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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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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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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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즈키 미즈키'야."
의외로 재밌는 반응에, 나는 나도 모르게 마카베의 장난에 어울려주고야 말았다.
"와아! 미즈키가 만든 거야?"
만들어…?
도대체 이 아이의 머리 속에서 마카베는 어떤 이미지길래 이런 말을 믿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농담에 어울려주고 있을 뿐인 걸까?
어느 쪽이건, 일단은 집중해볼까.
+3 자, 미즈키 콤비는 어떤 일을 할까.
그럼 다음엔 미라이 미라이를 만들겠다고 해 볼까
그리고 파티 멤버에 미라이가 추가된다.
"이것이 리더로서의 중압감…! 알겠습니다. 미즈키 1호로서 책임지고 에토… 미즈키 씨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꽤 잘 받아주네.
이 장난, 조금 마음에 드는데.
그래도 일단은 화장실이 먼저니까!
볼일을 마치고 나오니, 조금 전의 여자아이는 보이지 않고, 마카베 혼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응? 걔는 어디 갔어?"
"카스가 씨라면 먼저 나가셨어요. 지금은 마츠다 씨, 하코자키 씨와 같이 계십니다."
"그래?"
아리사랑 세리카도 우리의 장난에 동참해주려나?
아리사라면 재밌겠다면서 어울려주겠지만, 세리카는 잘 모르겠네. 오늘 처음 만났지만 꽤나 순수하다고 생각되는 아이라서 남을 속이는 일은 그게 장난이라고 해도 잘 못 할 것 같았으니까.
뭐, 어찌 됐건 이제 나머지 셋이랑 합류해야지.
"그럼 우리도 갈까? 마카베."
마카베는 대답 대신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녀의 눈썹이 살짝 처지며, 미묘하게 아쉬워하는 듯한 무표정을 만들어냈다.
"마카베, 가 아니에요. 미즈키, 입니다."
"어?"
"조금 전에는, 이름으로 불러 주셨잖아요?"
아쉬워하는 듯한 표정이 아니라, 정말로 아쉬워하고 있었던 건가.
하지만 그건 장난에 어울려주느라 그랬던 건데.
"그러니 조금 전처럼 마카베, 가 아니라 미즈키라고 불러 주셨으면 합니다. ……안 되나요?"
그녀를 이름으로 부른 것은 나에게 있어 그저 장난스러운 일이었지만, 마카베는 그것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알았어. 가자, 미즈키."
무표정 너머로 보이는 아쉬움을 알아채고서,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난 그럴 수 없어.
+3 자, 이제 우리 다섯은 무엇을 할까.
사실 전에도 와본 곳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아리사가 자신이 공수해온 영상을 틀어준 것.
"마츠다 씨. 저 영상은… 므믓."
"미즈키 씨의 첫 라이브 영상인가요?"
그리고 그 영상은, 미즈키의 첫 라이브 영상이라는 것 같았다.
"나도 본 적 있어! 분명 이 다음에…!"
카스가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열심히 안무를 추던 미즈키가 꽈당, 하고 넘어졌다.
물론 곧바로 태연하게 일어나 안무를 계속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예전의 실수가 드러나다니… 이건 사, 상상 이상으로 부끄럽습니다…"
물론 화면 밖에 있는 그녀의 얼굴에도 붉은 기가 가득했다.
나, 나는 첫 라이브 때 저런 실수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만약 그랬다면 아리사가 영상으로 남겨서 지금 틀어줬을 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3 이 다음에는 어떤 일이.
P : "호오... 저런 조합도 괜찮네..."
아마 카나하를 꽤 높게 사는듯 싶다.
한창 영상을 보고 있는데, 낯선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놀고 있었나보네. "
"프로듀서 씨!"
"안녕하십니까, 프로듀서."
우리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남성 한 명.
765 프로덕션의, 아리사의 프로듀서.
"안녕하세요."
"반가워. 네가 346 쪽의 그 신인이지?"
"네. 에토 카나하라고 합니다."
우리는 서로 가볍게 인사했다.
"어라? 미즈키가 아니었어?"
…정말 둔하네, 카스가는.
뭐, 그 점이 재밌고, 또 귀엽지만.
"아리사가 언제 한번 데리고 오겠다고 하더니, 진짜로 데려올 줄은 몰랐는데."
"정말로 친하다고 말했잖습니까!"
아무래도 아리사가 나에게 765 프로덕션의 이야기를 해 주었던 것처럼 나의 이야기가 그녀를 통해 그에게로 전해졌던 모양이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라길래 아리사 네가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는 줄 알았지."
"너무해요!"
대화 내용은 조금 과격했지만, 둘의 말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농담, 이겠지?
