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유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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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5, 2013 06:18에 작성됨.

"무으으... 역시 이상한 걸 해버렸을지도..."
"왜 그래, 타카츠기 씨?"
 옆에서 악보를 읽고 있던 치하야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혼자서 뭔가 고민하는 듯싶더니 머리를 감싸안고 울먹거리니 모른 체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뭔가 고민이라도 있는거니? 나랑 치하야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 "

 옆에서 숙제를 하던 하루카도 상냥하게 말했다. 야요이가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그녀는 곤란에 처한 사람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성격인 듯하다. 아이돌아 되고 싶다 생각한 것도 여럿이 함께 노래하고 싶어서라고 하는 소녀다.

 "그게... 좀..."
 "말하기 힘든 일이야? 그럼 나중에라도 좋으니까 그럴 기분이 들면 언제든지 말해줘. 후훗. 야요이쨩에게 비밀이라니 흔치 않은 일인걸."

 두 사람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야요이는 다행인지 아닌지 고민하면서 마음을 다졌다. 설마 자신같은 무명 아이돌을 납치하려고 사무소에 전화를 걸고 그걸 형편좋게 자신이 받는다는 시나리오는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감이 부족했다. 프로듀서라는 보호막 밖에 혼자 나가는 것은 두려웠지만 아무리 나빠도 기껏해야 이상한 일을 강요받는 정도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도 무서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동생만 다섯 명인, 게다가 친척 집에 얹혀 살면서 사실상 부모님의 역할을 도맡아서 하는 야요이는 사실 매우 조숙한 편이었다. 자세히는 몰라도, 학급 친구들 대화를 통해 남자들이 어떤 식으로 여자아이를 산다던지 하는 지식은 어느 정도는 있었다. 어쩌면 자신이 그런 친구들과 같은 길에 들어서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그렇지만 십만 엔이다. 텔레비전에서밖에 본 적이 없는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기회가 찾아왔다. 십만 엔으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상상해버린 야요이는 도저히 거절을 할 수 없었다. 그 돈이면 자신과 동생들의 급식비를 전부 내고, 맨날 자신의 옷만 물려받아 입는 카스미에게 새 옷을 사 주어도 남는 큰 돈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위해서 돈을 쓸 생각은 하지 않은 점이 야요이답다면 야요이다운 일이었다.

게다가 사무소에도 큰 일거리를 준다는데... 이 부분도 너무나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하루카, 치하야, 그리고 야요이는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지만, 오디션의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인맥을 총 동원해 보고는 있었지만, 아이돌 업계는 포화상태라 실력이 있다고 절차를 무시하고 진행할 수는 없다 하더라고 말하며 쓴웃음짓는 프로듀서가 있었다.

 "실력만이라면 치하야나 하루카의 실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지만 일단 아래에서부터 랭크를 올려나가자. 조급하게 달려들어 좋을 것 하나도 없으니. "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치 자신이 유닛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걸림돌처럼 느껴진 탓에 더욱 초조했던 것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사무소 일을 쉬는 날이 찾아왔다. 야요이는 집 앞에 찾아온 리무진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차를 실제로 본 것도 놀라웠지만, 기사가 내려서 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닌가.

이제 좀 적응되나 싶어서 입을 다물려던 야요이는 눈 앞에 나타난 대저택의 위용에 아예 턱이 빠지고 말았다.
 '미나세 가'

텔레비전과 아예 담을 쌓고 있다면 모를까, 이 나라 사람이라면 도저히 모를 수가 없는 대 명가의 저택이 야요이의 눈 앞에 웅장하게 서 있었다. 그제서야 야요이는 최소한 이상한 짓을 당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했다.

 "어서 오십시오. 타카츠키 야요이님. 지난 번에 전화드렸던 사람입니다. 저는 이 미나세 저택의 집사를 맡고 있는 신도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오..."
 "안으로 모시기 전에 일단 일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미나세 가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만...?"

 야요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신도는 바로 말을 이었다.

 "미나세 가는 이 나라의 수많은 산업을 이끌어가는 재벌가입니다. 혹시, 당주님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는지요?"
 "예, 알아요. 톱 아이돌이었던 이오리씨죠?"
 "... 생각했던 것보다 잘 알고 계시는군요."
 "저도 아이돌이니까요... 게다가 지금까지도 텔레비전에 나오고 있고요."
 "그건 그렇군요. 그렇다면 제가 말씀드리는 것보다 당주님께 직접 얘기를 듣는 편이 빠를 겁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신도의 뒤를 따르던 야요이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다른 층의 유리창은 평범한 투명 유리인데 유독 새까맣게 선탠이 되어 있는 방들이 있었다. 위아래층에 달린 창문이 아니었다면 그냥 벽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야요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신도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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