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사와 후미카는 지금 잠에서 막 깬 문학도다.
비어있는 교양강의는 역시 그리 재미있진 않았다. 아니, 그냥 재미없었다.
사실 운명의 그 날 늦게 일어난 그녀의 잘못이긴 했지만, 그래도 강의가 재미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거기에 하필 9시 강의라니.
분명히 고등학생때는 이보다 더 이른 시간에도 수업을 들었지만, 대학생이 되면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진다.
그렇게 생각하며, 잠에서 깨어나는 후미카는 그녀의 체온으로 덥혀진 책상을 어루만져본다.
나무.
재질이, 달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하나의 긴 책상이다.
뭐지.
의식의 쓰나미가 후미카의 뇌를 휩쓴다.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올린다.
부채꼴로 배치된 의자. 칠판 옆에 놓인 화이트보드, 그리고 그곳에 적어진 온갖 문자들.
눈앞에는 처음 보는 교수가 수업을 하고 있었다.
"...Hence, applying the symmetry principle shows us that there cannot be tangential components in the electric field. Is the argument clear?"
......네?
"Ok, we'll stop here today, feel free to ask me any questions."
학생들이 우루루 짐을 싸고 나가기 시작한다. 질문을 하려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교단 사이로, 푸른색 글자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혼란에 휩싸인채로, 후미카는 인파를 비집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가로수길과 그 너머 보이는 미래지향적으로 보이게 디자인한 것이 명백한, 'E16'이라 적힌 지극히 공대스러운 건물.
'여긴...'
표시판들로 가로막힌 차도를 건너 보도블럭 위로 올라가니, 왼쪽에 자전거들이 거치된 무인 대여소가 있었다.
@sephia님 말대로 문과계열 있긴 합니다.
학사과정에 없을 뿐이지...
그리고 후미카는 설정상 19세라 과학고 조기졸업 테크가 아니라면 대학교 1학년, 즉 올해 기준 카이스트에선 아직 학과가 없을 때입니다.
————
그래, 아마 로봇 관련해서 이름을 상당히 많이 봤던 걸로 기억한다. 한국의 유명한 공대 비스무리한 곳이었을 것이다.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의 성비가 후미카의 생각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럴 수가.
이제, 난 뭘 해야 하는거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걸까.
일단 프로듀서에게 전화해 봐야겠다.
아니, 그 전에 다른 수업이 있는지부터 확인해봐야지.
그런데 원래 나는 이 대학교에 재학 중이지 않다.
그렇다면 일단 내가 어느 대학교에 등록되어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자.
혼란스런 마음을 정리하며, 후미카는 일단 지갑을 열어본다.
남중한 상태에서 내리쬐는 햇빛을 직격으로 받아내면서 후미카는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이 학생식당이 어디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까 고민하다가, 저 지나가는 대학생 A가 일본어를 알 확률은 지극히 낮다는 결론을 도출하고는, 결국 눈 앞에 놓인 명료한 답을 선택하기로 했다.
E16-1 건물에는, 서브웨이 간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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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카의 생각과는 달리 서브웨이는 직접 종업원에게 메뉴를 주문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영어를 아주 못하는 건 아니라, 어찌어찌해서 빵을 받아낼 수는 있었다.
또띠야 특유의 식감과 랜치소스, 채소들의 조화를 느끼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되돌아보았다.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후미카는 카이스트라는 이과들의 소굴에 들어와있는 것 같다. 당장 다음 수업도 선형대수학개론이라는 것 같은데, 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는 걸까.
분명히 대학교에 와서는 이과 과목에는 손을 뗀 후미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대학교 1학년이다. 고등학교에서 배우거나 읽은 게 아직은 남아있을 때.
그래, 후미카는 분명히-
+1: 수학 다이스
+2: 프로그래밍 다이스
+3과 +4는 물리, 화학, 생물 중 하나를 골라 굴려주세요.
물리는 수학 다이스에 따라 보정치가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1~33: 앗 아아...
34~66: 그래도 뭔가 책방 뒤지면서 본 건 있다. 다만 딱 거기까지.
67~99: 학교에서 대충이나마 배운 적은 있다. 물론 어디까지인지는 장담 못 한다...
100: 어?
@가장 최악의 선택을 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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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그나마 가장 자신있는 과목은 생물이었다. 다만 그 외에는 썩 좋지는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프로그래밍도 잠깐 배운 적은 있었는데 그게 어떨지는 모르겠고, 나머지는 그냥 책방에서 책을 읽다가 주워들은 지식이 대다수였다.
특히 화학. 물리.
얘네들은 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그래도 코스모스같은 책들에 나오는 내용들은 흥미로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도저히 그것들을 제대로 알아볼 생각은 엄두도 내질 못했다.
그런데, 선형대수?
무리.
절대로, 무리.
아무에게도 말 못할 고뇌를 하며, 사기사와 후미카는 어느새 땅에 붙어버린 두 다리를 힘겹게 끌고 자신이 왔던 건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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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1.
다행히도 수업시간 5분 전 쯤에 들어가서, 빈 자리는 꽤 많았다.
옆에 앉아있었던 후줄근한 차림의 남자 한 명이 공책과 교과서를 꺼낸 뒤 어떤 페이지를 찾기 시작한다.
적어도 뭘 배우는지 정도는 알아야겠다 생각했기 때문일까.
책을 빌리러 그 남자에게 힘겹게 말을 걸어본다.
일단 이 내용을 당장 이해하긴 힘들 것 같다.
조용히 핸드폰의 녹음버튼을 누르고, 정적에 몸을 맡긴다.
1분정도 어색한 침묵이 지나간 뒤, 교수는 칠판에 거침없이 글씨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So, continuing from where we left off last class, today we’ll talk about LU decomposition of matrices(전 수업 끝부터 이어서, 오늘은 행렬의 LU 분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칠판에 한 쌍의 거대한 대괄호가 그려진다. 그 안을 빼곡하게 채워나가는 숫자와 알파벳들.
“...the same principle as Gauss-Jordan elimination. So, it is very easy to find the corresponding lower triangular matrix, since all you have to do is to find the inverses of the elementary row operations required to generate the upper triangular matrix.(가우스-조르단 소거법과 같은 원리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는 하삼각행렬을 찾는 건 매우 쉬운 일입니다. 상삼각행렬을 생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행연산들의 역행렬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죠.)”
A = LU
U = EnEn-1En-2...E2E1A
L = (EnEn-1En-2...E2E1)^(-1) = E1^(-1)......E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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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우리는 저것으로부터 무엇을 알 수 있나.
저 가지런히 늘어서있는 숫자들은 왜 0으로 바뀌어있는거지?
매트릭스?
가우스면 그 유명한 수학자 말인가?
온갖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이 난무하는 속에서 후미카의 핸드폰은 야속하게도 녹음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and for triangular matrices, can you tell me how to compute the determinant?(그리고 삼각행렬들에 대해, 혹시 행렬식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말해줄 수 있습니까?)”
정신을 차려보니, 교수의 눈은 후미카의 푸른 홍채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흐른다.
후미카의 마음을 따라, 강의실의 공기도 무겁게 가라앉는다.
디지털 시계는 초침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온갖 가능성을 고려해 본 후.
“......multiply?(곱합니까?)”
“Yes. Exactly. One can calculate the determinant of a triangular matrix by kust multiplying the main diagonal...(네, 정확합니다. 삼각행렬의 행렬식은 그냥 주대각선을 전부 곱하는 것으로...)”
그래도 어찌어찌 넘기긴 했다.
살짝......알 것 같기도?
“Okay we’ll stop here today, see you next week.”
절망 반 희망 반의 감정을 안고, 그 사이 후미카와 오간 대화를 잊어버린 듯 한 옆에 앉아있는 학생을 바라본다.
뒤를 밟은 후, 사람이 없어지면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었다.
...뒤를 밟는다고 해봤자 인파 속에서 거리를 두고 따라간다는 거지만.
들키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거리를 두며 그 학생을 따라가본다.
한편, 후미카의 목표가 된 대학생 A:
You've been......THUNDERSTRUCK!!!
어-예!
기타리프 쩐다!
...이러고 있다.
다시 후미카에게 돌아가보자.
상당히 불안해하는 표정으로 타겟을 응시하고 있다.
주변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용모와 분위기와 합쳐져,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보고 가고 있었지만, 후미카에겐 그것이 보이지 않았나보다.
오른쪽에 거대한 강당같이 생긴 유려한 곡선미를 뽐내는 유리건물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한다. 아, 건물 밑에 공간이 크게 있다. 저기서 이야기를 해 보면 되겠지.
이미 눈치채지는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며 그 학생 A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그 시각 학생 A.
와! 솔로 죽여준다! 역시 ACDC!
