어떤 대답을 할까.
아리스 " ////두 분 다 사무실에서 뭐하는 건가요!!! "
아스카 " 나는 아무 것도 안 했다만..."
후레 " 후렐레~ 둘 다 엄청 사이좋네 후레짱 깜짝 놀랐어! "
역시 이런 뻔한 장난으로는 안 낚이나.
이거, 왠지 분한 감정이 끓어오르는걸.
다음엔 어떤 장난을 쳐야 아스카가 저렇게 여유롭지 못…
"두, 두 분 다 사무실에서 뭘 하시는 건가요!'
이것 봐라?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은 방금 그걸 장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우리 둘이야 서로 장난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망정이지만, 타치바나는 우리의 애정 표현을 몇 번 목격한 적이 있으니까 장난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겠지.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다만."
졸지에 누명을 쓴 아스카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일단은 이 정도로 봐줄까.
억울해하는 아스카의 얼굴도 꽤나 희귀… 하니까.
"후렐레~"
생각에 빠져 있을 때, 특이한 감탄사가 들려오며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일깨웠다.
"둘 다, 엄청 사이 좋네? 후레쨩 깜짝 놀랐어!"
"일단은 같은 유닛이니까요."
"함께할 기회도 많았으니, 가까워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나."
"자, 자. 잡담은 그만 하고 일로 돌아가자고."
아, 맞아.
우리, 토크쇼 연습하고 있었지?
+3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리고보니 아스카하고 프레데리카니까 도움 안 되는건 똑같네... 라고 자각한다.
자신이라면 연습이 가능할거라면서 한번 해보자고 하는 아리스.
@한명은 프레데리카에 한명은 중2병이라구요. 도움이 될리가...
프로듀서의 '일'이라는 말에 바로 관심을 보이는 타치바나.
생각해보니, 타치바나는 은근히 프로듀서를 따르는 것 같았지.
몇 번 보지는 못했지만.
"그게, 나랑 아스카가 토크쇼에 나가게 되어서 말이야. 그걸 연습하려고 했어."
"토크쇼 연습이라고요? 카나하 씨. 이 인원으로 그게 정말 될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그렇게 말해도, 애초에 내 의견이 아니었단 말이야.
프로듀서가 제안한 일이었다고.
억울해.
그래도… 타치바나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또 아닌 것 같다.
아스카와 프레데리카.
조금 전에도 겪었듯이, 전혀 연습이 되지 않았지.
"하지만 저라면 카나하 씨의 상대로 충분할 것 같은데요."
"와오~ 아리스쨩, 대담한걸? 방금 그걸 보고도 대쉬라니!"
"타치바나입니다! 하아, 정말…"
방금 그거라니.
뭔가, 이상한 쪽으로 생각이 확장되어간다.
"알았어. 그게 좋겠네. 내가 뭘 가릴 처지도 아니니까."
"참, 아스카 씨는 같이 해도 좋아요. 하지만 프레데리카 씨는 절대 안 돼요."
"너무해!"
"아스카 씨는 같이 토크쇼에 나가셔야 하지만, 프레데리카 씨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프레데리카 씨가 끼면 제대로 진행이 되질 않는다고요!"
일을 생각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심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독설.
"하지만 토크쇼잖아?"
"토크쇼라고 아무 말이나 하면 되는게 아니라고요."
프레데리카의 반응이 걱정되었지만, 의외로 둘은 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마치, 악우처럼.
저런게 미운 정이 든다는 것일까.
+3 타치바나는 어떤 식으로 나를 지도해줄까.
아리스 정확한 지적..
"그, 그렇지."
분명 이건 상식이다.
상식일 텐데, 왜 이런 당연한 사실을 알려주는 타치바나가 엄청나게 똑똑한 것처럼 보이는 걸까.
아스카도, 프로듀서도, 프레데리카도 꺼내지 않은 이야기라서 그런 걸까.
"그럼, 언제 하는 토크쇼인지 알려주세요. 일단 심야는 아닐 것 같은데."
"심야는 당연히 아니지. 저녁쯤에 하는 토크쇼야. 특별 게스트이자 진행자로는 노노가 나오기로 했고, 다른 참가자들은…"
"노노 씨가 진행자라고요?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그거 잘 될까요? 어떻게 보면 프레데리카 씨보다 더 문제가 될 것 같은데요."
난색을 표하는 타치바나.