"맞아. 저기 아리사, 가서 츠무기랑 카오리의 라이브 영상 좀 틀어줄래?"
그들의 대화에 내가 멋쩍은 웃음만을 흘리고 있을 때, 765의 프로듀서가 다시 아리사에게 말을 걸었다.
"네!"
그런데 츠무기와 카오리라니.
분명 765 쪽에서 무대에 세울 신인의 이름이 그랬었지.
같이 경합을 벌여야 할 상대에게 그 두 사람의 라이브 영상을 보여준다니, 무슨 생각일까.
"츠무기와 카오리라면 그 두 명의 신인이잖아요? 그 두 사람의 라이브 영상을 저한테 보여주셔도 괜찮은 건가요?"
"당연하지. 그게 뭐가 어때서? 너는 우리가 서로 경쟁 관계라서 그걸 걱정한 모양인데, 오히려 너희한테 도움이 된다면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무대가 만들어질 테니 그 무대를 보러 올 관객 분들에겐 좋은 일이잖아?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져준다는 말은 아냐. 우리도 지지 않기로 다짐했으니까, 이건 소개 겸 선전 포고라고 생각해 줘."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한 즉답이었다.
관객을 위해 더 나은 무대를 만들도록 한다, 라.
나에게 아이돌로서의 아리사가 다른 프로덕션의 아이돌이라기보단 선의의 경쟁 상대로 인식되는 것과 비슷한 거겠지.
그래도 선뜻 영상을 보여줄 줄이야.
"저기…"
나는 영상을 다 보고 난 뒤의 틈을 타, 765의 프로듀서에게 말을 걸었다.
"응? 왜 그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을까요?"
"당연히 괜찮지."
"그럼…"
나는 곧 있을 잡지 촬영에 대해 말하고, 그것에 관해 조언을 얻고자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만한 사람이었고, 무엇보다도 어쩐지 신뢰가 가는 사람이었다.
물론 낯선 사람에게 가질 수 있는 신뢰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조언을 구하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잡지 촬영이라."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765의 프로듀서였다.
"내가 너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니까 네 프로듀서에게서 조언을 구하라고 하고 싶지만,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3 765의 프로듀서는 나에게 어떤 조언을 해 줄까.
졸립다아…
그럼 아스카가 질투를..(무한 루프)
너무 긴장하거나 하면 좋지 않다는건 너도 잘 알거고,
네가 평소의 네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면 분명 나쁘진 않을거라 생각해.
역시나 정론, 당연한 말이었다.
그렇기에 프로듀서도, 저 사람도 비슷한 말을 하는 거겠지만.
"역시 그렇겠죠…?"
"뭐, 내가 너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는만큼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네. 미안."
"아니에요."
다른 사람에게 이런 말을 선뜻 해주었다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하는 거니까.
"카나하쨩. 부디 그 잡지 촬영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765 프로듀서와의 이야기가 끝나자, 아리사가 말을 걸어왔다.
하긴, 잡지 촬영에 대한 이야기는 아리사에겐 구미가 당기는 미끼와도 같았겠지.
+3 다음 상황, 혹은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
생각이나질않는다아...
오히려 아리사에게서 잡지 촬영에 대한 조언을 들어야 할 것 같은데.
으아으, 죄송합니다... 오늘 집에 가서 쓸게요...
물론 말해주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다.
아리사가 아이돌에 관해서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잡지 촬영에 대해 숨길 정도의 이유는 되지 않았다. 오히려 고작 잡지 촬영 이야기로 여태껏 신세를 진 친구를, 무엇보다도 아이돌 활동을 시작할 때 엄청난 도움을 주었던 친구를 그녀의 도움이 이루어낸 일로 즐겁게 해줄 수 있다면 나에게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일일 것 같았기에 나는 아리사에게 내가 아는 것을 말해주려고 했다.
"어라?"
문제는, 그럴 수 없었다.
어떤 말을 해줄지 생각하던 중에 프로듀서에게서 잡지 촬영을 한다는 말만 들었지 자세한 내용을 들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렸으니까.
오히려 내가 아리사에게 잡지 촬영에 대해 물어봐야 할 판이었다.
"미안. 생각해보니까 프로듀서한테서 촬영이 있다는 말만 듣고 자세한 사항은 아직 못 들었지 뭐야."
"에에에…"
"바쁘셨던 게 아닐까요?"
내 말에 실망한 아리사의 더듬이 같은 머리카락이 축 처졌다.
그렇게 한 명이 상심한 반응을 보였지만, 세리카는 그와 반대로 궁금증과 심각함이 반쯤 섞인 표정을 지으며 나름대로의 답을 내놓았다.
