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난 후 들린 카페. 내 짐작대로, 아스카는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하게 된 이야기는, 우리의 첫 만남.
"...이쁘장한 여자애가 와서는 난데없이 결혼해달라는 말을 하니까, 정말 당황스러웠지."
"미안. 경황이 없었거든."
"아니, 이해해."
"그 말을 듣고 나서...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그 자리에서 도망쳐서 내 문제를 외면하고, 또 회피했지만 그 행동으로 나는 너를 무안하게 만들어버렸었지. 오히려 내가 미안해해야 할 것 같은데."
이후 서로에 대한 사과를 이어나가며 이야기를 지속하다가 내가 아스카의 학교에 잠입했던 이야기로 넘어가자, 갑자기 아스카가 살짝 화난 표정으로 이야기를 끊어버렸다.
어째서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건 어떨까 싶은데."
아스카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이었던 걸까?
그렇다면 다른 이야기거리를 찾아봐야겠지.
다른 이야기, 다른 이야기, 다른 이야기...
"아스카는..."
다른 이야기거리를 생각하던 도중 문득 떠오른 질문을 아스카에게 던진다.
"아스카는... 첫 라이브 때 어땠어?"
궁금함이 해결되길 바라는 친구로서의 마음과 선배 아이돌의 인도를 바라는 후배 아이돌의 마음이 섞인, 그런 질문을.
아스카는 하려던 말을 싱겁게 흐려내며 여유로운 태도로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나를 애태우려는 걸까, 아니면 그저 음료가 마시고 싶었던 걸까.
평소보다 길게 느껴지는 자그마한 침묵이 우리 둘을 지나쳐가고, 아스카가 다시 말을 꺼낸다.
"무대 위에 서서 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조금 특색있는 무대를 프로듀서에게 요구했었지."
"그래...?"
"그래."
"카나하, 너도 곧 자기 자신만의 무대 위에 서게 될 거야."
내가 곧 서게 될, 나만의 무대라고?
어째서 아스카는 '우리'의 무대라고 말하지 않은 걸까.
"나만의 무대가 아니야. 우리들의 무대잖아?"
"...물론 나와 같이 서게 되겠지만, 우리들의 무대를 이루는 것은 두 개의 무대."
"나의 무대는 나의 무대, 너의 무대는 너의 무대. 비록 둘은 같은 공간에 연결되어 있을지언정, 본질은 서로 떨어져 있는 것."
나의 무대와 아스카의 무대가 다르다니.
아스카는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어하는 걸까.
"그 공간에서 너에게 간섭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방금 내가 말했던 특색있는 무대는 프로듀서가 준비해 주었지만 그것도 결국은 소품일 뿐, 네가 서 있는 너의 진정한 무대에서 너를 주눅들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관객들이 아니라 너 자신이다."
"그러니, 너 자신에게 주눅들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네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으면 좋겠군."
저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결국, 관객에게 겁먹고 주눅드는 것은 나 자신이니까.
"...알았어."
"고마워, 아스카. 도움이 된 것 같아."
"린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카나하 네가 불안해하는 것 같기에, 너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어서 한 이야기였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니 기쁘군."
내 마음 속에 자리잡은 걱정과 우려라는 차갑고 날카로운 감정들을 녹여내기 위한 것처럼, 아스카에게서 받은 그 말들이 내 가슴 속에 자리잡아 따뜻한 빛을 내기 시작한다.
동시에 나에게 이런 온기를 건네준 사람이, 니노미야 아스카라는 사람이 내 마음속에서 더욱 소중해져만 간다.
의아한 표정의 아스카를 끌고 나와 향한 곳은 잡다한 악세서리를 파는 곳.
그게 어디 있을까.
찾았다.
"카나하. 이제 어째서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는지 설명해주지 않겠어?"
"자. 이거 써 봐, 아스카."
내가 찾은 것, 내가 아스카에게 써보라며 건넨 것은 강아지귀가 달린 머리띠.
"...어, 어째서지?"
"강아지의 매력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강아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겠어?"
사실은 내가 보고 싶을 뿐이지만.
"흐음..."
내 말을 듣고 침음성을 흘리며 내가 서 있는 곳의 뒤쪽을 바라보던 아스카가 갑자기 눈을 반짝였다.
무엇을 발견했기에 나를 보고 음흉한 눈빛을 보내는 걸까.
"그래, 써 주도록 하지. 하지만, 나만 그래서야 의미가 없지 않겠어?"
아스카가 나를 지나쳐간다.
내가 머리띠를 골랐던 장소에서, 아스카가 다른 머리띠를 집어든다.
아스카가 뒤를 돌아 그것을 나에게 보여준다.
