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을 억지로라도 늘리고자 내뱉은 말에 아스카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다.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늘리고 싶었던 것 뿐이었는데, 실례였을까.
"미안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서 말이지. 레슨을 받아야 하거든."
지금 이 시간은, 아스카가 무리해서 나에게 내어준 시간이었나.
짐작은 했지만, 짐작하는 것과 진실을 듣는 것은 역시 무게감이 다르다.
+1~3 ...어쩌지?
1. 아스카가 곤란해질 수도 있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 이기적이라는 것은 잘 안다고. 하지만...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
일도 아니고 레슨이니, 괜찮지 않을까.
2. 내 바람만 내세울 수는 없어. 아스카에게도 사정이 있을 텐데, 내가 이기적으로 굴 수는 없잖아? 이걸로 만족하자.
나 때문에 아스카가 곤란해지는 건 싫어.
# 잠시 안내 말씀
지난 3주간 절 괴롭혔던(...) 그 장면이 완성되긴 하였으나 현재 이 타이밍에 올리는 건 작품 흐름을 해칠 수 있다 판단하여 이번 바톤은 잠시 넘기려 합니다. 좀 더 적당한 장면에서 끊어진다면 업로드 하겠습니다. 독자분들을 계속 기다리게 해버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전 네코미미 아스카와 니나를 그리러 이만!
보통 이럴 때는 아리사가 아이돌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대화를 주도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기로 했기 때문인지 대화의 맥이 갑자기 끊겨나갔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던 중 떠오른 것은, 내가 아리사에게 해야 하는 이야기, 하지 않았던 감사.
큰 도움을 받았는데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감사를 하지 않았다니.
[아리사.]
지금이라도.
[고마워.]
[네?]
[사진.]
[아아아아! 그 홍보 말인가요? 이야~ 좋은 반응이었죠, 그거.]
[하지만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게, 그 사진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걸작이었으니까요! 사진의 기획부터 연출을 이 아리사가 담당했다는 것에 만족감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걸작이라, 과연 그 정도였을까.
피사체가 조금 더 나았다면 어땠을까.
[물론 카나하쨩이 아니었다면 그 사진은 찍지 못했겠지요.]
[덕분에 아스카쨩의 좋은 사진도 얻었으니 제가 감사해야지요... 므흐흐흐...]
[뭐야, 그게. 아스카한테 이른다?]
[상관없습니다! 이것은 정당한 대가니까요!]
아리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요 며칠간 있었던 많은 일을.
...펫 샵에 다녀온 일까지도.
슬슬 할 일도 없으니, 한 숨 잘까.
다음 날, 수업이 끝난 교실.
"카나하쨔앙!"
학교의 작은 유명인사가 되게 되어 겪고 있는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해 교실을 나서려는 찰나, 나를 부르는 익숙치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고서야 알아챈 목소리의 주인은, 친하게 지내자고 했던 그 아이.
하지만 아직 이름도 모르는 아이.
"수업 끝나고 찾으러 오면 맨날 없고! 맨날 어디로 가는 거야?"
쉬는 시간마다, 매번 찾으러 온 건가.
"하지만 오늘은 체육 수업이 일찍 끝나서 카나하의 교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 체육복을 입고 있네.
+1~3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날까.
1. 남학생들이 나를 찾아온다.
2. 내 눈 앞의 이름 모를 아이가, 오늘 시간 있냐는 말을 꺼내온다.
3. 내 눈 앞의 아이에게 잡아끌려, 한적한 곳으로 간다.
"아리사 말입니까? 당연히 즐거웠지요!"
"아이돌쨩들을 더 가까이에서 보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므흐흐..."
너라면, 그랬겠지.
"걱정되거나... 그러지는 않았어?"
"걱정, 인가요."
"없지는 않았죠. 아이돌이라는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을, 자신이 바라던 것과는 다른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무대 위에서 웃고, 무대 뒤로 돌아가 숨죽여 울기도 하는 것이 아이돌의 세계라는 것을 아리사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아리사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이돌들을 좋아하고, 아이돌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며 팬 생활을 하다 알게 되었을, 웃음 뒤편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선택했다는 것이, 대단하지 않은가.
나와는 다르게 말이지.
"...걱정되시나요?"
"아니, 안 했어. 아리사 너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카나하쨩을 말한 겁니다."
내가 걱정되냐고?
...당연하지.
"...응."
"아마 자신이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하고 걱정되시겠죠."
"그렇지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카나하쨩은 잘 해내실 거니까요! 이 아리사가 보증하겠습니다!"
"다만... 저는 다른 게 조금 걱정이 되네요."
다른 게 걱정이라고?
"뭐가?"
"카나하쨩이요."
반사적으로 나온 물음에, 아리사가 대답했다.
걱정된다고? 내가?
그건 방금 했던 말이잖아?
"무슨... 말이야?"
"앞으로 카나하쨩이 겪을지도 모르는 일을 생각하면! 이 아리사,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급작스레 무거워진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아리사가 농담조로 말했다.
