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제목 짓기 귀찮아서 대충 붙이는 것은 저의 권리입니다. 존중해주세요.

댓글: 1 / 조회: 686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11-07, 2012 00:05에 작성됨.

 대체 자신은 무엇을 위해서 아이돌이 되기를 원했던 걸까. 그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마음 속 슬피 우는 소리는 주위에 있는 것이 없기에 메아리도 되지 못하고 흩어졌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지만 보이는 것은 없다. 보이지 않는다면 보고 싶은 것을 보면 되겠지만 무엇을 보고 싶은지조차 알 수 없었다. 어느 순간 그녀는 자신이 우는 이유를 모른다는 걸 깨달았고, 그래서 우는 걸 그만뒀다. 우는 걸 그만두니 더이상 하고 있는 일이 없었다. 하는 일이 없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눈을 들어 하고 싶은 다른 일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없었다. 아무 것도 없는데 무언가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녀는 움직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에겐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내가 바랐던 건 어디에?

 프로듀서가 자기 탓에 크게 다친 것은 가슴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그녀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그녀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죄책감이 무엇인지조차 잊어버렸으니까. 그녀는 자신을 잃어버렸으니까. 모두들 행복하길 원했던 자신, 모두 함께 나아가길 원했던 자신. 이제 그런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미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었으니까. 행복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 다른 사람이 모두 행복해져도 자신은 그들과 함께할 수 없는 것이다.
 흩어져가는 모두들. 하지만 그것은 성장하는 과정이다. 더이상 함께할 수 없는 시간을 아쉬워하기엔 그녀들이 받는 빛이 너무나도 강했다. 어쩌면 스스로의 뜻은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림자조차 사라질 것 같은 빛을 받고 있는 그들에게 이미 그림자가 되어버린 그녀가 다가갈 여지는 없었다. 그들에게 함께 나아간다는 가치에 얽매인 그녀는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저 지금까지 올라오기 전 잠시 함께했던 이에 불과할 뿐.

 대체 난 뭘 하고 싶었던 거지?

 함께 하길 원했기에 내밀었던 손. 이제 그 손은 거두어질 때가 되었다. 자신이 내밀 수도 없는 처지이고, 남들도 잡아주지 않을 손이라면 손을 내미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그녀는 내밀었던 손을 끌어당겼다. 그렇다고  배신감을 느낄 수는 없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니. 탓해야 한다면 쓸데없이 이런 감정을 남겨두고 있었던 자신에게 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감정에 옳고 그름은 없으니까. 하지만 둘 다 옳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감정을 선택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감정은 틀리지 않았지만, 감정을 선택하는 방향은 잘못된 것이다. 잘못된 길을 선택한 자신은 잘못되었다. 그 판단에 틀린 것은 없을 것이다.

 그저 모두 함께...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알아냈다면 그것을 고치면 된다. 비록 조금 잘못된 길을 갔다 하더라도 돌아올 수 있으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비록 그 과정에서 어떤 것들을 조금 잃는다 해도 그것은 불가피한 아픔일 뿐이다. 아픔은 곧 성장의 과정이다. 아프다고 해서 그 자리에 머무르면 언제까지나 나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있을 뿐이다. 시간은 언제나 냉정하다. 만약 머무른다면 그것은 자신을 버려두고 그대로 떠나갈 것이다. 그녀는 그제야 그것을 알았다. 이제 그녀는 성숙해져야만 했다. 더이상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할 수는 없으니까.

 괜찮아.

 그녀는 프로듀서가 누군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동료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자신은 깨끗하게 잘못을 고쳤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그렇지 않다면 그녀에게는 동료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동료라는 것은 결국 그녀를 바르지 못한 길로 인도하는 존재일 뿐이니까. 그녀에겐 웃고 있는 한 소녀와, 그런 그녀를 보고 웃는 타인들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그 사실은 당연하고도 올바른 것이었다. 일어나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의 그녀는 웃고 있었다. 조금도 비틀리지 않은, 맑고 깨끗한 웃음이다. 좋아. 그녀는 그 표정이 맘에 들었다.

 아이돌은 미소를 잊으면 안 되는 법이다. 다른 모든 것을 잊는다 해도.

 그녀가 그들의 곁을 떠나고, 마침내 누구도 그녀가 떠난 뒤의 날짜를 세는 것을 포기한 뒤의 어느 시점에 그녀는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가 꺼낸 첫 말은 실로 평범한 것이었다.
 "안녕?"
 오랜만에 다시 돌아온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었다. 마치 지난 모든 일을 잊은 것처럼. 자신을 그녀의 동료라고 여기는 이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지난 시간을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머릿속 어딘가에 새겨진 모습들을 타인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뿐. 그것은 더이상 자신의 기억이 아니었다. 그 기억의 주인은 이미 죽은지 오래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 느낌을 전달받지 못하는 모양이다. 어째서일까. 이렇게나 달라진 자신이 있는데. 잘못된 길에서 돌아와 드디어 바른 길을 찾아낸 자신이 있는데. 누군가가 조금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저 표정은 무슨 의미일까. 자신의 성장이 그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안심시켜주어야 한다. 자신의 성장은 남에게 피해를 끼치기 위한 것이 아니니까.
 그녀의 얼굴에는 웃는 입밖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밝게 웃는 그 입은 그녀에게 남아있던 모든 것을 먹어치웠다. 입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이름이 없기에 그녀는 여전히 같은 이름으로 불렸지만 그것은 그녀가 아니었다. 자신이라고 칭할 사람은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오늘도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웃어주고, 웃게 만든다. 분명히 잘못된 것은 없을 것이다.

 아이돌이란 건 그런 거니까.

--------------------------------------------------------------------

용량이 지금까지 제가 썼던 글 중 세 번째로 적습니다. 그나마 앞의 두 개는 프롤로그..
하지만 붙들고 있어도 제대로 될 거 같지 않아서 일단 그만둡니다. 혹시 생각나면 글 수정합니다.
[이 게시물은 에아노르님에 의해 2013-06-07 00:10:34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