고양이귀가 달린 머리띠다.
"서로가 각자를 이해하고 납득시키려면, 비슷한 조건이어야 하겠지."
온화한 압박이 이어진다.
강아지귀를 한 아스카를 보기 위해 내가 치러야 하는 댓가는, 고양이귀를 쓰는 것.
그런 댓가쯤, 치뤄주겠어.
이래서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라는 걸까.
"내친김에, 같이 이것들을 쓰고 펫 샵이라도 가지 않겠나? 서로가 각자 좋아하는 동물의 기분이 되어 그 동물을 마주한다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그, 그건 무리야!"
"어째서지?"
"쓰, 쓰는 건 상관없지만 바깥에 나가기는 조금 부끄러워서..."
"강아지와 고양이가 본연의 모습으로 밖에 나가는 것을 부끄러워하던가?"
"그건 그렇지만..."
다행히, 이런저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딱히 부끄러워하지 않고 펫샵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심지어 내 머리 위에 달린 고양이귀를 신경쓰지도 않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란코?"
"카, 칸자키?"
하지만, 진짜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왜 하필 칸자키를 이런 곳에서 만난 걸까.
그것도 이런 꼴을 하고서.
"어, 어째서 그런 금수의 형상을 뒤집어쓴 채로 이곳에 온 것이냐!"
너는 왜 펫샵에 왔는데?
일단은 질문에 먼저 답하는 것이 좋겠지.
"아스카한테 강아지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가르쳐주기 위해서!"
"나는 카나하에게 고양이의 기품에서 흘러나오는 매력에 사로잡힌 동지로 만들기 위해서다."
"설명은 잘 들었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불완전하고 희미한 읊조림에 불과할 뿐. 그러므로 나는 완전한 진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다시 묻겠다. 어째서 금수의 형상을 취하고 있는 거지?"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카나하의 제안에 따라서다."
"사실 심오한 뜻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각자 상대가 좋아하는 동물의 입장이 되어서 매력을 알아보자는, 그런 건데..."
"어, 어쩌다보니 이렇게 바깥까지 나오게 됐어."
다시 생각하니 부끄럽다.
내가 이런 꼴로 거리를 걸어다니다니.
"그런데, 란코 너는 어째서 이곳에 있는 거지?"
"이 몸 말인가? 이 몸은 거리를 지나다니면서 너희 둘을 발견하여 너희의 형상이 만들어낸, 나를 사로잡은 이 불쾌한 파동을 너희의 말 속에 담긴 언령을 통해 해소하고 또 어째서 함께-"
실컷 떠들어대던 칸자키가 아차, 싶었는지 뒷말을 흐린다.
"...벼, 별 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말도록 해라."
하지만 이미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을 들어버렸다.
칸자키와 우연히 마주쳤던 게 아니라, 칸자키가 우리를 발견하고 미행해 온 거였다니.
이 부끄러운 꼴로 거리를 걷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다니.
"아스카, 여긴 왜 온 거야?"
"곧 너와 함께 활동을 해야 할 테니, 반항심을 잠깐 접고 너와 어울리는 색으로 물들어볼까 해서."
유닛 활동 때문이었구나.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으니, 에쿠스테같은 사소한 것도 신경써야겠지."
"좋은 반응... 인가."
그런데, 칸자키의 반응이 어쩐지 이상하다.
"왜 그래?"
"...란코."
"이것은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느낌이 좋지 않다.
무언가 있어.
"무슨 일인지 말해줘."
꼭 알아야만 하는 일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 어서 말해 줘, 칸자키.
"...그래. 역시 카나하도 알고 있는 것이 좋겠지. 숨기기만 해서는, 나중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으니까."
"실은, 카나하 네가 조금 화제가 되고 나서 우리 반의 아이들이... 네가 그... 곳에 숨어있던 일로 안 좋은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의 안식처는 다른 곳에 위치해 있어 교류의 장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새로이 날갯짓하는 동포에 관한 안 좋은 이야기는... 여기까지 들려오더군."
그래서 아까 카페에서 내가 청소도구함에 숨었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스카의 심기가 불편했던 거였나.
"빠르게 알려줘야 했지만... 차마 입이 열리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선택했던 일은, 고작 주제에서 회피하는 한심한 일 뿐이었어. 미안해."
"아, 아니야. 괜찮아."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속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일도 예상했어야 했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 일은 프로듀서와 함께 상담하고, 지금은... 편하게 놀자."
지금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 것 같으니, 살짝 미뤄두도록 하자.
그래, 이게 나을 거야.