"노노 씨랑 토크쇼는 잘 안 어울리잖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걔 프로듀서한테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까 그런 일을 가져다줬겠지."
"이건… 어떤 화제가 나올지 잘 모르겠네요. 기본적으로는 유머러스한 말들이 나오겠지만, 진행자가 노노 씨라서… 물론 노노 씨가 관심가질 만한 주제를 생각해볼 수도… 우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까요?"
뭐랄까, 이제서야 일이 시작되었다는 느낌이네.
"다른 참여자는…"
+3 토크쇼에서 얼굴을 보게 될, 또 다른 사람.
"그렇네요. 그 두 분이라면 만약 진행에서 실수가 생겨도 린 씨가 커버해주실 테니까 별 문제는 없겠어요. 아마 특이한 질문은 나오지 않을 것 같으니, 기본적인 사항들만 연습해보면 되겠죠?"
"나도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건 카나하가 질문에 잘 대답할 수 있게 되는 거니까 다른 질문도 연습해보는게 어떨까 싶은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예전에 생각하던, 프로듀서와 아이돌의 대화는 꼭 이런 모습이었지.
난 타치바나만큼 열심히 하고 있는 걸까…?
"카나하 씨."
"으, 응?"
"우선은 자기소개부터 연습해보기로 할까요."
자기소개라니.
그런 거, 그냥 하면 되는거 아니야?
"그냥 하면 되잖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냥 소개만으로 때울 셈이신가요?"
"카메라 앞에 선 아이돌의 자기소개는 조금 더 심오한 개념이다, 카나하."
그냥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일단은 타치바나의 레슨에 따라가볼까.
"우선은, 어, 해볼게?"
"네. 저도 우선은 듣고 판단해볼게요."
+2 (주사위)나는 내 소개를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3 타치바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아…"
어쩐지 긴장되어, 더듬어버린 자기소개.
불안정한 소개를 채 마치기도 전에, 타치바나의 한숨이 날카롭게 끼어들었다.
"합격이네요. 이게 만약 입학 첫날에 반에서 하는 자기소개라면 말이죠."
반어법. 그리고 독설.
"저기, 카나하 씨. 긴장하신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있어요. 저희는 일반인이 아니라 아이돌이에요. 아이돌에게 있어서 자기소개란 자신을 짧게 축약해서 사람들에게 기억시키기 위한 거지, 그냥 알아야 할 사항을 늘어놓는게 아니라고요."
"미, 미안."
"저한테 사과하실 게 아니죠. 그걸 염두에 두고 자기소개를 해 보세요."
그걸 염두에 두라고 해도…
타치바나가 말한 대로 일반적인 자기소개밖에 경험이 없다고, 나는.
오디션에서도 이렇게 넘어갔었고…
결국 지금까지 자기소개가 필요한 부분은 별로 없었으니까.
"아리스, 꽤 무서운걸."
"내가 담당한 아이돌 중에서 일에 대해서는 가장 열심인 애니까 말이야."
"다, 다 들리거든요! …크흠. 아무튼, 시범을 보여드릴게요."
+3 타치바나의 시범은… 과연 어떨까.
오늘은 이 토크쇼에 출연하게 되어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한명의 어른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거겠죠.
아이라고 우습게 보지 말아주세요. 어설픈 논리를 펼친다면 제 손으로 논파해 드릴테니까요. 그럼, 그와 별개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좀 똑부러진 인상을 주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저도 자기소개는 일반인 미만이에요...
전혀 긴장하지 않은, 깔끔한 소개였다.
그러면서도 도입부만으로 자신의 스타일과 성격 등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의 축약어.
"현재 아인헤리어 등의 유닛에서 활동하고 있씁! 아야야…"
한창 자기소개를 해나가던 타치바나가, 갑자기 발음을 무너뜨리며 자신의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아무래도 혀를 씹은 것 같다.
의외네. 긴장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사실 긴장하고 있었다니.
하지만 긴장하면서도 저런 수준의 자기소개를 하는 걸 보면, 나는 아직 멀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리스쨩, 괜찮아?"
"아, 네. 단순히 혀를 살짝 씹었을 뿐이에요. 괜찮습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그리고 타치바나입니다."
아리스는 긴장한 모양이었지만, 덕분에 내 긴장은 풀린 것 같았다.
좋아, 그럼. 다시 도전해볼까.
+2 (주사위)다시 도전한 나의 점수는.
+3 타치바나의 반응.
긴장하지도 않았고 말실수도 없는, 나만의 자기소개.