R-RA-WR-RA-A-WR-RA-AAWR!
Thunderstruck!
그 순간, 정체불명의 오른손이 그의 어깨 위에 올려진다.
"으어어어어 ㅆ- 어?"
뒤를 돌아보자 보이는 것은 생전 처음 보는 사람.
장발의 짙으면서도 맑은 검은 머리칼에, 헤어밴드를 하고 있다.
앞머리가 상당히 길어, 얼굴의 절반 정도를 거의 가리다시피 했지만, 그 뒤의 푸른 홍채가 매우 선명하게 보인다.
자세히 보니, 선형대수개론 이번 수업에서 옆자리에 있었던 학생이다. 근데 심각하게 예쁘네? 화장도 안 한 거 같은데...
...이거 쌍시옷에서 안 끊었으면 큰일날 뻔 했잖아?
"아, 아하하..." 순간적으로 튀어나올뻔한 말을 무마하려 발버둥쳐본다.
"Umm......Hello?(음......안녕하세요?)"
와, 목소리도 엄청 곱네. 뭐랄까, 불순물 하나 없다는 느낌이 든다. 머리는 헤드뱅잉하기 딱 좋게 생겼는데, 유감이군.
뻘생각은 일단 제쳐두고. 들이쉬고, 내쉬고.
하나, 둘, 셋.
"Hello there. What's the matter?(안녕하십니까. 무슨 일 있으신가요?)"
최대한 공적인 어투로,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한다.
"Erm.....actually I'm not supposed to be attending here...(음......사실 전 여기에 재학하지 않습니다...)"
"......Ah.(아.)"
뭐지?
분명히 옆자리에서 수업을 같이 듣지 않았나?
눈앞의 여학생은, 그러건 말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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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야 이거.
문학도인데 비인기 교양과목 시간에 자다 일어났더니 이 학교였다고?
무슨 양산형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법한 '모르는 천장이다' 전개인가.
그런데 그러고 보니 이 교실에서 저 사람을 본 건 또 처음인 것 같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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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까지 신뢰도 다이스.
1에 가까울수록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100에 가까울수록 '일리있는데?' 에 가까워집니다.
"Then how did you know that you had linear algebra today?(그럼 오늘 선형대수가 있다는 건 어떻게 안 거죠?)"
"Erm......it was indicated, as such, in the time table...(그야, 시간표에 표기되어있었으니까...)"
"Aren't you only able to view it when you're registered at KLMS. Oh, actually, can you show me your ID card?(시간표는 카이스트 전산시스템에 등록되어있어야 볼 수 있을텐데요? 맞다, 혹시 학생증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시간표는 제 시간표를 베이스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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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해서 자신의 학번에 대응되는 기숙사를 찾아낸 사기사와 후미카는, 밀려오는 피곤함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다음 날.
Day 1 - Wednesday.
Sanity = 456/456
10:10 am
하루의 시작은 늘 그렇듯 학생식당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한 후 강의실로 향하는 과정이다.
그나마 오늘 첫 수업은 후미카에겐 그나마 자신있을 거 같은 교양과목이다.
산뜻한 가을바람을 만끽하며 벚나무가 촘촘히 심어진 길을 따라 걷고 있자면, 가끔 영 좋지 않은 은행냄새가 합쳐져 미묘한 기분이 든다. 기숙사에서 학생식당까지 직선을 긋고, 그걸 한 1.5배쯤 연장해보자. 그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나름 평범해보이는 쌍둥이 벽돌 건물 한 쌍이 나란히 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체는 이 곳에서 그 어떤 건물보다도 특별한 곳.
무려 유일한 문과 부서인 인문사회과학동이다.
오늘의 수업 주제는 민주주의인가.
자리에 앉고 마음가짐을 정갈하게 한 후, 수업 범위를 미리 훑어본다.
민주주의라.
Pluralism, corporatism...
이번 수업은, 뭔가 기대된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꽤 젊어보이는 교수가 들어와서 출석을 부른 후 수업을 시작한다.
+2까지 일어날 일 작성 혹은 pass를 해 주세요.
문과 수업이므로 이벤트가 없을 시, SAN치는 변동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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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의 내용은 주로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에 관한 내용이었다. 다원주의, 엘리트주의, 조합주의와 마르크스주의에서 민주주의의 원리를 해석, 적용하는 방법. 로비에 관한 찬반입장, 로버트 미헬스의 과두제의 철칙 등 굵직굵직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어제 전산시스템을 확인해보니 중간고사 전까지 자유주제로 리포트에 대한 아웃라인을 제출해야 하는 것 같았다. 아마, 이 수업에서 힌트를 얻어가는 것이 맞겠지.
"...cultural factors also may play a part in changing interest groups' structure to oligarchy, as one can see in the case of Japan.(일본의 경우처럼 문화적 요소도 이익집단의 구조를 과두제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미묘한 기분이지만, 상당히 재밌는 소재인걸.
이번 수업, 그래도 꽤 재밌었어.
책을 많이 읽어둔 게 도움이 된 걸까, 아는 내용들도 상당히 많았다.
첫 수업으론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가방을 싸고 밖으로 나선다.
다음 수업은, 오후 1시에 있는 일반물리.
학생식당에서 줄을 서 대기하는 인파 속에서, 아무도 공감하지 못할 자신의 고충을 속으로 곱씹는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냉모밀소바와 돈까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계획을 짜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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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까지 후미카가 공부 외에 무엇을 할지 자유롭게 제시해 보세요.
상황에 따라 추후에 선택지 중 하나로 채택될 수도 있습니다.
배가 고파졌다... 좋아, 가게를 찾자.
시간과 사회, 장소와 국적, 문과와 이과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배를 채울 때 잠시동안 그녀는 제멋대로가 되고 자유로워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도 신경쓰지 않으며 음식을 먹는 고독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활동이라 할 수 있다.
칠판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있지 않으면서 눈에 잘 안 띄는 장소를 선점하려면, 강의가 시작하기 10분 전에는 강의실에 도착해야 한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기사와 후미카는, 빵빵해진 가방을 매고 내리막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무리 봐도 영 익숙해지지 않는 유려한 디자인의 체육관을 지나면, 폐타이어로 포장된 길이 이내 가로수와 함꼐 굽이쳐내려간다. 그 끝의 횡단보도를 건너면, 나름 세련된 디자인의 공대 느낌 물씬 풍기는 건물들이 그녀를 반긴다.
모든 건물에는 위쪽에 산뜻한 오렌지색으로 일련번호가 붙어있다.
E11, 창의학습관.
새삼스럽게 강의실이 한 건물에 집중되어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오른쪽의 녹색 게시판을 지나치고 건물에 입성한다.
12:51 pm
일반물리학은 지정좌석제로 운영된다.
보통은 학기 맨 처음 시간 앉고 싶은 자리에 앉은 뒤, 그 자리를 유지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첫 강의에는 심지어 20분 전부터 사람이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후미카에게 그런 선택권따윈 없을 터.
공지사항에서 파일을 다운받아 확인한 뒤, 자신의 좌석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향한다.
가방을 열어 교과서를 찾아 뒤지는 중,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는다.
'!!!'
저번의 그 학생 A다.
'이건......찬스다!'
자신을 어필하고 저번의 그 굴욕을 씻어낼 수 있는 천금같은 기회.
후미카는-
01~50: 뻘쭘한데......교수님이 들어왔다.
51~100: 인간의 찬가는 용기의 찬가......라고 아라키 히로히코가 말했습니다.
먼저 2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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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번 12월 1일에 쥬다스 프리스트가 내한한답니다!
으헤헤헤헤헤헿헤헤헤헤헿헤헤헤헿ㄴ멜무힐뉴ㅑㅕ뮤 ;나ㅣㅠㅏㅍㅁㅎㄹㅇㄴ-
@12월 1일은 토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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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단 한 번의 기회는 교수님이 들어옴으로서 종결되었다.
'아...'
소심한 자신의 성격도 아이돌 일을 해오면서 어느 정도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완전히 고쳐진 건 아니었나보다. 끝없는 질책으로 빠져들어가려고 할 때,
"Last class, we discussed about Gauss's Law and how it can be used in conjunction with the symmetry principle to quickly figure out electric field configurations.(지난 시간, 우리는 가우스 법칙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어떻게 이를 대칭원리와 함께 사용해 빠르게 전기장을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교수의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수업의 시작을 알렸다.
"A few interesting points along with some questions were presented by some students after last class, so I'll briefly address them before moving on.(몇몇 학생들이 수업 후에 흥미로운 점들과 질문들을 제시해줘서, 오늘 수업을 하기 전에 그것들부터 답변하고자 합니다.)"
좋아, 따라갈 수 없겠군.