헤어스타일을 바꾸러 왔지만, 막상 헤어스타일을 고르는 데에 자신이 없어 헤어스타일을 결정하는 것을 아스카와 칸자키에게 맡긴 상태라, 미용사가 꾸며낼 나의 새로운 모습이 과연 어떨지 살짝 불안하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지. 이미 자르기 시작한지 꽤 됐으니까.
정면에 위치한 거울에 비춰지는, 천천히 바뀌어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자 내가 알고있던 나의 모습이 사라져가는 것이 마치 변화해가는 나의 일상 속에서 지금까지의 내가 사라져가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들어버린 그런 생각을 피하고자 거울이 보이지 않도록 슬쩍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닥에 쌓여가는 나의 머리카락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미 잘려나간 나의 옛 머리카락들, 다시 붙일 수 없는 그것들처럼 내가 처한 상황은 이제 되돌릴 수 없다고 누군가가 속삭이는 것만 같다.
그저 머리를 자르는 단순한 일에 어째서 이러한 상념이 생겨나는 것일까.
가만히 앉아만 있으니 심심해져서 잡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모습을 바꾼다는 것이 불편해서일까? 나에게 닥쳐오고 있는 처음부터 나에게 불리했던 시련 때문일까? 변해가고 있고 또 앞으로도 변하게 될 내 일상에 대한 불안함 때문일까? 뜻하지 않게 듣게 된 좋지 않은 소식 때문일까?
어쩌면 이 모든 것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나약한 나 자신 때문일지도.
"다 됐습니다. 손님-"
어두운 생각들 속에서 진행된 머리 손질이 끝나고, 미용사가 나에게 말하는 예쁘다느니, 잘 나왔다느니 하는 상투적인 말들을 듣는 둥 마는 둥 흘려버리고 줄곧 나를 지켜보고 있던 두 명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때?"
"좋다. 역시 바꾸길 잘 했어."
"친우의 말에 동의하는 바이다."
새롭게 단장한 나의 모습을 긍정해주는 둘의 말에 조금 전만 해도 내 눈앞을 가리는 안개처럼 가득했던 상념들이 조금씩 사라져갔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이런 자그만한 말에 그토록 무거웠던 안개가 쉽게 사라져버리는 걸까.
"...고마워."
문득, 최근에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린이 말했던 "이곳 사람들은 모두 네 편"이라는 말이, 그 말이 이제 약간 이해되는 것 같다.
140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하게 된 이야기는, 우리의 첫 만남.
"...이쁘장한 여자애가 와서는 난데없이 결혼해달라는 말을 하니까, 정말 당황스러웠지."
"미안. 경황이 없었거든."
"아니, 이해해."
"그 말을 듣고 나서...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그 자리에서 도망쳐서 내 문제를 외면하고, 또 회피했지만 그 행동으로 나는 너를 무안하게 만들어버렸었지. 오히려 내가 미안해해야 할 것 같은데."
이후 서로에 대한 사과를 이어나가며 이야기를 지속하다가 내가 아스카의 학교에 잠입했던 이야기로 넘어가자, 갑자기 아스카가 살짝 화난 표정으로 이야기를 끊어버렸다.
어째서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건 어떨까 싶은데."
아스카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이었던 걸까?
그렇다면 다른 이야기거리를 찾아봐야겠지.
다른 이야기, 다른 이야기, 다른 이야기...
"아스카는..."
다른 이야기거리를 생각하던 도중 문득 떠오른 질문을 아스카에게 던진다.
"아스카는... 첫 라이브 때 어땠어?"
궁금함이 해결되길 바라는 친구로서의 마음과 선배 아이돌의 인도를 바라는 후배 아이돌의 마음이 섞인, 그런 질문을.
"첫 라이브라..."
"그렇군. 그게 궁금하다면, 카나하에게 조언도 해줄 겸 말해주도록 하지."
"나는..."
+3 아스카는 첫 라이브 때 과연 어땠을까.
어떤 심정으로, 어떤 생각을 하며 무대에 섰을까.
하지만 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조금 특색있는 무대를 프로듀서에게 요구.
아스카는 하려던 말을 싱겁게 흐려내며 여유로운 태도로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나를 애태우려는 걸까, 아니면 그저 음료가 마시고 싶었던 걸까.
평소보다 길게 느껴지는 자그마한 침묵이 우리 둘을 지나쳐가고, 아스카가 다시 말을 꺼낸다.
"무대 위에 서서 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조금 특색있는 무대를 프로듀서에게 요구했었지."
"그래...?"
"그래."
"카나하, 너도 곧 자기 자신만의 무대 위에 서게 될 거야."
내가 곧 서게 될, 나만의 무대라고?