하지만 농담이라기보다 변명처럼 들려, 오히려 나를 살짝 불안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내가 겪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니.
"갑자기 호의를 품고 접근하는 사람들 중에는, 안 좋은 사람도 있거든요. 원래 데뷔무대조차 치르지 않은 카나하쨩같은 아이돌에게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겠지만... 카나하쨩은 카나하쨩의 프로듀서가 벌인 마케팅으로 인해 인지도가 조금 생겼으니까요."
나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드라마나 소설, 혹은 만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가, 낯설다. 그런 낯선 이야기였기에 나에게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살짝, 충격적이다.
아스카였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스카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고 온 걸까.
아스카도 해야 할 일이 있었을 텐데 그건 또 어쩌고 온 걸까.
"안녕, 아스카."
"안녕같은 소리 집어치워, 카나하."
"너, 지금까지 자신의 상태는 생각하지도 않고 자기 자신을 깎아 관객의 시선이라는 틀에 억지로 집어넣어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애써온 모양인데, 그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이렇게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 지는 생각해 봤어?"
"아니, 그런 적은 없었겠지. 그랬다면 지금 이렇게 치유를 위한 공간에 갇혀 있을 이유는 없었을 테니까."
반가움과 당혹감이 섞인 인사를 건네자, 아스카는 방금까지 울고 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화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며 나를 책망하는 말을 내뱉었다.
"미안... 나는 그저..."
내가 사과하기 위해 말을 꺼내려 하자, 아스카는 내 사과가 끝나기도 전에 말허리를 잘라 대화의 주도권을 잡아채며 나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사과하지 마. 네가 시간 때문에, 타인 때문에, 그리고 너 자신 때문에 구석에 내몰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네가 무리하지 않는지 체크하지 않은 내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니, 나에게 사과받을 자격 따위는 없어."
"...걱정했잖아."
눈물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던 아스카의 눈에 남아있던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드디어, 드디어 그 날이 되었다.
아직 우리들의 차례가 오지 않은, 우리가 서야 할 무대의 뒤편에서 다른 사람들의 무대를 지켜본다.
두근거리며 맥동하는 나의 심장이, 가슴 속에서 긴장과 희열, 기대와 불안이 섞인 오묘한 감정을 끌어올린다. 그 감정에 빠져 바라보는 무대는 너무나도 찬란히 빛나고 있어서, 나를 매료시키고 있었다.
빛나는 무대가 절정을 이뤄가고, 시간이 다가온다.
절정을 넘어 끝으로 다가가는 공연의 뒤에서, '나'의 무대가, 우리들의 시간이 우리들을 향해 살그머니 다가오며, 나에게 한 가지의 감정을 가져다주었다.
뜻밖에도, 그 감정은 불안감이 아니었다. 내가 더 이상 불안하지 않다는 것에 놀라며 느낀 감정은, 욕망이었다.
언제나 가지고 있었던, 내가 정말로 내가 서는 무대를 '나의' 무대로 만들 수 있을지, 내가 '나의 무대'에서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모두 날려버리는 그 빛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 저 무대의 빛이 꺼졌을 때 그곳을 나의 빛으로 채워가고 싶다는 욕망.
"멋진 무대였지?"
"...응."
너와 함께 그것을 이루고 싶다는 욕망.
"자, 가볼까."
선물처럼 다가온 새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나 자신을 만족시키고 증명하기 위해 나아간다.
너와 함께.
+1 보정치 주사위(주사위/5, 소수점 버림.)
+2 현재까지의 레슨 진척 주사위 - 진척도 합계가 175 이상일 경우 나쁘지 않은 결과, 200 이상일 경우 좋은 결과(현재 진척도 120)
+3~5 관객 수 - 가장 높은 주사위 x 가장 높은 콤마(콤마 최소수치 40 보정)
무대가 끝나고, 무대가 시작된다.
우리는 무대에 선다.
관객들 중 몇은 떠나고, 몇은 남는다.
새로운 관객들이 자리를 잡는다.
아직 조명이 켜지지 않은 무대를 보며, 관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관객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도 알 수 없다. 어차피 그런 것들은 지금의 나에게는 상관없다. 지금 내가 신경써야 할 것은 이 무대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어 '아스카의 무대'와 함께 최고의 공연이 되도록 만들어나가는 것 뿐이니까.
조명이 켜지며, 무대가 빛으로 채워진다.
우리는 살짝 뜨거운 조명의 빛을 받으며, 연습했던 대로 '우리'를 소개하는 것으로 무대의 장악을 선언했다.
관객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들리지 않을 각자의 각오를 담아서.
이제 이곳은 나의 무대야. 이곳에서 나를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나를 지켜보는 관객 따위는 나를 겁줄 수 없어. 익숙하지 않은 강한 조명은 나를 돋보이는 것에 불과할 뿐이야. 그러니, 주눅들 것은 없어. 그리고, 나만이 존재하는 무대에서 내가 가져야 할 불안감 따위는 없어.
