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P> 그녀를 사랑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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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1, 2013 14:08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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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어느날...

 

"프로듀서씨 저는 결혼을 일찍 할려고 생각했거든요."


"헤에~ 결혼을 빨리 하고 싶으시나봐요."


"네~ 하지만 이렇게 일하다보면 운명의 사람이 찾아와 줄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언젠가는"


햇빛에 반사되 더욱 빛나는 파란색 머리결,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빠져들것만 같은 흑갈색 눈동자와 붉은 입술, 그리고 그녀가  입은 순백의 드레스는 그녀를 더욱더 빛나게 해주었다.

 

"반드시 찾았으면 좋겠네요. 아즈사씨"


그녀의 이름은 미우라 아즈사. 내가 속한 765프로의 소속된 아이돌중 한 사람이다.
12명의 아이돌중 가장 연장자이며 나와 나이대가 비슷한 또래이다.

 

"고마워요. 프로듀서씨. 그런데 이 드레스... 촬영이 끝나면 갈아입어야지요??"


"네. 점심시간이 끝나면 다른의상으로 갈아입어야돼요."


"그러면..."


갑자기 그녀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더니, 그대로 셀카를 찍었다. 흠... 기념으로 찍은것일까? 그녀에게 물어 봤더니

"아 이거 친구에게 보낼꺼에요. 이걸로 OK... 토모미 깜짝 놀라겠지?"

아마 그때부터 였을까, 그녀가 신경쓰이기 시작한것이... 그저 친구한테 보낸다는 말에 나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저 친구한테 보낸다는데... 혹시 토모미라는 친구는 어떤사람일까? 이성 친구가 아닐까? 그 사람과 아즈사씨는 어떤관계일까?

그리고 나는 어째서 그런 사실에 불안감을 느끼는것일까? 모든게 수수깨끼투성이였다.

 


당연한건데,


아직 20대초반 밖에 안된 여성이 웨딩드레스를 입는데...


평생에 한번 입을수 밖에 없는 웨딩드레스를 입었는데...


어째서 나는 그 모습에 씁슬해하고 있을까.


"프로듀서?"


내머릿속 차근차근 모이던 의문의 조각들은 저 멀리로 날아갔고. 내시야엔 키쿠치 마코토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응? 왜 그러니 마코토?"


"프로듀서 아까부터 멍때리시길래.. 괜찮나요?"


"아아... 조금 생각할게 있어서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마코토 촬영 계속 해야지."

 


나는 걱정을 해주는 마코토를 격려해주고, 촬영장 밖으로 나왔다.


"하아..."


촬영장을 나오자마자 나오는건 긴 한숨뿐, 그외에 내 입에선 다른 말들이 나오지 않았다. 촬영전까지만해도 좋았던 기분들이 한 순간 날아가 그대로  태평양 한가운데에 추락한것만 같았다. 하아... 어째서 나는 비유가 왜이럴까? 점점 한심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속주머니에서 평소에는 안피던 담배를 꺼내 피었다. 프로듀서가 된 이후로 끊다시피 했던 담배. 어째서 오늘은 왠지 반가워서 눈물이 앞을 젖힌다. 담배끝으로 나오는 연기에서 어째서인지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에 있을리 없는 그녀가...


그녀는 지금 계속해서 촬영중일것이다. 그녀에게 매우 잘어울리는 웨딩 드레스를 입고서.

그 생각을 하니 심장이 아파왔다.  담배를 많이 펴서 그런것일까? 아아.. 평소에 건강을 잘챙겼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피던 담배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그대로 발로 밟았다. 하지만 아직도 아프다.


왜...?


어째서...?


심장이, 가슴이, 마음이 아픈거지...?


나는 아직 여태까지는 몰랐다. 내 마음이 어떠한지... 내가 가진 그녀에 대한 감정이 어떠한지를...

 

참으로 바보 같았던 때였다.