어째서 아스카는 '우리'의 무대라고 말하지 않은 걸까.
"나만의 무대가 아니야. 우리들의 무대잖아?"
"...물론 나와 같이 서게 되겠지만, 우리들의 무대를 이루는 것은 두 개의 무대."
"나의 무대는 나의 무대, 너의 무대는 너의 무대. 비록 둘은 같은 공간에 연결되어 있을지언정, 본질은 서로 떨어져 있는 것."
나의 무대와 아스카의 무대가 다르다니.
아스카는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어하는 걸까.
"그 공간에서 너에게 간섭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방금 내가 말했던 특색있는 무대는 프로듀서가 준비해 주었지만 그것도 결국은 소품일 뿐, 네가 서 있는 너의 진정한 무대에서 너를 주눅들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관객들이 아니라 너 자신이다."
"그러니, 너 자신에게 주눅들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네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으면 좋겠군."
저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결국, 관객에게 겁먹고 주눅드는 것은 나 자신이니까.
"...알았어."
"고마워, 아스카. 도움이 된 것 같아."
"린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카나하 네가 불안해하는 것 같기에, 너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어서 한 이야기였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니 기쁘군."
내 마음 속에 자리잡은 걱정과 우려라는 차갑고 날카로운 감정들을 녹여내기 위한 것처럼, 아스카에게서 받은 그 말들이 내 가슴 속에 자리잡아 따뜻한 빛을 내기 시작한다.
동시에 나에게 이런 온기를 건네준 사람이, 니노미야 아스카라는 사람이 내 마음속에서 더욱 소중해져만 간다.
"정말로 고마워."
그렇기에, 다시 한 번 너에게 감사를.
+2~3 자! 이제 어떤 이야기를 할까? 아니면, 어떤 일을 할까?
취미라든가 좋아하는 동물 같은 그런 이야기를
아스카 : 난 고양이. 그 고고한 품위가 멋지지 않나?
로 시작하여 동물 논쟁 발발
이야기거리는 취미나 좋아하는 동물 같은, 사소한 이야기거리가 좋겠지.
그런 사소한 것들을 알아가며 서로를 알아나갈 수 있도록.
우선은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아스카는 좋아하는 동물 같은 거 있어?"
"고양이. 그 고고한 품위가 멋지지 않나? 카나하는 어떤 동물을 좋아하지?"
"나는 강아지! 언제나 주인을 잘 따르잖아?"
엇갈려 버렸네.
하지만 상관없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수는 있으니까.
"강아지라, 역시 고양이가 더 좋지 않나?"
취향이 다를 수는 있다.
자신의 취향을 더 높게 치는 것을 용납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은 해야겠어.
"고양이도 좋지만, 강아지가 얼마나 귀엽고 멋진데!"
"강아지도 좋지만, 고양이가 훨씬 귀엽고 기품있지."
"강아지!"
"고양이!"
어째서 몰라주는 거야!
+3 다음은 어떤 일이 생길까? 아니면, 어떤 말을 할까?
왜 몰라주는 거야, 정말!
그리고 펫 샵에도 같이 가는거야!
상태이상: 공포
고양이귀와 강아지귀를 카나하가 아스카에게 한꺼번에 씌우는 건가요, 아니면 서로가 서로한테 달아주는 건가요?
카나하가 강아지 귀를 쓰면 되겠네요!
손 가는대로 써 주십쇼
"아스카!"
"왜 갑자기 일어서고 그러지?"
"따라와!"
의아한 표정의 아스카를 끌고 나와 향한 곳은 잡다한 악세서리를 파는 곳.
그게 어디 있을까.
찾았다.
"카나하. 이제 어째서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는지 설명해주지 않겠어?"
"자. 이거 써 봐, 아스카."
내가 찾은 것, 내가 아스카에게 써보라며 건넨 것은 강아지귀가 달린 머리띠.
"...어, 어째서지?"
"강아지의 매력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강아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겠어?"
사실은 내가 보고 싶을 뿐이지만.
"흐음..."
내 말을 듣고 침음성을 흘리며 내가 서 있는 곳의 뒤쪽을 바라보던 아스카가 갑자기 눈을 반짝였다.
무엇을 발견했기에 나를 보고 음흉한 눈빛을 보내는 걸까.
"그래, 써 주도록 하지. 하지만, 나만 그래서야 의미가 없지 않겠어?"
아스카가 나를 지나쳐간다.
내가 머리띠를 골랐던 장소에서, 아스카가 다른 머리띠를 집어든다.
아스카가 뒤를 돌아 그것을 나에게 보여준다.
고양이귀가 달린 머리띠다.