저번 일반물리 수업 거의 막바지에 처음 이 학교 부지를 밟아본 후미카가 그 때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턱이 있을까. 그렇게 단정짓고는, 분위기에 몸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one interesting question was that whether there may indeed be tangential components of the electric field if the point charge was in a 2-dimensional space. While I do think that such hypothetical situations are of lesser importance, since the curl of a 2-dimensional vector field is a scalar, it is, indeed, possible.(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은 2차원의 점전하가 가지는 전기장에는 r방향이 아닌 다른 성분이 있을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전 사실 이런 이론적 상황들은 그리 중요하다 보진 않지만, 2차원 벡터장의 컬은 스칼라이므로, 그것은 확실히 가능합니다.)"
음......무슨 소리일까 이건?
잠시동안 정신을 미타찰에 보내놓았던 탓인지, 교수가 무슨 말을 했는지 처리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의 험난한 여정을 예상하며, 후미카는 조용히 고통에 몸부림치며 녹음을 시작했다.
오늘따라 나무 책상이 많이 차갑다.
@첫 번째는 멘탈 +, 두 번째는 멘탈 - 주사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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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pm, 창의학습관
"I love coaxial cables. Whenever I see a coaxial cable, I become happy. So I hang one in my office and carry another one with me.(전 동축케이블을 사랑합니다. 동축케이블을 보면, 전 행복해집니다. 그래서 전 제 연구실에 하나를 걸어놓고, 다른 하나를 가지고 다닙니다.)"
뭐지?
난 지금 뭘 들은 거지?
그래, 사물을 의인화해 사랑한다는 표현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문학도로서 그건 너무나도 많이 봐 온 표현기법이지. 어떤 대상, 사물 또는 추상적 개념을 인격이 있는 존재, 아니면 인간처럼 묘사하는 표현법. 매우 많이 사용되면서도, 그만큼 강력한 기법이라 전 세계의 작가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는 기법이다. 아니면, 조금 더 서브컬처쪽으로 들어가자면, 정말로 사물을 '캐릭터화'하는 경우도 꽤 있으니까...
...그런데 이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 같기도...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기로 결정한 후미카.
그래, 사실 이해가 하나도 안 된다.
도대체 왜 저 교수는 동축케이블을 저렇게 좋아하는 것이지?
아니, 설마 정말로 케이블을 사랑하는 것인가?
"...and today I am going to talk about capacitance. Before I start, you need to keep one thing in mind; Capacitance is an intrinsic property of space. While one can only measure it by assigning a charge configuration, capacitance itself still is there, regardless of the existence of charges.(...그리고 오늘 저는 전기용량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합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이 이것 한 가지는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기용량은 공간 자체의 성질입니다. 이를 측정하려면 계에 전하를 배치해야하지만, 전기용량은 전하가 있든 없든 그대로 있습니다.)"
가끔 가다가 이렇게 그나마 알아먹을 수 있는 대목이 등장하면 그 때는 정말 반가운 기분이다.
물론-
"Ever since I was attending graduate courses, I always memorized that a coaxial cable has a capacitance of 100pF/m. I never really bothered to work it out, so this lunch, I disassembled it and started calculating.(제가 대학원 수업을 들었을 때부터, 항상 저는 동축케이블의 전기용량은 1미터당 100피코패럿이라는 것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직접 계산해보지는 않아서, 이번 점심시간에 제가 그 케이블 하나를 분해한 다음 계산을 시작했습니다.)"
몇십초도 채 지나지 않아 교수가 영 상태가 좋지 못해보이는 말을 꺼내거나 이해할 수 없는 수학적 용어들이 튀어나왔다.
"Approximating the coaxial cable to have infinite length, we see that the problem exhibits cylindrical symmetry, hence the electric field strength is inversely proportional to r, and so the capacitance should be proportional to the negative of natural log of r.(동축케이블의 길이가 무한하다고 근사할 때, 이 문제가 원통형 대칭을 띠므로, 전자기장의 세기는 r에 반비례하고, 따라서 전기용량은 마이너스 자연로그 r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수치들을 마구 대입한 후,
"So, we see that the capacitance of a 1 meter long coaxial cable is roughly around 100 picofarads. Since the calculations fit with what I knew about the coaxial cable, I was relieved.(그러므로, 우리는 1미터 길이의 동축케이블은 약 100pF정도의 전기용량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동축케이블에 대해 알고 있던 것과 계산결과가 일치해서, 전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글러먹었다.
이 교수, 진짜 답 없는 변태다.
어떻게 사람이 동축케이블에 이렇게나 집착하는 게 가능한거지?
귀로는 들으려 하면서도 뇌가 필사적으로 거부하던 수업에, 후미카는 이제 귀마저 닫아버렸다.
인간과 동축케이블의 로맨스라.
그런 게 있을리가 없잖아.
누가 날 보고 그런 걸 써 보라 하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너무나도 이색적이고 기괴한 망상이, 후미카의 정신을 좀먹어들어갔다.
빨개진 얼굴이 폭발하기 직전.
"Ok, we'll stop here for today.(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공책이 가방 바닥을 강타하는 소리와 지퍼가 잠겨올라가는 소리들이 무질서하게 섞여 가까스로 후미카를 현실로 다시 끌고 올라온다.
맙소사.
아마 당분간 일반물리를 제정신으로 듣긴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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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산출 중...
물리는 주사위가 없으므로 0으로 계산됩니다.
부정적 이벤트 -> SAN -10
기본 감소값 -> SAN -(100 - 0)/2 = -50
총 변화량 -> SAN -60
다음 수업은 일반생물학.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생물 관련 지식은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는 접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actually, programmed cell death technically doesn't always imply apoptosis, and there indeed are cases of programmed necrosis, where the cell actually spills its contents out on death.(사실, PCD는 항상 세포자살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도 프로그램된 괴사가 일어나는 경우가 존재하는데, 세포가 괴사한다는 것은 죽을 때 세포가 그 자신의 내용물을 쏟아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나마 지금까지 들었던 수업들중엔 가장 낫다. 세포의 생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들을 다루고 있어서 후미카도 오래간만에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 외에도 세포자살을 유발하는 대사경로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유전자의 발현이 전사와 번역으로 이루어진다는 생물학의 중심 원리 등 꽤 들어볼만한 주제들에 대해서 소개를 하고 있었다. 다음 시간부터 이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는 것에 대해선 꽤 불안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후미카가 들어본 이야기들이거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뭔가를 이해한다'라는 기분은 정말이지 달콤했다.
나름의 고양감을 느끼려 애써보며, 그렇게 후미카의 그나마 편안한 일반생물학 시간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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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기본 감소값 -> (100 - 72)/2 = 14
총 변화량 -> -14
Sanity: 382/456
생물은 숙련도가 72. 수업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으므로 숙련도가 수업을 들을 때마다 2씩 증가합니다.
생물: 72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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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pm
교수가 수업을 빨리 끝내준 덕에 후미카는 기분이 좋았다.
오늘의 시간표는 여기서 끝이다.
앞으로 이런 하루를 어떻게 매일 보내야 하나, 마음이 무거워진다.
내일의 시간표를 살펴보는 후미카.
그래도, 오늘은 오늘의 일에 집중하면 되겠지.
동아리가 없는 후미카는 상당히 널널한 일정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해보았다.
잠시 고민해본 후미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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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아래의 선택지는 하루 일과가 끝나고 할 일의 나열입니다. 하루에 한 번 일과가 끝났을 때 이 행동들 중 두 가지를 선택해서 시행할 수 있으며, 각각의 행동은 후미카의 능력치나 Sanity를 변화시킵니다.
1. 휴식(Sanity +10)
2. 웹서핑(Sanity +5, 콤마값이 80 이상일시 멘탈이나 능력치에 대해 긍정적 이벤트 발생)
3. 중앙도서관에 방문한다(Sanity +5, 추가 선택지 존재)
4. 공부를 한다(선택한 과목에 대한 숙련도가 1 증가, Sanity는 주사위/5만큼 감소한다)
5. 과제를 한다(이번 주는 과제가 없다. 선택 불가)
6. 그 외(효과는 작가가 결정. 후에 선택지에 추가될 수도 있고 재앵커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2까지 행동을 선택 후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행동은 주사위값에 상관없이 모두 채택됩니다.
또한, 두 주사위의 평균이 70을 넘어갈 경우, 긍정적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잠시 카이스트 전산시스템을 방문해보자고 생각한 후미카였다.
홈페이지는 여느 학교 홈페이지와 다를 것이 없었지만, 그와는 별도로 포탈이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어 원하는 메뉴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과목코드를 찾은 후 메뉴에서 출석체크를 진행한다.
공지사항.
'오!'