"맞아. 세리카의 말대로 바쁘다거나 그랬던 건 아닐까?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나도 간혹 바쁠 때는 조금 덜 중요한 일을 잠깐 미뤄두곤 하거든. 아리사한테서 들은 말로는 너 말고도 몇 명이나 프로듀스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신경 못 쓰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나 말고도 아스카, 타치바나, 니나와 칸자키, 그리고 슈코랑 히이라기 씨까지 있으니 바쁜 게 당연하겠지.
그 중에서도 칸자키는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특히나 바빠진 것 같으니까 프로듀서의 일도 자연스럽게 늘어났을 테고.
"그럼 이 문제는 넘어가고, 미안하지만 너희들에게 그… 조언을 부탁해도 될까?"
"물론이죠! 이 아리사는, 언제 어느 때나 카나하쨩에게 조언해드릴 준비가 되어있다고요!"
"저 또한 기꺼이 해드리겠습니다. 조언은 많으면 많을 수록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럼, 힘내서 가보자고요. …에이, 에이, 오-"
+2~3 이제 어떤 조언들이 나의 고민을 덜어줄까.
후후, 고마워라.
생각해보니 이치하라 양, 시오미 양, 히이라기 씨의 비중이 거의 공기화되어버렸네요.
…특히 히이라기 씨.
"만약 잡지측에서 요청하는 방향성이 어렵다면, 감독님이나 카메라맨의 지시에 정확히 따라서 모양을 잡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인형으로 포즈를 잡는 느낌으로, 이렇게." 팟
처음으로 나온 조언은, 미라이의 조언.
나와 미즈키의 장난이 들통나서였을까, 어느새 미라이의 말투는 존댓말이 되어있었다.
만난지 얼마 안 된 애지만 그래도 꽤나 친근하게 다가오는 게 마음에 들었는데, 살짝 아쉬운 기분.
그건 그렇고…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역시 지금까지 들어왔던 것처럼 편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걸까.
"에헤헤… 별로 도움이 될 거 같진 않지만…"
"으응, 아냐. 정말 고마운 말이었어."
"그럼, 다음은 제가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조언해준 사람은 미즈키였다.
"만약 잡지측에서 요청하는 방향성이 어렵다면, 감독님이나 카메라맨 분의 지시에 정확히 따라서 모양을 잡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인형으로 포즈를 잡는 느낌으로, 이렇게 하시면…"
그녀는 조언과 함께, 자신의 몸으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예시를 만들어보였다.
무표정을 유지한 채, 빠밤- 하는 효과음이 어울릴 것 같은 포즈를 취한 그녀가 꽤 우스웠던 나머지, 나는 그만 작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미, 미안. 표정이랑 행동이 매치가 안 돼는게 웃겨서 그만."
"괜찮습니다. 조금은, 긴장이 풀리셨을까요? 아무튼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조언은 이 정도뿐이네요."
진지한 조언을 웃음으로 받아넘기는 행위.
정말로 실례가 되는 행위였지만, 다행히도 미즈키는 잘 넘어가주었다.
지시를 정확하게 이행한다. 그것이 힘들다면 인형으로 포즈를 잡듯이 요구에 응해주면 된다.
확실히, 전의 잡지 촬영에서는 감독이 원하는 걸 이해하지 못해서 조급함에 지시에도 제대로 따르지 못했었던 것 같다.
"그럼 다음은 드디어 아리사의 차례로군요!"
미즈키의 조언이 끝나고, 다음으로 입을 연 사람은 바로 아리사.
나를 오래전부터 봐온 너라면, 나에게 의미 깊은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아리사의 조언은 간단! 그 자체입니다! 조금 뻔한 말이지도 모르고, 미라이쨩이나 미즈키쨩이 했던 말과도 어느 정도는 겹치는 말입니다만, 카나하쨩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하지만 난 그게 잘 안 된단 말이야."
"아뇨! 잘 하실 수 있습니다! 전의 잡지 촬영을 어떻게 망쳤는지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데뷔 무대 전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 보시라고요! 아리사랑 같이 홍보용 사진들을 찍을 때는 정말로 잘 하셨잖아요?"
잘 찍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때의 촬영은 꽤 편안했었지.
분명 말도 안 되는 조건 때문에 위기에 쫓기고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어쩐지 그… 잘 하지 못했던 촬영 때보다는 부담감이 더 적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아리사, 그 두 촬영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잖아.
"그건 너랑 같이 했던 거잖아. 낯선 사람과는…"
"요점은 그게 아니잖습니까!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카나하쨩은 잘 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상대가 낯선 사람이건 아니건 상관 없어요. 촬영 감독은 그 때의 아리사처럼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려고 할 테고, 카나하쨩은 아리사와 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촬영에 임하시면 된다고요!"
