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하기도 하니, 하나미 씨랑 얘기를 좀 해봐야겠는 걸.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본인에게 들을 필요가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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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극장 휴게실
『달칵』
하나미 「아, 프로듀서 씨.」 꾸벅
시호 「갑자기 불러서 죄송해요, 하나미 씨.」
하나미 「아니에요. 일요일이라 한가하기도 했으니...」
하나미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신 건가요?」
시호 「아이돌로써, 하나미 씨의 ‘방향성’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해요.」
하나미 「방향성이요?」
어제 있었던 하나미 씨의 무대와 나기사 씨의 무대.
확실히 두 사람의 무대는 훌륭했다. 그건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그 무대에서 나기사 씨는 대중들에게 주목받았지만 하나미 씨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어째서일까? 난 그 이유가 ‘방향성’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시호 「나기사 씨는 ‘기사단장’ 컨셉을 잡고 자신의 특기인 ‘바이올린 연주’를 이용해 남들이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시호 「반면에 하나미 씨는 무색무취의 일반적인 아이돌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하나미 「그, 그렇군요...」
시호 「하나미 씨의 책임이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이런 방향성을 제안해주지 못했으니...」
‘방향성의 유무’라는 사소한 차이.
이 차이 하나 때문에 하나미 씨는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었음에도 주목받지 못했다.
담당 프로듀서로써 감점이군...
시호 「그래서 늦게나마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 논의해보려고 해요.」
시호 「이런 부분은 저 혼자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니, 하나미 씨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꺼내줬으면 좋겠어요.」
하나미 「아, 네.」
시호 「그럼 우선… ….」
‘개성 없는 사람은 주목받지 못한다.’
하나미의 방향성(컨셉)을 +~3까지 자유롭게.
(ex : 외계인, 여자친구, 공주 등등)
높은 값으로 결정.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 논의하기 시작한 우리들.
우선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가’, 컨셉에 대해 얘기해봤다.
요정, 공주님, 여동생 등 여러 컨셉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중에서 괜찮아보였던 것은─
시호 「4차원 기질의 부잣집 따님이라...」
하나미 「철권에 ‘리리 로슈포르’라는 캐릭터가 생각나서 얘기해봤어요. 제가 게임 내에서 꽤 좋아하는 캐릭터거든요.」
시호 「흠...」
하나미 「물론 그 캐릭터를 닮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에요. 단지 이런 분위기의 컨셉이 괜찮을 거 같다는 의미에서 얘기해봤어요.」
말괄량이 아가씨. 괜찮은 컨셉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고, 하나미 씨의 외모에 말괄량이 성격이라면 충분히 귀여워 보일 것이다.
시호 「네, 괜찮을 거 같네요. 그럼 기본적인 컨셉을 잡았으니, 어떤 활동을 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해볼까요.」
하나미 「활동이라고 하면... 드라마 촬영 같은 걸 말하는 건가요?」
시호 「그것도 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하나미 씨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묻는 겁니다.」
하나미 「제가 하고 싶은 일이요?」
시호 「예를 들어볼까요. 옛날에 진행됐던 아이돌 밴드 라이브, 처음 아이디어를 누가 제안했을 거 같나요? 줄리아 씨가 제안했던 거예요.」
시호 「그 제안을 줄리아 씨의 담당 프로듀서가 구체화 한 다음 진행됐던 거랍니다.」
하나미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시호 「즉, 제 질문은 하나미 씨는 무슨 ‘흥미로운 사건’을 저지르고 싶은지 묻는 거예요.」
하나미 「흥미로운 사건요...?」
P 「흠, 정말 아무 일이나 가져와도 괜찮겠어?」
시호 「괜찮아요. 전부 자신 있으니까.」
P 「자신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괜찮냐고 묻는 건 네가 사람들에게 인형처럼 보여도 괜찮겠냐, 이거라고.」
시호 「인형처럼 보여요?」
P 「넌 내가 가져온 일들만 처리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수동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
P 「그런 수동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정말 아무 생각 없는 인형처럼 보인단 말이야.」
시호 「그건...」
P 「다시 물을 게, 정말로 괜찮겠어?」
시호 「물론 제가 가져온 일들을 착실히 해나가면서 성장하는 방법도 있겠죠.」
시호 「하지만 그렇게만 해선 아이돌 본인이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시호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아이돌은, 그저 오르골 위에서 춤추는 인형이나 다름없죠.」
하나미 「그렇군요. 그래도 지금 당장 ‘흥미로운 사건’을 생각하라고 하면...」 끄응
시호 「마음 급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은 그저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연기를 하고 싶어요.’정도만 얘기해도 돼요.」
시호 「만약 하고 싶은 일이 생기신다면, 언제든지 얘기해주세요. 긍정적으로 검토해볼게요.」
하나미 「...네, 알겠습니다!」
시호 「한 번씩 훑어보세요.」 촤라락
하나미 「뭐죠? 이 서류 봉투들은.」
시호 「하나미 씨랑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얘기해보고 제가 여러 군데 돌아다니면서 알아본 일들이에요.」
하나미 「웹 드라마, 뮤지컬, 잡지 촬영... 총 3개인가요.」
시호 「안타깝게도 시간이 겹쳐서 3건 중 하나만 골라야 할 거 같아요. 어떻게 하실래요? 이건 하나미 씨의 선택이에요.」
하나미 「네? 제가 고르는 건가요?」
시호 「」 끄덕
하나미 「으음... 그럼 한 번 살펴볼게요.」
하나미의 결정
1~33 : 웹 드라마 오디션
34~66 : 765 뮤지컬 출연
67~100 : 게임 잡지 촬영
+~3까지 주사위 후 중간 값
잡지 발간 후, 게임의 사전 예약자 수는 100만 명을 돌파.
뭐, 게임이 출시된다고 해서 이 게임이 뜰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인터넷에도 게시된 하나미 씨의 코스프레 사진과 잡지 판매 수를 따진다면, 확실히 하나미 씨의 얼굴을 본 제법 생겼다는 것이다.
시호 (코스프레 반응도 좋은 거 같고... 이번 일은 성공적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
『달칵─』
하나미 「에에? 하나도 안했는데, 시험공부.」
시호 「」 쫑긋
「하나미도 슬슬 시작해야하는 거 아니야? 지난 번 중간고사도 낙제점이었다면서.」
하나미 「그래도... 역시 공부는 어려워. 그냥 이번 시험도 망쳐버릴까.」
「그런 말해도 괜찮겠어? 바로 앞에 담당 분 계시는데.」
하나미 「에? 어, 어라?! 프, 프로듀서 씨...?」
시호 「하나미 씨, 우연이네.」
하나미 「...아까 한 말 들으셨어요?」
시호 「응.」
하나미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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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시호의 집
하나미 「실례하겠습니다.」
시호 「어서와. 기다리고 있었어.」
책가방을 메고 우리 집으로 찾아온 하나미 씨.
담당 아이돌이 공부를 못하는 건 아무 상관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낙제점은 용서 못한다.
리쿠 「으어어... 기다리고 있었어...」 퀭
하나미 「?! 조, 좀비?!」
시호 「리쿠, 문제는 다 풀고 나온 거야?」
리쿠 「다 풀었으니까, 이제 좀 쉬게 해 줘...」
시호 「아직 3시간 밖에 안했는데 벌써 힘들다고 하면 어떻게 해.」
하나미 (3, 3시간...) ←하루 평균 공부 시간 10분
시호 「자, 하나미 씨. 어서 들어와.」
하나미 「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난 리쿠와 하나미 씨를 데리고 2층에 있는 내 방으로 올라갔다.
시호 「책은 들고 왔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도록 해.」
하나미 「네. 알겠습니다.」
리쿠 「하나미, 지옥에 온 걸 환영해.」 짝짝
하나미 「아까부터 불안했는데, 그렇게 말하니까 더 불안해졌어!」
『~♪』
시호 「? 전화? 잠깐, 실례할게.」 삑
다음 상황
1~50 : (업무 상 급한 내용이 있다는 전화) 시호 「미안, 잠깐 나갔다 올게.」
51~100 : (시즈카에게 온 사적인 전화) 시호 「자, 공부 계속할까.」
+~2의 주사위 값으로 결정.
시호 「여보세요? 시즈카? ...시간 되냐고? 미안, 오늘은 안 될 거 같은데.」
시호 「...알겠어.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삑
리쿠 「모가미 씨한테서 온 거야?」
시호 「영화 티켓 구했다면서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했어. 거절했지만.」
리쿠 「왜? 주말인데 모가미 씨랑 같이 쉬러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거 같은데.」
시호 「내가 나가면 너희끼리 공부 할 수는 있니?」
리쿠 「그, 그건...」
하나미 「당연히 할 수... 있죠!」
시호 「......」
역시 나가면 안 됐어.
시호 「자, 각설하고 공부 시작할까.」
리쿠 & 하나미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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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담당 아이돌이 낙제점을 피하길 원하는 것이지 공부를 잘하는 걸 바라지는 않는다.
그래서 각 과목당 최소 30점은 넘길 수 있는지 하나미 씨에게 연습 시험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예상대로...
시호 「아이고, 머리야...」 지끈
리쿠 「우와, 이건 좀 심한데.」
하나미 「아, 알아! 내 성적에 대해선...」
시호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수업만 들어도 이 정도 성적이 나오진 않을 탠데...」
시호 「하나미 씨, 수업 시간을 대체 어떻게 보내고 있는 거야?」
하나미 「......」
하나미 「데헷~☆」
시호 「자, 리쿠. 수학은 여기까지하고 다음은 사회로 넘어갈까.」
리쿠 「그 전에, 이 부분이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시호 「그래? 어디 보자... 아아, 이 문제는─」
하나미 「죄송합니다만 이 밧줄은 좀 풀어줬으면 좋겠는데요?!」
일단 그곳에서 여태껏 공부하지 않은 자신에 대해 반성하길 바랄게 하나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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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미 「」 슥 스슥
하나미 「하아... 다 풀었어요.」
시호 「거 봐. 하니까 잘 하잖아.」
이 정도만 한다면 낙제점은 무난히 넘길 수 있겠지.
물론 이 공부량을 시험 때까지 꾸준히 유지해야겠지만.
리쿠 「누나, 이제 슬슬 저녁 시간인데.」
시호 「음? 어라, 진짜네.」
하나미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공부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시호 「음? 저녁 먹고 가도 괜찮은데.」
하나미 「네? 정말요?」
리쿠 「나, 요리 꽤 자신 있다고? 맛은 보장할게.」
하나미 「으음...」
1~50 : 집에 일이 있어서 빨리 가봐야 할 거 같아요.
51~100 : 권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사위 후 먼저 2표.
시호 「음...」 뒤적뒤적
리쿠 「뭐야, 케첩 안 보여?」
시호 「안 보이는데. 지난번에 다 쓴 거 아니야?」
리쿠 「에에? 산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시호 「근처에 마트 있으니까 금방 다녀올게. 다른 재료들도 없는 거 아니야?」
리쿠 「오늘 점심 때 채소들은 냉장고에 남아있는 거 확인했으니까 케첩만 가져오면 돼.」
시호 「그래. 그럼 다녀올게.」
『부글부글─』
하나미 「......」 살금살금
리쿠 「...? 뭐야, 하나미였나.」
하나미 「앗, 헤헤, 들켰네. 놀래키려고 했는데.」
리쿠 「요리할 땐 위험하니까 그만 둬.」
하나미 「알겠습니다. 그런데 프로듀서 씨는? 같이 있던 거 아니었어?」
리쿠 「누나는 케첩 사러 마트에. 아, 햄버그 고기는 다 익었는데 맛이나 볼래?」
하나미 「그래? 그럼...」
리쿠 「자, 여기.」
하나미 「잘 먹겠습니다.」 냠
하나미 「(우물우물) 오, 맛있어!」 척
리쿠 「그래? 입에 맞다니 다행이네.」
리쿠 「그럼 남은 건 햄버그 소스랑 나폴리탄인가.」
하나미 「...리쿠는 요리 좋아하는 편이야?」
리쿠 「좋아하는 건 아니고, 어릴 적부터 집에는 나 혼자 뿐이었으니까.」
리쿠 「누나랑 엄마는 일 때문에 바쁘고. 아빠는 행방을 모르고...」
하나미 「아아...」
리쿠 「그래도 누나가 저녁 되기 전까진 집에 돌아와서 먹을 걸 챙겨줬는데, 중2 때는 누나도 밤늦게 돌아올 때도 있어서 내가 직접 챙겨 먹었지.」
하나미 「그렇구나...」
리쿠 「나도 고기 한 점 먹어볼까.」 냠
하나미 「...아, 잠깐. 그 포크...」
리쿠 「?」
하나미 「어어... 그, 내가 썼던 건데...」 ///
리쿠 「......」
리쿠 「...!」 ///
시호 「다녀왔습니다.」
리쿠 & 하나미 「!!」 깜짝
시호 「음? 뭐야, 하나미 씨도 같이 있었네.」
하나미 「그, 그럼! 요리 기대할게!」 ///
리쿠 「그, 그래!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
시호 「???」
급하게 거실로 돌아가는 하나미 씨와 조용히 발을 구르며 면 삶는 걸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리쿠.
뭔가 재밌는 장면을 놓친 기분이 드는데.
시호 「리쿠, 하나미 씨랑 무슨 일 있었어?」
리쿠 「크흠! 아무 일도 없었어...!」 ///
시호 (무슨 일 있었구나.)
시어터 2기생들의 데뷔 무대가 치러진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나갔다.
그 중 나기사 씨는 2기생 13명 중 독보적인 인기를 받으며 현재 왕성히 활동 중.