불안해서 떨어대던 나도, 여기서는 존재하지 않아.
공연이 시작되었다.
연습으로 새겨넣은 움직임과 악보를 나의 몸이 재현해나간다. 이 시간이 오기까지, 이 시간만을 위해 만들어낸 노력의 결정체를 관객들의 눈에 새겨나가며, 그들을 위한 노래를 부른다. 그렇게 아스카와 함께 노래부르며, 또 서로 노래의 소절, 소절을 주고받으며 관객들에게 우리들을 각인시켜 나간다.
나와 아스카의 무대를 응원해주고 있는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그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같이 걸어갈 이유를 준 사람을 위해, 내가 갈 길을 만들어준 사람들을 위해, 그 길 위에서 나를 위해 노력했을 사람들과 어느샌가 빛나고 싶다는 바람이 아닌, 빛나고 싶다는 욕망을 가져버린 나를, 내 목표를 위해서 무대의 앞에 늘어선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관객들의 응원이 내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여나간다. 그것을 연료삼아, 나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것이 느껴진다.
이건... 즐겁다.
이건, 즐겁다!
나 자신을 내보이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같은 무대에 서서 둘만의 무대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즐겁다!
순간, 생각한다.
어쩌면 이 즐거움을 나누어주는 것이, 이 즐거움을 나누어주어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이돌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며 아이돌은 즐거움을 나누어주는 것이라는 말을 비로소 이해한다.
계속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일 텐데, 전혀 힘들지 않다. 오히려, 웃고 싶어진다. 더, 더 미소짓고 싶어진다.
지금 저들이 정말로 즐거워하는지, 그저 예의상 이 공연에 어울려주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저들을 즐겁게 하고 싶다. 이 즐거움을 나눠주고 싶다. 그러니까, 웃자. 춤을 추자. 노래하자. 내가 이 무대 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부족한 시간에 쫒겨가며 익힌 별 것 없는 퍼포먼스밖에 없지만, 이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 그것을 보여주자.
이것으로는 부족할지 몰라도, 나는 저들을 즐겁게 하고 싶다. 나아가, 지금 내가 즐겁게 하지 못 한 사람이 있다면, 언젠가는 그 사람들도 나를 바라보도록, 또 즐거워하도록 만들고 싶다.
이런 즐거운 기분에 취해 아스카를 슬쩍 곁눈질하자 타이밍 좋게 나를 곁눈질하던 아스카와 눈이 마주친다.
나의 무대와 아스카의 무대가 만나는 순간, 눈과 눈이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서로가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140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 시간을 억지로라도 늘리고자 내뱉은 말에 아스카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다.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늘리고 싶었던 것 뿐이었는데, 실례였을까.
"미안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서 말이지. 레슨을 받아야 하거든."
지금 이 시간은, 아스카가 무리해서 나에게 내어준 시간이었나.
짐작은 했지만, 짐작하는 것과 진실을 듣는 것은 역시 무게감이 다르다.
+1~3 ...어쩌지?
1. 아스카가 곤란해질 수도 있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 이기적이라는 것은 잘 안다고. 하지만...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
일도 아니고 레슨이니, 괜찮지 않을까.
2. 내 바람만 내세울 수는 없어. 아스카에게도 사정이 있을 텐데, 내가 이기적으로 굴 수는 없잖아? 이걸로 만족하자.
나 때문에 아스카가 곤란해지는 건 싫어.
"아아, 괜찮다."
무안하고, 미안해진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말할 걸 그랬어.
"그... 레슨은 괜찮은 거야?"
"그건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 자, 너무 늦으면 정말로 곤란해질 지도 모르니까 어서 갈까."
그렇게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너와 함께하는 다음 귀갓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다음에는 너를 기다려볼까.
"흐아..."
역시 내 침대가 가장 진정된다.
이대로 누워서 뒹굴뒹굴거리면서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려야지.
[카나하쨩!]
...아리사에게서 라인이 와 있었네.
[아이돌 일은 잘 하고 계신가요!]
조금 늦었지만, 답장을 보낼까.
[응. 레슨 때문에 조금 힘겹지만 그래도 즐거워.]
잠시 후 도착한 답장의 내용은 현재 내가 고생하고 있는 원인인 미시로 상무를 힐난하는 내용이었다.
페스티벌 때 자신도 보러 가겠다는 말과 함께.
...벌써 여러 번 들은 말이지만.
+3 이제 어떤 대화를 할까? 아니면, 아리사와의 대화는 잠깐 미뤄두고 다른 일을 할까?
앵커까지 떴어... 우와아아...
(프로듀서 제외)
물론 아리사는 좋은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그 곳에서 도망쳐나왔어.]
[그건... 누군지 몰라도 장난이 조금 지나치네요!]
[만약 제가 그곳에 있었다면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통한 분석을 통해 트릭을 밝혀낼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트릭, 이라.
역시 그렇겠지.
귀신은 아니었겠지.
[자신있나보네?]
[제가 자신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그런 소리를 당당하게 해도 되는 거야?