"그, 그래…?"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아리사가 내 사진을 찍어줄 때와 앞으로 있을 촬영의 차이는 꽤 큰 차이였다.
하지만 그 차이는, 사람의 차이와 친근함의 차이라는 것은 정말로 대단하긴 해도 결국 자연스럽게 임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많은 요소 중 하나일 뿐이었다.
아리사가 전해준 것은 내가 이미 제대로 해낸 적이 있었다는 사실.
그러니까, 그 때를 생각하면서 나를 보여주려고 하면 된다는 거겠지.
+2~3 …이제 어떤 대화가.
앵커 안 달린다... 후히... 휴식인가...
무대 옆의 문이 열리면서 한 여자아이가 무대 한가운데로 수레를 끌며 걸어나왔다.
그녀가 의문을 표하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두 갈래로 묶인 연한 올리브색의 웨이브진 머리카락이 살랑거리며 파도쳤다.
수레를 그 위에 얹힌 무언가와 함께 무대의 가운데까지 가져다놓는 그녀를 극장의 프로듀서가 반겼다.
"이제 왔어? 로코."
"네. 워크가 조금 디피컬트해서 로코가 프레딕션했던 타임보다 조금 레이트하게 어라이브했어요."
그녀의 말에는 이상할 정도로 영어가 많이 섞여 있었다.
내가 그녀의 말을 해석하기 위해 뭐라고 말했는지 생각하는 동안, 그녀의 동료들도 그녀를 반기기 시작했다.
…셋은 말로, 하나는 셔터음으로.
"안녕하세요, 한다 씨."
"안녕하세요!"
"로코, 그거 뭐야? 새로운 로코아트?"
미즈키는 다른 사람들을 성으로 부르는 것 같으니까, 저 애의 이름은 한다 로코려나.
"이그젝틀리! 최근에 작업하던 로코의 스페셜한 아트가 스테이지의 데코로 쓰면 좋을 것 같아서 가져와봤어요!"
꼭짓점끼리 위태롭게 연결된 다채색의 정사각형들이 마치 뾰족뾰족한 나뭇가지처럼 커다란 원통에 연결된 그 커다란 물건을 눈앞의 여자아이가 만들어냈다는 사실보다도, 그것을 무대에 장식하겠다는 그녀의 뜻이 훨씬 더 놀라웠다.
나빠 보이진 않는 작품이지만, 그래도 저런 걸 무대 위에 장식해도 되는 걸까?
"미안하지만 기각."
"네? 어째서인가요?! 이 아트는 로코의 마스터피스라고요! 당장 프로퍼 리즌을 로코에게 서제스천 해주세요!"
"다음 무대 공연, 연극이잖아? 그 연극이랑 주제가 안 맞는다고."
"그럼 그 드라마의 넥스트 퍼포먼스의 데코레이션으로 어플리하면 되겠네요!"
"보자… 그래. 그 정도는 문제 없겠지. 부탁할게."
"땡큐예요, 프로듀서! 그런데… 그 쪽의 퍼슨이랑 로코, 이번이 퍼스트 멧 아닌가요? 어딘가 패밀리어한데…"
프로듀서와 이야기를 마친 그녀가 나를 보며 말했다.
"아. 카나하쨩은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이랍니다.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아리사가 데리고 왔어요."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 카나하… 카나하라면… 아! 346과 765의 콤비네이션에서 어피어하기로 했던 346의 뉴 페이스, 맞으시죠!"
극장의 아이돌은 다 합동 공연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양이네.
하긴, 포스터도 걸려 있었으니 모를 리가 없겠지.
…그런데 왜 우리는 몰랐던 거지?
"아! 퍼펙트해요! 로코아트를 위한 굿 인스피레이션이 떠올랐어요! 카나하! 로코의 모델이 되어주실 수 있나요?"
+1~3 모델이라… 어쩌지?
1. 한번 해 볼까?
2. 그래도 뭔가 조금…
오래 걸려서 죄송합니다아아아아!
재밌을 것 같잖아아아아아
로코로코한 코로코로를 보고 싶습니다(?)
조금이지만 촬영에 도움이 되겠지.
"알았어. 기꺼이 모델이 되어주도록 할게. 어떻게 하면 돼? 한다."
"로, 로코의 네임은…"
"응?"
나는 분명 승낙했을 텐데, 그녀는 이상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한다가 아니라 로코라고요! 로코!"
아.
성으로 불리기 싫어하는구나.
"아, 알았어, 로코."
"됐어요. 퍼스트 컨택트니까 어쩔 수 없죠."
자, 잘 끝나서 다행이네.