"서로가 각자를 이해하고 납득시키려면, 비슷한 조건이어야 하겠지."
온화한 압박이 이어진다.
강아지귀를 한 아스카를 보기 위해 내가 치러야 하는 댓가는, 고양이귀를 쓰는 것.
그런 댓가쯤, 치뤄주겠어.
이래서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라는 걸까.
"내친김에, 같이 이것들을 쓰고 펫 샵이라도 가지 않겠나? 서로가 각자 좋아하는 동물의 기분이 되어 그 동물을 마주한다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그, 그건 무리야!"
"어째서지?"
"쓰, 쓰는 건 상관없지만 바깥에 나가기는 조금 부끄러워서..."
"강아지와 고양이가 본연의 모습으로 밖에 나가는 것을 부끄러워하던가?"
"그건 그렇지만..."
아무리 고양이의 입장이 되고, 기분이 된다고 해도 나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카나하 너는 부끄러움을 극복해야 할 필요도 있잖아?"
...그랬지, 참.
"...알았어."
"자, 이렇게... 좋아."
아스카가 나에게 다가와 고양이귀를 씌운다.
기분이 이상해.
"귀여워."
그런 말을 슬쩍, 작게 흘리지 말아줘.
정말로 기분이 이상해진단 말이야.
"아, 아스카도 써! 빨리!"
"후훗. 그래, 기꺼이 써 주지."
아스카에게도 강아지귀를 씌웠지만, 어쩐지 손해보는 기분이다.
+2 펫샵까지 가는 길에 어떤 일이 생길까?
+3 생긴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상태이상 : 공포
다행히, 이런저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딱히 부끄러워하지 않고 펫샵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심지어 내 머리 위에 달린 고양이귀를 신경쓰지도 않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란코?"
"카, 칸자키?"
하지만, 진짜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왜 하필 칸자키를 이런 곳에서 만난 걸까.
그것도 이런 꼴을 하고서.
"어, 어째서 그런 금수의 형상을 뒤집어쓴 채로 이곳에 온 것이냐!"
너는 왜 펫샵에 왔는데?
일단은 질문에 먼저 답하는 것이 좋겠지.
"아스카한테 강아지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가르쳐주기 위해서!"
"나는 카나하에게 고양이의 기품에서 흘러나오는 매력에 사로잡힌 동지로 만들기 위해서다."
"설명은 잘 들었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불완전하고 희미한 읊조림에 불과할 뿐. 그러므로 나는 완전한 진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다시 묻겠다. 어째서 금수의 형상을 취하고 있는 거지?"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카나하의 제안에 따라서다."
"사실 심오한 뜻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각자 상대가 좋아하는 동물의 입장이 되어서 매력을 알아보자는, 그런 건데..."
"어, 어쩌다보니 이렇게 바깥까지 나오게 됐어."
다시 생각하니 부끄럽다.
내가 이런 꼴로 거리를 걸어다니다니.
"그런데, 란코 너는 어째서 이곳에 있는 거지?"
"이 몸 말인가? 이 몸은 거리를 지나다니면서 너희 둘을 발견하여 너희의 형상이 만들어낸, 나를 사로잡은 이 불쾌한 파동을 너희의 말 속에 담긴 언령을 통해 해소하고 또 어째서 함께-"
실컷 떠들어대던 칸자키가 아차, 싶었는지 뒷말을 흐린다.
"...벼, 별 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말도록 해라."
하지만 이미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을 들어버렸다.
칸자키와 우연히 마주쳤던 게 아니라, 칸자키가 우리를 발견하고 미행해 온 거였다니.
이 부끄러운 꼴로 거리를 걷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다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적어도 아리사는 아니지 않은가.
+3 이제... 펫샵으로 들어가야겠는데... 펫샵 안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게 될까...
>> 1034 Ah....
"어쩔 수 없군. 고양이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는 건 어때?"
"안 됐구나."
강아지가, 없었다.
다른 애완동물들은 모두 있었으나, 강아지만이 없었다.
뭐 이런 곳이 다 있어?
"저, 정말로 없는 건가요?"
"죄송합니다. 마지막 강아지가 조금 전에..."
안 돼.
"어쩌지...? 주변에 있는 펫샵이라고는 여기 뿐인데..."
"일단은 고양이의 매력을 배우고, 나중에 나한테 가르쳐 주는 건 어때?"
"글쎄..."
+2~3 아스카는 나에게 고양이의 매력을 어떻게 가르쳐 줄 생각일까.
는 발판
"강아지가 없으니, 어쩔 수 없군."
"우으..."
귀여운 강아지들이 보고 싶었는데.
"카나하가 강아지 흉내를 내는 수밖에."