[그럼?]
[마술 쪽에 대한 지식이 있는 아이돌쨩이 저희 시어터에 있답니다!]
마술 쪽에 지식이 있다고?
라이브 공연 때 마술이라도 하는 것일까.
+1~3
1. 조금 궁금한데, 누군지 물어볼까.
2. 이대로 가다간 아리사의 설명에 파묻혀버릴 것 같으니 화제를 돌려야겠어.
전개와 앵커에 사심은 없습니다.
......아마도요.
1~
작가님의 취향을 존중해드립니다.
바, 바톤 터치!
[마술?]
[네! 마술에 일가견이 있는 미즈키쨩이라면 비밀을 풀어낼 수 있었을 겁니다!]
전에 줄리아한테서 들어본 이름이다.
조금 엉뚱한 사람이라고 했었나?
[아, 줄리아한테 들은 적 있어. 엉뚱하다며?]
[그 점이 매력입니다! 이 외에도 다른 매력 포인트가 많은데, 설명해드릴까요?]
[사양할게.]
몇 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엄청나게 길 것 같으니까.
그래도 예전에는 막무가내로 설명하고는 했는데, 좀 나아졌네.
[아, 알겠습니다... 시무룩...]
[덧붙이자면 전에 카나하쨩이 저에게 연보랏빛 머리카락의 소녀에 대해 물어봤을 때 가장 처음 떠올렸던 것이 바로 미즈키쨩이랍니다.]
연보랏빛 머리카락을 가진 모양이다.
...나와 조금 닮았으려나.
지난 3주간 절 괴롭혔던(...) 그 장면이 완성되긴 하였으나 현재 이 타이밍에 올리는 건 작품 흐름을 해칠 수 있다 판단하여 이번 바톤은 잠시 넘기려 합니다. 좀 더 적당한 장면에서 끊어진다면 업로드 하겠습니다. 독자분들을 계속 기다리게 해버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전 네코미미 아스카와 니나를 그리러 이만!
[그렇습니다!]
보통 이럴 때는 아리사가 아이돌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대화를 주도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기로 했기 때문인지 대화의 맥이 갑자기 끊겨나갔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던 중 떠오른 것은, 내가 아리사에게 해야 하는 이야기, 하지 않았던 감사.
큰 도움을 받았는데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감사를 하지 않았다니.
[아리사.]
지금이라도.
[고마워.]
[네?]
[사진.]
[아아아아! 그 홍보 말인가요? 이야~ 좋은 반응이었죠, 그거.]
[하지만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게, 그 사진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걸작이었으니까요! 사진의 기획부터 연출을 이 아리사가 담당했다는 것에 만족감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걸작이라, 과연 그 정도였을까.
피사체가 조금 더 나았다면 어땠을까.
[물론 카나하쨩이 아니었다면 그 사진은 찍지 못했겠지요.]
[덕분에 아스카쨩의 좋은 사진도 얻었으니 제가 감사해야지요... 므흐흐흐...]
[뭐야, 그게. 아스카한테 이른다?]
[상관없습니다! 이것은 정당한 대가니까요!]
아리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요 며칠간 있었던 많은 일을.
...펫 샵에 다녀온 일까지도.
슬슬 할 일도 없으니, 한 숨 잘까.
다음 날, 수업이 끝난 교실.
"카나하쨔앙!"
학교의 작은 유명인사가 되게 되어 겪고 있는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해 교실을 나서려는 찰나, 나를 부르는 익숙치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고서야 알아챈 목소리의 주인은, 친하게 지내자고 했던 그 아이.
하지만 아직 이름도 모르는 아이.
"수업 끝나고 찾으러 오면 맨날 없고! 맨날 어디로 가는 거야?"
쉬는 시간마다, 매번 찾으러 온 건가.
"하지만 오늘은 체육 수업이 일찍 끝나서 카나하의 교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 체육복을 입고 있네.
+1~3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날까.
1. 남학생들이 나를 찾아온다.
2. 내 눈 앞의 이름 모를 아이가, 오늘 시간 있냐는 말을 꺼내온다.
3. 내 눈 앞의 아이에게 잡아끌려, 한적한 곳으로 간다.
"응?"
나에게 시간이 있을 턱이 없다. 아스카와 시간을 보내야 하고, 레슨도 받아야 하는데 여유가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이제 정말로 며칠 남지 않았으니까, 그만큼 노력해야만 해.
일단 어째서 시간이 있냐고 말을 꺼낸 건지 물어볼까.
"그런데, 그건 왜?"
"말했잖아? 너랑 친해지고 싶다고. 친해지려면, 놀아야지!"
거절하자.
"미안, 조금 바빠서..."
"정말로 없는 거야?"
"응."
"아, 알았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또 봐!"
점심 시간.
다행히 이번에는 누군가 나를 찾아오기 전에 빠져나와 한적한 곳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아리사와 함께.
아리사와 처음부터 같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리사가 나를 찾아왔으니까.