"으음…"
하지만 타치바나가 보기에는 미묘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는 것 같았다.
내 생각에는 잘 해낸 것 같은데,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아까보다는 한결 낫지만, 그래도 아직 부족해요. 카나하 씨, 카나하 씨는 분명 '귀여운 아이돌' 노선이었죠?"
그랬었지.
내가 원하는 노선은 쿨한 아이돌 쪽이었지만.
아, 그렇구나.
내 자기소개에는 그런 점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구나.
긴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만 신경 쓰다보니,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빼먹어버렸어.
"그렇네. 미안, 다시 해볼게."
귀여운 자기소개라.
행동과 말은 많이 생각나고 있지만, 정작 그 다음이 문제다.
차라리 무뚝뚝한 자기소개라면 부끄럽지 않겠지만, 귀여운 쪽이라니.
그걸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해야 한다니.
그래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니까.
"후우…"
숨을 고르고, 단어를 정하고, 행동을 생각하고.
+3 어떻게 나를 소개하는게 좋을까?
그런 카나하를 보고 아리스는 참고삼아 인터뷰 영상이라던가 찾아보라고 한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들 중에선 그런 사람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귀여운 아이돌을 만나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야, 니나는 엄청나게 귀여우니까.
하지만 그 귀여움은 내가 모방할 수 없는, 어린아이 특유의 순수함에서 오는 귀여움.
롤모델로 삼을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의식하면서 하려니 어렵네. 참고할 사람도 딱히 없는데…"
"프로듀서, 어디 적절한 사람 없나? 네 인맥이라면 도와줄 사람을 한둘쯤은 찾을 수 있을 텐데?"
"지금은 무리. 다들 한창 바쁠 시기라."
곤란하네.
그렇다고 조금 전처럼 '귀여움'이 담기지 않은 인사를 할 순 없는 노릇이잖아.
"참고할 사람이 없다면 인터뷰 영상이라던가, 아니면 인터넷 영상이라던가 그런 건 어때요?"
"과연…"
그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네.
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보고 나한테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좋아, 그렇게 해 볼까.
+3 내가 보게 될 영상.
여, 여기까지만 보자.
"바, 방금건 뭐였나요, 프로듀서."
"사토 신의 자기소개 영상. 어때? 참고가 됐어?"
이런건 무리. 이런건 정말 무리.
방금 전처럼 아양을 떨어가며 애교부리는건 절대 무리야.
"아, 아뇨. 좀 더… 그, 자연스러운 소개 영상은 없나요?"
"왜? 시도해보는게 좋지 않겠어?"
"맞아요. 아직 어떤 방식이 카나하 씨에게 맞는지 알 수 없으니까, 여러 가지 방식을 시도해봐야 한다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프로듀서는 날 놀리려는 것 같은데, 타치바나마저 프로듀서를 거들 줄이야.
하지만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한 명 쯤은 있겠지.
"…흠, 보고 싶은걸."
"프레쨩도 찬성!"
없는 건가.
+1~3
1. …어쩔 수 없네. 해볼까.
2. 하지만 이건 절대 아니라고!
@다들 우즈키라던가 치에리라던가 있을텐데... 핀포인트로...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실패할 가능성이 9할은 될 것 같다..
"쳇. 아쉽군."
아스카, 너는 아쉬울지 몰라도 나는 하나도 안 아쉽다고.
게다가 이건 실제로 토크쇼에서 해야 할 자기소개를 연습하는 거잖아.
그런데 저런 캐릭터도 아닌 내가 저런 소개를 했다간 방송사고가 나고 말 거라고.
네, 네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역시 안 되는건 안 돼.
"그럼, 다른 영상을 볼까요?"
다음 영상은 좀 더 정상적이라면 좋겠는데.
[시마무라 우즈키! 17살이에요! 아이돌로서 제가 짓는 웃음을 팬 분들에게 나눠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에헤헷. 앞으로도 더 많이 노력할테니, 지금도, 미래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와아…"
밝다.
밝은 웃음과 밝은 태도.
모든 것이 밝다.
밝아서, '귀여움'보다는 오히려 다른 쪽에 어울릴 듯한 자기소개.
나, 이 사람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은 모습도 꽤 밝았는데, 지금 이 모습은 더더욱 밝네.
"어떠신가요?"
"한 번… 해볼까나."
이런 밝은 쪽의 귀여움이라면 나도 할 수 있을지 몰라.