 

 

 

**

 


그로부터 3년후, 그녀들은 톱아이돌이 되었다. 인기도 top, 오리콘차트 2달연속 1위. 각종 시상식 대상 수상등 커리어를 쌓아가며 최고의 인지도를 가진 아이돌로 우뚝 서버린 그녀들의 성장을 누구부다 더 가까이 지켜본 입장으로써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실수 하나하나에 어쩔줄 몰라하며 나에게 기대던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녀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홀로서도 어떤 위기도 대처 할수있을만큼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니  기쁜 마음과 동시에 이제 나는 필요 없나 라는 생각에 씁슬한 기분이 들었다.


하루카와 미키는 음악프로는 물론 라디오 및 버라이어티프로그램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었고, 치하야는 가창력을 인정 받아 해외에서 활동중이며 아미와 마미는 버라리어티프로그램에서 대활약중. 타카네와 야요이 역시 국내 최고의 요리 프로그램의 mc를 맡아 인지도를 쌓아가는중이다.


히비키와 마코토는 아이돌을 꿈꾸는 연습생들의 댄스레슨 선생님으로 활동중이며 이오리는 음악프로의 mc로 자리매김을 했고. 아즈사씨는 연기자로, 유키호 역시 뛰어난 연기를 바탕으로 뮤지컬배우로써 대 활약중이다.


아이들의 성장함에 따라 나의 역활은 그저 뒤에서 챙겨주고 응원하는것일뿐. 이거면 된거라고... 나는 만족 했었다.

 


그런줄만 알았는데


그렇게 행복한 시간이 평생 흘러갈줄 알았는데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 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어긋나기 시작해버렸다. 생각 하지 못했던 다른 방향으로 말이다.

 

**

 

"이제 저 아이돌생활을 잠시 중단할려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기자회견회장에서 입을 연 푸른빛의 단발머리의 여성. 최고의 아이돌 미우라 아즈사에게서 나온 발언은 순식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아이돌을 그만두겠다라는 충격적인 소식은 팬들뿐만 아니라 같은 동료. 하루카들에게도 충격적이었는지 765프로의 모든 공식 활동이 중단되기 시작됐고, 발언의 주인공인 아즈사씨는 우리들의 보금자리인 사무실에 안오는것뿐더러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집에 찾아가고 싶었지만 그녀의 집에 가본 사람은 없었고, 주소를 아는 사람 조차 없었다.

 

"......"


어째서 그만두는 걸까?


왜 그만두는 걸까?


아이돌은 그녀의 꿈이었다. 아이돌이 되어서 언젠가 운명의 상대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싶다는 그녀가 가슴속 깊이 품고 있던 꿈.


그녀는 아이돌이 되었다. 현재 대세라고도 할수있는 초절정 톱인기 아이돌이...


무슨 일이 생긴걸까? 혹시 건강이 좋지 않기라도 한걸까? 그녀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다.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녀의 미소가 보고 싶었다.


그녀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죄수가 사형의 날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을 쯤 그녀의 소식을 알수 있었다.

그건 어느날 그녀가 765프로에 찾아왔때, 그녀의 모습은 예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3년전에 자른 단발머리는 어느새 어깨까지 내려와 있었고 그녀가 입은 하얀 원피스와 너무나 잘어울렸다. 그리고 떠들썩한 사무소를 조용하게 만든 그녀의 한마디.


"여러분, 저 결혼해요"


그 말에 아즈사가 왔다며 떠들썩 하던 아이들은 물론, 오토나시씨도, 사장과 리츠코도 모두 경직 되어 있었다.


"늦게 말씀드려서 정말로 죄송해요.  하지만 저한테도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서..."


그런 아즈사씨의 모습에 모두 충격을 먹었지만 곧 회복했는지 축하한다는 메세지를 전해주었다. 하지만 그와중에 난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혼자만 시간이 멈춘것 같았다. 죄수가 사형당하기전에 느끼는 감정이란 이런것일까? 시야가 뿌옇게 보였다. 당연하다. 눈물이 시야를 가렸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눈물이 나는거지? 아즈사씨가 운명의 상대를 만나서 결혼을 한다.  그것은 아즈사씨의 소중한 꿈이기도 한다. 그것을 이루었는데 왜 난 이렇게 아픈거지?