+3 그런데 로코의 인스피레이션이란 과연 무엇일까.
결과물이 어떨지 꽤 궁금한데.
모델이라고 해도 로코의 말에 따라 옆모습이 보이도록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었을 뿐, 별로 포즈를 잡는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그림의 모델이 되어있기를 벌써 몇십분째.
드디어 로코의 입에서 아트의 완성이 선언되었다.
"잘 나왔어?"
나는 기대감을 안고 캔버스로 다가갔다.
다른 사람들도 결과물이 궁금했는지, 중간에 돌아간 극장의 프로듀서를 제외한 네 사람이 나를 따라 우르르 몰려들었다.
"응? 저기 저기, 로코. 이게 뭘 그린 거야? 난 잘 모르겠는데."
"이, 이것이 에토 씨의 모습…"
"꽤, 꽤나 슈르한데요?"
캔버스 위에 그려진 것은 살짝 옆으로 서있는 사람 한 명. 배경은 단순한 캔버스의 흰 색으로, 푸른색 눈 장식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덧칠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 그림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인 내 얼굴은 평범하게 단순화된 상태로, 사지가 생략된 채 과하게 늘려지고 여러 색깔의 장식이 달린 내 몸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확실히 못 그린 건 아니지만, 이렇게 그려질 줄은 몰랐다고.
+3 이거… 뭘 어떻게 말하면 좋으려나.
라면서 일단은 살짝 회피한다.
"나는 예술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부족한가봐…"
이 상황을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을 것 같다.
잘 모른다고 하면 기분 나빠하거나 상처받지는 않겠지.
"뭐, 낫 프러블럼이에요. 아티스트가 아닌 내추럴 피플이라면 아트를 제대로 언더스탠드하지 못하는 일쯤은 베리 노멀한 일이니까요."
"으, 응. 그렇지."
"로코는 우리랑 보는 눈이 좀 다르니까~"
잘 넘어가서 다행이야…
+3 다음 상황.
로코가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지만 전혀 알아듣지 못 하는 카나에였다.
"어… 어?"
내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틈도 없이, 로코는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우선 이 페인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데포르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로코가 카나하의 얼굴을 이렇게 그려놓은 이유는…"
문제는 내가 그 설명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는 것.
열성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은 좋았지만, 영어가 너무 많이 섞인 데다가 예술이라고는 미술시간에 그림 조금 그려본 게 다인 나로서는 알아듣기 무리인 말들이 쏟아져나왔으니 대처할 길이 전혀 없었다.
"카나하! 듣고 있나요?"
"어, 으응…"
어떻게든 감상을 들려줘야 할 텐데, 그녀의 예술과 화법이 내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 하게 만들었다.
이런 고민이 있을 때마다 아스카의 말이 참 도움이 됐는데…
아스카라면 이걸 보고 뭐라고 할까.
'찰칵'.
의문의 셔터음.
아니, '의문'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뻔했다.
"역시 이걸 저희만 보기는 좀 섭하죠?"
사진을 찍은 휴대폰을 들고 무엇을 하고 있는 아리사.
자세히 보니, 그녀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아리사? 그걸 누구한테 보낼 생각인 걸까?"
"당연히…"
아리사는 뜸을 들이며 대답을 미루었다.
그러한 행동 때문에 아리사의 말에 집중하느라 내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사진의 전송을 완료한 아리사가 휴대폰의 화면을 나에게 보여주며 자랑스럽다는 듯 선언했다.
"카나하쨩의 파트너죠!"
수신자명, '아스카쨩'.
+3 아스카는… 저, 저 그림을 보고 어떤 답장을 보낼까.
[음… 뭐… 응… 잘 그렸네.]
아스카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모양이었다.
물론 나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아스카라면 좀 더 제대로 된 감상을 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내' 그림에 대해 아스카가 좋은 반응을 해주길 원했던 것도 있고.
"아스카쨩은 이런 반응이로군요. 느으… 좀 더 재밌는 반응을 기대했는데!"
대체 어떤 반응을 기대한 거야, 넌.
물론 나도 좀 더 나은 반응을 기대하긴 했지만.
"역시 레귤러 피플에겐 로코의 아트가 디피컬트한 건가요…"
+3 다음 상황.
아스카한테서 또 다른 메시지가?
"로코의 페인트에 대한 메시지인가요!"
"저도 보여주시겠어요?"
"네, 세리카쨩! 당연히 보여드려야죠! 카나하쨩도 와서 보세요!"
[…그래도 보고 있자니 흐뭇해지는군. 데포르메, 이렇게 단순하고 밝은 모습으로 재해석된 익숙한 인물의 모습이 주는 재미라는 것도 꽤나 각별하군. 이 하트워밍 아트에 감사를 표하지.]