"후우…"
다시 한 번, 숨을 고르고 나서 세상에 내보일 말을 준비한다.
"제 이름은 에토 카나하!"
밝은 모습과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담긴 표정.
사람들이 대견하게 여길, 그런 귀여움을 가진 동경하는 여자아이.
"아직 데뷔 초기라 여러모로 미숙하지만, 그래도 노력하면서, 아이돌 활동에 대한 보람을 느껴가고 있어요. 앞으로도 절 지켜봐주세요!"
과연, 내 '귀여움'은 그런 모습으로 전해질 수 있을까.
"흐음… 프로듀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 나보다는 아스카의 눈이 더 정확할 것 같은데? 어땠어, 아스카?"
"미묘하군."
아스카에게서 나온 말은 나의 노력을 모두 찢어내는, 그런 말이었다.
이걸로는, 안 되는 건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카나하의 귀여움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서 말이지."
"그래? 그렇다면 네가 생각하는 카나하의 이미지는 어떤데?"
이상하게도, 아스카는 내 노력을 부수고 나서 미소를 띈 채 나를 바라보며 격려하듯 말했다.
그리고 그런 아스카의 말을 받아주는 프로듀서.
이걸 노리고 아스카에게 물어본 거였을까?
분명 그렇겠지.
+3 아스카가 생각하는, 나의 귀여움.
그래서 자기소개가 다들 뭔가 빠져있다고 생각할지도...
하지만 자기소개로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니다..
행동에서 나오는, 자기 자신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귀여움?
내가 정말로 그런 귀여움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는 동안, 아스카는 이야기를 더 길게 이어나갔다.
"자기가 연상이라는 것에 실없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언니 취급을 받고 싶어한다던지, 카나하 너는 부정할지도 모르겠지만 묘하게 소심하고 약해서, 가까이에서 살펴주고 싶은 점이라던지… 내가 보는 카나하는 말로서 자신을 귀엽게 포장할 수 있는 부류가 아니다. 행동으로서 보여줘야 하는 쪽이지. 그렇기 때문에 자기소개로 보여주기에는 어렵다고 생각되는군."
아스카의 꾸밈없는 생각. 그녀가 생각하는 나의 귀여운 점.
말만 들으면 나의 행동을 꼬집는 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나에겐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에 담긴 애정을, 자신이 좋아하는 나만의 '귀여움'을 말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애정어린 목소리.
어쩌면 나만이,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나만이 알아차렸을지도 모르는 그 애틋함의 변호를, 그 말은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그녀의 진심을 의심하지 말라는 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나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런 말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해버리면, 부끄럽잖아.
"좋은 지적이었어. 그럼, 자기소개는 '긴장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기만 하면 될 것 같으니까, 어떻게 카나하의 귀여움을 어필할지 생각해보자."
"그건 토크쇼에서 서로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방법밖에 없지 않아요?"
내 생각도 타치바나의 생각과 같았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다는 보장도 없잖아.
물론 노력하긴 해야겠지만, 잘 될까?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그건 내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 카나하 너는 나에게 잘 맞춰만 주면 된다."
그렇기야 하겠지. 내가 의도적으로 그런 모습을 보이려다간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워질지도 모르니까.
그렇지만 뭔가 불안한데…
"어, 어떻게 할 건데?"
일단 아스카가 어떻게 하려는 건지 듣고 나서 생각하자.
+3 아스카의 생각.
카나하: 평소처럼?!////
"펴, 평소처럼?"
우리들의 평상시, 내가 아스카 앞에서 귀여운 모습을 보여줄 때라면 대부분 아스카가 나를… 조금 험하게 다룰 때였던 것 같은데.
사람들 앞에서 그러겠다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런게 될 리가 없잖아.
"잠깐. 어째서 얼굴이 붉어지는거지?"
"그, 그거야…"
나의 이상한 생각에 아스카가 반응하고서야 나는 실없는 생각을 했다는 것을 떠올리고, 말을 삼켰다.
아스카한테 너무 많이 당한 나머지 그게 익숙해져버린 걸까.
싫은데, 이런 익숙함.
"그래서, 어떻게 하려는 건데?"
"말했잖나. 평소처럼 하겠다고. 내가 말한 것들은 모두 우리들의 일상에서 나온 것. 그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우리들의 우정을 '평소처럼' 세상에 과시하면 된다."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말.
얼마나 어려울지는, 해봐야 알겠지만.