아즈사씨가 말을 안해줘서...?   아니다


아즈사씨가 은퇴를 해서...?     아니다


그 무엇도 아니다. 3년전 그날부터 계속 내 마음속에 묵혀있던 암덩어리같은 존재가 무엇인지


난 그날 까진 알수가 없었다. 멍청하게도...

 

**

 

드디어 그날이 왔다. 그녀의 결혼식 당일. 그녀의 결혼소식이 밝혀지자마자, 765프로 사무실 앞에는 수많은 취재기자들이 몰려들었지만 사장님의 힘으로 어쩌 할수있었다.(어떤 방법으로 수많은 기자들이 물려났는지는 미스테리하지만) 식장은 3년전 웨딩화보 촬영할 당시에 사용했던 서양식건물. 상대방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식객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번 결혼식 주인공들의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우리 765프로 가족들이 전부였다.

 

"지금부터 신랑입장이 있겠습니다. 신랑입장"


사회자의 말에  박수와 환호성이 터지고, 그녀의 평생의 반려자가 될 신랑이 입장했다. 딱봐도 나보다 우월한 키, 외모도 준수한 편이고 듣은 말로는 꽤나 큰 회사에서 유망받은 회사원이고 연봉도 꽤나 받는 편이라고 듣었다.


나보다 더 나은 존재... 인건가? 그 사람은.  나는 그에 대해 모른다. 물론 그도 나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르겠지. 하지만 그녀는 나와 그, 두 사람을 너무나 잘 안다. 과연 그가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수 있을까? 물론 이건 그녀가 선택한 결과다. 그녀는 나 같은것 보다 그가 더 낫다고 생각 한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그가 싫다. 처음 봤기에 뭐라 평가할순 없지만, 그가 그녀의 곁에 있다는거 자체가 증오스러워...


"큭"


갑자기 웃음이 났다. 그런건가? 그런거였던가?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밖에 지울수 없었다. 내가 그동안 왜 그녀를 신경쓰고, 그녀 때문에 아파했는지 이제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마음을 이제서야...


정말로 어리석었다. 난, 겨우 이런 사실조차 깨닫지 못해 내자신을 괴롭혀왔다는것에 대한 자신에 대한  바보같음이 느껴졌다.

정말로 바보같았다. 난, 이런 감정조차 이해하지 못해 현실을 도피한 내 자신에 대한 어리석움이 느껴졌다.

너무 늦어버린것이다. 내가 고민하고 아파하던 사이에, 그녀는 찾아 낸것이다. 자신의 운명의 상대를...


순간적으로 나자신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무나 단순한 것이었다. 여태껏 나는 좋아한다는 그 감정을  모르게 부정하고 있었다.


내가 내자신에게 솔직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저자리에 그가 아닌 내가 있었을까?


나는 방심하면 곧 터져나올것만 같은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아냈다. 이뤄져선 안된다.
나와 그녀는...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 그이상은 절대로 허락받을수 없는 관계...


아이돌은 무대위에서 빛을  낼수 있는 달과도 같은 존재 , 프로듀서는 그 빛을 더 밝게 비출수 있게 도와줄수있는 별과 같은 존재.


결코 만나선 안될, 아니 결코 이뤄져선 안될 관계.

 

내가 아무리 사랑을 해도, 내가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야할...  앞길에 환하게 빛을 내뿜는 그런 존재가...

"신부 입장"


식장은 환호성과 감탄과 박수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그것도 당연한것이 이 결혼식의 진정한 주인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우라 아즈사...


나의 소중한 동료이자, 765프로에서 절대로 없어선 안될 존재,

나는 그런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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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시점 이후에서 써봤습니다만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 썼던거라 엉망진창이네요... 띄워쓰기는 왜이렇게 해놓은건지 스스로도 이해를 못하겟네요.
사실 프로듀서와 이어지도록 쓸까했지만, 새드엔딩도 나쁘진 않을것 같아서 말이죠~

쓴게 몇개 더 있는데 남은것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게시물은 에아노르님에 의해 2013-06-06 23:38:24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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