뒤늦게 제대로 된 감상을 생각해서 보낸 모양이었다.
재미있었다니 다행이네.
"과연. 괜찮은 평가로군요. ……도전해볼까, 데포르메."
"나이스한 컴플리멘트네요! 워크의 리워드로 이런 밸류어블한 메시지를 받아서 굿 필링이라고 센드해주세요, 아리사!"
"알겠습니다!"
로코도 아스카의 평가에 꽤나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거기에 로코아트에 대한 평을 할 때 로코처럼 잉글리쉬를 워드에 믹스하신 분은 또 퍼스트네요! 이 젠틀하신 분, 마음에 들어요! 인트로덕션을 리퀘스트해도 되나요, 아리사?"
"으음… 그건 좀 곤란해요. 카나하쨩과는 엄청나게 친하지만 저와 별로 친한 분은 아니라서요."
"에에… 안 되는 거야? 나도 누군지 궁금한데…"
자신의 말을 들어본 적도 없을 상대의 긍정적인 답이 자신과 비슷하게 말해주었다는 것에서 동질감을 느꼈는지, 로코는 꽤 감동을 받은 모양이었다.
실은 중2병… 자기 표현으로는 '아픈 사람'이라서 영어를 섞었을 뿐이지만.
"그렇다면 카나하! 로코한테 카나하의 파트너를 인트로듀스해주길 디자이어합니다!"
"응?"
이야기의 화살이 내 쪽으로 선회해 돌아왔다.
만약 아스카를 로코에게 소개시켜준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어쩌면 자신과 비슷한 아티스트를 기대하고 있을 로코가 실망할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미안. 나도 좀 무리일 것 같아."
"네? 어째서인가요! 카나하~!"
그렇게 만남을 갈망하는 로코와 그녀의 만족감을 지켜주려는 내가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마지막으로, 그 날의 극장 탐방은 막을 내렸다.
하루 일과도 다 끝나서 할 일도 없는 상태로 극장을 나서자, 외로움과 심심함이 다시 나를 찾아왔다.
그 손아귀에서 다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아스카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졌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3 뭐라고 하는 게 좋으려나.
@가끔은 직구로 던져보는것도 나쁘진 않...으려나, 모르겠네요;
[지금 만나고 싶어. 안 될까?]
나는 그 짧은 말을 실어보내고 나서, 그녀의 답장을 기다렸다.
시간이 꽤 지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스카의 일이 끝났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언제 올 지 오르는 답을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고 있을 때, 기다리던 메시지가…
[단돈 2만엔으로…]
…아니라, 더 볼 것도 없는 스팸 문자가 나에게 전달됐다.
애초에 난 아직 미성년자라고.
아, 메시지 하나 더 왔다.
발신인은… 좋아. 아스카의 답장이야.
+3 과연 메시지의 내용은 무엇일까.
끝나는 대로 연락하지.
"…아."
그렇구나.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에 힘이 빠져버렸다.
결국 외로움을, 심심함을 떨쳐내지 못한 채 꺼져버린 기대감과 함께 찾아온 고뇌.
그리고 그 고뇌 끝에 찾아온 것은 한 가지 고민이었다.
집으로 돌아가 오늘 하루를 끝마칠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할 일을 찾아볼 것인지.
그 중 어느 쪽도 아스카와 만나는 일에 비하면 완벽하지 않은 대안에 불과하지만, 최소한 목적도 없이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낫겠지.
+1~3 어떻게 할까.
1. 집으로 돌아간다. (며칠 후로 스킵)
2. 다른 할 일을 생각해본다.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 돌아보니까, 그냥 쉬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네.
더군다나 지금까지도 일이 안 끝잖아. 아스카의 일이 끝나고 나면 그녀도 피로가 꽤 쌓인 상태일 텐데, 귀찮게 할 순 없지.
그래. 그냥 집에 가자.
아무도 없는 집.
나를 반겨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친숙한 곳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것 같았다.
아직 자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우선은 휴식을 취하는 게 좋을 것 같으니, 한숨 자 볼까.
적어도 가족이 돌아올 때까지.
+2 며칠 후, 카나하가 있는 곳.
+3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다른 사람들의 조언과 최근 며칠간의 연습 덕분인지, 나는 내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고 생각하고 싶다.
촬영 당일날에 와서야 통보받은 사실이지만, 이번 촬영은 나와 파트너가 함께 촬영하게 되어 있는, 2인 촬영이라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정체불명의 상대가 스케줄의 문제로 늦는다는 것 같아, 나는 감독의 요구로 혼자서 예행 촬영을 하게 되었다.