나머지 12명도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받지는 못해도 그럭저럭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다.
노력하는 2기생들을 위해서 담당 프로듀서들도 자신의 아이돌을 띄우기 위해 하나씩 비장의 카드를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부사장님.
타이밍이 이른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P 「액터 ‘사쿠라모토 하나미’에게 ‘말괄량이 공주님’이라는 컨셉을 내세워 ‘공주님의 다과회’라는 컨셉으로 무대를 개최하여 기존 팬들과 유입 팬들에게 하나미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확실히 기획 의도는 좋아.」
P 「하지만 하나미 씨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기존 팬들도 얼마 되지 않을뿐더러 유입되는 사람들도 현재는 적은 편이지.」
P 「시호, 난 이런 이벤트는 하나미 씨의 이름이 유명해지고 새로운 팬들이 많이 생겨날 때 즈음에 하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해.」
시호 「그렇군요...」
부사장님의 말도 일리가 있다.
평소에 관심도 없었던 모르는 사람의 무대를 보러올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하나미 씨의 기존 팬들 모두가 이번 무대를 보러온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번 무대의 티켓 판매량은... 많아봤자 300명 이하.
극장의 객석을 5분의 3밖에 채우지 못한다는 말이다.
시호 「......」
...그래서 이 계획을 나중으로 미룰 것인가?
아니.
시호 「부사장님의 말씀대로 유입층들이 쌓일 때 즈음에 개최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습니다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시호 「이번 무대의 목적은 하나미 씨의 아이돌로써의 컨셉을 확실히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다시 한 번 더 새롭게 출발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P 「새로운 출발?」
시호 「하나미 씨의 첫 데뷔 무대 때, 그 때 무대는 정상적으로 마무리됐지만 하나미 씨의 방향성을 대중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아니,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시호 「그저 귀여운 아이가 노래하고 춤추는, 무색무취의 모습만 보여줬었죠.」
P 「그래서 늦게나마 하나미 씨의 컨셉을 확고히 보여주고 싶다는 건가?」
시호 「네. 그리고 관객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남길만한 이벤트는 역시 라이브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P 「그렇군...」
사람들에게 하나미 씨의 이미지를 확고히 잡기위해서 꼭 필요한 무대라는 것이 내 주장.
부사장님은 내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더 기획서를 정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번 더 읽고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P 「좋아. 승인하도록 할게.」
시호 「!」
P 「다만, 내가 제안한 목표치를 넘겼으면 좋겠어.」
시호 「목표치?」
P 「간단해. 이번 라이브 준비기간 동안, 즉 2개월 동안 하나미의 고정팬층을 100명으로 높일 것.」
시호 「네?」
P 「블로그의 조회수나 음반 판매량 같은 걸 보면 하나미의 대략적인 고정팬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으니까. 그 숫자를 2달 동안 100으로 높여보도록 해봐.」
시호 「......」
두 달 안에 고정층을 100까지 높여라...인가.
시호 「...네, 알겠습니다.」
P 「표정 좋은 걸. 좋아, 기대하도록 할게. 예산 쪽은 충분히 지원할 테니 언제든지 요청하도록 해.」
시호 「네, 반드시 성공시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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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765 극장
부사장님께 라이브 승인 및 예산 지원을 약속받고 난 이 사실을 하나미 씨한테도 알렸다.
하나미 「드, 드디어 때가 됐나요...」 꿀꺽
시호 「네. 준비 시간은 2개월. 무대 컨셉은 ‘말괄량이 공주님의 다과회’로 정했어요. 자세한 건 이 서류를 확인해보시면 될 거예요.」
하나미 「아, 네. 나중에 정독해보겠습니다.」
하나미 (우와... 슬슬 때가 됐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닥치니까 실감이 안 되는 걸...)
시호 「하나미 씨, 이번 무대는 하나미 씨의 아이돌로써 방향성을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새로운 출발이에요.」
시호 「데뷔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바쁜 일정이 진행될 거예요. 잘 따라오길 바랄게요.」
하나미 「...네, 알겠습니다!」
각오를 다진 표정으로 자신 있게 대답하는 하나미 씨.
조건이 달려 있기 때문에 이번 무대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고정층 100명... 현재 하나미 씨의 고정팬층 수를 생각해본다면 물론 고생 좀 하겠지만 아예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라고 본다.
나도... 정신 바짝 차려야겠지.
아리사 「...좋아요! 평소 하나미 씨한테선 재밌는 장면을 많이 받았으니, 답례라고 생각하고 한 번 해보도록 하죠!」
시호 「! 감사합니다!」
아리사 「인터뷰 날짜는 어떻게 할까요?」
시호 「아, 그건… ….」
예상 외로 흔쾌히 수락해주신 아리사 씨.
이후 그 자리에서 인터뷰 날짜와 장소까지 순식간에 결정되었다.
시호 「정말 감사합니다. 아리사 씨도 바쁘실 텐데...」
아리사 「아니에요!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들, 특히 하나미 씨는 제가 되게 재밌게 관찰하는 아이니까요~」 므흐흐
시호 「...?」
아리사 「첫 번째 인터뷰 이후로 두 번째로 얘기하는 건가... 기대되는 걸~!」
...어라? 그런데 ‘재밌는 장면을 많이 받았다.’는 건 무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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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터뷰 당일
아리사 「그렇군요. 그럼 공주님은 이번 무대에서 무슨 발표를 한다는 거죠?」
하나미 「글쎄요? 지금 당장은 알려드릴 수 없겠네요.」
아리사 「헤에, 비밀인가요.」
아리사 「...그럼 개인적으로 알려줄 수는 있나요? 기사에 쓰지는 않을게요.」 속닥
하나미 「안~돼요~! 궁금하다면 직접 무대로 찾아오시길!」
아리사 「에에?! 너무하네요...」
시호 (인터뷰를 하는 건지 수다를 하는 건지...)
인터뷰를 하러온 기자가 아니라 최애랑 얘기하고 싶은 덕후로 보이는데요, 아리사 씨.
...뭐, 그 편이 일반적인 인터뷰보다는 하나미 씨의 긴장을 푸는데 도움이 되겠지.
하나미 씨를 배려하려고 일부러 이런 분위기를 만든 건가, 아리사 씨는.
하나미 「기자 분도 이번 라이브에 올 생각이 있으신가요?」
아리사 「물론이죠! 반드시 가도록 하겠습니다, 공주님!」 반짝
...내가 너무 아리사 씨를 고평가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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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사 「공주님과의 담소... 정말 재밌었어요!」
시호 「아, 네. 인터뷰 수고하셨습니다.」
아리사 씨의 반응, 하나미 씨의 인터뷰는 잘 마무리 된 것 같다.
그럼... 이제부턴 내 차례다.
시호 「그럼 아리사 씨, 협상 시작하죠.」
아리사 「네? 아차... 내 정신 좀 봐, 페이지 수 협상을 잊고 있었네...」
페이지 수 협상 결과.
+~3까지 주사위 후 평균값.
*이후 무대의 성공 여부 값에 영향을 줍니다.
시호 「하나미 씨와 얘기를 해보셨으니 알겠지만, 이번 인터뷰 내용에선 쓸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리사 「......」 골똘
시호 「5페이지 정도면 하나미 씨의 매력과 이번 무대를 홍보하기엔 충분하지 않을까요.」
아리사 「5페이지...」
아리사 씨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펜으로 수첩에 뭔가를 끼적이더니 펜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아리사 「...죄송해요. 아무래도 그건 안 될 거 같네요.」
시호 「네?」
아리사 「물론 아리사도 많이 써주고 싶어요. 방금 하나미 씨와 얘기하면서 많은 걸 느꼈고 사람들한테도 이걸 알리고 싶으니까요.」
아리사 「하지만 잡지에 싣는 내용들은 아리사 혼자서만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저 포함 여러 사람들이 토의를 거듭해서 출판해내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하나미 씨를 어떻게 볼지는...」
시호 「...인지도 때문인가요?」
아리사 「아쉽게도 이름 없는 신인 아이돌에게는 5페이지도 많아요.」
시호 「......」
욕심.
사실 5페이지 정도면 욕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미 씨에 대해서, 이번 무대에 대해서도 쓸 것들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아직 생 신인과 다름없는 하나미 씨한테는 아직까진 욕심이구나...
시호 「...알겠습니다. 그럼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리사 「3페이지 정도라면 적당할 거 같아요. 편집 팀을 잘 설득시켜봐야겠지만.」
시호 「그렇군요... 그럼 알겠습니다. 기사 잘 부탁드릴게요.」
아리사 「프로듀서 분도 수고하셨어요.」
.
.
.
인터뷰를 끝마치고 다음 스케줄 장소로 향하는 길.
난 차를 몰면서 아리사 씨가 얘기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이름 없는 신인 아이돌’.
난 그 말의 무게감에 순간 짓눌렸다.
시호 「」 힐끗
하나미 「~♪」
하나미 씨가 데뷔한지는 어느덧 한 달.
그 한 달 동안, 나는 대체 뭘 해왔을까...?
시호 「...하나미 씨, 죄송해요.」
하나미 「네? 무슨 말 하셨어요?」
시호 「...다음 스케줄, 무슨 일인지 알고 계시는지 물어봤어요.」
하나미 「아, 네. 그러니까… ….」
다음 일정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하나미 씨.
부사장님 말대로, 역시 하나미 씨는 가능성이 있는 아이다.
그 가능성을 내가 어떻게든...
하나미 「~♬」
「OK, 컷. 일단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시호 「...?」
하나미 「네.」
시호 「잠깐만 하나미 씨. 그 부분 한 번만 더 해보죠.」
하나미 「네?」
「또 하시려고요? 지금 1시간 동안 같은 부분만 하고 있는 거 알고 있죠? 그리고 하나미도 이제 좀 쉬어야─」
시호 「녹음 시작하고 3시간 밖에 안됐습니다. 하나미 씨, 아직 더 할 수 있죠?」
하나미 「아... 네.」
「...하아, 저 사람 목 괜찮을까...」
감독님도 하나미 씨의 상태를 보고 오늘은 글렀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지금 하나미 씨의 상태라면... 몇 시간 휴식을 한다고 해도 오늘 정상적으로 노래 부르는 건 불가능...
하나미 「콜록... 아뇨, 계속 해보죠.」
시호 「네?」
「사쿠라모토 씨, 자기 목상태가 어떤지 본인이 잘 알지 않습니까. 오늘 안에 회복은 불가능이라고요.」
하나미 「1시간만 쉬게 해주세요. 그럼 괜찮아질 거예요.」
「...하아, 알겠습니다. 그럼 한 시간 후에 다시 시작해보죠.」
「프로듀서나 그 담당이나... 미쳤어, 둘 다.」 혼잣말
그리고 한 시간 휴식 시작.
하나미 씨는 눈을 감고 명상하듯이 목을 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고, 기적이라고 해야 할까, 하나미 씨의 목상태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
물론 완벽한 상태는 아니라 만족스러운 소리는 낼 수 없었지만, 다행히 오늘 안에 녹음을 마칠 수는 있었다.
휴식 시간 제외, 장장 9시간 동안 진행된 녹음.
난 휴식 후 진행된 작업 3시간 동안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움츠려들었던 걸까.
하나미 씨에게 다시 한 번 더 하자는 말도, 감독님께 문제 제의도 할 수 없었다.
하나미 「프로듀서 씨, 수고하셨습니다.」 쩌적
시호 「...엄청 갈라졌네요, 하나미 씨.」
하나미 「그러게요. (콜록)저도 제 이런 목소리 처음 들어요.」
시호 「녹음 고생했어요. 오늘 스케줄은 다 끝났으니 이제 쉬도록 하죠. 특히 목 부분은...」
하나미 「네. 오늘 집에선 되도록 말하면 안 되겠네요(콜록).」
녹음이 끝나자마자 하나미 씨의 목소리는 휴식 전보다 더 상태가 나빠졌다.
갈라진 목소리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
그럼에도 하나미 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대답했다.
시호 「죄송해요. 하나미 씨. 저, 하나미 씨를 너무 믿고...」
하나미 「그래도 절 믿고 그렇게 하자고 한 거잖아요. 녹음도 다 끝났으니 이제 됐잖아요.」
시호 「정말... 정말로 죄송합니다...」
지난번 인터뷰 때도 그렇고, 난 왜 하나미 씨한테 ‘죄송하다’라는 말 밖에 하지 못하는 걸까.
난 그 생각에 순간 울컥했다.
「최근 키타자와 씨, 최근 사무실에만 있는 거 같지 않아?」 우물우물
하나미 「음? 프로듀서 씨가?」
「응.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레슨 끝나고 여기로 오는 길에 사무실 안을 잠깐 봤는데, 일하고 있는 거 같더라고.」
나기사 「그러고 보니, 이틀 전에도 제가 퇴근하려고 잠깐 사무실을 지나갔었는데, 그 때도 안에 계셨네요.」
「어어... 그 때 시간이 언제였죠?」
나기사 「한 7시 즈음이었을 거예요. 늦은 시간이었는데.」
「우와, 그 시간까지도 계셨었구나...」
하나미 「음...」
확실히 요즘 프로듀서 씨의 몰골이 말이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다.
말을 더듬는다던지, 어지러움을 호소한다던지, 발을 헛디딘다던지...
리쿠의 말을 들어보면 밤 11시에 집에 돌아가서도 프로듀서의 방 안에 키보드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나기사 「상태가 걱정되긴 하네요.」
「진짜 과로로 쓰러지는 거 아니야? 솔직히 지금 키타자와 씨 걱정 안하는 사람, 극장 내에 아무도 없다고.」
하나미 「......」
.