그런데, 어쩐지 석연치 않다.
아리사의 얼굴이 묘하게 어두웠으니까.
"거절했어."
"그렇습니까."
내가 오늘 있었던 일을 아리사에게 말하자, 그에 대답하는 아리사의 표정이 한층 더 무거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힘들 정도로 바쁘다는 것에 대한 걱정일까.
+3 다음에 생길 일은...
"아리사가 아이돌이 되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어?"
아리사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즐거웠을까.
걱정됐을까.
"아리사 말입니까? 당연히 즐거웠지요!"
"아이돌쨩들을 더 가까이에서 보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므흐흐..."
너라면, 그랬겠지.
"걱정되거나... 그러지는 않았어?"
"걱정, 인가요."
"없지는 않았죠. 아이돌이라는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을, 자신이 바라던 것과는 다른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무대 위에서 웃고, 무대 뒤로 돌아가 숨죽여 울기도 하는 것이 아이돌의 세계라는 것을 아리사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아리사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이돌들을 좋아하고, 아이돌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며 팬 생활을 하다 알게 되었을, 웃음 뒤편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선택했다는 것이, 대단하지 않은가.
나와는 다르게 말이지.
"...걱정되시나요?"
"아니, 안 했어. 아리사 너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카나하쨩을 말한 겁니다."
내가 걱정되냐고?
...당연하지.
"...응."
"아마 자신이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하고 걱정되시겠죠."
"그렇지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카나하쨩은 잘 해내실 거니까요! 이 아리사가 보증하겠습니다!"
"다만... 저는 다른 게 조금 걱정이 되네요."
다른 게 걱정이라고?
"뭐가?"
"카나하쨩이요."
반사적으로 나온 물음에, 아리사가 대답했다.
걱정된다고? 내가?
그건 방금 했던 말이잖아?
"무슨... 말이야?"
"앞으로 카나하쨩이 겪을지도 모르는 일을 생각하면! 이 아리사,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급작스레 무거워진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아리사가 농담조로 말했다.
하지만 농담이라기보다 변명처럼 들려, 오히려 나를 살짝 불안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내가 겪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니.
"갑자기 호의를 품고 접근하는 사람들 중에는, 안 좋은 사람도 있거든요. 원래 데뷔무대조차 치르지 않은 카나하쨩같은 아이돌에게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겠지만... 카나하쨩은 카나하쨩의 프로듀서가 벌인 마케팅으로 인해 인지도가 조금 생겼으니까요."
나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드라마나 소설, 혹은 만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가, 낯설다. 그런 낯선 이야기였기에 나에게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살짝, 충격적이다.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
"아리사도 마찬가지랍니다."
침묵.
"참! 그 소식 들으셨나요?"
"어떤 소식?"
그리고 새 이야기.
... 어쩔 수 없이 마케팅을 할 수 밖에.... 원흉은 상무님!
상무님 나빠요!
"조, 조심하지 그랬어."
이런 조용한 날들이 이어진다면 좋겠다.
만약 페스티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런 불안정한 조용함마저 사라지게 되는 걸까.
하지만, 조용함을 가장한 활발한 대화는 그 사이에 갑자기 끼어들어 전화가 왔다고 알려대는 눈치 없는 휴대폰에 의해 산산히 흩어져버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프로듀서?
한창 이야기를 하던 도중이라, 전화를 받는 것이 내키지는 않지만 받지 않을 수는 없겠지.
"미안, 아리사. 잠깐 전화 좀 받을게."
"여보세요?"
[어, 카나하. 학교에 있을 시간이라는 건 알지만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겠니?]
나에게 볼일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볼일일까.
"네."
학교에서 나가야 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
프로듀서가 시간을 내 달라는데, 어쩌겠는가.
[다른 게 아니라, 네 의상 때문에 전화했어.]
"의상... 이요?"
"오호옷! 카나하쨩의 의상이 나온 겁니까!"
내 중얼거림을 들은 아리사가 높은 텐션이 되어 소리친다.
사람 없는 곳이라고는 해도 여긴 학교라고, 아리사.
[옆에 아리사도 있니?]
"네."
[잘 됐네. 의상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어.]
[일단, 의상 사진을 메일로 보낼 테니 결정하고 나서 연락 줘.]
"네. 알겠어요."
[그럼 조금 있다 보자.]
전화가 끊기고, 다시 아리사와 나만이 존재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이야기거리가 던져진 상태로.
"카나하쨩의 의상이라니! 어떤 의상일지 기대됩니다!"
"나도 기대되네."
내가 입게 될,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보이기 위한 의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자연스럽게 기대를 품게 된다.
나를 위해 준비된 옷은, 과연 어떤 옷일까?
아리사와 어떤 의상이었으면 좋겠는지, 어떤 의상이 어울릴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조금 보냈는데도 프로듀서에게서 메일이 오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하며 휴대폰을 확인하자, 그곳에는 아리사와 이야기하느라 눈치채지 못한 프로듀서의 메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때? 왼쪽의 옷은 '스타리스카이 브라이트'라는 의상이고, 오른쪽의 옷은 '어크로스 더 스타즈'라는 의상이야. 페스티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생각해보고 결정해주길 바래.]