'No practice classes this week. Assignment due dates also delayed.(이번 주에 연습반 없음. 과제 제출 기한 연기됨.)'
해냈다!
자신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과제가 끝났다는 듯이 기뻐하는 후미카였다.
일단 뭔진 모르겠지만 과제가 있고, 제출 기한은 다음주 금요일까지. 일주일 조금 넘게 남았다.
그럼 답지부터 찾아봐야지.
해야 할 일들을 대충 메모해놓은 뒤, 창의학습관 옆에 있는 중앙도서관으로 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후미카가 창의학습관을 나선 쪽의 반대편이었다.
광활......하진 않고 꽤 넓은 공터같은 공간의 오른편에는 6차로 정도 돼 보이는 도로가, 왼쪽에는 도로를 바라보는 귀족으로 보이는 누군가의 동상이 있었다. 왼손으론 뭔가 대포같이 생긴 물건을 짚고 있었고 오른손에는 자 비스무리한 막대기를 들고 있던 걸로 보아, 아마 선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후미카는 한글을 읽지 못하는 관계로, 저 사람이 누군지는 알지 못했다.
동상 뒤에 서 있는 중앙도서관은 이 대학 안에서 가장 큰 건물 중 하나였다. 뭔가 그리 모던하진 못한, 타일 벽에 작게 파여있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창문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있는 꽤 평범한 형태의 건물. 그것을 다른 건물들과 구분짓는 특성은, 그 위에 비스듬하게 올려진 갈색의 구조물이었다. 갈색의 구조물을 배제하고서도, 다시 보니 저 밋밋하면서도 딱딱한 디자인은 그래도 어느 정도의 세련됨은 유지하면서 여기가 이공계 대학임을 꽤 잘 확인시키고 있었다.
학생증을 댄 후 입구를 열고 들어가자, 1층에는 로비와 기념품점만 있었다. 그것으로도 후미카는 족히 중앙도서관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본관에 들어가니 거대한 책장들이 후미카를 반기고 있었다.
그 곳에서 후미카는-
SYSTEM: 멘탈 26(버림) 감소, 수학은 1만큼 증가.
EVENT: 이번 주 과제 없음 -> Sanity가 30 증가합니다.
Sanity: 410/456
수학: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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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생각보단 쉽게 읽힌다.
그래, 1년만에 다 잊어버릴 리는 없지.
...이러려고 문학과 갔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
이런 공식들이 있으면 왜 미분계수의 정의를 배운걸까- 아, 연습문제에서 나와버리네...
정의들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탓일까, 후미카는 고등학교 시절 수학은 암기의 연속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게 여기서 발목을 잡는다.
아마 하루에 한 단원씩 정도면 되겠지.
나름대로의 계획을 잡고, 중앙도서관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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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 END
@Day 2가 곧 시작됩니다. 그 때까지 자유롭게 피드백을 달아주셨으면 합니다.
대부분은 주위에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자신이 할 일에 열중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도 결국 남자들로 가득하다는 건가.
시야를 가리는 듯한 긴 앞머리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용모를 알아봤기 때문일까, 몇몇 남자들이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기 위해 말을 걸어오려 했다.
적어도, 그것이 후미카의 생각이긴 했다.
정신을 차려보면, 눈 앞에 체크무늬 남방 차림의 깨어있는지 잠을 자는지 모를 어떤 인간형의 존재가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 짧은 어색한 침묵 속에서 대답하기 싫어서 조용한 것만이 아니라는 걸 감지한 건지, 영어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Erm......excuse me, would you mind hanging around with me for a moment?(음......실례합니다, 혹시 저랑 잠시 놀러다니는 건 어떤가요?)"
"Sorry, I have class later...(죄송합니다, 오늘 수업 있어서요...)"
"Erm, then how about-(음, 그러면-)"
"닌 거기서 뭐 하고 있냐?" 제3자가 대화에 끼어든다.
"아, 좀, 한 몇 분만 기달려보면 안 되겄나?"
"니 기다리다가 시간 다 간다, 밥 먹으러 왔으면 밥이나 시켜."
"어휴..."
친구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질질 끌려가는 남자였다.
그러고 보니, 저 사람도 수업 있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던 중, 어느샌가 후미카의 차례가 되었고, 순조롭게 반찬을 골라 결제를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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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틴님 앵커는 그 뒤 수업시간에 채용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미적분학2 수업 파트부터는 내일부터!
피드백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27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비어있는 교양강의는 역시 그리 재미있진 않았다. 아니, 그냥 재미없었다.
사실 운명의 그 날 늦게 일어난 그녀의 잘못이긴 했지만, 그래도 강의가 재미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거기에 하필 9시 강의라니.
분명히 고등학생때는 이보다 더 이른 시간에도 수업을 들었지만, 대학생이 되면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진다.
그렇게 생각하며, 잠에서 깨어나는 후미카는 그녀의 체온으로 덥혀진 책상을 어루만져본다.
나무.
재질이, 달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하나의 긴 책상이다.
뭐지.
의식의 쓰나미가 후미카의 뇌를 휩쓴다.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올린다.
부채꼴로 배치된 의자. 칠판 옆에 놓인 화이트보드, 그리고 그곳에 적어진 온갖 문자들.
눈앞에는 처음 보는 교수가 수업을 하고 있었다.
"...Hence, applying the symmetry principle shows us that there cannot be tangential components in the electric field. Is the argument clear?"
......네?
"Ok, we'll stop here today, feel free to ask me any questions."
학생들이 우루루 짐을 싸고 나가기 시작한다. 질문을 하려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교단 사이로, 푸른색 글자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혼란에 휩싸인채로, 후미카는 인파를 비집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가로수길과 그 너머 보이는 미래지향적으로 보이게 디자인한 것이 명백한, 'E16'이라 적힌 지극히 공대스러운 건물.
'여긴...'
표시판들로 가로막힌 차도를 건너 보도블럭 위로 올라가니, 왼쪽에 자전거들이 거치된 무인 대여소가 있었다.
그리고 푸른빛 단말기에 하얗게 적혀있는, 후미카의 생각에 쐐기를 박는 영어.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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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솔 이과들의 소굴에서 살아남아라 사기사와.
과연 후미카는 이 곳이 뭐하는 동네인지 알까요?
1. 안다
2. 모른다
먼저 2표
아니 그렇다고 카이스트에 이과계 학과만 있는게 아닙니다. 문과계 학과도 있어요.
학사과정에 없을 뿐이지...
그리고 후미카는 설정상 19세라 과학고 조기졸업 테크가 아니라면 대학교 1학년, 즉 올해 기준 카이스트에선 아직 학과가 없을 때입니다.
————
그래, 아마 로봇 관련해서 이름을 상당히 많이 봤던 걸로 기억한다. 한국의 유명한 공대 비스무리한 곳이었을 것이다.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의 성비가 후미카의 생각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럴 수가.
이제, 난 뭘 해야 하는거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걸까.
일단 프로듀서에게 전화해 봐야겠다.
아니, 그 전에 다른 수업이 있는지부터 확인해봐야지.
그런데 원래 나는 이 대학교에 재학 중이지 않다.
그렇다면 일단 내가 어느 대학교에 등록되어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자.
혼란스런 마음을 정리하며, 후미카는 일단 지갑을 열어본다.
그러자,
————
1. 원래의 학생증이 있다.
2. 카이스트 학생증이 있다.
먼저 2표
역시 현직 카이스트생이라 그런지 고증이 뛰어나군(?)
오른쪽에 있는 사진은 그것이 후미카 자신의 것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희망의 여지는 없다. 자신은, 왠진 모르겠지만 이 학교의 학생이 되어있었다. 다급히 핸드폰을 켜 사진을 뒤져본다. 찾았다. 시간표에서, 다급히 오늘 일정을 찾아본다.
다음 수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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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있다
2. 없다
먼저 2표
오늘은 여기까지-
연습반 끝나고 적어도 9시엔 돌아오겠습니다
수업이 있다.
다행히도 바로 다음은 아니고 한 시간 정도 시간이 있는 듯 하다.
일단은 시간도 시간이니 점심을 먹어야겠지.
남중한 상태에서 내리쬐는 햇빛을 직격으로 받아내면서 후미카는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이 학생식당이 어디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까 고민하다가, 저 지나가는 대학생 A가 일본어를 알 확률은 지극히 낮다는 결론을 도출하고는, 결국 눈 앞에 놓인 명료한 답을 선택하기로 했다.
E16-1 건물에는, 서브웨이 간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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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카의 생각과는 달리 서브웨이는 직접 종업원에게 메뉴를 주문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영어를 아주 못하는 건 아니라, 어찌어찌해서 빵을 받아낼 수는 있었다.