.
.
-저녁 밤, 하나미의 집
하나미 「...프로듀서 씨, 지금도 극장에 있으려나.」
아니,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간다고 했으니까 지금 시간엔 집에 있겠지.
...물론 또 일하고 있겠지만.
하나미 (라이브를 위해 준비할 게 많다곤 하지만...)
하나미 (아무리 그래도 쉴 때는 쉬어야 한다구요, 프로듀서 씨.)
하나미 「......」
난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해봤다. 내가 프로듀서 씨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나미 「혹시 된다면 내일 만나고 싶은데, 시간 어때?」
리쿠 「어어, 응! 나 내일 한가해!」
하나미 「다행이다, 그럼 내일 그 쪽에서 보자.」
리쿠 「응. 거리 시계탑 쪽 말하는 거지? 알겠어!」
『뚝─』
하나미 「...좋아.」
.
.
.
-다음 날 거리
리쿠 「...이벤트 준비?」 끔뻑
하나미 「응. 최근 프로듀서 씨, 너무 쉬지도 않고 일하시는 거 같거든. 그래서 프로듀서 씨를 위한 이벤트랑 선물을 준비해드리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리쿠 「......」
리쿠 (난 대체 뭘 기대했던 걸까.)
하나미 「리쿠, 도와줄 수 있어? 선물 고르는 것만이라도 좋으니까.」
리쿠 (...하긴, 누나를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얼마 안가서 쓰러지겠지.)
리쿠 「좋아, 나도 누나가 걱정되니까. 협력할게.」
하나미 「! 고마워!」 활짝
리쿠 「」 ///
리쿠 「그, 그래서... 선물은 나랑 같이 고를 거고, 이벤트 계획은 어떻게 돼?」
1~50 : 지금부터 생각해봐야지.
51~100 : 난 다 계획이 있다구.
주사위 후 먼저 2표.
어젯밤동안 머리 써가면서 계획한 프로듀서 씨를 위한 이벤트.
난 리쿠에게 그 계획의 내용을 공개했다.
리쿠 「...너무 대충 짠 거 아니야? 내가 뭐 도와줄 것도 없을 거 같은데.」
하나미 「그래도 어떤 부분에선 나보다 리쿠 쪽이 더 나아. 그리고 나 혼자서 프로듀서 씨랑 떠드는 것보단 여러 명에서 얘기하는 편이 그림도 좋잖아?」
리쿠 「뭐, 그건 그렇지. 그럼 이벤트 날짜는?」
하나미 「이번 주 일요일.」
리쿠 「내일이라... 좀 갑작스럽지만, 알겠어.」
.
.
.
-그리고 다음 날 사무실 (낮)
시호 「......」
착오다...
많은 양의 정보를 압축하느라 문맥이 엉망진창인 채로 메일을 보내버렸다.
원래는 이런 실수 잘 안하는데...
시호 「......」
시호 「자책할 시간 없어.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해...」 타닥타닥
라이브 당일까지 앞으로 1개월.
지금으로썬 1분 1초가 아깝다.
좀 어지럽더라도... 라이브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2년 전, 765프로덕션의 아이돌에서 프로듀서로 전직한 야부키 카나.
내가 처음 카나의 프로듀서 전향 소식을 들었을 때, 잘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들었지만 시즈카의 전국 투어를 성공시키는, 예상 외로 카나한테 프로듀서 일이 잘 맞았던 것 같았다.
그리고 현재, 카나는 2기생인 아카마츠 씨와 함께 우리 중 가장 먼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시호 「너야말로 일요일에 여긴 왜 온 거야?」
카나 「급하게 메일 보낼게 있어서. 메일만 보내고 바로 갈 거야.」
시호 「아, 그래.」
난 얘기가 끝나자마자 다시 모니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잠깐의 대화 이후 조용해진 사무실 안.
얼마 지나지 않아, 카나 쪽에서 다시 말을 꺼냈다.
카나 「...시호, 오늘 언제까지 남아있을 생각이야?」
시호 「6시까지. 일요일이니까.」 타닥타닥
카나 「또 집에 들고 가서 하려고?」
시호 「기획서를 보냈는데 거절당했어. 다른 곳을 찾아봐야해.」 타닥타닥
카나 「그거, 다른 곳에도 많이 보냈었잖아. 그 쪽 소식을 기다려보는 건 어때?」
시호 「기다리면서 알아보는 거지. 게다가 아직 다른 것도─」
카나 「그렇게 하다 쓰러지면 말짱 도루묵 아니야?」 쾅
시호 「」 깜짝
책상 내려치는 소리에 놀라 카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카나는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호 「카, 카나...?」
카나 「시호, 너무 헛돌고 있어. 큰 진전 없이 계속 힘만 빼고 있잖아.」
시호 「큰 진전은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어.」
카나 「1보 전진하는데 99퍼센트 힘을 써버리면 어쩌겠다는 건데? 마지막까지 가지도 못한다고?」
시호 「그건...」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걱정 마, 난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걸어갈 수 있어.
하지만 무슨 근거로?
매일 어지럼증에 발도 헛디디고 눈도 흐릿해진 주제에.
카나 「요즘 시호를 보면, 정말 얼마 안가서 쓰러질 거 같단 말이야.」
카나 「만약에 시호 네가 쓰러진다면, 하나미 씨는 누가 책임질 건데? 한 달 뒤 무대는 누가 맡아서 하고?」
시호 「......」
카나 「아무도 나서지 않을 거야. 자기 담당 챙기기도 바쁘니까. 그럼 결국엔 하나미 씨만 고생시키는 거라고.」
시호 「하나미 씨만...」
잡지 페이지 수 협상, 신곡 앨범 녹음, 그리고 데뷔 무대 이후 있었던 일들.
하나미 씨는 최선을 다해서 자기가 맡은 역할을 확실히 해냈다.
그런데 그 때마다 내가 구멍을 내버려 매번 어정쩡한 결과물만 만들어냈다.
난 하나미 씨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자신을 험하게 다뤄왔다.
카나의 조언으로 그제야 깨달았다.
툭하면 쓰러질 것 같은 내가 여기서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면, 그건 하나미 씨의 발목을 붙잡는 걸 넘어서 부러뜨리는 거라고.
카나 「열심히 하는 것, 당연히 좋지. 근데 마지막까지 못 간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라고.」
시호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또 쉬엄쉬엄한다면 어설픈 결과만 낼 거라고.」
카나 「굳게 닫힌 문을 열려면, 계속 힘을 줘 당기는 것보단, 한 번에 세게 당기는 편이 더 잘 열린다고.」
시호 「...무슨 소리야?」
카나 「그러니까 좀 쉬라는 얘기야. 일할 때 일하라는 거지.」
카나 「난 메일도 보냈고, 먼저 가볼게. 시호 넌 어떻게 할 건데?」
시호 「......」
시호 「하나미 씨 요리 잘하시네요.」
하나미 「헤헤, 실력 발휘를 해봤죠!」
리쿠 (어이, 내가 거의 다하지 않았나?)
시호 「음, 이 정도라면 요리 관련 프로그램도 한 번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끄덕끄덕
하나미 「아아, 또 일 생각!」
시호 「생각만 하는 거예요. 오늘은 푹 쉴 겁니다.」
하나미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시호 「네. 흐아암...」 하품
일주일 만에 느껴보는 포만감.
그 동안은 삼시세끼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로만 때워서 그런가.
배가 불러서 그런가, 이제는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나미 「라벤더 향이에요. 잘 때 배게 아래에 뿌리고 주무시면 좋을 거예요.」
시호 「잘 때 쓰는 거군요.」
하나미 「리쿠한테 들었어요. 하루에 4시간도 못 주무신다고...」
시호 「...리쿠.」 찌릿
리쿠 「왜? 사실이잖아.」
시호 「크흠...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하나미 씨.」
하나미 「네? 아, 아뇨.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하나미 「평소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는데, 적은 시간이라도 제대로 주무셨으면 해서 드리는 거예요.」
난 왜 대체 하나미 씨에게 받기만 하는 걸까.
담당 프로듀서인데, 하나미 씨를 돌봐야하는 입장이면서 오히려 하나미 씨가 날 케어해주고 있다.
그런 생각에 하나미 씨한테 또 다른 죄를 지은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은 사과 할 때가 아니야.
시호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하나미 씨.」
하나미 「네!」
시호 「...한 번 바로 사용해 봐도 괜찮을까요? 오늘따라 많이 피곤해서...」 하품
하나미 「아, 네. 안녕히 주무세요.」
시호 「리쿠, 하나미 씨 집에 갈 때...」
리쿠 「알겠어. 제대로 배웅해줄게.」
시호 「그래. 그럼...」
.
.
.
리쿠 「진짜 이 정도만 해도 될 줄이야.」
하나미 「내 말 맞지?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 없었잖아.」
이벤트의 계획은 간단했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선물을 주며 마무리.
프로듀서 씨가 잠깐이나마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휴대폰 알람소리에 깬 나.
오늘부터 월요일이네... 그래도 푹 자서 그런가, 되게 개운한 걸.
시호 (하나미 씨한테 고맙다고 말해둬야겠네.)
시호 「지금 시간이...」
시계 「Good morning! It's AM 8:21 now!」
시호 「......」 (◎_◎;)
사회인의 여러 법칙 중 하나.
기분이 뭣 같고 몸이 찌뿌둥한 상태로 일어난다면? 그 날은 정시출근.
그럼 반대로 기분이 상쾌하고 몸이 개운한 상태로 일어난다면?
시호 (망했다, 망했다, 망했다...!!!) 화들짝
.
.
.
-765 극장 사무실 (AM 8 : 59)
시호 「하아, 하아... 출근했습니다...」 헉헉
미사키 「9시 1분 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카나 「칫... 앞으로 20초만 더 늦게 왔다면 아이스티 하나 얻어먹는 거였는데!」
미사키 「카나, 점심 때 내 자리 위에 올려두면 돼!」
시호 「...잠깐, 내가 지각하는 걸로 내기하고 있었던 거야?」
미사키 「시호 네가 지각하는 건 흔치 않는 일이니까.」
카나 「어째서 빨리 온 거야?! 20초만 더 늦게 와주지!」
시호 「아니, 내가 왜 정시출근해서 혼나야 하는 건데? 하여튼...」
난 내 자리에서 서류 가방을 내려놓고 내용물들을 꺼냈다.
그나저나, 어제 들고 가서 하나도 손 안 댔구나.
카나 「...하나도 안 줄었네. 들고 가서 처리 안했구나.」
시호 「말했잖아. 집에 가서 제대로 쉰다고. 덕분에 푹 잤지.」
카나 「잘 잤다니 다행이네. 안색도 좋아졌고. 응! 내가 알고 있던 시호의 모습으로 돌아왔네.」
시호 「...그래.」
미사키 「맞다, 시호. 잠깐 의상실로 올 수 있어? 보여줄게 있거든.」
시호 「아, 네. 혹시 완성 됐나요?」
미사키 「후훗~」
.
.
.
-의상실
미사키 「바로 이거.」
시호 「음, 제가 생각한대로 잘 나왔네요.」
프릴이 달린 진홍빛 드레스를 바탕으로 흰색 물결무늬와 어깨가 드러나는 복장.
역시 미사키 씨한테 맡기길 잘한 것 같다.
미사키 「어때? 여기서 더 수정할 수는 있는데, 좀 시간이 더 걸릴 거야.」
시호 「음...」
1. 수정할게요. (주사위 값으로 결정)
2. 이대로 하도록 하죠. (50점으로 결정)
먼저 2표,
*이후 무대의 성공 여부 값에 영향을 줍니다.
==========
36 + 23 + ??? + ??? + ??? = (결과)
==========
지금의 의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정도라면 이번 무대와 하나미 씨에게 충분히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욕심을 내보고 싶다.
미사키 「어떤 식으로 바꿔보고 싶은 거야?」
시호 「그러니까… ….」
난 미사키 씨에게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차례대로 설명해드렸다.
미사키 「음, 그렇게 말이지.」
시호 「아무래도 이렇게 바꾸는 편이 ‘말괄량이’라는 키워드를 더 부각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사키 「좋아, 알겠어. 크게 바뀌는 부분은 없으니까 한 3일 정도면 될 거야.」
시호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미사키 「맡겨만 둬.」
.
.
.
-트레이닝 룸
시호 「아마 나온다면 이렇게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하나미 「오오...!」
시호 「3일 뒤에 완성된다고 하니, 그 때 가져오도록 할게요.」
방금 미사키 씨와 얘기하면서 그려본 의상 도안을 하나미 씨에게 보여줬다.
눈이 반짝거리는 하나미 씨. 그림이긴 하지만,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하나미 「기대되네요, 신 의상!」
시호 「마음에 드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그럼 새로운 의상에 대한 감상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연습을 시작해볼까요.」
하나미 「아, 네!」
연습 결과
+~3까지 주사위 후 평균 값.
(*어제 푹 자서 그런지 머리가 맑다. → 20점 가산됨)
역시 그래도 담당 프로듀서한테 알리는 편이...
근데 두 사람, 지금 이동하고 있는 중이라 지금 전화하기엔...
아리사 「...일단 추적하도록 하죠!」
히나타 「하아? 추적?」
아리사 「쫓아가면 좋은 장면을 얻을 수도... 아니 무조건 좋은 장면을 얻는다구요!」
히나타 「자, 잠깐! 인터뷰는 어떻게 하려고!」 덥석
아리사 「아차...!」
그러고 보니, 전 지금 히나타 쨩과의 인터뷰가 남아있었죠...?
으으... 어쩌죠...