'스타리스카이 브라이트'와 '어크로스 더 스타즈'라고?
의상은 그저 의상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상 하나하나에도 이름이 붙는 거였나.
"이게 그 의상들인가요? 흐으음..."
일단 아리사의 의견은 조금 있다 듣기로 하고, 어떤 의상이 좋을지 생각해보자.
+1~5 어떤 의상이 좋을까.
(의상 샘플 이미지를 그려주신 GolBang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나저나, 꽤 빨리 나왔네요? 페스티벌 직전에서야 한 벌 쯤 나올 줄 알았는데, 벌써 두 벌의 의상이 나오다니..."
생각해보니 그렇네.
상무의 지원 덕택일까?
"아리사는 어떤 게 더 좋아보여?"
"두 개 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어쩌지.
도움이 안 돼.
그래도 이미 눈여겨봐둔 의상이 있으니 그걸 선택하면 되겠지.
[오른쪽의 의상으로 부탁드려요.]
+3 할 일도 끝났는데, 이제 뭘 해야 할까.
의상이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페스티벌이 성큼 내 앞으로 다가온 것만 같다.
맞아. 아리사에게 조언을 구해볼까.
"있잖아, 어떻게 해야 페스티벌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야 당연히 연습이죠! 연습!"
당연한 말이잖아.
"그런 고로 여기서 자율 레슨이라도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여, 여기서?"
트레이너가 봐 주는 것도 아닌데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아이돌 분들의 무대는 다양한 장소에 준비된다고요! 연습하신다고 가정하고 해 보시죠!"
생각해보니, 아리사의 평가를 듣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많은 아이돌들을 봐 왔을 테니, 나를 잘 평가해 줄 수 있겠지.
"그럴까..."
"카, 카나하쨩의 비공식 무대...! 사, 사진, 아니,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서 남겨도 될까요!"
"다, 당연히 안 되지!"
그러니까 그 휴대폰은 넣어두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레슨이 아니라 팬서비스 같다.
"후우..."
아무튼, 라이브에 대비한 레슨을 시작해볼까.
자, 긴장하지 말고, 해보자.
+2 (주사위) 아리사의 평가는...?
"어, 어디가?"
역시 그런 걸까.
역시 시간이 부족했던 걸까.
"말로 해서 되겠습니까! 자, 부족한 부분은 이 아리사가 메꿔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레슨을 계속하죠!"
"더, 더 하는 거야?"
"당연하죠!"
이후 엉망진창이 되도록 레슨했다. 아니, 레슨받았다.
수업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뻗어 있어야 했을 만큼 격렬하게.
...학교 끝나고 레슨 받으러 가야 하는데.
+2 학교가 끝나기 전에, 사건이 발생할까?
+3 발생한다면, 어떤 사건이?
+3 (발생하지 않을 경우, 자유 앵커)
바톤을 안 넘기면 압박받지 않아도 되잖아요...?
"에토, 너 괜찮아?"
"으응? 난 괜찮은데...?"
조금 어지럽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까 전부터 표정이 영 안 좋던데, 정말로 괜찮아?"
"괜찮다니까..."
걱정도 많네...
다음 수업이... 아, 준비물을 깜빡해버렸다.
다른 반에 가서 빌려야겠네.
일어서서, 가볼까.
"어...?"
책상에서 일어나던 내 몸이 휘청, 하고 불안정하게 꺾여버렸다.
내가 왜 이러지?
"봐, 어디 아픈 것 같은데 양호실 좀 가서 쉬어라. 내가 데려다 줄게."
"아, 아냐... 괜찮아..."
계속된 레슨으로 인해 조금 피곤해졌던 것 뿐이겠지.
집에 가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어야겠다.
"조금 있다 쉬면 되니까..."
내 말을 잠깐 듣지 않았던 몸을 다독이며 다시 책상에서 일어선다.
보라고, 피곤해서 잠깐 휘청거렸을 뿐이...
어라?
나,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 있었던 것 같은데, 왜 누워 있는 거지?
"야! 에토!"
"무슨 일이야?"
"카나하!"
"양호실로 옮겨!"
일어서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고 해 봤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다음 수업도 준비해야 하고, 곧 있을 무대도 준비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어지러운 걸까. 왜 내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걸까.
이러면 안 되는데.
" ! , !"
눈이 감겨옴과 동시에, 나를 둘러싸고 떠들어대는 목소리들이 멀어져가며 뒤섞인다.
+3 ............
다음 상황을 적어주세요.
사람들이 여럿 있는, 평범한 병실.
...병실?
맞아, 학교에서 쓰러졌었지.
무언가 익숙한 것을, 내가 어째서 이곳까지 오게 된 건지 설명해 줄 사람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1 내 눈에 들어온 사람은...
"카나하...!"
아스카였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스카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고 온 걸까.