"뭐...?"
"아, 아스카?"
황당한 상황에 대한 더 황당한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농담이겠지.
"고양이귀를 쓰고 강아지 흉내를 내는 것은 조금 이상하지만, 그래도 강아지가 없으니 카나하가 강아지의 매력을 나한테 가르쳐줘야 하지 않겠어?"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나의 동포여,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칸자키도 어이가 없었는지, 아스카에게 따지고들었다.
내 편이 있어서 다행이야.
"아무튼 안 해! 안 할거야!"
이럴 때는 완강히 거절하는 게 최선이다.
강아지 흉내라니, 부끄럽다고!
"정말로 안 할 건가?"
"그래!"
"그럼, 카나하 너의 패배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나아가, 모든 강아지들의 패배라고 봐야겠군."
"그, 그렇게 생각하던가!"
미안해, 강아지들아.
나한테는 너희보다 내가 더 중요하단다.
"그럼 일이 일단락되었으니, 이제 우리는 이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의 여정을 다시금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만."
"칸자키 말이 맞아. 이제 그만 나가자."
아스카가 어쩐지 아쉬워보이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강아지 흉내를 내는 것이 그렇게 보고 싶었던 걸까.
칸자키가 내 편을 들어주어서인지 잠잠해진 아스카를 보며 내가 펫샵에서 나가기 위해 몸을 돌리려는 순간, 아스카가 살짝 오므린 손을 들어, 흔히들 고양이 포즈라고 말하는 그 포즈를 취하며 애교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하, 한 번만 해 주면 안 되겠냥~?"
"내가 이렇게 고양이의 매력을 가르쳐주는 것처럼, 카나하도 가르쳐주는거다냥~"
고양이 포즈에, 고양이 흉내라니.
아스카의 설득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얼굴이 붉어진 것으로 보아 아스카도 부끄러운 모양인데, 어째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보아라. 우리들의 친우가 저렇게 나락으로 떨어지면서까지 보고 싶어하는 것이 있는데, 그 바램을 이루어주는 것으로 모든 것의 종말을 완성해, 다시 시작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칸자키마저 아스카의 편으로 돌아섰다.
아니, 돌아섰다기보다는 이 상황에 체념하여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제 내가 불리해.
"어, 어떻게 하면 되는데?"
...빨리 끝내버리자.
빨리 끝내버리고 칸자키의 말처럼 다른 걸 하자.
+3 아스카가 요구하는, 강아지 흉내란 어떤 것일까.
신이시여, 제가 무엇을 쓴 거란 말입니까. 고양이 흉내라니.
이것은 좋은 것이다
@아... 꼬리 달아주고 싶다...
강아지의 기분이 쳐 되는거예여!!!
무진장 기분이 좋은 거예여!
뒤돌아 서있는 칸자키의 어깨가 들썩거린다.
웃고 있는 거야, 설마?
"그, 그건 안 돼! 부끄럽다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문제가 생긴단 말이야.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안 할 생각인거냥!"
귀엽다.
손을 오므리고 위협하듯이 나에게 내미는 아스카가, 그렇게 고양이 흉내를 내는 아스카가 귀엽다.
하지만, 이 행동의 종착점은 나의 강아지 흉내. 그것을 알고 있기에, 아스카의 저 귀여운 행동이 살벌하게 느껴진다.
"나, 나중에 하면..."
"지금 하라냐."
자, 잠깐으로 끝내자.
정말로 잠깐이야.
죽을 만큼 부끄럽겠지만, 잠깐이면 돼.
그래, 잠깐만이라면...
잠시뿐이라며 자신을 달래고 합리화하여 여전히 마음 속에서 일렁이는 거부감을 억지로 잠재우고, 주춤거리며 무릎을 굽혀 주저앉은 다음 천천히 무릎을 바닥에 붙인 뒤 약간 떨리는 손을 바닥으로 가져간다.
감정의 동요가 만들어낸 느린 행동이, 나를 더욱 부끄럽게 한다.
아스카가 신경쓰인다.
칸자키가 신경쓰인다. 펫샵 점원이 신경쓰인다. 혹시라도 펫샵에 들어올 사람들이 신경쓰인다.
모든 것이 신경쓰인다. 앞으로 벌어질 지도 모르는 상황들마저 신경쓰이는 탓에, 정말로 죽을 듯이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이 일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그 일을 위해, 고개를 들어 수치심 가득한 얼굴로 아스카의 얼굴을 마주보며 더듬더듬 말한다.
"와... 왕..."
이 일은 어떻게든 거절했어야 했어.
"이, 이제 끝났... 지?"