일은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
...좋아, 결정 했어!
아리사 「히나타 씨.」
히나타 「...?」
아리사 「히나타 씨는, 선배로써 후배 아이돌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하지 않는 겁니까?」
히나타 「크, 크흠... 궁금하긴 하지만 인터뷰는 진행해야지. 게다가 인터뷰 이후에 다음 스케줄도 남아있으니까.」
아리사 「혹시 만약 후배가 불순한 짓을 저지를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으십니까?!」
히나타 「...무슨 소리?」 (-_-;;)?
아리사 「17살의 하나미 쨩.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
아리사 「만약 두 사람이 엉큼한 곳에서 ○○라도 했다간...!」
히나타 「......」
히나타의 반응
1~50 : 동요한다.
51~100 : 꿀밤을 쥐어박고 끌고 간다.
주사위 후 먼저 2표.
33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커튼 뒤 무대 한 중앙에 서있는 하나미 씨.
가슴을 한 번 쓸어내리고 시작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무대의 커튼이 열리기 시작했다.
하나미 「......」
으으, 떨린다...!
물론 이번 무대, 열심히 준비했지만 그래도 너무 떨려!
하긴, 백댄서로 무대에 올라설 때랑은 완전 다르니까...
후우... 침착하자, 침착!
『(재생 중 《FIND YOUR WIND - remix》) ~♪』
시호 (이제 시작...!)
음악이 흘러나오고 연습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프닝 부분이 끝나면 하나미 씨가 자신있어하는 보컬 부분.
제발 긴장해서 실수하는 일은 없길...
하나미 「~♪」
관객들의 반응... 미적지근해.
오프닝 곡이라 본 무대는 시작도 안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하나미 (...어라, 저거...?)
리쿠 「」 →플래카드 ‘하나로(花郎) 멈춰!’
시호 (뭐야, 리쿠... 플래카드에 뭐라고 쓴 거야...?)
하나미 (화랑(花郎) 멈춰...)
-며칠 전 게임센터
하나미 「왜 이걸 파훼를 못해?」 퍽퍽퍽
리쿠 「아니, 제발...! 발차기 멈춰!」
하나미 「멈추기 싫어~!」 톡
『K.O.』
리쿠 「스읍... 아아아...!!!」
리쿠 「화랑(花郎) 제발 멈춰!!!」 절규
하나미 「멈추기 싫은데~」 꼬우십니까? 어쩌라구요.
하나미 (...푸흡, 뭐야. 나 긴장할 거 같아서 일부러 쓴 거야?)
하나미 (걱정 마, 리쿠. 긴장 같은 거 안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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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미 「그럼 이제 마지막, 더 높은 곳을, ‘HIGHGROUND’를 향해서!」
「와아아─!!」
시호 (좋아, 하나미 씨, 완벽히 무대를 즐기고 있어.)
무대 시작 직후, 긴장해서 조금 움츠려 있던 하나미 씨.
하지만 지금, 하나미 씨의 모습에서 긴장한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시호 「이제 반대쪽에서 하나미 씨를 기다려볼까.」
하나미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커튼이 닫히면서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하나미 씨.
하나미 씨의 표정엔 후회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커튼이 완전히 닫히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하나미 씨는 내 쪽으로 다가왔다.
하나미 「하아, 다녀왔습니다!」 땀 뻘뻘
시호 「여기, 수건이랑 물.」
하나미 「감사합니다. 마침 목이 말랐어요.」 꿀꺽꿀꺽
시호 「재밌게 즐겼나보네요. 하나미 씨.」
하나미 「네!」
하나미 「이게 다 리쿠 덕분...」 소곤
시호 「음? 방금 뭐라고...」
하나미 「에? 아아, 아무말도 안했어요.」 헤헤
시호 「...?」
내가 잘못들은건가... 아까 리쿠라고 얘기한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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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 데이즈 세컨드 시즌! 개막! (기자 : 마츠다 아리사)』
댓글
dkuas654 : 765라서 믿고 가봤는데 돈값 했음.
roselia : 단장님! 단장님! 단장님!
└digel7474 : \단장!/ \단장!/ \단장!/
└hanwha’s_KimSK : 단장님의 무대를 두 눈으로 보다니 영광!
└Nagisa_dancho : 앞으로 모두 그분을 따를지어다.
(72개 댓글 더보기)
symphony : 하나미라는 애 귀엽지 않았음?
└brokenskechi : 걔가 누구임?
└riku_kitazawa : 귀여웠어! 내 여친으로 삼고 싶을 정도로
└highvoltage : 직관가서 봤는데, 앞으로가 기대되는 녀석이었어.
└riku_kitazawa :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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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 「반응은 다들 좋은 걸.」
2기생 13인의 무대가 끝난 다음 날 쓰인 기사.
댓글들의 반응을 보면 대부분 좋은 평가를 남겨준 것 같다.
특히 이번 라이브에서 가장 많이 주목 받은 사람은 나기사 씨.
확실히 대단하긴 했지. 나기사 씨의 ‘바이올린 댄스’는...
시호 「하나미 씨에 대해선 별 반응이 없는 걸...」
아예 언급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담당 프로듀서로써 뭔가 씁쓸한걸...
어쩔 수 없지. 이미 끝난 무대니까.
시호 「그나저나... 되게 한가한걸.」
나기사 씨 담당 분은 어제 무대 이후로 여러 군데서 부르는 거 같던데...
1. 한가하기도 한데, 극장에 가볼까.
2. 이렇게 놀 시간 없지. 다른 일을 찾아보자.
먼저 2표,
@아니 그보다 리쿠가 있는데?
@나기사 담당은 누구인가요? 1기 멤버? 아니면 남자?
시호 「...하나미 씨, 지금 극장에 있겠지.」
한가하기도 하니, 하나미 씨랑 얘기를 좀 해봐야겠는 걸.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본인에게 들을 필요가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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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극장 휴게실
『달칵』
하나미 「아, 프로듀서 씨.」 꾸벅
시호 「갑자기 불러서 죄송해요, 하나미 씨.」
하나미 「아니에요. 일요일이라 한가하기도 했으니...」
하나미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신 건가요?」
시호 「아이돌로써, 하나미 씨의 ‘방향성’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해요.」
하나미 「방향성이요?」
어제 있었던 하나미 씨의 무대와 나기사 씨의 무대.
확실히 두 사람의 무대는 훌륭했다. 그건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그 무대에서 나기사 씨는 대중들에게 주목받았지만 하나미 씨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어째서일까? 난 그 이유가 ‘방향성’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시호 「나기사 씨는 ‘기사단장’ 컨셉을 잡고 자신의 특기인 ‘바이올린 연주’를 이용해 남들이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시호 「반면에 하나미 씨는 무색무취의 일반적인 아이돌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하나미 「그, 그렇군요...」
시호 「하나미 씨의 책임이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이런 방향성을 제안해주지 못했으니...」
‘방향성의 유무’라는 사소한 차이.
이 차이 하나 때문에 하나미 씨는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었음에도 주목받지 못했다.
담당 프로듀서로써 감점이군...
시호 「그래서 늦게나마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 논의해보려고 해요.」
시호 「이런 부분은 저 혼자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니, 하나미 씨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꺼내줬으면 좋겠어요.」
하나미 「아, 네.」
시호 「그럼 우선… ….」
‘개성 없는 사람은 주목받지 못한다.’
하나미의 방향성(컨셉)을 +~3까지 자유롭게.
(ex : 외계인, 여자친구, 공주 등등)
높은 값으로 결정.
우선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가’, 컨셉에 대해 얘기해봤다.
요정, 공주님, 여동생 등 여러 컨셉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중에서 괜찮아보였던 것은─
시호 「4차원 기질의 부잣집 따님이라...」
하나미 「철권에 ‘리리 로슈포르’라는 캐릭터가 생각나서 얘기해봤어요. 제가 게임 내에서 꽤 좋아하는 캐릭터거든요.」
시호 「흠...」
하나미 「물론 그 캐릭터를 닮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에요. 단지 이런 분위기의 컨셉이 괜찮을 거 같다는 의미에서 얘기해봤어요.」
말괄량이 아가씨. 괜찮은 컨셉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고, 하나미 씨의 외모에 말괄량이 성격이라면 충분히 귀여워 보일 것이다.
시호 「네, 괜찮을 거 같네요. 그럼 기본적인 컨셉을 잡았으니, 어떤 활동을 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해볼까요.」
하나미 「활동이라고 하면... 드라마 촬영 같은 걸 말하는 건가요?」
시호 「그것도 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하나미 씨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묻는 겁니다.」
하나미 「제가 하고 싶은 일이요?」
시호 「예를 들어볼까요. 옛날에 진행됐던 아이돌 밴드 라이브, 처음 아이디어를 누가 제안했을 거 같나요? 줄리아 씨가 제안했던 거예요.」
시호 「그 제안을 줄리아 씨의 담당 프로듀서가 구체화 한 다음 진행됐던 거랍니다.」
하나미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시호 「즉, 제 질문은 하나미 씨는 무슨 ‘흥미로운 사건’을 저지르고 싶은지 묻는 거예요.」
하나미 「흥미로운 사건요...?」
P 「흠, 정말 아무 일이나 가져와도 괜찮겠어?」
시호 「괜찮아요. 전부 자신 있으니까.」
P 「자신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괜찮냐고 묻는 건 네가 사람들에게 인형처럼 보여도 괜찮겠냐, 이거라고.」
시호 「인형처럼 보여요?」
P 「넌 내가 가져온 일들만 처리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수동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
P 「그런 수동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정말 아무 생각 없는 인형처럼 보인단 말이야.」
시호 「그건...」
P 「다시 물을 게, 정말로 괜찮겠어?」
시호 「물론 제가 가져온 일들을 착실히 해나가면서 성장하는 방법도 있겠죠.」
시호 「하지만 그렇게만 해선 아이돌 본인이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시호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아이돌은, 그저 오르골 위에서 춤추는 인형이나 다름없죠.」
하나미 「그렇군요. 그래도 지금 당장 ‘흥미로운 사건’을 생각하라고 하면...」 끄응
시호 「마음 급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은 그저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연기를 하고 싶어요.’정도만 얘기해도 돼요.」
시호 「만약 하고 싶은 일이 생기신다면, 언제든지 얘기해주세요. 긍정적으로 검토해볼게요.」
하나미 「...네, 알겠습니다!」
시호 「한 번씩 훑어보세요.」 촤라락
하나미 「뭐죠? 이 서류 봉투들은.」
시호 「하나미 씨랑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얘기해보고 제가 여러 군데 돌아다니면서 알아본 일들이에요.」
하나미 「웹 드라마, 뮤지컬, 잡지 촬영... 총 3개인가요.」
시호 「안타깝게도 시간이 겹쳐서 3건 중 하나만 골라야 할 거 같아요. 어떻게 하실래요? 이건 하나미 씨의 선택이에요.」
하나미 「네? 제가 고르는 건가요?」
시호 「」 끄덕
하나미 「으음... 그럼 한 번 살펴볼게요.」
하나미의 결정
1~33 : 웹 드라마 오디션
34~66 : 765 뮤지컬 출연
67~100 : 게임 잡지 촬영
+~3까지 주사위 후 중간 값
봉투에 들어있던 내용을 하나씩 확인해보는 하나미 씨.
3개 모두 확인한 뒤에도 고민이 되는지 다시 한 번씩 훑어보고 있었다.
하나미 「3개 다 해보고 싶은데, 스케줄 때문에 전부는 못하고...」
하나미 「...좋아, 이걸로 할까.」
시호 「결정했네요.」
하나미 씨가 결정한 일은 게임 잡지 촬영.
이번에 새롭게 출시될 게임의 코스프레 사진을 촬영하는 일이었다.
하나미 「유명 제작사에서 새롭게 출시한다고 해서 관심이 많았어요. 캐릭터 복장도 꽤 마음에 들었구요.」
시호 「네. 그럼 이번 일에 맞춰서 스케줄을 조정하도록 할게요.」
.
.
.
-촬영 당일
『촤라락─』
하나미 「어, 어떤가요...?」
시호 「음, 괜찮네요.」
하나미 「......」 ///
시호 「? 하나미 씨, 얼굴이 붉은데요?」
하나미 「그게... 좀 부끄럽다고 해야 할까요. 옷만 놓고 봤을 때는 예뻐보였는데, 막상 입고 보니까...」 부끄
하긴 노출도가 낮은 의상이라고 말하긴 힘드니까...
시호 「그래도 어쩌겠어요. 저기 거울보고 포즈 한 번 취해보시겠어요?」
하나미 「으으... 네.」
싫은 기색을 보였지만,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잡고 거울을 바라보며 포즈를 취했다.
하나미 「헤헷~!」 척
시호 「오오...」
하나미 「......」
하나미 「...역시 부끄러워요.」 ///
시호 「그래도 방금 포즈, 되게 괜찮았어요. 촬영 때에도 그렇게만 해주세요.」
하나미 「네, 알겠습니다...」
『똑똑─』
「환복 다 하셨나요? 슬슬 촬영 시작 시간입니다만.」
시호 「아, 네. 알겠습니다. 하나미 씨, 가보죠.」
하나미 「후우... 네.」
촬영 결과
1~25 : Bad
26~50 : Good
51~75 : Great
76~100 : Perfect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다음 포즈 부탁드릴게요.」
하나미 「네!」 척
『찰칵찰칵──』
대기실에서 부끄러워했으면서 막상 실전에 돌입하니 언제 긴장했냐는 듯 자연스럽게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표정관리도 잘하고 있고, 이 정도면 무난하게 마무리 될 것 같다.