또띠야 특유의 식감과 랜치소스, 채소들의 조화를 느끼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되돌아보았다.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후미카는 카이스트라는 이과들의 소굴에 들어와있는 것 같다. 당장 다음 수업도 선형대수학개론이라는 것 같은데, 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는 걸까.
분명히 대학교에 와서는 이과 과목에는 손을 뗀 후미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대학교 1학년이다. 고등학교에서 배우거나 읽은 게 아직은 남아있을 때.
그래, 후미카는 분명히-
+1: 수학 다이스
+2: 프로그래밍 다이스
+3과 +4는 물리, 화학, 생물 중 하나를 골라 굴려주세요.
물리는 수학 다이스에 따라 보정치가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1~33: 앗 아아...
34~66: 그래도 뭔가 책방 뒤지면서 본 건 있다. 다만 딱 거기까지.
67~99: 학교에서 대충이나마 배운 적은 있다. 물론 어디까지인지는 장담 못 한다...
100: 어?
1~50: 41
51~100: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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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그나마 가장 자신있는 과목은 생물이었다. 다만 그 외에는 썩 좋지는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프로그래밍도 잠깐 배운 적은 있었는데 그게 어떨지는 모르겠고, 나머지는 그냥 책방에서 책을 읽다가 주워들은 지식이 대다수였다.
특히 화학. 물리.
얘네들은 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그래도 코스모스같은 책들에 나오는 내용들은 흥미로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도저히 그것들을 제대로 알아볼 생각은 엄두도 내질 못했다.
그런데, 선형대수?
무리.
절대로, 무리.
아무에게도 말 못할 고뇌를 하며, 사기사와 후미카는 어느새 땅에 붙어버린 두 다리를 힘겹게 끌고 자신이 왔던 건물로 향했다.
.
.
.
E11.
다행히도 수업시간 5분 전 쯤에 들어가서, 빈 자리는 꽤 많았다.
옆에 앉아있었던 후줄근한 차림의 남자 한 명이 공책과 교과서를 꺼낸 뒤 어떤 페이지를 찾기 시작한다.
적어도 뭘 배우는지 정도는 알아야겠다 생각했기 때문일까.
책을 빌리러 그 남자에게 힘겹게 말을 걸어본다.
후미카의 입에서 나온 말은-
1~50: 스미마셍, ...
51~99: Excuse me, ...
100: 저기...
먼저 2표
둘의 눈이 마주치고,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그 남자가 입을 열었다.
"Hmm, sure, I guess? Here."
뭐야.
되게 유창하잖아.
잠시 넋이 나가있는 후미카의 눈을 바라보다가, 그 남자는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는지 다시 말을 걸어왔다.
"I don't think I saw you in class before. Actually, this is the first time I ever saw you."
그리고, 후미카에겐 충분히 부담될 수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1. What's your name?
2. What happened? Are you attending this class?
먼저 2표
@그리고, 영어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지금처럼 계속 영어로 적어나갈까요?
지금처럼 해도 되긴 하지만...
"Erm, yes...(음, 네...)"
혼란과 근심이 가득한 얼굴은 그것이 다가 아님을 이미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후미카가 그것을 쉽게 알려주려 할 리도 없다.
난 저 사람을 믿을 수 있나?
저 사람은 내 이야기를 믿을까?
잠시동안 고민하다가, 답을 내린다. 현명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질러봐야지.
"Can I, mm, have a talk with you after class?(혹시, 음, 수업 끝나고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Ermmmmmm......sure, I guess.(음......좋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이목을 끌지 않았다. 다행스러워해야 할지, 아이돌로서 약간 섭섭해 해야 할지는 약간 헷갈리긴 했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중에, 문을 열고 교수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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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까지 수업 중 있을 일들을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오늘은 여기까지-
글은 미적분학2 과제가 끝나면 올라올 거 같습니다.
+1 하나만 재앵커 받을게요.
조용히 핸드폰의 녹음버튼을 누르고, 정적에 몸을 맡긴다.
1분정도 어색한 침묵이 지나간 뒤, 교수는 칠판에 거침없이 글씨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So, continuing from where we left off last class, today we’ll talk about LU decomposition of matrices(전 수업 끝부터 이어서, 오늘은 행렬의 LU 분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칠판에 한 쌍의 거대한 대괄호가 그려진다. 그 안을 빼곡하게 채워나가는 숫자와 알파벳들.
“...the same principle as Gauss-Jordan elimination. So, it is very easy to find the corresponding lower triangular matrix, since all you have to do is to find the inverses of the elementary row operations required to generate the upper triangular matrix.(가우스-조르단 소거법과 같은 원리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는 하삼각행렬을 찾는 건 매우 쉬운 일입니다. 상삼각행렬을 생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행연산들의 역행렬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죠.)”
A = LU
U = EnEn-1En-2...E2E1A
L = (EnEn-1En-2...E2E1)^(-1) = E1^(-1)......En^(-1)
.
.
.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우리는 저것으로부터 무엇을 알 수 있나.
저 가지런히 늘어서있는 숫자들은 왜 0으로 바뀌어있는거지?
매트릭스?
가우스면 그 유명한 수학자 말인가?
온갖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이 난무하는 속에서 후미카의 핸드폰은 야속하게도 녹음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and for triangular matrices, can you tell me how to compute the determinant?(그리고 삼각행렬들에 대해, 혹시 행렬식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말해줄 수 있습니까?)”
정신을 차려보니, 교수의 눈은 후미카의 푸른 홍채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흐른다.
후미카의 마음을 따라, 강의실의 공기도 무겁게 가라앉는다.
디지털 시계는 초침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온갖 가능성을 고려해 본 후.
“......multiply?(곱합니까?)”
“Yes. Exactly. One can calculate the determinant of a triangular matrix by kust multiplying the main diagonal...(네, 정확합니다. 삼각행렬의 행렬식은 그냥 주대각선을 전부 곱하는 것으로...)”
그래도 어찌어찌 넘기긴 했다.
살짝......알 것 같기도?
“Okay we’ll stop here today, see you next week.”
절망 반 희망 반의 감정을 안고, 그 사이 후미카와 오간 대화를 잊어버린 듯 한 옆에 앉아있는 학생을 바라본다.
난, 이 사람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1. 그냥 없었던 일로 하고 간다
2. 이야기를 하자
먼저 2표
뒤를 밟은 후, 사람이 없어지면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었다.
...뒤를 밟는다고 해봤자 인파 속에서 거리를 두고 따라간다는 거지만.
들키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거리를 두며 그 학생을 따라가본다.
한편, 후미카의 목표가 된 대학생 A:
You've been......THUNDERSTRUCK!!!
어-예!
기타리프 쩐다!
...이러고 있다.
다시 후미카에게 돌아가보자.
상당히 불안해하는 표정으로 타겟을 응시하고 있다.
주변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용모와 분위기와 합쳐져,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보고 가고 있었지만, 후미카에겐 그것이 보이지 않았나보다.
오른쪽에 거대한 강당같이 생긴 유려한 곡선미를 뽐내는 유리건물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한다. 아, 건물 밑에 공간이 크게 있다. 저기서 이야기를 해 보면 되겠지.
이미 눈치채지는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며 그 학생 A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그 시각 학생 A.
와! 솔로 죽여준다! 역시 ACDC!
R-RA-WR-RA-A-WR-RA-AAWR!
Thunderstruck!
그 순간, 정체불명의 오른손이 그의 어깨 위에 올려진다.
"으어어어어 ㅆ- 어?"
뒤를 돌아보자 보이는 것은 생전 처음 보는 사람.
장발의 짙으면서도 맑은 검은 머리칼에, 헤어밴드를 하고 있다.
앞머리가 상당히 길어, 얼굴의 절반 정도를 거의 가리다시피 했지만, 그 뒤의 푸른 홍채가 매우 선명하게 보인다.
자세히 보니, 선형대수개론 이번 수업에서 옆자리에 있었던 학생이다. 근데 심각하게 예쁘네? 화장도 안 한 거 같은데...
...이거 쌍시옷에서 안 끊었으면 큰일날 뻔 했잖아?
"아, 아하하..." 순간적으로 튀어나올뻔한 말을 무마하려 발버둥쳐본다.
"Umm......Hello?(음......안녕하세요?)"
와, 목소리도 엄청 곱네. 뭐랄까, 불순물 하나 없다는 느낌이 든다. 머리는 헤드뱅잉하기 딱 좋게 생겼는데, 유감이군.
뻘생각은 일단 제쳐두고. 들이쉬고, 내쉬고.
하나, 둘, 셋.
"Hello there. What's the matter?(안녕하십니까. 무슨 일 있으신가요?)"
최대한 공적인 어투로,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한다.