수월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는 말은 이 예행 촬영에 대한 것으로, 나는 내 트라우마를 멋지게 분쇄시킬 수 있을 정도로 멋지게 촬영을 끝마쳤다.
"후우..."
하지만 오히려 그 사실 때문에 걱정만 잔뜩 쌓여가는 상태였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같이 촬영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그로 인한 긴장감 때문에 성공적인 연습 다음의 실전을 망쳐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왜 그렇게 한숨을 내쉬고 있지?"
"...아스카."
그렇게 궁상맞은 행동을 하고 있을 때, 아스카가 내 곁에 다가와 앉았다.
원래 아스카가 여기까지 따라올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나를 격려하고 병의 진행도 막을 겸 프로듀서가 따라오지 않겠냐고 제안한 모양이었다.
물론 아스카가 거기에 응해 자발적으로 따라왔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혹시 긴장하는 건가?"
"...당연하지."
"힘내라. 아무리 반쪽뿐이라지만 카나하 넌 엄연히 성공의 과실을 손에 넣은 상태. 그대로만 하면 돼."
물론 네가 따라와 그 말을 해준 덕분에 지금 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는 것 또한, 말할 필요도 없겠지.
+3 이제 뭘 할까?
아스카한테 응석이라도 부려볼까?
그러던중 둘이있는 곳에 들어오는 정체불명 & 행방불명 전문인 촬영 파트너 시키쨩
재앵커, +1
나는 콧소리 섞인 목소리로 애교부리면서 아스카에게 껴안듯 매달려 막무가내로 위로를 청했다.
역시 이럴 때는 아스카한테 응석부리기가 좋단 말이야.
이것만큼 치유되는게 또 있을까.
"그리고 촬영 때문에 지쳐버렸는데~ 언니좀 위로해주라아~"
"예이, 예이."
아스카는 위로해달라며 떼쓰는 나에게 건성으로 대답하면서도, 한 손으로 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주었다.
섬세한 손길 너머로 나를 소중히 하는 감정이 전해졌다.
우리는 잠시 동안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침묵 속에서 그녀가 간간히 흘리는 웃음소리로 나는 그녀가 웃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런 말 없이도, 우리는 많은 것을 서로 나누고 있었다.
"난 걱정했었다. 네가 예전의 일 때문에 위축되지는 않을까, 갑작스럽게 알게 된 파트너의 존재 때문에 연습부터 망쳐버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지."
정겨운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런데도 넌 잘 해 주었지. 아직 성공의 과실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미 네 손에 이미 그것이 들려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조금 늦게 찾아온 위로였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여전히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나에게 전해진 그녀의 칭찬과 인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나는 그저 응석을 받아주길 바랬을 뿐인데, 어쩐지 더 큰 것을 얻어버린 것만 같다.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역시 운명이란..."
벌컥!
"늦어서 죄송합니...!"
"..."
"......."
이 상황에선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타치바나에게 칠칠치 못하게 응석 부리는 장면을 보여버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할까, 아니면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날 응석부리고 싶게 만들고 있는 아스카를 원망해야 할까.
부끄러움으로 머릿속이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차, 엉망진창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 타치바나의 시선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일단 아스카와 떨어지자.
"이, 이거 우연이군. 설마 아리스가 이곳에 들어올 줄이야."
"저도 두분이 여기 계실 줄은 몰랐어요."
그 차디찬 시선을 의식한 건 아스카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녀는 타치바나에게 말을 거는 것으로 분위기를 바꾸려 했던 것 같았지만 돌아오는 타치바나의 말에는 그녀의 시선만큼이나 날이 서 있었다.
아, 안 돼. 아무리 생각해도 촬영이 시작하기 전까지 이 어색한 분위기를 지울 수 없을 것 같아.
"그, 그나저나 이거 의외로군? 설마 카나하의 촬영 상대가 아리스일 줄이야."
그만해줘, 아스카. 말 돌리기는 소용 없다는 거 알잖아.
방금 전에도...
"예?"
어라? 먹혔어?
"무슨 소리신가요? 제 파트너는-"
"짜쟈-안!!!"
타치바나가 뭐라고 말하려 할 때, 갑자기 책상 밑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오더니 타치바나의 말을 잘라버렸다.
"시키 씨?!"
"네, 네가 왜 여기 있지?"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지만, 나를 제외한 두 명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짓더니 경악하듯 말했다.
"중대한 오류가 있어서 수정해주려고 나왔을 뿐이라고? 아리스의 파트너는 이 쪽이거든!"