「마지막 포즈 부탁드립니다.」
하나미 「헷!」 척
『찰칵찰칵─』
「OK, 수고하셨습니다. 30분 쉬었다 재촬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나미 「수고하셨습니다!」
.
.
.
(촬영 종료 후)
하나미 「......」 ///
시호 「하나미 씨, 괜찮아요? 얼굴이 터질 거 같아요.」
하나미 「이번 달 잡지, 리쿠에겐 못 보게 해야겠어...」 소곤소곤
시호 (말했다간 더 보지 않을까 싶은데... 리쿠는 의외로 청개구리니까.)
뭐, 게임이 출시된다고 해서 이 게임이 뜰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인터넷에도 게시된 하나미 씨의 코스프레 사진과 잡지 판매 수를 따진다면, 확실히 하나미 씨의 얼굴을 본 제법 생겼다는 것이다.
시호 (코스프레 반응도 좋은 거 같고... 이번 일은 성공적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
『달칵─』
하나미 「에에? 하나도 안했는데, 시험공부.」
시호 「」 쫑긋
「하나미도 슬슬 시작해야하는 거 아니야? 지난 번 중간고사도 낙제점이었다면서.」
하나미 「그래도... 역시 공부는 어려워. 그냥 이번 시험도 망쳐버릴까.」
「그런 말해도 괜찮겠어? 바로 앞에 담당 분 계시는데.」
하나미 「에? 어, 어라?! 프, 프로듀서 씨...?」
시호 「하나미 씨, 우연이네.」
하나미 「...아까 한 말 들으셨어요?」
시호 「응.」
하나미 「」 (^_^;;)
.
.
.
-다음 날 시호의 집
하나미 「실례하겠습니다.」
시호 「어서와. 기다리고 있었어.」
책가방을 메고 우리 집으로 찾아온 하나미 씨.
담당 아이돌이 공부를 못하는 건 아무 상관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낙제점은 용서 못한다.
리쿠 「으어어... 기다리고 있었어...」 퀭
하나미 「?! 조, 좀비?!」
시호 「리쿠, 문제는 다 풀고 나온 거야?」
리쿠 「다 풀었으니까, 이제 좀 쉬게 해 줘...」
시호 「아직 3시간 밖에 안했는데 벌써 힘들다고 하면 어떻게 해.」
하나미 (3, 3시간...) ←하루 평균 공부 시간 10분
시호 「자, 하나미 씨. 어서 들어와.」
하나미 「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난 리쿠와 하나미 씨를 데리고 2층에 있는 내 방으로 올라갔다.
시호 「책은 들고 왔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도록 해.」
하나미 「네. 알겠습니다.」
리쿠 「하나미, 지옥에 온 걸 환영해.」 짝짝
하나미 「아까부터 불안했는데, 그렇게 말하니까 더 불안해졌어!」
『~♪』
시호 「? 전화? 잠깐, 실례할게.」 삑
다음 상황
1~50 : (업무 상 급한 내용이 있다는 전화) 시호 「미안, 잠깐 나갔다 올게.」
51~100 : (시즈카에게 온 사적인 전화) 시호 「자, 공부 계속할까.」
+~2의 주사위 값으로 결정.
시호 「...알겠어.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삑
리쿠 「모가미 씨한테서 온 거야?」
시호 「영화 티켓 구했다면서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했어. 거절했지만.」
리쿠 「왜? 주말인데 모가미 씨랑 같이 쉬러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거 같은데.」
시호 「내가 나가면 너희끼리 공부 할 수는 있니?」
리쿠 「그, 그건...」
하나미 「당연히 할 수... 있죠!」
시호 「......」
역시 나가면 안 됐어.
시호 「자, 각설하고 공부 시작할까.」
리쿠 & 하나미 「네...」
.
.
.
난 담당 아이돌이 낙제점을 피하길 원하는 것이지 공부를 잘하는 걸 바라지는 않는다.
그래서 각 과목당 최소 30점은 넘길 수 있는지 하나미 씨에게 연습 시험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예상대로...
시호 「대단해... 100점이네...!」
하나미 「네? 정말요!?」
시호 「응. 5과목 합쳐서 100점이 나오다니, 정말 대단해!」 부들부들
하나미 「아... 네.」
하나미 (그래도 지난번보다 오르긴 올랐네...)
최소한 한 과목 정도는 커트라인을 넘을 줄 알았는데, 전부 낙제점이라니...
시호 「아이고, 머리야...」 지끈
리쿠 「우와, 이건 좀 심한데.」
하나미 「아, 알아! 내 성적에 대해선...」
시호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수업만 들어도 이 정도 성적이 나오진 않을 탠데...」
시호 「하나미 씨, 수업 시간을 대체 어떻게 보내고 있는 거야?」
하나미 「......」
하나미 「데헷~☆」
시호 「자, 리쿠. 수학은 여기까지하고 다음은 사회로 넘어갈까.」
리쿠 「그 전에, 이 부분이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시호 「그래? 어디 보자... 아아, 이 문제는─」
하나미 「죄송합니다만 이 밧줄은 좀 풀어줬으면 좋겠는데요?!」
일단 그곳에서 여태껏 공부하지 않은 자신에 대해 반성하길 바랄게 하나미 씨.
.
.
.
하나미 「」 슥 스슥
하나미 「하아... 다 풀었어요.」
시호 「거 봐. 하니까 잘 하잖아.」
이 정도만 한다면 낙제점은 무난히 넘길 수 있겠지.
물론 이 공부량을 시험 때까지 꾸준히 유지해야겠지만.
리쿠 「누나, 이제 슬슬 저녁 시간인데.」
시호 「음? 어라, 진짜네.」
하나미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공부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시호 「음? 저녁 먹고 가도 괜찮은데.」
하나미 「네? 정말요?」
리쿠 「나, 요리 꽤 자신 있다고? 맛은 보장할게.」
하나미 「으음...」
1~50 : 집에 일이 있어서 빨리 가봐야 할 거 같아요.
51~100 : 권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사위 후 먼저 2표.
리쿠 「좋아, 그럼 오늘은 3인분인가.」
시호 「저녁 메뉴는?」
리쿠 「손님이 계시니까. 특별히 햄버그랑 나폴리탄으로 하려고.」
시호 「리쿠의 햄버그라... 기대할게.」
.
.
.
-부엌
시호 「음...」 뒤적뒤적
리쿠 「뭐야, 케첩 안 보여?」
시호 「안 보이는데. 지난번에 다 쓴 거 아니야?」
리쿠 「에에? 산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시호 「근처에 마트 있으니까 금방 다녀올게. 다른 재료들도 없는 거 아니야?」
리쿠 「오늘 점심 때 채소들은 냉장고에 남아있는 거 확인했으니까 케첩만 가져오면 돼.」
시호 「그래. 그럼 다녀올게.」
『부글부글─』
하나미 「......」 살금살금
리쿠 「...? 뭐야, 하나미였나.」
하나미 「앗, 헤헤, 들켰네. 놀래키려고 했는데.」
리쿠 「요리할 땐 위험하니까 그만 둬.」
하나미 「알겠습니다. 그런데 프로듀서 씨는? 같이 있던 거 아니었어?」
리쿠 「누나는 케첩 사러 마트에. 아, 햄버그 고기는 다 익었는데 맛이나 볼래?」
하나미 「그래? 그럼...」
리쿠 「자, 여기.」
하나미 「잘 먹겠습니다.」 냠
하나미 「(우물우물) 오, 맛있어!」 척
리쿠 「그래? 입에 맞다니 다행이네.」
리쿠 「그럼 남은 건 햄버그 소스랑 나폴리탄인가.」
하나미 「...리쿠는 요리 좋아하는 편이야?」
리쿠 「좋아하는 건 아니고, 어릴 적부터 집에는 나 혼자 뿐이었으니까.」
리쿠 「누나랑 엄마는 일 때문에 바쁘고. 아빠는 행방을 모르고...」
하나미 「아아...」
리쿠 「그래도 누나가 저녁 되기 전까진 집에 돌아와서 먹을 걸 챙겨줬는데, 중2 때는 누나도 밤늦게 돌아올 때도 있어서 내가 직접 챙겨 먹었지.」
하나미 「그렇구나...」
리쿠 「나도 고기 한 점 먹어볼까.」 냠
하나미 「...아, 잠깐. 그 포크...」
리쿠 「?」
하나미 「어어... 그, 내가 썼던 건데...」 ///
리쿠 「......」
리쿠 「...!」 ///
시호 「다녀왔습니다.」
리쿠 & 하나미 「!!」 깜짝
시호 「음? 뭐야, 하나미 씨도 같이 있었네.」
하나미 「그, 그럼! 요리 기대할게!」 ///
리쿠 「그, 그래!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
시호 「???」
급하게 거실로 돌아가는 하나미 씨와 조용히 발을 구르며 면 삶는 걸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리쿠.
뭔가 재밌는 장면을 놓친 기분이 드는데.
시호 「리쿠, 하나미 씨랑 무슨 일 있었어?」
리쿠 「크흠! 아무 일도 없었어...!」 ///
시호 (무슨 일 있었구나.)
그 중 나기사 씨는 2기생 13명 중 독보적인 인기를 받으며 현재 왕성히 활동 중.
나머지 12명도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받지는 못해도 그럭저럭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다.
노력하는 2기생들을 위해서 담당 프로듀서들도 자신의 아이돌을 띄우기 위해 하나씩 비장의 카드를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시호 「......」 타닥타닥
시호 「흠...」 골똘
시호 「......」 타닥타닥
시호 「...좋아, 완성.」
『스테이지 : 프린세스 이즈 히어!(Princess is HERE!)』
.
.
.
-다음 날 765 본관
P 「...그래, 솔로 라이브인가.」 펄럭
시호 「......」
P 「흠...」 툭
작성한 보고서를 정독하고 책상에 내려놓는 부사장님.
난 가만히 서서 마른 침을 삼켰다.
P 「시호, 이 기획… ….」
1~50 : 찬성
51~100 : 기각
주사위 굴리고 먼저 2표.
에반데
에반데
삼진 에바로 기각되었습니다.
시호 「네?」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부사장님.
타이밍이 이른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P 「액터 ‘사쿠라모토 하나미’에게 ‘말괄량이 공주님’이라는 컨셉을 내세워 ‘공주님의 다과회’라는 컨셉으로 무대를 개최하여 기존 팬들과 유입 팬들에게 하나미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확실히 기획 의도는 좋아.」
P 「하지만 하나미 씨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기존 팬들도 얼마 되지 않을뿐더러 유입되는 사람들도 현재는 적은 편이지.」
P 「시호, 난 이런 이벤트는 하나미 씨의 이름이 유명해지고 새로운 팬들이 많이 생겨날 때 즈음에 하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해.」
시호 「그렇군요...」
부사장님의 말도 일리가 있다.
평소에 관심도 없었던 모르는 사람의 무대를 보러올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하나미 씨의 기존 팬들 모두가 이번 무대를 보러온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번 무대의 티켓 판매량은... 많아봤자 300명 이하.
극장의 객석을 5분의 3밖에 채우지 못한다는 말이다.
시호 「......」
...그래서 이 계획을 나중으로 미룰 것인가?
아니.
시호 「부사장님의 말씀대로 유입층들이 쌓일 때 즈음에 개최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습니다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시호 「이번 무대의 목적은 하나미 씨의 아이돌로써의 컨셉을 확실히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다시 한 번 더 새롭게 출발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P 「새로운 출발?」
시호 「하나미 씨의 첫 데뷔 무대 때, 그 때 무대는 정상적으로 마무리됐지만 하나미 씨의 방향성을 대중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아니,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시호 「그저 귀여운 아이가 노래하고 춤추는, 무색무취의 모습만 보여줬었죠.」
P 「그래서 늦게나마 하나미 씨의 컨셉을 확고히 보여주고 싶다는 건가?」
시호 「네. 그리고 관객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남길만한 이벤트는 역시 라이브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P 「그렇군...」
사람들에게 하나미 씨의 이미지를 확고히 잡기위해서 꼭 필요한 무대라는 것이 내 주장.
부사장님은 내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더 기획서를 정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번 더 읽고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P 「좋아. 승인하도록 할게.」
시호 「!」
P 「다만, 내가 제안한 목표치를 넘겼으면 좋겠어.」
시호 「목표치?」
P가 제안한 라이브의 목표.
자유롭게 적고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관객 수 600명 이상
시호 「네?」
P 「블로그의 조회수나 음반 판매량 같은 걸 보면 하나미의 대략적인 고정팬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으니까. 그 숫자를 2달 동안 100으로 높여보도록 해봐.」
시호 「......」
두 달 안에 고정층을 100까지 높여라...인가.
시호 「...네, 알겠습니다.」
P 「표정 좋은 걸. 좋아, 기대하도록 할게. 예산 쪽은 충분히 지원할 테니 언제든지 요청하도록 해.」
시호 「네, 반드시 성공시켜보겠습니다!」
.
.
.
-그리고 765 극장
부사장님께 라이브 승인 및 예산 지원을 약속받고 난 이 사실을 하나미 씨한테도 알렸다.
하나미 「드, 드디어 때가 됐나요...」 꿀꺽
시호 「네. 준비 시간은 2개월. 무대 컨셉은 ‘말괄량이 공주님의 다과회’로 정했어요. 자세한 건 이 서류를 확인해보시면 될 거예요.」
하나미 「아, 네. 나중에 정독해보겠습니다.」
하나미 (우와... 슬슬 때가 됐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닥치니까 실감이 안 되는 걸...)