"Erm.....actually I'm not supposed to be attending here...(음......사실 전 여기에 재학하지 않습니다...)"
"......Ah.(아.)"
뭐지?
분명히 옆자리에서 수업을 같이 듣지 않았나?
눈앞의 여학생은, 그러건 말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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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거.
문학도인데 비인기 교양과목 시간에 자다 일어났더니 이 학교였다고?
무슨 양산형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법한 '모르는 천장이다' 전개인가.
그런데 그러고 보니 이 교실에서 저 사람을 본 건 또 처음인 것 같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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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까지 신뢰도 다이스.
1에 가까울수록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100에 가까울수록 '일리있는데?' 에 가까워집니다.
중간값 채택!
"음......"
잠시 핸드폰을 들여다보더니,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Then how did you know that you had linear algebra today?(그럼 오늘 선형대수가 있다는 건 어떻게 안 거죠?)"
"Erm......it was indicated, as such, in the time table...(그야, 시간표에 표기되어있었으니까...)"
"Aren't you only able to view it when you're registered at KLMS. Oh, actually, can you show me your ID card?(시간표는 카이스트 전산시스템에 등록되어있어야 볼 수 있을텐데요? 맞다, 혹시 학생증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후미카는 말없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지갑을 펼쳐서 보여주었다.
증명사진. 노란 IC칩. 학번. 2018****.
정상적.
"Yes, nothing new. Have a nice day.(네, 아무 문제 없군요. 좋은 하루 되세요.)"
손에 든 핸드폰을 조작한 후, 귀에 이어폰을 꽃고 폐타이어로 포장된 길을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Yeah, it's all right!
We're doin' fine!
Thunderstruck!
알 수 없는 박자에 맞춰 신나게 머리를 흔들며 길을 가는 A.
후미카는-
01~50: 망연자실하며 바라본다.
51~100: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붙잡아본다.
먼저 2표
하지만, 입은, 발걸음은 야속하게도 떨어지지 않았다.
"아..."
허탈한 얼굴로 그 자리에서 앞만 바라보는 후미카였다.
시선은 저 멀리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적응해나가야 하지?
난 여기서 내 자신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을까?
왜 난 여기 있는걸까?
학생 A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현실 감각이 돌아온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 이렇게 된 건지 알아내고 원래 대학으로 최대한 빨리 돌아가던지, 이 곳에서 적응하던지.
둘 중 무엇을 선택하든지, 후미카는 이제 이 대학의 학생이다.
인맥은 없다.
지식은 부족하다.
그녀에게 있는 것은, 무거운 교과서와 훈련되지 않은 두뇌, 그리고 의지.
적응하라.
진화하라.
살아남아라.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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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SAN치 다이스 3개를 굴린 후 학기를 시작하겠습니다.
Sanity = 400 + ({+1 다이스} + {+2 다이스} + {+3 다이스})/3
Let's go!
시간표는 제 시간표를 베이스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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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해서 자신의 학번에 대응되는 기숙사를 찾아낸 사기사와 후미카는, 밀려오는 피곤함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다음 날.
Day 1 - Wednesday.
Sanity = 456/456
10:10 am
하루의 시작은 늘 그렇듯 학생식당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한 후 강의실로 향하는 과정이다.
그나마 오늘 첫 수업은 후미카에겐 그나마 자신있을 거 같은 교양과목이다.
산뜻한 가을바람을 만끽하며 벚나무가 촘촘히 심어진 길을 따라 걷고 있자면, 가끔 영 좋지 않은 은행냄새가 합쳐져 미묘한 기분이 든다. 기숙사에서 학생식당까지 직선을 긋고, 그걸 한 1.5배쯤 연장해보자. 그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나름 평범해보이는 쌍둥이 벽돌 건물 한 쌍이 나란히 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체는 이 곳에서 그 어떤 건물보다도 특별한 곳.
무려 유일한 문과 부서인 인문사회과학동이다.
오늘의 수업 주제는 민주주의인가.
자리에 앉고 마음가짐을 정갈하게 한 후, 수업 범위를 미리 훑어본다.
민주주의라.
Pluralism, corporatism...
이번 수업은, 뭔가 기대된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꽤 젊어보이는 교수가 들어와서 출석을 부른 후 수업을 시작한다.
+2까지 일어날 일 작성 혹은 pass를 해 주세요.
문과 수업이므로 이벤트가 없을 시, SAN치는 변동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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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의 내용은 주로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에 관한 내용이었다. 다원주의, 엘리트주의, 조합주의와 마르크스주의에서 민주주의의 원리를 해석, 적용하는 방법. 로비에 관한 찬반입장, 로버트 미헬스의 과두제의 철칙 등 굵직굵직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어제 전산시스템을 확인해보니 중간고사 전까지 자유주제로 리포트에 대한 아웃라인을 제출해야 하는 것 같았다. 아마, 이 수업에서 힌트를 얻어가는 것이 맞겠지.
"...cultural factors also may play a part in changing interest groups' structure to oligarchy, as one can see in the case of Japan.(일본의 경우처럼 문화적 요소도 이익집단의 구조를 과두제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미묘한 기분이지만, 상당히 재밌는 소재인걸.
이번 수업, 그래도 꽤 재밌었어.
책을 많이 읽어둔 게 도움이 된 걸까, 아는 내용들도 상당히 많았다.
첫 수업으론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가방을 싸고 밖으로 나선다.
다음 수업은, 오후 1시에 있는 일반물리.
학생식당에서 줄을 서 대기하는 인파 속에서, 아무도 공감하지 못할 자신의 고충을 속으로 곱씹는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냉모밀소바와 돈까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계획을 짜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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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까지 후미카가 공부 외에 무엇을 할지 자유롭게 제시해 보세요.
상황에 따라 추후에 선택지 중 하나로 채택될 수도 있습니다.
시간과 사회, 장소와 국적, 문과와 이과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배를 채울 때 잠시동안 그녀는 제멋대로가 되고 자유로워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도 신경쓰지 않으며 음식을 먹는 고독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Symmetry principle, determinant, elementary row operations, Gauss-Jordan elimination, triangular matrices...
크윽 머리가...
강의가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 수학하는 사람들이 단체로 약간 정신이 이상해서일 것이다. 수학하는 놈들, 다 죽어버렸으면-
아, 착한 생각.
착한 생각.
착한 생각.
순간 덮쳐온 이유없는 증오의 파도를 어떻게든 막아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직시해본다.
교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교수가 무엇을 하려 하는지, 어떤 맥락에서 대화가 이루어지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배경지식의 문제.
도움닫기를 조금 길게 하면, 더 힘차게 뛰어오를 수 있는 법.
‘고등학교부터, 겸손하게, 다시 시작해 보자.’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부터 시작해보자.
그렇게 생각하고, 핸드폰을 꺼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찾아본다.
그 결과-
01~33: 나는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34~66: 미적분은 또 뭐지?
67~99: 문제는 이과 수학인 것 같다. 여러가지 함수나 벡터같은 걸 배워볼 필요가 있겠어.
100: 고질병인 화학만 해결하면 된다!
먼저 2표
벡터니 삼각함수니 하는 듣도보도 못한 기호들이 돌아다니니, 한 눈에 봐도 기가 죽게 생긴 것이다.
다행히도 미작분까진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나긴 하니, 그건 복습이라도 조금 해 놓으면 될 것이다.
그럼 가장 큰 고비는 화학인데...
일단 지금 공부하기는 좀 그러니 오늘 있는 강의를 다 듣고 나서 생각해보도록 하자.
남아있는 면가닥 몇 개를 집어서 입으로 넣은 뒤, 국물을 조금 들이켜본다.
좋았어.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방을 맨 후 식당을 나선다.
@내일 울산을 아침 일찍 가는 관계로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3까지 주사위값이 75가 한 번이라도 넘으면 이벤트 발동
칠판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있지 않으면서 눈에 잘 안 띄는 장소를 선점하려면, 강의가 시작하기 10분 전에는 강의실에 도착해야 한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기사와 후미카는, 빵빵해진 가방을 매고 내리막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무리 봐도 영 익숙해지지 않는 유려한 디자인의 체육관을 지나면, 폐타이어로 포장된 길이 이내 가로수와 함꼐 굽이쳐내려간다. 그 끝의 횡단보도를 건너면, 나름 세련된 디자인의 공대 느낌 물씬 풍기는 건물들이 그녀를 반긴다.
모든 건물에는 위쪽에 산뜻한 오렌지색으로 일련번호가 붙어있다.
E11, 창의학습관.
새삼스럽게 강의실이 한 건물에 집중되어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오른쪽의 녹색 게시판을 지나치고 건물에 입성한다.
12:51 pm
일반물리학은 지정좌석제로 운영된다.