"자, 연습해볼까?"
"응."
+2~3 우리들은 어떤 대화를 할까.
늦어서 죄송합니다...
거의 밀착수준. 좀 만 더 가면 서로 부둥켜안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리스 "너무 붙으시지 않으셨나요"
아스카 "연습이다"
으으 내 머리가 돌이야
라는 말을 듣고 아스카는 살짝 움찔 하고, 눈치챈 카나하가 붉어진 얼굴로 과잉반응을 한다.
아리스는 눈치 못챈거 같은데... 과연 프레데리카는...
다가와 앉는 아스카.
조금만 더 붙으면 서로 부둥켜안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
이보다 더 가까이 앉는 방법은 다른 사람의 무릎 위에 앉는 방법밖에 없을 정도였다.
낯설지 않은 행위.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
프로듀서야 우리가 사귀는 사실을 알고 있다지만, 나머지 둘은 그걸 모른다.
그런 두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행동하다니.
아스카의 심장은 강철로 되어 있는 걸까.
내 심장은, 너에게 따라가지 못해서 지금도 두근거리며 뛰고 있는데.
그래서, 붉어진 얼굴을 감출 수가 없는데.
"왜, 왜 이렇게 가까이 붙는 거야…"
"보통 이렇게 붙어 앉았잖나? 뭘 새삼스럽게."
토크쇼 당일에도 이렇게 할 거라는 이야기일까.
"하지만 너무 붙어 앉으신 것 같은데요."
"연습이다. 카나하를 봐라. 이런 일에도 긴장해서야, 어디 토크쇼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하지만 가족이나 연인도 아닌데 그렇게 붙으시는건 실례라고요."
연인이라는 사실을 알 리 없는 타치바나의 말이, 우리들을 찌른다.
그 말에, 아스카는 움찔했고 나는 이미 붉어진 얼굴을 다시 한 번 붉혔다.
"아, 아니, 그, 그런, 그런 사이일 리가 없잖아! 그, 그렇지만 우린 친한 친구니까 딱히 그런 사이가 아니어도 이, 이런 정도는 상관… 없…"
이렇게 반응하면 안 되는 건데.
아무래도 열이 머리까지 뻗쳐올랐던 모양이다.
"하긴. 두 분, 꽤 친하시죠."
다행히도 타치바나는 나의 말에서 어떠한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듯 했다.
"흐흐응… 이거 흥미로운거얼?"
하지만, 난 아무래도 가만히 있던 다른 누군가를 움직이게 만든 것 같다.
눈치… 챘나?
+3 프레데리카가 우리에게 할 말은.
그 말에 뭔가 번뜩였는지 아스카는 점점 더 밀착해오고, 프레데리카는 아리스에게 특기인 츳코미 공격을 더 해보라고 부추긴다.
이런게 아스카가 말한, 나의 귀여움?
이, 이런 모습 인정하고 싶지 않아!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한테 보이고 싶지도 않다고!
아스카한테 당장 떨어져달라고 해야…
"힛…?! 아, 아스카?"
"응? 문제 있나?"
내가 떨어져달라고 말하려는 것을 짐작했는지, 더 밀착해오는 아스카.
이, 이게 아닌데. 이러면 안 되는데.
"오호~ 귀여워 귀여워어~ 저기 아리스쨔앙?"
"타치바나입니다."
"아리스쨩은 츳코미가 특기잖아? 그거, 더 해봐! 재밌을 것 같아!"
"하아… 그렇게 만든게 누군지는 알고 그런 말 하시는 겁니까…"
프레데리카는 절대로 내 편이 아니지만, 적어도 타치바나는 내 편이니까.
조금 전까지도 아스카의 행동을 제지하고 있었으니, 이번에도 그럴 거야.
조금만 참자.
"그래도 이런 방법으로 카나하 씨의 귀여움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이런 방향도 검토해봐야겠네요."
"타, 타치바나!?"
타치바나, 너마저!
나를 위한, 우리 유닛을 위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희생이 너무 큰 것 같다고!
"아무튼, 두 분이 토크쇼에서 그렇게 너무 바짝 붙으시면 스캔들이 날 지도 모른다고요? 그것도 몇몇 부류의 팬들은 좋아하겠지만요."
"서, 설마 본방에서까지 그러겠어? 응? 아, 아니겠지. 아하하…"
"글쎄? 지금은 이런데, 본방에서 내가 어떻게 할지 궁금하지 않나?"