"타치바나입니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 오가는 사이에 뒤늦게 깨달은 사실은, 저 시키라는 사람이 쭉 이 방 안에서 우리 둘과 함께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그나저나 뭐야 정말~ 분위기가 뜨거워졌다가 차가워졌다가. 이러다간 시키쨩 감기걸려버린다고?"
역시나.
+3 이 어이없는 상황은 또 어떻게 흘러갈까.
카나하의 파트너는 예정된 사람이 있기에...
"아리스가 아니라 타치바나... 잠깐만요! 저희 곧 촬영 있잖아요!"
"으응? 아리스답지 않게 왜 그러실까? 장소를 헷갈리기도 하고? 자아, 가자고!"
등장부터 요란했던 그 시키라는 사람은 한바탕 치는 폭풍처럼 우리 셋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긴 채, 타치바나를 데리고 사라져갔다.
"그..."
"어, 그러니까..."
마치 처음으로 스킨십을 시도하는 연인같은 반응.
우리에게 애정 행각이 다 들통나버린, 그것도 처음부터 누군가가 우리의 애정 행각을 보고 있었다는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그녀가 남긴 '의미심장한 말'을 실천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계속하라고 해도 흥이 깨져버려서 무리라고.
+2 다음 상황.
@오래간만에 등장이나 한번...
재앵커, +1
상황이 나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지만, 아쉬운 마음은 전혀 식어들지 않았다.
그렇게 아쉬움이 반복되기를 몇 번.
나는 방법을 바꿔, 조용히 아스카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말로 안 된다면 행동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그러기 쉬운 상황을.
물론 서로 말조차 주고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무릎을 베고 누우려니 조금 어색하긴 했다.
"뭐, 뭐 해. 머리 쓸어줘."
내가 한 행동에 괜히 무안해진 나는 아스카를 재촉했다.
얼마 안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스카의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 위로 올라왔다.
다시 분위기가 좋아지면, 자연스레 이야기도 나누면서-
"내가 좀 늦었지? 지금까지 다른 사람한테 잡혀 있느라..."
돌연 문이 열리더니, 프로듀서가 들어오며 우리들을 또 한번 기겁하게 만들었다.
나는 서둘러 일어나 아스카에게서 조금 떨어져 앉았다. 프로듀서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라 너무 서두른 나머지 아스카와 머리가 부딫힐 뻔할 정도의 속도였다.
아스카도 프로듀서 때문에 꽤 많이 놀란 듯,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이런 일이 벌써 몇 번째였지?
프로듀서, 사실 다 알고 일부러 방해하는 게 아닐까.
+3 프로듀서와 우리들의 대화 혹은 다음 상황.
프로듀서가 온 이유는 사무실에 있던 봉투에는 받는 사람이 카나하라는것만 적혀있는, 누가 보냈는지 모를 편지를 전해주러온것.
"별 일 아니다."
"벼, 별 거 아니에요!"
동시에 대답하는 우리 둘을 보며 프로듀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날카로운 시선이 우리들을 훑어나갔다.
하지만 우리의 말대로 별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사생활 존중의 차원인지 따로 무언가를 질문해오지는 않았다.
"자. 받아."
질문 대신 프로듀서가 꺼내든 것은 흰 편지 봉투.
나는 프로듀서가 나에게 건네는 그 편지를 받아 겉봉을 살펴보았다.
수신인 란에 내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제외하면 발신인도, 주소도,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이상한 편지.
이런 수상한 냄새가 풀풀 나는 편지를 도대체 누가 보낸 걸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수줍은 팬 정도일까.
"사무실에 있었어."
"사무실에요?"
우표도 없는 편지가 정상적인 경로로 보내졌을 리는 없겠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사무실에 있었다니.
프로덕션 내부 사람이 보낸 편지일까?
"아무리 봐도 수상한 편지로군."
아스카가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이런 걸 처리하는 일이 네 업무가 아니었던가?"
"그 말대로 보통 수상한 편지나 소포는 대부분의 경우 내 선에서 걸러져야 정상이지. 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가져와봤을 뿐이야. 이걸 뜯어봐야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카나하에게 맡기겠다, 그건가?"
"맞아. 혹시 카나하 네가 열어보기 부담스러우면 내가 열어보고 나서 내용을 알려줄 수도 있어. 넌 결정만 하면 돼."
편지 하나일 뿐인데 그렇게까지 심각할 필요가 있는 걸까.
아니. 심각해질 이유는 충분하지.
말 그대로, 이 편지가 어떤 내용일지는 전혀 알 수 없어. 게다가 '사무실 안'에 있었다고 하니까 누가 보냈는지, 어떤 내용인지에 따라 문제가 될 여지는 충분하겠지.
...열어봐야 할까?
+1~2 (주사위, 큰 수.)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 책상 밑에서 자고 있던 요 시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