시호 「하나미 씨, 이번 무대는 하나미 씨의 아이돌로써 방향성을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새로운 출발이에요.」
시호 「데뷔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바쁜 일정이 진행될 거예요. 잘 따라오길 바랄게요.」
하나미 「...네, 알겠습니다!」
각오를 다진 표정으로 자신 있게 대답하는 하나미 씨.
조건이 달려 있기 때문에 이번 무대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고정층 100명... 현재 하나미 씨의 고정팬층 수를 생각해본다면 물론 고생 좀 하겠지만 아예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라고 본다.
나도... 정신 바짝 차려야겠지.
하나미 씨의 새로운 모습부터 두 번째 테마 곡과 의상, 라이브 개최 홍보 등등...
라이브 준비기간 동안은 내 모든 것을 갈아내야 정상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시호 (두 달 간 야근은 밥 먹듯이 하겠군.)
자, 이번 라이브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체 뭘까?
역시 마케팅이겠지.
아무리 좋은 내용으로 구성하고 훌륭한 연출을 보여줘도 보는 사람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럼 어떤 식으로 이번 라이브를 사람들에게 알릴 것인가?
시호 「여러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골똘
마케팅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마케팅만으로 시간을 날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짧은 시간에 이번 무대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
...한 가지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시호 「...아리사 씨한테 연락해볼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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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카페
아리사 「헤에, 하나미 씨의 두 번째 라이브인가요.」
시호 「네. 그래서 이번 라이브 개최에 대한 기사를 작성해주셨으면 해서요.」
평소에도 아리사 씨의 기사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
아리사 씨의 홍보 기사라면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볼 것이다.
시호 「혹시 가능하신가요? 부탁드립니다.」
아리사 「흐음...」
1~10 : 죄송해요. 저도 바빠서... (거절)
11~60 : 하나미 씨를 다루는 기사라... 조회수가 나올까요? (협상 시작)
61~100 : 좋아요! 한 번 해보도록 하죠. (승낙)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으로
시호 「! 감사합니다!」
아리사 「인터뷰 날짜는 어떻게 할까요?」
시호 「아, 그건… ….」
예상 외로 흔쾌히 수락해주신 아리사 씨.
이후 그 자리에서 인터뷰 날짜와 장소까지 순식간에 결정되었다.
시호 「정말 감사합니다. 아리사 씨도 바쁘실 텐데...」
아리사 「아니에요!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들, 특히 하나미 씨는 제가 되게 재밌게 관찰하는 아이니까요~」 므흐흐
시호 「...?」
아리사 「첫 번째 인터뷰 이후로 두 번째로 얘기하는 건가... 기대되는 걸~!」
...어라? 그런데 ‘재밌는 장면을 많이 받았다.’는 건 무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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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터뷰 당일
아리사 「그렇군요. 그럼 공주님은 이번 무대에서 무슨 발표를 한다는 거죠?」
하나미 「글쎄요? 지금 당장은 알려드릴 수 없겠네요.」
아리사 「헤에, 비밀인가요.」
아리사 「...그럼 개인적으로 알려줄 수는 있나요? 기사에 쓰지는 않을게요.」 속닥
하나미 「안~돼요~! 궁금하다면 직접 무대로 찾아오시길!」
아리사 「에에?! 너무하네요...」
시호 (인터뷰를 하는 건지 수다를 하는 건지...)
인터뷰를 하러온 기자가 아니라 최애랑 얘기하고 싶은 덕후로 보이는데요, 아리사 씨.
...뭐, 그 편이 일반적인 인터뷰보다는 하나미 씨의 긴장을 푸는데 도움이 되겠지.
하나미 씨를 배려하려고 일부러 이런 분위기를 만든 건가, 아리사 씨는.
하나미 「기자 분도 이번 라이브에 올 생각이 있으신가요?」
아리사 「물론이죠! 반드시 가도록 하겠습니다, 공주님!」 반짝
...내가 너무 아리사 씨를 고평가 했나보다.
.
.
.
아리사 「공주님과의 담소... 정말 재밌었어요!」
시호 「아, 네. 인터뷰 수고하셨습니다.」
아리사 씨의 반응, 하나미 씨의 인터뷰는 잘 마무리 된 것 같다.
그럼... 이제부턴 내 차례다.
시호 「그럼 아리사 씨, 협상 시작하죠.」
아리사 「네? 아차... 내 정신 좀 봐, 페이지 수 협상을 잊고 있었네...」
페이지 수 협상 결과.
+~3까지 주사위 후 평균값.
*이후 무대의 성공 여부 값에 영향을 줍니다.
시호 「하나미 씨와 얘기를 해보셨으니 알겠지만, 이번 인터뷰 내용에선 쓸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리사 「......」 골똘
시호 「5페이지 정도면 하나미 씨의 매력과 이번 무대를 홍보하기엔 충분하지 않을까요.」
아리사 「5페이지...」
아리사 씨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펜으로 수첩에 뭔가를 끼적이더니 펜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아리사 「...죄송해요. 아무래도 그건 안 될 거 같네요.」
시호 「네?」
아리사 「물론 아리사도 많이 써주고 싶어요. 방금 하나미 씨와 얘기하면서 많은 걸 느꼈고 사람들한테도 이걸 알리고 싶으니까요.」
아리사 「하지만 잡지에 싣는 내용들은 아리사 혼자서만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저 포함 여러 사람들이 토의를 거듭해서 출판해내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하나미 씨를 어떻게 볼지는...」
시호 「...인지도 때문인가요?」
아리사 「아쉽게도 이름 없는 신인 아이돌에게는 5페이지도 많아요.」
시호 「......」
욕심.
사실 5페이지 정도면 욕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미 씨에 대해서, 이번 무대에 대해서도 쓸 것들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아직 생 신인과 다름없는 하나미 씨한테는 아직까진 욕심이구나...
시호 「...알겠습니다. 그럼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리사 「3페이지 정도라면 적당할 거 같아요. 편집 팀을 잘 설득시켜봐야겠지만.」
시호 「그렇군요... 그럼 알겠습니다. 기사 잘 부탁드릴게요.」
아리사 「프로듀서 분도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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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끝마치고 다음 스케줄 장소로 향하는 길.
난 차를 몰면서 아리사 씨가 얘기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이름 없는 신인 아이돌’.
난 그 말의 무게감에 순간 짓눌렸다.
시호 「」 힐끗
하나미 「~♪」
하나미 씨가 데뷔한지는 어느덧 한 달.
그 한 달 동안, 나는 대체 뭘 해왔을까...?
시호 「...하나미 씨, 죄송해요.」
하나미 「네? 무슨 말 하셨어요?」
시호 「...다음 스케줄, 무슨 일인지 알고 계시는지 물어봤어요.」
하나미 「아, 네. 그러니까… ….」
다음 일정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하나미 씨.
부사장님 말대로, 역시 하나미 씨는 가능성이 있는 아이다.
그 가능성을 내가 어떻게든...
「하나미 씨, 한 번 말해보세요.」
하나미 「아아,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네, 음질 양호하고요. 그쪽에선 이 쪽 목소리 잘 들리죠?」
하나미 「네.」
「좋아요. 그럼 바로 녹음 시작하죠.」
시호 「......」
하나미 씨의 두 번째 신곡 녹음.
조금 불만족스러웠던 첫 번째 곡과는 다르게 두 번째 곡은 작곡가 분이 귀찮을 정도로 중간 점검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멜로디 자체는 훌륭하게 뽑혔다.
이제 가사를 입힐 차례.
하나미 씨의 목 컨디션은 평소처럼 문제없다.
「자, A파트부터 시작하도록 하죠. 반주 시작할게요.」
하나미 「네!」
시호 「......」
오늘의 일정 ‘신곡 녹음’
+~3까지 주사위 후 평균값.
*이후 무대의 성공 여부 값에 영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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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 ??? + ??? + ??? + ??? = (결과)
==========
『~♪』
하나미 「~♬」
「OK, 컷. 일단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시호 「...?」
하나미 「네.」
시호 「잠깐만 하나미 씨. 그 부분 한 번만 더 해보죠.」
하나미 「네?」
「또 하시려고요? 지금 1시간 동안 같은 부분만 하고 있는 거 알고 있죠? 그리고 하나미도 이제 좀 쉬어야─」
시호 「녹음 시작하고 3시간 밖에 안됐습니다. 하나미 씨, 아직 더 할 수 있죠?」
하나미 「아... 네.」
「...하아, 저 사람 목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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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 부분 녹음)
하나미 「~♪↗」
하나미 「앗...」
「컷. 다시 할게요.」
하나미 「네, 죄송합니다.」
시호 「......」 찌릿
하나미 「」 오싹
「반주 시작합니다.」
하나미 (우으...)
.
.
.
「...OK, 좋아요.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하나미 「수고하셨습니다.」
휴식 없이 5시간동안 진행된 녹음.
감독님은 축 늘어져 의자에 앉아있었고 하나미 씨의 목소리는 거의 갈라져있었다.
나도 헤드셋을 계속 쓰고 있어서 그런가. 헤드셋을 벗자 귀가 멍해졌다.
시호 「하아...」
하나미 「수고하셨... (콜록콜록)습니다...」
시호 (목 상태... 말이 아닌걸.)
난 이때 아차 싶었다.
하나미 씨의 성대를 너무 혹사시켰다.
이 정도라면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하나미 씨의 체력을 너무 과대평가했다.
시호 (어쩌지... 녹음 한참 남았는데...)
「담당 분, 어쩌시겠어요. 내일로 미룰 겁니까?」
시호 「그건...」
감독님도 하나미 씨의 상태를 보고 오늘은 글렀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지금 하나미 씨의 상태라면... 몇 시간 휴식을 한다고 해도 오늘 정상적으로 노래 부르는 건 불가능...
하나미 「콜록... 아뇨, 계속 해보죠.」
시호 「네?」
「사쿠라모토 씨, 자기 목상태가 어떤지 본인이 잘 알지 않습니까. 오늘 안에 회복은 불가능이라고요.」
하나미 「1시간만 쉬게 해주세요. 그럼 괜찮아질 거예요.」
「...하아, 알겠습니다. 그럼 한 시간 후에 다시 시작해보죠.」
「프로듀서나 그 담당이나... 미쳤어, 둘 다.」 혼잣말
그리고 한 시간 휴식 시작.
하나미 씨는 눈을 감고 명상하듯이 목을 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고, 기적이라고 해야 할까, 하나미 씨의 목상태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
물론 완벽한 상태는 아니라 만족스러운 소리는 낼 수 없었지만, 다행히 오늘 안에 녹음을 마칠 수는 있었다.
「OK, 수고하셨습니다.」
하나미 「수고하셨습니다...」 삑
「이것 참... 정말로 회복할 줄이야...」
시호 「......」
휴식 시간 제외, 장장 9시간 동안 진행된 녹음.
난 휴식 후 진행된 작업 3시간 동안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움츠려들었던 걸까.
하나미 씨에게 다시 한 번 더 하자는 말도, 감독님께 문제 제의도 할 수 없었다.
하나미 「프로듀서 씨, 수고하셨습니다.」 쩌적
시호 「...엄청 갈라졌네요, 하나미 씨.」
하나미 「그러게요. (콜록)저도 제 이런 목소리 처음 들어요.」
시호 「녹음 고생했어요. 오늘 스케줄은 다 끝났으니 이제 쉬도록 하죠. 특히 목 부분은...」
하나미 「네. 오늘 집에선 되도록 말하면 안 되겠네요(콜록).」
녹음이 끝나자마자 하나미 씨의 목소리는 휴식 전보다 더 상태가 나빠졌다.
갈라진 목소리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
그럼에도 하나미 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대답했다.
시호 「죄송해요. 하나미 씨. 저, 하나미 씨를 너무 믿고...」
하나미 「그래도 절 믿고 그렇게 하자고 한 거잖아요. 녹음도 다 끝났으니 이제 됐잖아요.」
시호 「정말... 정말로 죄송합니다...」
지난번 인터뷰 때도 그렇고, 난 왜 하나미 씨한테 ‘죄송하다’라는 말 밖에 하지 못하는 걸까.
난 그 생각에 순간 울컥했다.
「최근 키타자와 씨, 최근 사무실에만 있는 거 같지 않아?」 우물우물
하나미 「음? 프로듀서 씨가?」
「응.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레슨 끝나고 여기로 오는 길에 사무실 안을 잠깐 봤는데, 일하고 있는 거 같더라고.」
나기사 「그러고 보니, 이틀 전에도 제가 퇴근하려고 잠깐 사무실을 지나갔었는데, 그 때도 안에 계셨네요.」
「어어... 그 때 시간이 언제였죠?」
나기사 「한 7시 즈음이었을 거예요. 늦은 시간이었는데.」
「우와, 그 시간까지도 계셨었구나...」
하나미 「음...」
확실히 요즘 프로듀서 씨의 몰골이 말이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다.
말을 더듬는다던지, 어지러움을 호소한다던지, 발을 헛디딘다던지...
리쿠의 말을 들어보면 밤 11시에 집에 돌아가서도 프로듀서의 방 안에 키보드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나기사 「상태가 걱정되긴 하네요.」
「진짜 과로로 쓰러지는 거 아니야? 솔직히 지금 키타자와 씨 걱정 안하는 사람, 극장 내에 아무도 없다고.」
하나미 「......」
.
.
.
-저녁 밤, 하나미의 집
하나미 「...프로듀서 씨, 지금도 극장에 있으려나.」
아니,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간다고 했으니까 지금 시간엔 집에 있겠지.
...물론 또 일하고 있겠지만.
하나미 (라이브를 위해 준비할 게 많다곤 하지만...)
하나미 (아무리 그래도 쉴 때는 쉬어야 한다구요, 프로듀서 씨.)