한 손가락으로 내 턱을 들어올리며 나를 장난감 다루듯이 다루는 아스카.
창피함과 불안함이 겹쳐져 만들어진, 얼빠진 표정이 얼굴에 나타나며 내 심정을 표현했다.
"봐라. 귀여운 표정이잖나?"
제발 본방에서는 이러지 말아줘…
나중에 아스카한테 본방에서는 이러지 말라고 부탁이라도 해야겠어…
+3 이, 이제 나는 또 어떤 일을 당하게 될까…
아스카 : 이런게 바로 카나하의 귀여움이라는 것이지.
아리스 : 그런데 많이 해봤다는 듯이 말하시는데 이런 짓 자주 하시는 건가요?
아스카의 팔이 내 어깨에 둘린다.
"내, 내가 언제 그랬다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아스카에게 기대어버리는 나.
정말 중증이구나, 내 사랑은.
"카나하."
"응?"
다정하게 나의 이름을 부르는 아스카.
그에 반응하여 아스카를 쳐다보자, 아스카는 기대어있던 내 몸을 잡아당겨 서로를 마주보게 했다.
내 어깨를 두른 채 날 끌어안은 팔.
그 팔로 내 뒷머리를 어루만지며, 아스카는 이마를 나에게 맞대어왔다.
얼굴이, 가깝다.
가까이 붙은 얼굴은 아스카의 얼굴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나는 무심코 시선을 돌려버렸다.
평상시라면 바로 날 깨물거나 했을 텐데, 그래도 자제하고는 있나보네.
"하으으…"
하지만 난 그것마저도 버틸 수 없단 말이야.
"저런. 내가 너무 심했나? 이래서는 본방에서 카나하 네 귀여움을 보여주긴 힘들겠는데?"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으려나~"
놀리지 말라고, 정말.
난 정말 여러 가지로 복잡해서 마음이 죽어버릴 것만 같으니까.
"뭐, 이런게 바로 카나하의 귀여움이라는 것이지."
"많이 해봤다는 듯이 말하시네요. 이런 짓, 평소에도 자주 하시는 건가요?"
"글쎄? 아리스 너라면 예전에 본 적 있지 않나?"
그, 그 이야기는 왜 꺼내는 거야, 아스카!
"…확실히, 그랬었죠. 그런데 방금 그건 토크쇼에 내보내긴 좀 그러니까, 조금 다른 쪽으로 카나하 씨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해요."
"노력하마."
이것도 평상시에 하는 일에 비하면 약한 건데 말이지.
아니면 평상시에 우리들이 하는 짓이 너무 강렬했던 걸지도.
+2 그나저나, 나 레슨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1. 아직 좀 남아있나?
2.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3 또 다음에 일어날 상황은?
보다 못한 아리스가 좀 일찍 가서 연습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변호해주고, 아스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떨어진다.
아리스에게 고맙다고 말했더니 왠지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리는데, 칠칠치 못한 모습을 보여서 그런 걸까.
계속 이러고 있고 싶지만, 그 다음에 돌아올 것은 나의 '귀여움'을 내보이는 것을 연습한다는 명목으로 다가오는 놀림일 뿐.
그러니까, 여기서 벗어나야 해.
"아스카, 나 곧 레슨 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레슨을 핑계로 대는 것이었다.
내가 곧 레슨을 받으러 가야 한다는 것은 아스카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시간은 모르니까, 아직 레슨까지 여유시간이 꽤 남아 있다는 것도 알 수 없지.
그렇다면, 정보를 더 쥐고 있는 내 쪽에게 승기가 있어.
이런 일로 승산을 따지는 것도 우습지만, 그래도 난 꼭 벗어나야 해.
안 그랬다간 더 놀림당하고 말 거라고.
"그래? 그렇다면 내가 직접 바래다주지. 아, 내친김에 네가 연습하는 모습도 보고, 내 나름대로 평가내려보는 것도 좋겠군."
아스카의 고마운 제안.
하지만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에는 정말 쓰디쓰게 다가온 제안.
평상시라면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힘을 얻을 수 있다. 그 순간을 멋지게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나빠, 아스카…
"글쎄? 내가 알기론 아직 시간 더 남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조금 더 연습하지그래?"
"잠깐만. 이게 무슨 소리지?"
프로듀서라면 내가 처한 상황을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듯 했다.