나, 이제 일어서도 되는 거지?
+3 다, 다음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창댓 쓰면서 자괴감들기는 또 간만이네요.
칸자키의 외침.
아스카의 코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카나하."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스카가 나에게 다가오며 멍하면서도 집요함이 담긴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잘 돌봐줄테니, 나와 같이 가지 않겠나?"
내가 일어서며 대꾸한다.
"사, 사양할게."
+2~3 자, 이제 어떤 일이 생길까.
...그나저나 이게 무슨 꼴이람.
"문제 없어. 이정도의 선혈 따위가... 나에게 지장을 주진 않아."
그런 꼴로 그렇게 멋진 말을 해봤자 이미 늦은 것 같은데 말이지.
그건 그렇고...
"펫샵 바닥이 더러워지는데... 지혈하는 게 어때?"
민폐잖아.
"...그렇군."
점원이 이쪽을 매서운 눈으로 노려본다.
휴지가 어디 있지? 휴지... 휴지...
이게 뭐야, 정말.
+3 여기서 빨리 나가야 할 것 같은데, 어디로 갈까.
흐음... 앵커로 칸자키 양이 등장해서 정말 다행이네요.
왜냐고요? 글쎄요?
왜 여기로 끌고 온 걸까.
"아스카, 여긴 왜 온 거야?"
"곧 너와 함께 활동을 해야 할 테니, 반항심을 잠깐 접고 너와 어울리는 색으로 물들어볼까 해서."
유닛 활동 때문이었구나.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으니, 에쿠스테같은 사소한 것도 신경써야겠지."
"좋은 반응... 인가."
그런데, 칸자키의 반응이 어쩐지 이상하다.
"왜 그래?"
"...란코."
"이것은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느낌이 좋지 않다.
무언가 있어.
"무슨 일인지 말해줘."
꼭 알아야만 하는 일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 어서 말해 줘, 칸자키.
"...그래. 역시 카나하도 알고 있는 것이 좋겠지. 숨기기만 해서는, 나중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으니까."
"실은, 카나하 네가 조금 화제가 되고 나서 우리 반의 아이들이... 네가 그... 곳에 숨어있던 일로 안 좋은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의 안식처는 다른 곳에 위치해 있어 교류의 장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새로이 날갯짓하는 동포에 관한 안 좋은 이야기는... 여기까지 들려오더군."
그래서 아까 카페에서 내가 청소도구함에 숨었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스카의 심기가 불편했던 거였나.
"빠르게 알려줘야 했지만... 차마 입이 열리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선택했던 일은, 고작 주제에서 회피하는 한심한 일 뿐이었어. 미안해."
"아, 아니야. 괜찮아."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속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일도 예상했어야 했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 일은 프로듀서와 함께 상담하고, 지금은... 편하게 놀자."
지금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 것 같으니, 살짝 미뤄두도록 하자.
그래, 이게 나을 거야.
...정말로 좋은 선택지인 걸까?
잘 모르겠어.
+3 ...어떻게 분위기를 돌리면 좋을까.
p.s 애초에 청소도구함 말곤 답 없었는걸유.... 거기다 생존을 위한거니 참작 참작! ..... 는 카나하P야 고생하렴 ㅠㅠㅠ
"어, 어째서 나한테? 네가 하려는 거 아니었어?"
"권유를 거절할 셈이냐?"
거절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잠깐 당황스러웠을 뿐.
그런데 나는 짧은 머리도 아닌데 과연 에쿠스테가 잘 어울릴까.
+3 아스카는 나에게 어떤 에쿠스테를 추천해줄까.
장난처럼 적을까 했지만 혹시 모르니 정상적인걸로 적는게 좋겠지
흐음...금색이 어떨까
아스카가 나에게 내민 것은, 금색의 에쿠스테.
내 머리에 정말 어울리는 색깔일까.
장난치는 건 아닐까.
"가까이 와 봐. 내가 달아줄 테니."
+1~3 어떻게 하지? 달까, 말까?
자고 일어났더니 컨디션이 영 안 좋네요.
여, 여러분도 괜찮으시죠?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늘은 못 올릴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외출을 했었던지라 체력적으로 무리네요... 죄송합니다!!!
<참고로 착한 짓을 베풀고 나면 더 큰 시련이 다가온다고 한다.>
아스카에게 나의 머리를 맡긴다.
나의 머리카락이 사르락거리며 아스카의 손에 얽혀들어가자, 아스카가 그런 머리카락을 손쉬이 다루며 매만져준다.
가끔씩 목덜미를 스쳐지나가는 그녀의 손길이 살짝 간지럽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이라는 것만큼 기분좋은 것이 또 있을까.