하나미 「......」
난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해봤다. 내가 프로듀서 씨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나미의 다음 행동
+~2까지 자유 앵커.
내가 아는 사람 중 프로듀서 씨를 잘 아는 사람.
프로듀서 씨한테 직접 물어볼 수 없다면 리쿠한테 물어보는 게 좋겠지.
『또르르르─ 또르르릉─』
리쿠 「여보세요? 하나미?」
하나미 「리쿠, 내일 어울려줄 수 있어?」
리쿠 「...에?」
*정보 : 일본어로 ‘사귀다’랑 ‘어울리다’랑 발음이 똑같다.
하나미 「혹시 된다면 내일 만나고 싶은데, 시간 어때?」
리쿠 「어어, 응! 나 내일 한가해!」
하나미 「다행이다, 그럼 내일 그 쪽에서 보자.」
리쿠 「응. 거리 시계탑 쪽 말하는 거지? 알겠어!」
『뚝─』
하나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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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거리
리쿠 「...이벤트 준비?」 끔뻑
하나미 「응. 최근 프로듀서 씨, 너무 쉬지도 않고 일하시는 거 같거든. 그래서 프로듀서 씨를 위한 이벤트랑 선물을 준비해드리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리쿠 「......」
리쿠 (난 대체 뭘 기대했던 걸까.)
하나미 「리쿠, 도와줄 수 있어? 선물 고르는 것만이라도 좋으니까.」
리쿠 (...하긴, 누나를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얼마 안가서 쓰러지겠지.)
리쿠 「좋아, 나도 누나가 걱정되니까. 협력할게.」
하나미 「! 고마워!」 활짝
리쿠 「」 ///
리쿠 「그, 그래서... 선물은 나랑 같이 고를 거고, 이벤트 계획은 어떻게 돼?」
1~50 : 지금부터 생각해봐야지.
51~100 : 난 다 계획이 있다구.
주사위 후 먼저 2표.
어젯밤동안 머리 써가면서 계획한 프로듀서 씨를 위한 이벤트.
난 리쿠에게 그 계획의 내용을 공개했다.
리쿠 「...너무 대충 짠 거 아니야? 내가 뭐 도와줄 것도 없을 거 같은데.」
하나미 「그래도 어떤 부분에선 나보다 리쿠 쪽이 더 나아. 그리고 나 혼자서 프로듀서 씨랑 떠드는 것보단 여러 명에서 얘기하는 편이 그림도 좋잖아?」
리쿠 「뭐, 그건 그렇지. 그럼 이벤트 날짜는?」
하나미 「이번 주 일요일.」
리쿠 「내일이라... 좀 갑작스럽지만, 알겠어.」
.
.
.
-그리고 다음 날 사무실 (낮)
시호 「......」
착오다...
많은 양의 정보를 압축하느라 문맥이 엉망진창인 채로 메일을 보내버렸다.
원래는 이런 실수 잘 안하는데...
시호 「......」
시호 「자책할 시간 없어.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해...」 타닥타닥
라이브 당일까지 앞으로 1개월.
지금으로썬 1분 1초가 아깝다.
좀 어지럽더라도... 라이브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일요일인데, 오늘도 또...」
시호 「...?」
일요일에 사무소에 출근한 인물
+~3까지 자유롭게
위에 두분 댓보신다면 주사위좀 굴려주십쇼
시호 「카나?」
2년 전, 765프로덕션의 아이돌에서 프로듀서로 전직한 야부키 카나.
내가 처음 카나의 프로듀서 전향 소식을 들었을 때, 잘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들었지만 시즈카의 전국 투어를 성공시키는, 예상 외로 카나한테 프로듀서 일이 잘 맞았던 것 같았다.
그리고 현재, 카나는 2기생인 아카마츠 씨와 함께 우리 중 가장 먼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시호 「너야말로 일요일에 여긴 왜 온 거야?」
카나 「급하게 메일 보낼게 있어서. 메일만 보내고 바로 갈 거야.」
시호 「아, 그래.」
난 얘기가 끝나자마자 다시 모니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잠깐의 대화 이후 조용해진 사무실 안.
얼마 지나지 않아, 카나 쪽에서 다시 말을 꺼냈다.
카나 「...시호, 오늘 언제까지 남아있을 생각이야?」
시호 「6시까지. 일요일이니까.」 타닥타닥
카나 「또 집에 들고 가서 하려고?」
시호 「기획서를 보냈는데 거절당했어. 다른 곳을 찾아봐야해.」 타닥타닥
카나 「그거, 다른 곳에도 많이 보냈었잖아. 그 쪽 소식을 기다려보는 건 어때?」
시호 「기다리면서 알아보는 거지. 게다가 아직 다른 것도─」
카나 「그렇게 하다 쓰러지면 말짱 도루묵 아니야?」 쾅
시호 「」 깜짝
책상 내려치는 소리에 놀라 카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카나는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호 「카, 카나...?」
카나 「시호, 너무 헛돌고 있어. 큰 진전 없이 계속 힘만 빼고 있잖아.」
시호 「큰 진전은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어.」
카나 「1보 전진하는데 99퍼센트 힘을 써버리면 어쩌겠다는 건데? 마지막까지 가지도 못한다고?」
시호 「그건...」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걱정 마, 난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걸어갈 수 있어.
하지만 무슨 근거로?
매일 어지럼증에 발도 헛디디고 눈도 흐릿해진 주제에.
카나 「요즘 시호를 보면, 정말 얼마 안가서 쓰러질 거 같단 말이야.」
카나 「만약에 시호 네가 쓰러진다면, 하나미 씨는 누가 책임질 건데? 한 달 뒤 무대는 누가 맡아서 하고?」
시호 「......」
카나 「아무도 나서지 않을 거야. 자기 담당 챙기기도 바쁘니까. 그럼 결국엔 하나미 씨만 고생시키는 거라고.」
시호 「하나미 씨만...」
잡지 페이지 수 협상, 신곡 앨범 녹음, 그리고 데뷔 무대 이후 있었던 일들.
하나미 씨는 최선을 다해서 자기가 맡은 역할을 확실히 해냈다.
그런데 그 때마다 내가 구멍을 내버려 매번 어정쩡한 결과물만 만들어냈다.
난 하나미 씨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자신을 험하게 다뤄왔다.
카나의 조언으로 그제야 깨달았다.
툭하면 쓰러질 것 같은 내가 여기서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면, 그건 하나미 씨의 발목을 붙잡는 걸 넘어서 부러뜨리는 거라고.
카나 「열심히 하는 것, 당연히 좋지. 근데 마지막까지 못 간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라고.」
시호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또 쉬엄쉬엄한다면 어설픈 결과만 낼 거라고.」
카나 「굳게 닫힌 문을 열려면, 계속 힘을 줘 당기는 것보단, 한 번에 세게 당기는 편이 더 잘 열린다고.」
시호 「...무슨 소리야?」
카나 「그러니까 좀 쉬라는 얘기야. 일할 때 일하라는 거지.」
카나 「난 메일도 보냈고, 먼저 가볼게. 시호 넌 어떻게 할 건데?」
시호 「......」
1. 오늘은 여기까지만.
2. 6시까지 하기로 했으니 조금만 더.
먼저 2표.
@힝...카나가 조금 차가운 것 같아요. 카나시호 안좋아하시나?
카나 「일거리는 챙겨가는구나...」
시호 「혹시 모르니까. 걱정 마. 제대로 집에 가서 쉴게.」
카나 「부탁이니까 푹 쉬도록 해. 프로덕션 인원들 전부 네 걱정 하고 있으니까.」
시호 「알겠어.」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고.
나는 1달 동안 직장인의 기본적인 철칙을 무시하고 보내왔다.
카나 말대로, 오늘만큼은 게을러져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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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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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의 집 (오후 4시)
시호 「다녀왔습니다...」
조용한 집 안.
리쿠는 밖에 나간 건가. 바쁜 사람처럼 일찍 일어나긴 했는데.
으으... 피곤해.
집안일 할 건 딱히 없으니, 그냥 방에 올라가서 잠이나 자야지...
리쿠 「음, 맛있네. 하나미의 가슴(ぱい).」
하나미 「그래? 근데 큰 것보단 납작한 게 좋지 않아?」
리쿠 「음... 그래도 난 큰 게 더 좋아. 부드럽거든.」
시호 「......」
내가 졸려서 잘못 들었나.
왜 부엌 쪽에서 두 사람의 얘기가 들리는 거지.
그리고 내가 눈을 다쳤나보다. 왜 하나미 씨의 신발이 현관 바닥에 있는 걸까.
리쿠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갈까.」
하나미 「에에? 천천히 하면 안 돼? 프로듀서 씨, 어차피 6시에 온다면서.」
리쿠 「다른 것도 해보고 싶다면서. 그럼 시간 없어.」
하나미 「확실히... 그럼 서둘러서 해볼까.」
시호 「...!?」
뭘 하려고?! 거기 고등학생 두 명!
한창 왕성할 때라는 건 알겠는데, 이미 나 왔으니까 멈춰, 멈추라고!
하나미 「앗, 잠깐...」
리쿠 「아아, 미안. 다칠 뻔했네.」
시호 「! 두 사람 다 뭐하는 거야?!?!」
난 신발을 벗지도 않고 바로 부엌 쪽으로 달려갔다.
내가 본 부엌에서의 두 사람의 모습은...
리쿠 「? 뭐야 누나, 일찍 왔네?」 ←한 손에 과도
하나미 「앗... 놀래키려고 했는데...」 ←한 손에 거품기
시호 「...?」
사과를 들고 있는 리쿠와 거품기를 들고 있는 하나미 씨.
그리고 식탁에 놓여있는 커다란 파이(パイ)
하나미 「어어... 이건 예상에 없었던 일인데?」
시호 「...가슴(おっぱい)은?」
리쿠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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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호 「서프라이즈 파티...?」 냠
시호 (파이 맛있네.)
리쿠 「하나미가 누나 챙겨주려고 어제 나랑 같이 준비하자고 했어.」
하나미 「헤헤... 최근 프로듀서, 고생하고 계시니까요.」
시호 「그렇군요...」
리쿠 「그나저나, 누나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머리가 히토미에 절여진 거야?」
하나미 「마, 맞아요! 제가 리쿠한테 가, 가슴을 보여줄 리가... 없잖아요!」 부끄
시호 「......」 ///
역시 카나 말대로 쉴 때 쉬었어야 했다.
피곤하니까 청각 기능도 이상이 생겼어...
리쿠와 하나미 씨가 차려준 저녁 식사.
양도 많고 맛도 괜찮아서 간만에 양껏 먹었다.
시호 「하나미 씨 요리 잘하시네요.」
하나미 「헤헤, 실력 발휘를 해봤죠!」
리쿠 (어이, 내가 거의 다하지 않았나?)
시호 「음, 이 정도라면 요리 관련 프로그램도 한 번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끄덕끄덕
하나미 「아아, 또 일 생각!」
시호 「생각만 하는 거예요. 오늘은 푹 쉴 겁니다.」
하나미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시호 「네. 흐아암...」 하품
일주일 만에 느껴보는 포만감.
그 동안은 삼시세끼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로만 때워서 그런가.
배가 불러서 그런가, 이제는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리쿠 「...맞다, 하나미. 선물 주기로 했잖아.」
하나미 「참, 깜빡하고 있었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시호 「?」
그러면서 거실로 향하는 하나미 씨.
그곳에서 색종이로 포장된 손바닥만 한 상자 하나를 들고나왔다.
하나미 「여기, 저랑 리쿠가 골라봤어요.」
시호 「이게 뭔가요?」
하나미 「한 번 뜯어보세요.」
난 상자를 뜯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하나미 씨의 선물은 다름 아닌 아로마 오일.
하나미 「라벤더 향이에요. 잘 때 배게 아래에 뿌리고 주무시면 좋을 거예요.」
시호 「잘 때 쓰는 거군요.」
하나미 「리쿠한테 들었어요. 하루에 4시간도 못 주무신다고...」
시호 「...리쿠.」 찌릿
리쿠 「왜? 사실이잖아.」
시호 「크흠...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하나미 씨.」
하나미 「네? 아, 아뇨.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하나미 「평소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는데, 적은 시간이라도 제대로 주무셨으면 해서 드리는 거예요.」
난 왜 대체 하나미 씨에게 받기만 하는 걸까.
담당 프로듀서인데, 하나미 씨를 돌봐야하는 입장이면서 오히려 하나미 씨가 날 케어해주고 있다.
그런 생각에 하나미 씨한테 또 다른 죄를 지은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은 사과 할 때가 아니야.
시호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하나미 씨.」
하나미 「네!」
시호 「...한 번 바로 사용해 봐도 괜찮을까요? 오늘따라 많이 피곤해서...」 하품
하나미 「아, 네. 안녕히 주무세요.」
시호 「리쿠, 하나미 씨 집에 갈 때...」
리쿠 「알겠어. 제대로 배웅해줄게.」
시호 「그래. 그럼...」
.
.
.
리쿠 「진짜 이 정도만 해도 될 줄이야.」
하나미 「내 말 맞지?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 없었잖아.」
이벤트의 계획은 간단했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선물을 주며 마무리.
프로듀서 씨가 잠깐이나마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리쿠 「...자, 그럼 이제 정리할까.」
하나미 「응.」 벌떡
프로듀서 씨, 오늘은 푹 자겠지.
내일 상쾌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프로듀서 씨.
『~♪』
시호 「으으음...」 부스스
휴대폰 알람소리에 깬 나.
오늘부터 월요일이네... 그래도 푹 자서 그런가, 되게 개운한 걸.