우리의 냉혹하고 눈치없는 프로듀서가 또 한번 본의아니게 나를 방해한 걸까, 아니면 이상한 곳에서 일에 깐깐한 우리들의 프로듀서가 내 심정을 알고도 일을 핑계삼은 날 단죄한 걸까.
"거짓말을 하다니, 벌 받을 각오는 되어 있는 거겠지?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이야."
어느 쪽이건, 아스카가 나에게 작게 속삭이는 이 상황을 만들어졌음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바꿀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앞으로 레슨이 있다면 먼저 가서 연습하시는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요. 토크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기초적인 레슨이니까요."
아스카가 잔혹한 장난기로 나에게 더 밀착하려고 할 때 나를 구원해준 사람은 타치바나였다.
눈을 감고 더는 봐줄 수 없다는 듯이 말하는 타치바나의 말에, 아스카가 순순히 떨어져나갔다.
물론, 눈빛으로 나에게 아쉬움을 보내며.
아마도 이 아쉬움은 꽤 오랫동안 남아 있겠지.
아스카가 이 아쉬움을 달랠 때까지, 내 안에 자책감으로써 남아 있을 거야.
괴롭혀지기만 했으면서도 아스카가 아쉬워하는 것만으로 이런 생각을 품게 될 정도라니.
사랑하는 사람이 선사하는 부끄러움과 창피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정말 싫은 느낌이구나.
"고마워, 타치바나."
아무튼, 타치바나에게 감사는 전해둬야겠지.
내 편을 들어줘서 고마워, 타치바나.
"벼, 별 말씀을요."
이상하게도, 타치바나는 내가 감사를 전하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어째서 저런 반응을 보인 걸까.
설마, 내가 칠칠치 못한 모습을 보여서?
…정말 부끄럽네.
>>+3 자… 그럼 이제 레슨을 할 때는 또 어떤 일이 생길까.
미리 레슨실로 가서, 예정에 없던 연습을 하고 난 뒤 찾아온 댄스 레슨 시간.
트레이너의 구령에 맞춰 열심히 연습을 하는 동안, 아스카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레슨 중간에 심심하다고 찾아오더니, 이미 입밖에 낸 말을 지키겠다며 레슨실의 한쪽 벽면을 차지한 아스카.
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아스카가 보아준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좋아. 더 열심히…
"우앗!"
"카나하!"
아… 넘어져버렸다.
아파…
의욕이 몸을 앞서다보니 생겨버린 사고.
발이,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아프다.
"아무래도 발이 접질린 것 같아. 거기 뿌리는 파스좀 가져다줄래?"
아스카의 걱정하는 얼굴이 나를 스쳐지나간다.
다급해보이는 아스카의 움직임에서, 나를 위한 마음이 드러난다.
걱정이나 끼쳐버리고, 나도 참 못됐네.
>>+3 …레슨은 잠시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쉬는 동안 뭘 할까.
정말 바람 잘 날 없구나 카나하의 아이돌 라이프
그나저나 아스카의 걱정하고 있는 눈빛을 받고 있으니까 사랑받고있는건 좋구나... 라는 생각을 하다가 트레이너 씨의 목소리로 정신을 차린다. 자신은 일단 다른 약품을 찾아보러 갔다올테니 있으라는데...
잠시만, 그렇게 되면 아스카랑 또 둘이서만 있는거잖아?
"…조심하지 그랬어."
나에게 온전히 향하는, 나만을 향한 걱정. 아스카의 모든 마음과 관심.
내가 주었던 마음만큼이나 큰 사랑이 그녀의 눈빛으로 되돌아오는것을 느끼고 있으니, 정말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두근거리는 나의 심장.
내가 가슴으로 듣는 그 울림은, 너무 선명해서 마치 귓가에서 내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 가슴의 두근거림이 아스카 이외의 모든 것을 내 머릿속에서 몰아내고, 멀어지게 하는 장밋빛 망각을 불러낸다.
역시 사랑받는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것이다.
하물며 운명으로 연결된 우리인데, 오죽할까.
이렇게 날 걱정하는 너를 보고만 있어도, 나는 모든 것에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그냥 네가…
"카나하."
"네, 네?"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던 그 망각을 걷어내고 나를 장밋빛 세계에서 끌어내 억지로 주변의 현실을 내 머릿속에 집어넣는 목소리가, 한순간에 나의 도피처를 무너뜨렸다.