아스카도 해야 할 일이 있었을 텐데 그건 또 어쩌고 온 걸까.
"안녕, 아스카."
"안녕같은 소리 집어치워, 카나하."
"너, 지금까지 자신의 상태는 생각하지도 않고 자기 자신을 깎아 관객의 시선이라는 틀에 억지로 집어넣어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애써온 모양인데, 그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이렇게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 지는 생각해 봤어?"
"아니, 그런 적은 없었겠지. 그랬다면 지금 이렇게 치유를 위한 공간에 갇혀 있을 이유는 없었을 테니까."
반가움과 당혹감이 섞인 인사를 건네자, 아스카는 방금까지 울고 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화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며 나를 책망하는 말을 내뱉었다.
"미안... 나는 그저..."
내가 사과하기 위해 말을 꺼내려 하자, 아스카는 내 사과가 끝나기도 전에 말허리를 잘라 대화의 주도권을 잡아채며 나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사과하지 마. 네가 시간 때문에, 타인 때문에, 그리고 너 자신 때문에 구석에 내몰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네가 무리하지 않는지 체크하지 않은 내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니, 나에게 사과받을 자격 따위는 없어."
"...걱정했잖아."
눈물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던 아스카의 눈에 남아있던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미안.
걱정시켜서 정말로 미안해, 아스카.
"몸은 괜찮아?"
"응, 괜찮은 것 같아."
#일단 여기서 바톤 터치.
# 무려 400스레나 늦은 그 장면
저까지 심쿵했어욬ㅋㅋㅋㅋㅋㅋㅋ
"아리사도 온 거야?"
아리사도 걱정했겠구나.
"당연히 와야죠! 짐작하셨겠지만, 아스카쨩한테 연락한 것도 저랍니다. 정확히는 카나하쨩의 프로듀서한테 연락한 다음에 말이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네가 쓰러졌다기에, 네 병이 악화된 줄 알았다고!"
"카나하쨩의 프로듀서도 많이 걱정하셨다고요!"
"그래..."
많은 사람들한테 실례를 끼쳐버렸다.
나는 그저 라이브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싶었던 것 뿐이었는데.
"아무튼간에, 당일날 쓰러지거나 한 게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그것도 그러려나.
"의사들의 말로는 심각한 건 아니라니까, 푹 쉬길 바래. 너도, 나를 위해서도."
"그래..."
오늘의 레슨은 쉴 수밖에 없나.
+3 ...다음에 일어날 일은...
넥스트!
"내... 체력 관리?"
체력 관리라는 말을 듣자, 마음이 불편해진다.
체력 관리라는 말에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어떻게 관리를 하려는 것인지 불안해진 것도 있지만, 아스카를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그러면서도, 내심 들뜨게 된다.
같이 있을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되는 걸까.
"그래."
"므흐흐..."
아리사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음침하게 웃음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관리해준다는 말이지?
"어떻게?"
"그건..."
+2 아스카의 대답은?
이걸로.
나도 이걸로 체력을 단련 했으니까.
아스카가 자신있게 건넨 것은, 여러 가지 트레이닝 방법이 작성되어있는 종이였다.
"이, 이게 뭐야?"
"베테트레한테서 체력 단련받을 때의 특훈 목록."
"이건... 꽤나 가혹하네요."
이건 가혹의 수준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걸로 체력이 단련되기 전에 과로사하는 게 먼저일 것 같으니까.
"정말로 괜찮은 거야, 이거?"
"아스카쨩도 이걸 다 소화해냈다니 괜찮지 않을까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잠깐만.
어째서 눈을 피하는 거야?
"하아... 어쩌지... 연습해야 하는데..."
"라이브 생각은 잊고, 오늘이라도 푹 쉬어. 프로듀서도 그렇게 전해달라고 했으니까."
"응..."
부족하다는 생각이, 연습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지만, 나는 그렇게 말했다.
아스카의 말대로 라이브 직전에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정말로 면목없을 테니 그런 일은 없도록 해야지.
그러니까, 불편한 생각따위 하지 말고 오늘만이라도 편하게 있자.
+3 페스티벌 당일로 스킵할까요?
+4 스킵하지 않는다면, 생길 일을 적어주세요.
너무 오래 끄는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스킵 앵커를...
어차피 다음 날로 넘어가면 자동으로 스킵이지만 말이죠.
아직 우리들의 차례가 오지 않은, 우리가 서야 할 무대의 뒤편에서 다른 사람들의 무대를 지켜본다.
두근거리며 맥동하는 나의 심장이, 가슴 속에서 긴장과 희열, 기대와 불안이 섞인 오묘한 감정을 끌어올린다. 그 감정에 빠져 바라보는 무대는 너무나도 찬란히 빛나고 있어서, 나를 매료시키고 있었다.
빛나는 무대가 절정을 이뤄가고, 시간이 다가온다.
절정을 넘어 끝으로 다가가는 공연의 뒤에서, '나'의 무대가, 우리들의 시간이 우리들을 향해 살그머니 다가오며, 나에게 한 가지의 감정을 가져다주었다.