시호 (하나미 씨한테 고맙다고 말해둬야겠네.)
시호 「지금 시간이...」
시계 「Good morning! It's AM 8:21 now!」
시호 「......」 (◎_◎;)
사회인의 여러 법칙 중 하나.
기분이 뭣 같고 몸이 찌뿌둥한 상태로 일어난다면? 그 날은 정시출근.
그럼 반대로 기분이 상쾌하고 몸이 개운한 상태로 일어난다면?
시호 (망했다, 망했다, 망했다...!!!)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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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극장 사무실 (AM 8 : 59)
시호 「하아, 하아... 출근했습니다...」 헉헉
미사키 「9시 1분 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카나 「칫... 앞으로 20초만 더 늦게 왔다면 아이스티 하나 얻어먹는 거였는데!」
미사키 「카나, 점심 때 내 자리 위에 올려두면 돼!」
시호 「...잠깐, 내가 지각하는 걸로 내기하고 있었던 거야?」
미사키 「시호 네가 지각하는 건 흔치 않는 일이니까.」
카나 「어째서 빨리 온 거야?! 20초만 더 늦게 와주지!」
시호 「아니, 내가 왜 정시출근해서 혼나야 하는 건데? 하여튼...」
난 내 자리에서 서류 가방을 내려놓고 내용물들을 꺼냈다.
그나저나, 어제 들고 가서 하나도 손 안 댔구나.
카나 「...하나도 안 줄었네. 들고 가서 처리 안했구나.」
시호 「말했잖아. 집에 가서 제대로 쉰다고. 덕분에 푹 잤지.」
카나 「잘 잤다니 다행이네. 안색도 좋아졌고. 응! 내가 알고 있던 시호의 모습으로 돌아왔네.」
시호 「...그래.」
미사키 「맞다, 시호. 잠깐 의상실로 올 수 있어? 보여줄게 있거든.」
시호 「아, 네. 혹시 완성 됐나요?」
미사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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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실
미사키 「바로 이거.」
시호 「음, 제가 생각한대로 잘 나왔네요.」
프릴이 달린 진홍빛 드레스를 바탕으로 흰색 물결무늬와 어깨가 드러나는 복장.
역시 미사키 씨한테 맡기길 잘한 것 같다.
미사키 「어때? 여기서 더 수정할 수는 있는데, 좀 시간이 더 걸릴 거야.」
시호 「음...」
1. 수정할게요. (주사위 값으로 결정)
2. 이대로 하도록 하죠. (50점으로 결정)
먼저 2표,
*이후 무대의 성공 여부 값에 영향을 줍니다.
==========
36 + 23 + ??? + ??? + ??? = (결과)
==========
지금의 의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정도라면 이번 무대와 하나미 씨에게 충분히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욕심을 내보고 싶다.
미사키 「어떤 식으로 바꿔보고 싶은 거야?」
시호 「그러니까… ….」
난 미사키 씨에게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차례대로 설명해드렸다.
미사키 「음, 그렇게 말이지.」
시호 「아무래도 이렇게 바꾸는 편이 ‘말괄량이’라는 키워드를 더 부각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사키 「좋아, 알겠어. 크게 바뀌는 부분은 없으니까 한 3일 정도면 될 거야.」
시호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미사키 「맡겨만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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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닝 룸
시호 「아마 나온다면 이렇게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하나미 「오오...!」
시호 「3일 뒤에 완성된다고 하니, 그 때 가져오도록 할게요.」
방금 미사키 씨와 얘기하면서 그려본 의상 도안을 하나미 씨에게 보여줬다.
눈이 반짝거리는 하나미 씨. 그림이긴 하지만,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하나미 「기대되네요, 신 의상!」
시호 「마음에 드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그럼 새로운 의상에 대한 감상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연습을 시작해볼까요.」
하나미 「아, 네!」
연습 결과
+~3까지 주사위 후 평균 값.
(*어제 푹 자서 그런지 머리가 맑다. → 20점 가산됨)
*이후 무대의 성공 여부 값에 영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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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 23 + (의상 완성도) + ??? + ??? =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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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미 「~♪」
시호 「...잠깐, 스톱.」 뚝
하나미 「네?」 멈칫
시호 「하나미 씨, 그 부분 손 높이가 너무 낮았어요.」
하나미 「어어, 더 올려야 하나요?」
신곡 안무 연습을 시작한지 어느덧 1주 째.
하나미 씨의 습득력이 좋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지만 동작의 대부분은 소화해낼 수 있게 됐다.
멀리서 보기엔 아무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다면 사소한 부분에서 문제가 보인다.
시호 「자, 다시 시작해볼까요.」
하나미 「네!」
동작의 큰 부분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고치기가 쉽다.
하지만 손 높이나 자세, 시선 처리 등 사소한 부분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고치기가 쉽지 않다.
하나미 씨는 그 사소한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동작에 미묘함이 생기는 거고.
.
.
.
하나미 「...됐나요?」
시호 「이번엔 좀 높았네요.」
하나미 「하아... 이번에도 오답인가.」 털썩
30분 째 같은 동작에서 막히는 하나미 씨.
다른 부분들에선 어느 정도 문제를 인지하고 고쳐나갔지만, 유독 이 부분에서만 헤매고 있다.
하나미 「프로듀서 씨, 이 부분 너무 어려워요. 감도 제대로 안 잡히는데...」
시호 「...제가 시범을 보여드릴게요.」
시호 「한 번 보시고 하나미 씨의 동작과 제 동작의 차이점을 확인해보세요.」
하나미 「네, 알겠습니다.」
『~♪』
음악을 켜고 시범 개시.
하나미 씨는 뒤에 앉아서 내 춤을 보고 있었다.
시호 「이 부분에선 발뒤꿈치를 신경써주세요. 발 위치도 중요합니다.」
하나미 「......」
시호 「여긴 팔을 직선으로 뻗는 다기보단, 살짝 굽혀서 곡선 모양으로 뻗어야합니다.」
하나미 「......」
시호 「그리고 여기, 시선을 위쪽으로 올려주시면 팔 높이 문제는 해결될 거예요.」
.
.
.
시호 「후우, 하나미 씨. 이제 좀 감이 좀 잡히나요?」
하나미 「......」 (OoO)
시호 「...하나미 씨?」
하나미 「...아, 네.」
시호 「제대로 본 건가요?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시범을 보여드렸었는데.」
하나미 「네, 넷! 제대로 파악했습니다!」 기합
하나미 (우와아... 보다가 너무 멋져서 순간 멍 때렸어...)
시호 「?」
하나미 씨, 기합이 잔뜩 들어갔는걸.
그리고 시범을 보여준 이후, 하나미 씨는 바로 문제를 해결했다.
처음부터 시범을 보여줬어야 했나?
하나미 「오오...!」
시호 「하나미 씨, 다 갈아입으셨나요?」
하나미 「네!」
미사키 「다행이다, 마음에 드는 것 같네.」 안심
밝은 목소리의 하나미 씨.
입은 모습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시호 「갈아입으셨다면 나와 보시겠어요?」
하나미 「네~!」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만약 50이상의 값이 없을 시 50으로 결정)
*이후 무대의 성공 여부 값에 영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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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 23 + (의상 완성도) + 82 + ??? =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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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미 「어때요? 제 모습.」 짠
시호 「오오, 잘 어울리네요.」
미사키 「예쁘다...」 두근
역시 의상 수정을 요청하길 잘한 것 같다.
이전 것도 나쁘진 않았겠지만, 역시 지금 게 더 귀엽다.
하나미 「이거 블로그에 올려도 될까요? 사람들 반응도 좋을 거 같고, 무엇보다 자랑하고 싶어서...」 헤헤
시호 「음... 네, 마음대로 하세요.」
하나미 「앗싸!」 찰칵
미사키 (나도 한 장만...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귀엽잖아!) 찰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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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로운 드레스! (글쓴이 : 사쿠라모토 하나미)』
댓글
symphony : 하나미 귀여운.
highvoltage : (대충 심쿵사한 짤)
riku_kitazawa : ‘세로운’은 또 무슨 말이야? ㅋㅋ
ㄴsakuramoto_hanami : 알아들었으면 됐지!
ㄴriku_kitazawa : ㅋㅋㅋㅋㅋㅋ
reporter_arisa :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마이 프린세스.
ㄴsymphony : 누추한 곳에 왜 이런 귀한 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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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 「반응 좋은 걸.」 씨익
조회 수 300에 좋아요 수 50.
하나미 씨 관련 글들 중 이렇게 좋은 반응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의상을 블로그에 공개하는 것이, 어찌 보면 앞선 라이브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시호 (하나미 씨의 인기는 계속해서 우상향... 순조롭군.) 끄덕
순조로운 현 상황에 만족하고 블로그 창을 닫았다.
바탕화면 포스트잇에 붙어있는 D-14.
라이브까지 앞으로 14일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시호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퇴근할까.」
컴퓨터 전원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재 시각 8시 3분.
사무실엔 나 빼고 다들 먼저 퇴근한 상태였다.
시호 (...앞으로 14일만 더 힘내보자.)
하나미 「이, 이거 받아줘!」
리쿠 「이건...?」
하나미 「일주일 뒤 극장에서 내 무대가 열리거든. 오, 와서 봐줬으면 해서...」
리쿠 「에? 어어, 응... 알겠어.」
하나미 & 리쿠 「......」 ///
「우와아...」 ←지켜보고
「내가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 ←있었다.
두 사람을 지켜보는 인물.
+~2까지 자유롭게. (+1, +2 중복되도 상관 없음.)
아리사 「......」
안녕하십니까. 마츠다 아리사입니다.
오늘, 이곳 거리에서 키노시타 히나타 쨩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만... 장소를 옮기던 도중 재밌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아리사 (시간은 다르지만 장소, 상황, 분위기 등...!)
몇 달 전, 담당 프로듀서인 시호 쨩과 같이 봤던 ‘그 장면’과 동일한 상황!
이건, 맞아...
분명히 ‘사랑하는 소녀’다!
아리사 「므흐흐~」 찰칵
히나타 「우와와! 찍으면 안 돼, 찍으면 안 돼!」 휘적휘적
아리사 「방해하지 마십시오! 좋은 장면인데!」 휙휙
히나타 「아직 앞이 창창한 아이라구요! 스캔들이라도 터졌다간─」 투닥투닥
아리사 「그건 걱정 마십쇼! 기사화할 생각은 1도 없으니!」 우당탕
하나미 「...?」 휙
리쿠 「응? 왜 그래?」
하나미 「아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 거 같아서. 기분 탓인가...」
아리사 & 히나타 「......」 ←간판 뒤 하이딩
아리사 「하아... 하마터면 들킬 뻔했네요.」
히나타 「잠깐, 왜 나까지 숨어야 하는 거야?」
아리사 「일단 두 사람은 장소를 옮기는 모양이네요. 역시 데이트겠죠?」
히나타 「무시하지 말고 내 말에 대답해!」
그나저나, 이건 어떻게 하죠.
미행은 당연히 할 거지만, 이걸 담당인 시호 쨩에게 알리는 편이 좋을까요?
으음... 그랬다간 하나미 쨩이 나중에 한 소리 들을지도 모르는데...
아리사의 다음 행동
+~3까지 적고 높은 값.
역시 그래도 담당 프로듀서한테 알리는 편이...
근데 두 사람, 지금 이동하고 있는 중이라 지금 전화하기엔...
아리사 「...일단 추적하도록 하죠!」
히나타 「하아? 추적?」
아리사 「쫓아가면 좋은 장면을 얻을 수도... 아니 무조건 좋은 장면을 얻는다구요!」
히나타 「자, 잠깐! 인터뷰는 어떻게 하려고!」 덥석
아리사 「아차...!」
그러고 보니, 전 지금 히나타 쨩과의 인터뷰가 남아있었죠...?
으으... 어쩌죠...
일은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
...좋아, 결정 했어!
아리사 「히나타 씨.」
히나타 「...?」
아리사 「히나타 씨는, 선배로써 후배 아이돌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하지 않는 겁니까?」
히나타 「크, 크흠... 궁금하긴 하지만 인터뷰는 진행해야지. 게다가 인터뷰 이후에 다음 스케줄도 남아있으니까.」
아리사 「혹시 만약 후배가 불순한 짓을 저지를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으십니까?!」
히나타 「...무슨 소리?」 (-_-;;)?
아리사 「17살의 하나미 쨩.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
아리사 「만약 두 사람이 엉큼한 곳에서 ○○라도 했다간...!」
히나타 「......」
히나타의 반응
1~50 : 동요한다.
51~100 : 꿀밤을 쥐어박고 끌고 간다.
주사위 후 먼저 2표.
좋아 당장 가자.
아리사 「그렇죠? 그러니까 지금은─」
『깡─!』
히나타 「라고 말할 줄 알았어?! 자, 어서 가자.」 질질
아리사 (아, 나중에 봉합해야겠네...) ←뇌수 철철
.
.
.
하나미 「......」 ///
좋아, 이, 이번에는 제대로 말했다...!
준비는 제대로 갖췄고, 리쿠 쪽도 수줍어하는 것 같고!
이, 이번에야말로 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해야지...
「오, 뭐야? 저 두 녀석.」
「음, 커플이려나.」
「누가봐도 그렇지.」
「둘 다 한 외모 하는데... 잘 어울리는 한 쌍이네.」
하나미 (다 들리는 데요...)
리쿠 「...그, 그나저나! 어디로 갈 건데?」
하나미 「에? 어어, 그러게! 어디로 가볼까나~」
+~2까지 데이트 코스
@아리사 몫까지 우리가 미행하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