귀를 기울이면 들릴 것만 같았던 내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도 이젠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긴장해버려 애틋한 고동을 잃어버린, 재미없게 뛰는 심장만이…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것도 좀 가져와야 할 것 같으니까 넌 여기서 쉬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아… 네. 다녀오세요."
"되도록 빨리 와줬으면 하는데."
"최대한 노력해볼게."
달칵.
열렸다 닫힌 문 뒤로, 그 목소리가 멀어져갔다.
이제 아스카와 나밖에 없네.
아스카와… 나밖에 없다고?
잠시만, 지금 나 또 다시 아스카와 둘이서만 있는 거잖아?
+3 설마설마하며 아스카의 얼굴을 바라보니, 아스카의 표정은…
내가 바라본 아스카의 표정은, 마치 다리를 다친 토끼를 눈 앞에 둔 늑대 그 자체.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토끼와 그 토끼를 기어코 잡아들여 입맛을 다시는 늑대.
앞으로 내가 당하게 될 일은, 너무나도 뻔했다.
"아, 아스카, 잠깐만 기다려줘. 서, 설마 여기서?"
"터무니없는 짓이라는 것쯤은 나도 안다. 하지만 남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것에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나?"
아무래도 이상한 쪽에 눈을 떠버린 모양이었다.
"물론 단순한 쾌락을 위해 그 두근거림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다. 이건, 너 때문이다, 카나하."
"나… 때문이라고?"
"그래. 너는 지금 트레이너가 돌아와서 우리들의 행동을 보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겠지."
아스카는 내 심장 부근에 손을 가져다대며 그녀의 본심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두려워하는, 불안정한 심장을 네게 선사하는 거다. 그것이 내가 카나하 너에게 내릴 '벌'이다. 물론 나로서는 나쁜 일이 아니니 더욱 좋지."
늑대의 얼굴이 천천히 가까워진다.
눈동자가 가까워져, 그 너머에 자리잡은 늑대가 보일 정도로.
나는 나를 보호하듯 손을 들어올려 아스카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 애처로운 몸짓은 가볍게 저지되어, 나의 손목은 어느샌가 아스카의 손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녀가, 전리품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듯 내 손목으로 입술을 가져가, 가볍게 키스한다.
"네가 네 표정을 봐야 하는데 말이야. 넌 정말… 언제나 나를 참을 수 없게 한다."
어째서 따스한 입술이 차갑게 느껴지는 걸까.
+3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사냥당하게 될까.
밖에서 문 밖에서 말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이쪽으로 오는거 같은데... 위험을 감지한 카나하는 아스카를 밀어내고 급히 정리를 한다. 들어온건 트레이너하고...?
+
그래도 다리 다쳤다고 상냥하게 희롱하는 아스카(하지만 희롱인 시점에서 문제잖아...하면서 복잡한 기분인 카나하)
늑대의 발톱 앞에서, 여러모로 벗기 쉬운 트레이닝복은 찢겨져나갈 필요도 없이 벗겨져갔다.
나를 드러내놓고, 이곳저곳을 희롱하기 시작하는 아스카.
그래도 내가 다쳐서인지 생각보다는 상냥한 희롱.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으니까…
차라리 강압적이었다면, 그래서 거절하고만 싶었다면 이렇게 복잡한 기분은 들지 않았을 텐데.
"음?"
갑자기,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아스카.
"…여기까지 하지."
위기감을 감지한 늑대의 야성이 나를 밀어내고, 그녀의 이성을 일깨웠다.
"미안하다. 오는 도중에 누굴 만나서 좀 늦었어."
그녀를 따라 다급히 정리를 하자마자 들어오는 두 사람.
트레이너와, 또 다른 누군가.
+3 저 사람은…
@여기선 일단 전직 간호사 아이돌을 배치해보죠.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모르는 얼굴.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길래 트레이너와 같이 오게 된 걸까.
"이쪽은 야나기 키요라. 오다가 만났는데, 네 부상을 좀더 살펴봐줄 거야."
야나기 키요라?
일단 내 머릿속에는 관련 정보가 없는 사람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아리사였다면 단박에 정보가 나왔을지도.
하지만 물어봐서 나쁠 것은 없겠지.
"누구야?"
"아아, 전직 간호사인 아이돌이다."
나의 소근거림에 친절히 답해주는 아스카.
전직 간호사?
간호사도 꽤 어려운 직업 아니던가?
무슨 사정으로 아이돌을 하고 있는 걸까, 저 사람은.
"어디, 한번 볼까요?"
+3 과연 내 부상의 상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