보통은 학기 맨 처음 시간 앉고 싶은 자리에 앉은 뒤, 그 자리를 유지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첫 강의에는 심지어 20분 전부터 사람이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후미카에게 그런 선택권따윈 없을 터.
공지사항에서 파일을 다운받아 확인한 뒤, 자신의 좌석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향한다.
가방을 열어 교과서를 찾아 뒤지는 중,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는다.
'!!!'
저번의 그 학생 A다.
'이건......찬스다!'
자신을 어필하고 저번의 그 굴욕을 씻어낼 수 있는 천금같은 기회.
후미카는-
01~50: 뻘쭘한데......교수님이 들어왔다.
51~100: 인간의 찬가는 용기의 찬가......라고 아라키 히로히코가 말했습니다.
먼저 2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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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번 12월 1일에 쥬다스 프리스트가 내한한답니다!
으헤헤헤헤헤헿헤헤헤헤헿헤헤헤헿ㄴ멜무힐뉴ㅑㅕ뮤 ;나ㅣㅠㅏㅍㅁㅎㄹㅇ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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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단 한 번의 기회는 교수님이 들어옴으로서 종결되었다.
'아...'
소심한 자신의 성격도 아이돌 일을 해오면서 어느 정도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완전히 고쳐진 건 아니었나보다. 끝없는 질책으로 빠져들어가려고 할 때,
"Last class, we discussed about Gauss's Law and how it can be used in conjunction with the symmetry principle to quickly figure out electric field configurations.(지난 시간, 우리는 가우스 법칙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어떻게 이를 대칭원리와 함께 사용해 빠르게 전기장을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교수의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수업의 시작을 알렸다.
"A few interesting points along with some questions were presented by some students after last class, so I'll briefly address them before moving on.(몇몇 학생들이 수업 후에 흥미로운 점들과 질문들을 제시해줘서, 오늘 수업을 하기 전에 그것들부터 답변하고자 합니다.)"
좋아, 따라갈 수 없겠군.
저번 일반물리 수업 거의 막바지에 처음 이 학교 부지를 밟아본 후미카가 그 때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턱이 있을까. 그렇게 단정짓고는, 분위기에 몸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one interesting question was that whether there may indeed be tangential components of the electric field if the point charge was in a 2-dimensional space. While I do think that such hypothetical situations are of lesser importance, since the curl of a 2-dimensional vector field is a scalar, it is, indeed, possible.(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은 2차원의 점전하가 가지는 전기장에는 r방향이 아닌 다른 성분이 있을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전 사실 이런 이론적 상황들은 그리 중요하다 보진 않지만, 2차원 벡터장의 컬은 스칼라이므로, 그것은 확실히 가능합니다.)"
음......무슨 소리일까 이건?
잠시동안 정신을 미타찰에 보내놓았던 탓인지, 교수가 무슨 말을 했는지 처리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의 험난한 여정을 예상하며, 후미카는 조용히 고통에 몸부림치며 녹음을 시작했다.
오늘따라 나무 책상이 많이 차갑다.
+2까지 다이스,
각 다이스마다 75가 넘으면 각각 멘탈 관련 이벤트 하나씩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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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pm, 창의학습관
"I love coaxial cables. Whenever I see a coaxial cable, I become happy. So I hang one in my office and carry another one with me.(전 동축케이블을 사랑합니다. 동축케이블을 보면, 전 행복해집니다. 그래서 전 제 연구실에 하나를 걸어놓고, 다른 하나를 가지고 다닙니다.)"
뭐지?
난 지금 뭘 들은 거지?
그래, 사물을 의인화해 사랑한다는 표현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문학도로서 그건 너무나도 많이 봐 온 표현기법이지. 어떤 대상, 사물 또는 추상적 개념을 인격이 있는 존재, 아니면 인간처럼 묘사하는 표현법. 매우 많이 사용되면서도, 그만큼 강력한 기법이라 전 세계의 작가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는 기법이다. 아니면, 조금 더 서브컬처쪽으로 들어가자면, 정말로 사물을 '캐릭터화'하는 경우도 꽤 있으니까...
...그런데 이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 같기도...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기로 결정한 후미카.
그래, 사실 이해가 하나도 안 된다.
도대체 왜 저 교수는 동축케이블을 저렇게 좋아하는 것이지?
아니, 설마 정말로 케이블을 사랑하는 것인가?
"...and today I am going to talk about capacitance. Before I start, you need to keep one thing in mind; Capacitance is an intrinsic property of space. While one can only measure it by assigning a charge configuration, capacitance itself still is there, regardless of the existence of charges.(...그리고 오늘 저는 전기용량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합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이 이것 한 가지는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기용량은 공간 자체의 성질입니다. 이를 측정하려면 계에 전하를 배치해야하지만, 전기용량은 전하가 있든 없든 그대로 있습니다.)"
가끔 가다가 이렇게 그나마 알아먹을 수 있는 대목이 등장하면 그 때는 정말 반가운 기분이다.
물론-
"Ever since I was attending graduate courses, I always memorized that a coaxial cable has a capacitance of 100pF/m. I never really bothered to work it out, so this lunch, I disassembled it and started calculating.(제가 대학원 수업을 들었을 때부터, 항상 저는 동축케이블의 전기용량은 1미터당 100피코패럿이라는 것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직접 계산해보지는 않아서, 이번 점심시간에 제가 그 케이블 하나를 분해한 다음 계산을 시작했습니다.)"
몇십초도 채 지나지 않아 교수가 영 상태가 좋지 못해보이는 말을 꺼내거나 이해할 수 없는 수학적 용어들이 튀어나왔다.
"Approximating the coaxial cable to have infinite length, we see that the problem exhibits cylindrical symmetry, hence the electric field strength is inversely proportional to r, and so the capacitance should be proportional to the negative of natural log of r.(동축케이블의 길이가 무한하다고 근사할 때, 이 문제가 원통형 대칭을 띠므로, 전자기장의 세기는 r에 반비례하고, 따라서 전기용량은 마이너스 자연로그 r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수치들을 마구 대입한 후,
"So, we see that the capacitance of a 1 meter long coaxial cable is roughly around 100 picofarads. Since the calculations fit with what I knew about the coaxial cable, I was relieved.(그러므로, 우리는 1미터 길이의 동축케이블은 약 100pF정도의 전기용량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동축케이블에 대해 알고 있던 것과 계산결과가 일치해서, 전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글러먹었다.
이 교수, 진짜 답 없는 변태다.
어떻게 사람이 동축케이블에 이렇게나 집착하는 게 가능한거지?
귀로는 들으려 하면서도 뇌가 필사적으로 거부하던 수업에, 후미카는 이제 귀마저 닫아버렸다.
인간과 동축케이블의 로맨스라.
그런 게 있을리가 없잖아.
누가 날 보고 그런 걸 써 보라 하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너무나도 이색적이고 기괴한 망상이, 후미카의 정신을 좀먹어들어갔다.
빨개진 얼굴이 폭발하기 직전.
"Ok, we'll stop here for today.(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공책이 가방 바닥을 강타하는 소리와 지퍼가 잠겨올라가는 소리들이 무질서하게 섞여 가까스로 후미카를 현실로 다시 끌고 올라온다.
맙소사.
아마 당분간 일반물리를 제정신으로 듣긴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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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산출 중...
물리는 주사위가 없으므로 0으로 계산됩니다.
부정적 이벤트 -> SAN -10
기본 감소값 -> SAN -(100 - 0)/2 = -50
총 변화량 -> SAN -60
Sanity: 396/456
다음 수업은
일반생물 vs 프로그래밍기초
먼저 2표
다음 수업은 일반생물학.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생물 관련 지식은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는 접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actually, programmed cell death technically doesn't always imply apoptosis, and there indeed are cases of programmed necrosis, where the cell actually spills its contents out on death.(사실, PCD는 항상 세포자살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도 프로그램된 괴사가 일어나는 경우가 존재하는데, 세포가 괴사한다는 것은 죽을 때 세포가 그 자신의 내용물을 쏟아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나마 지금까지 들었던 수업들중엔 가장 낫다. 세포의 생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들을 다루고 있어서 후미카도 오래간만에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 외에도 세포자살을 유발하는 대사경로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유전자의 발현이 전사와 번역으로 이루어진다는 생물학의 중심 원리 등 꽤 들어볼만한 주제들에 대해서 소개를 하고 있었다. 다음 시간부터 이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는 것에 대해선 꽤 불안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후미카가 들어본 이야기들이거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뭔가를 이해한다'라는 기분은 정말이지 달콤했다.
나름의 고양감을 느끼려 애써보며, 그렇게 후미카의 그나마 편안한 일반생물학 시간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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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기본 감소값 -> (100 - 72)/2 = 14
총 변화량 -> -14
Sanity: 382/456
생물은 숙련도가 72. 수업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으므로 숙련도가 수업을 들을 때마다 2씩 증가합니다.
