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토리 : 어머, 하루카?! 괜찮니? 세게 부딪쳤는데, 피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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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6, 2013 05:06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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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흠흠~ 하늘이 되고 싶어~ 자유로운 하늘에"

저는 콧노래를 부르며 타루키정을 지나 건물 안쪽으로 들어섰습니다. 아이돌의 꿈을 품고 상경했을 때부터 이 사무소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죠. 이제는 고향의 집만큼이나 편안합니다. 이곳이 또 다른 고향이라는 느낌일까요~

"어머?"

아차, 실수해 버렸습니다... 어제 입었던 정장을 갈아입으면서 사무소 열쇠를 안 챙겼나봐요. 예전엔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었는데, 난감하네요. 다시 집에 다녀올 수도 없고...


네? 아, 같은 정장을 여러 벌 가지고 있는 거에요. 제 주 업무는 사무소에서 각종 서류 업무를 처리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은행 방문이라든지 밖에 나가야 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거든요. 매일매일 같은 옷을 입고 출근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괜찮겠죠. 이제 사무소 열쇠를 갖고 있는 사람이 늘었으니까요! 얼마전에 사무소에 새로운 프로듀서가 들어왔거든요! 지금까지 프로듀서 지원자는 몇번인가 찾아왔었지만, 허름한 우리 사무소를 보고 그냥 돌아가버리기 일쑤였거든요. 그런데 사장님께서 어디선가 프로듀서를 데려오셨어요.


처음에는 뭔가 허여멀건한 얼굴에, 어딘지 모르게 음울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꺼려졌는데요. 글쎄, 생각보다 일을 잘 하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어딘지 이름도 모를 회사에서 휴대전화 벨소리 서비스를  물어왔는데, 이게 대박이 터진 거에요!

덕분에 사무실 분위기는 전에 없을 정도로 떠들썩하고 화기애애하답니다. 전에도 사이가 나빴던 건 아니지만, 다른 아이돌 애들이 하루카의 눈치를 보고 있어서, 앗차하고 보면 침울한 분위기가 되어 있곤 했거든요. 

글쎄요? 하루카는 그런 것에 신경쓰는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아이들의 활동 자체가 하루카에 덤으로 얹혀 간다는 느낌이었으니까요. 아무리 친해도 미안한 거겠죠? 하루카는 오프도 없이 매일 출근했으니까요.


어라... 생각해보면 불만이 없었을리가 없는데...


핫, 혹시 저랑 사장님 앞에서는 착한 아이인데, 뒤에서는 다른 걸까요? 765프로를 암중에서 조종하는 검은 손길... 그 이름은 아마미 하루카?! 프로듀서, 각하에요? 각하!


'거기에 무릎 꿇어!'
'히.. 히이이... 네인 거에요..'


'너 말야, 요즘 무임승차가 심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 아앙? 삽 안 내려놔?'
'이, 이런 저는 구멍이라도 파야... 되는데...'


그렇게 유키호쨩이 눈물을 흘리면서 바닥을 네 발로 기고, 그걸 보고 분기탱천한 마코토쨩이 아미, 마미 대원과 함께 목숨을 걸고 각하를 타도하기 위한 모험대를 결성할 무렵, 프로듀서가 도착했습니다.


"네에? 프로듀서 씨도 열쇠를 두고 오셨어요?"
"네, 뭐어. 이런 일도 다 있네요. 리츠코에게 한 소리 듣겠는데요."

"하아... 벌써부터 걱정되네요."


그 리츠코 씨라면, 열쇠 같은 걸 잊는 실수는 하지 않겠지요. 요즘 안 그래도 새로운 유닛을 결성한다고 신경이 날카로운데, 제발 금방 끝났으면 좋겠는데...



"아, 맞아. 추천해주신 작품 어제 봤는데요."
"네? 아아, 프로듀서는 어제 오프셨죠. 어땠나요?"


프로듀서가 말씀하시는 건 K쨩이라는 평범한 소녀가 아이돌이 되고 싶어서 상경하는 애니메이션이에요.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그렇게까지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애니메이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화제가 되고 있죠. 작화면 작화, 캐릭터면 캐릭터, 그리고 가벼운 소재에서부터 시작해서 대단히 진중한 주제로 어색함 없이 전개해가는 스토리까지. 소재만 조금 더 메이져했더라면, 싶은 작품이죠.


"이야, 요즘 세상에 그런 소재로 그렇게까지... 정말 대단하단 느낌이네요"

"그렇죠? 게다가 중반에 IDOL의 정체를 알게 된 후로 고뇌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명장면! 이라는 느낌일까?"

"아이돌 계약을 한 줄 알았는데 사실은 마법소녀 계약이었다니! 게다가 리본이 진짜 영혼의 본체였다니... 당사자 본인도 알지 못했으니까요. 시청자는 도저히 알 수가 없죠."

"그래도 생각해보면 중간중간에 복선은 깔려 있어요?"


그렇게 프로듀서랑 애니메이션 얘기를 한참 하고 있었어요. 학창시절이랑 다르게, 성인이 되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애니메이션 본다고 말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맨날 인터넷에서만 얘기했었는데, 프로듀서가 오고 나서부터는 정말이지, 소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요?


그 때, 저는 건물 입구 쪽에서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이쪽을 보고 있는 하루카쨩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하루카는 어째선지, 깜짝 놀라 벽 뒤로 숨으려다 머리를 대리석 기둥에 박아버렸습니다.


돈가라갓샹~!


"어머, 하루카?! 괜찮니? 세게 부딪쳤는데, 피 안나?"

"아야야..."

어째서 하루카는 그렇게 놀랐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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