뜻밖에도, 그 감정은 불안감이 아니었다. 내가 더 이상 불안하지 않다는 것에 놀라며 느낀 감정은, 욕망이었다.
언제나 가지고 있었던, 내가 정말로 내가 서는 무대를 '나의' 무대로 만들 수 있을지, 내가 '나의 무대'에서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모두 날려버리는 그 빛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 저 무대의 빛이 꺼졌을 때 그곳을 나의 빛으로 채워가고 싶다는 욕망.
"멋진 무대였지?"
"...응."
너와 함께 그것을 이루고 싶다는 욕망.
"자, 가볼까."
선물처럼 다가온 새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나 자신을 만족시키고 증명하기 위해 나아간다.
너와 함께.
+1 보정치 주사위(주사위/5, 소수점 버림.)
+2 현재까지의 레슨 진척 주사위 - 진척도 합계가 175 이상일 경우 나쁘지 않은 결과, 200 이상일 경우 좋은 결과(현재 진척도 120)
+3~5 관객 수 - 가장 높은 주사위 x 가장 높은 콤마(콤마 최소수치 40 보정)
생각해보니, 보정치 주사위는 뺄 걸 그랬나보네요.
우리는 무대에 선다.
관객들 중 몇은 떠나고, 몇은 남는다.
새로운 관객들이 자리를 잡는다.
아직 조명이 켜지지 않은 무대를 보며, 관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관객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도 알 수 없다. 어차피 그런 것들은 지금의 나에게는 상관없다. 지금 내가 신경써야 할 것은 이 무대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어 '아스카의 무대'와 함께 최고의 공연이 되도록 만들어나가는 것 뿐이니까.
조명이 켜지며, 무대가 빛으로 채워진다.
우리는 살짝 뜨거운 조명의 빛을 받으며, 연습했던 대로 '우리'를 소개하는 것으로 무대의 장악을 선언했다.
관객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들리지 않을 각자의 각오를 담아서.
이제 이곳은 나의 무대야. 이곳에서 나를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나를 지켜보는 관객 따위는 나를 겁줄 수 없어. 익숙하지 않은 강한 조명은 나를 돋보이는 것에 불과할 뿐이야. 그러니, 주눅들 것은 없어. 그리고, 나만이 존재하는 무대에서 내가 가져야 할 불안감 따위는 없어.
불안해서 떨어대던 나도, 여기서는 존재하지 않아.
공연이 시작되었다.
연습으로 새겨넣은 움직임과 악보를 나의 몸이 재현해나간다. 이 시간이 오기까지, 이 시간만을 위해 만들어낸 노력의 결정체를 관객들의 눈에 새겨나가며, 그들을 위한 노래를 부른다. 그렇게 아스카와 함께 노래부르며, 또 서로 노래의 소절, 소절을 주고받으며 관객들에게 우리들을 각인시켜 나간다.
나와 아스카의 무대를 응원해주고 있는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그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같이 걸어갈 이유를 준 사람을 위해, 내가 갈 길을 만들어준 사람들을 위해, 그 길 위에서 나를 위해 노력했을 사람들과 어느샌가 빛나고 싶다는 바람이 아닌, 빛나고 싶다는 욕망을 가져버린 나를, 내 목표를 위해서 무대의 앞에 늘어선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관객들의 응원이 내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여나간다. 그것을 연료삼아, 나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것이 느껴진다.
이건... 즐겁다.
이건, 즐겁다!
나 자신을 내보이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같은 무대에 서서 둘만의 무대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즐겁다!
순간, 생각한다.
어쩌면 이 즐거움을 나누어주는 것이, 이 즐거움을 나누어주어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이돌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며 아이돌은 즐거움을 나누어주는 것이라는 말을 비로소 이해한다.
계속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일 텐데, 전혀 힘들지 않다. 오히려, 웃고 싶어진다. 더, 더 미소짓고 싶어진다.
지금 저들이 정말로 즐거워하는지, 그저 예의상 이 공연에 어울려주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저들을 즐겁게 하고 싶다. 이 즐거움을 나눠주고 싶다. 그러니까, 웃자. 춤을 추자. 노래하자. 내가 이 무대 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부족한 시간에 쫒겨가며 익힌 별 것 없는 퍼포먼스밖에 없지만, 이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 그것을 보여주자.
이것으로는 부족할지 몰라도, 나는 저들을 즐겁게 하고 싶다. 나아가, 지금 내가 즐겁게 하지 못 한 사람이 있다면, 언젠가는 그 사람들도 나를 바라보도록, 또 즐거워하도록 만들고 싶다.
이런 즐거운 기분에 취해 아스카를 슬쩍 곁눈질하자 타이밍 좋게 나를 곁눈질하던 아스카와 눈이 마주친다.
나의 무대와 아스카의 무대가 만나는 순간, 눈과 눈이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서로가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나의, 아스카의, 우리들의 무대가 계속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