생물: 72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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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pm
교수가 수업을 빨리 끝내준 덕에 후미카는 기분이 좋았다.
오늘의 시간표는 여기서 끝이다.
앞으로 이런 하루를 어떻게 매일 보내야 하나, 마음이 무거워진다.
내일의 시간표를 살펴보는 후미카.
10:30 am ~ 12:00 pm: 미적분학2
01:00 pm ~ 02:30 pm: 선형대수학개론
02:30 pm ~ 04:00 pm: 일반화학1
...Oh.
그래도, 오늘은 오늘의 일에 집중하면 되겠지.
동아리가 없는 후미카는 상당히 널널한 일정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해보았다.
잠시 고민해본 후미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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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아래의 선택지는 하루 일과가 끝나고 할 일의 나열입니다. 하루에 한 번 일과가 끝났을 때 이 행동들 중 두 가지를 선택해서 시행할 수 있으며, 각각의 행동은 후미카의 능력치나 Sanity를 변화시킵니다.
1. 휴식(Sanity +10)
2. 웹서핑(Sanity +5, 콤마값이 80 이상일시 멘탈이나 능력치에 대해 긍정적 이벤트 발생)
3. 중앙도서관에 방문한다(Sanity +5, 추가 선택지 존재)
4. 공부를 한다(선택한 과목에 대한 숙련도가 1 증가, Sanity는 주사위/5만큼 감소한다)
5. 과제를 한다(이번 주는 과제가 없다. 선택 불가)
6. 그 외(효과는 작가가 결정. 후에 선택지에 추가될 수도 있고 재앵커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2까지 행동을 선택 후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행동은 주사위값에 상관없이 모두 채택됩니다.
또한, 두 주사위의 평균이 70을 넘어갈 경우, 긍정적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배우지도 않은 소리들을 늘어놓으니 끼어들 수가 없다.
프로그램 세포사...? 라고 한 건가...
전기용량은 커녕 계도 모르겠는데...
다른 분들은 아시고 굴리시는 건가요...?
여담. 독자의 내용 이해 여부는 실제로는 앵커 다는 데 아무 상관 없습니다.
잠시 카이스트 전산시스템을 방문해보자고 생각한 후미카였다.
홈페이지는 여느 학교 홈페이지와 다를 것이 없었지만, 그와는 별도로 포탈이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어 원하는 메뉴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과목코드를 찾은 후 메뉴에서 출석체크를 진행한다.
공지사항.
'오!'
'No practice classes this week. Assignment due dates also delayed.(이번 주에 연습반 없음. 과제 제출 기한 연기됨.)'
해냈다!
자신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과제가 끝났다는 듯이 기뻐하는 후미카였다.
일단 뭔진 모르겠지만 과제가 있고, 제출 기한은 다음주 금요일까지. 일주일 조금 넘게 남았다.
그럼 답지부터 찾아봐야지.
해야 할 일들을 대충 메모해놓은 뒤, 창의학습관 옆에 있는 중앙도서관으로 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후미카가 창의학습관을 나선 쪽의 반대편이었다.
광활......하진 않고 꽤 넓은 공터같은 공간의 오른편에는 6차로 정도 돼 보이는 도로가, 왼쪽에는 도로를 바라보는 귀족으로 보이는 누군가의 동상이 있었다. 왼손으론 뭔가 대포같이 생긴 물건을 짚고 있었고 오른손에는 자 비스무리한 막대기를 들고 있던 걸로 보아, 아마 선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후미카는 한글을 읽지 못하는 관계로, 저 사람이 누군지는 알지 못했다.
동상 뒤에 서 있는 중앙도서관은 이 대학 안에서 가장 큰 건물 중 하나였다. 뭔가 그리 모던하진 못한, 타일 벽에 작게 파여있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창문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있는 꽤 평범한 형태의 건물. 그것을 다른 건물들과 구분짓는 특성은, 그 위에 비스듬하게 올려진 갈색의 구조물이었다. 갈색의 구조물을 배제하고서도, 다시 보니 저 밋밋하면서도 딱딱한 디자인은 그래도 어느 정도의 세련됨은 유지하면서 여기가 이공계 대학임을 꽤 잘 확인시키고 있었다.
학생증을 댄 후 입구를 열고 들어가자, 1층에는 로비와 기념품점만 있었다. 그것으로도 후미카는 족히 중앙도서관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본관에 들어가니 거대한 책장들이 후미카를 반기고 있었다.
그 곳에서 후미카는-
+2까지 책의 분야를 하나씩 정하고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더 높은 값을 채택합니다.
Sanity: 406/456
(안 된다면 수학이 부족한 후미카를 위해 쉽게 쓰여진 수학 교과서)
모든 이과 학문의 기반은 수학이라고.
후미카는 조심스럽게 책장을 훑다가, 어디에 꽃혀있는지 모를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를 꺼냈다.
미적분 1.
조심스럽게 책을 펼치고, 목차를 살펴본다.
수열의 극한.
함수의 극한.
다항함수의 미분법...
.
.
.
아마 이 책, 빌려가면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그 전에, 내용이 어떤지만 한 번 읽어봐야지.
수열의 극한 부분을 정독해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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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이 (다이스 두 개 평균)/4만큼 감소하고 수학이 (콤마 두 개의 차를 3으로 나눈 나머지)만큼 증가합니다.
+2까지 다이스!
EVENT: 이번 주 과제 없음 -> Sanity가 30 증가합니다.
Sanity: 410/456
수학: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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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생각보단 쉽게 읽힌다.
그래, 1년만에 다 잊어버릴 리는 없지.
...이러려고 문학과 갔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
이런 공식들이 있으면 왜 미분계수의 정의를 배운걸까- 아, 연습문제에서 나와버리네...
정의들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탓일까, 후미카는 고등학교 시절 수학은 암기의 연속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게 여기서 발목을 잡는다.
아마 하루에 한 단원씩 정도면 되겠지.
나름대로의 계획을 잡고, 중앙도서관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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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 END
@Day 2가 곧 시작됩니다. 그 때까지 자유롭게 피드백을 달아주셨으면 합니다.
...제 실책이네요 죄송합니다
근데 이거 말고는 딱히 방법이 안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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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Sanity = 426/456(매일 10씩 회복됩니다)
9:00 am
후줄근한 옷을 걸치고 밥을 먹으러 나온 후미카는, 핸드폰을 바라보자 발이 도로에 묶였다.
10:30 am ~ 12:00 pm: 미적분학2
01:00 pm ~ 02:30 pm: 선형대수학개론
02:30 pm ~ 04:00 pm: 일반화학1
......하.
그래.
오늘 시간표도 참 뭣같았지.
한숨을 내쉬며, 아침은 무엇을 먹을지 잠시 고민해본 뒤, 학생식당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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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까지 식당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 적어주세요.
아무 일도 없다는 전개도 괜찮습니다.
대부분은 주위에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자신이 할 일에 열중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도 결국 남자들로 가득하다는 건가.
시야를 가리는 듯한 긴 앞머리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용모를 알아봤기 때문일까, 몇몇 남자들이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기 위해 말을 걸어오려 했다.
적어도, 그것이 후미카의 생각이긴 했다.
정신을 차려보면, 눈 앞에 체크무늬 남방 차림의 깨어있는지 잠을 자는지 모를 어떤 인간형의 존재가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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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어다. 뭔 소린지 도저히 모르겠다.
2. 평범한 추파.
3. 기타(앵커로 받겠습니다)
먼저 2표.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의 이야기인지도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 짧은 어색한 침묵 속에서 대답하기 싫어서 조용한 것만이 아니라는 걸 감지한 건지, 영어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Erm......excuse me, would you mind hanging around with me for a moment?(음......실례합니다, 혹시 저랑 잠시 놀러다니는 건 어떤가요?)"
"Sorry, I have class later...(죄송합니다, 오늘 수업 있어서요...)"
"Erm, then how about-(음, 그러면-)"
"닌 거기서 뭐 하고 있냐?" 제3자가 대화에 끼어든다.
"아, 좀, 한 몇 분만 기달려보면 안 되겄나?"
"니 기다리다가 시간 다 간다, 밥 먹으러 왔으면 밥이나 시켜."
"어휴..."
친구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질질 끌려가는 남자였다.
그러고 보니, 저 사람도 수업 있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던 중, 어느샌가 후미카의 차례가 되었고, 순조롭게 반찬을 골라 결제를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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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틴님 앵커는 그 뒤 수업시간에 채용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미적분학2 수업 파트부터는 내일부터!
피드백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아키하정도면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