"다 됐어."
"...잘 된 것 같아?"
"이 몸이 보기에는 충분히 잘 된 것 같다."
"거울 볼래?"
"응."
거울에 비춰져 보이는 것은 전에는 보이지 않던, 내 익숙한 머리카락의 사이사이에 새롭게 자리잡은 밝은 금색의 머리카락들.
내가 보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
"예뻐, 카나하."
다른 두 사람도 괜찮게 보는 것 같고.
"그런가? 괜찮게 보이기는 하네..."
내가 거울을 보며 새롭게 꾸민 머리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을 때, 아스카가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렇지. 이 참에 헤어스타일도 바꿔보는 건 어때?"
"헤어스타일을?"
"흠. 잠깐의 만용으로 칼을 대어 변화하는 것이 아닌, 원래의 존재를 유지하면서 바꿔내는 방법도 있으니 괜찮지 않겠느냐?"
+1~3 ...헤어스타일이라, 한번 도전해볼까? 아니면... 그냥 지금의 머리로 만족할까?
어차피 앵커도 달리지 않으니 앵커 내용을 살짝 바꿔도...
...음, 뭔가 골뱅님이 죽어나갈 시츄의 연속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 앵커보고 빠르게 낙서해본 현재 주인공 녀석의 헤어스타일
이놈의 벽쿵을 완성 못해서 그릴게 쌓여갑니다아아ㅏㅏㅏ
그래, 이참에 바꿔보는 것도 좋겠지.
어떤 머리가 좋으려나.
+1~5 어떤 머리가 좋을까?
#정상적인 헤어스타일로 부탁드립니다.
P.S. 혹시라도 이상한 헤어스타일이 선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헤어스타일은 -그 헤어스타일을 그리셔야 할- GolBang님이 선정하시는 것으로...
안돼면 포니테일
>>1089님과 >>1091님의 헤어스타일을 적절하게 섞어보겠습니다.
@ 대략 이렇게 바꿔볼까 합니다
헤어스타일을 바꾸러 왔지만, 막상 헤어스타일을 고르는 데에 자신이 없어 헤어스타일을 결정하는 것을 아스카와 칸자키에게 맡긴 상태라, 미용사가 꾸며낼 나의 새로운 모습이 과연 어떨지 살짝 불안하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지. 이미 자르기 시작한지 꽤 됐으니까.
정면에 위치한 거울에 비춰지는, 천천히 바뀌어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자 내가 알고있던 나의 모습이 사라져가는 것이 마치 변화해가는 나의 일상 속에서 지금까지의 내가 사라져가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들어버린 그런 생각을 피하고자 거울이 보이지 않도록 슬쩍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닥에 쌓여가는 나의 머리카락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미 잘려나간 나의 옛 머리카락들, 다시 붙일 수 없는 그것들처럼 내가 처한 상황은 이제 되돌릴 수 없다고 누군가가 속삭이는 것만 같다.
그저 머리를 자르는 단순한 일에 어째서 이러한 상념이 생겨나는 것일까.
가만히 앉아만 있으니 심심해져서 잡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모습을 바꾼다는 것이 불편해서일까? 나에게 닥쳐오고 있는 처음부터 나에게 불리했던 시련 때문일까? 변해가고 있고 또 앞으로도 변하게 될 내 일상에 대한 불안함 때문일까? 뜻하지 않게 듣게 된 좋지 않은 소식 때문일까?
어쩌면 이 모든 것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나약한 나 자신 때문일지도.
"다 됐습니다. 손님-"
어두운 생각들 속에서 진행된 머리 손질이 끝나고, 미용사가 나에게 말하는 예쁘다느니, 잘 나왔다느니 하는 상투적인 말들을 듣는 둥 마는 둥 흘려버리고 줄곧 나를 지켜보고 있던 두 명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때?"
"좋다. 역시 바꾸길 잘 했어."
"친우의 말에 동의하는 바이다."
새롭게 단장한 나의 모습을 긍정해주는 둘의 말에 조금 전만 해도 내 눈앞을 가리는 안개처럼 가득했던 상념들이 조금씩 사라져갔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이런 자그만한 말에 그토록 무거웠던 안개가 쉽게 사라져버리는 걸까.
"...고마워."
문득, 최근에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린이 말했던 "이곳 사람들은 모두 네 편"이라는 말이, 그 말이 이제 약간 이해되는 것 같다.
앞으로는 혼자서 불안해하지 말고, 약간은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볼까.
그나저나, 머리 잘랐다고 프로듀서가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3 이제 슬슬 프로덕션으로 갈까, 아니면 둘과 더 놀까?
란 이름의 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