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765프로로 돌아가는 길 (1)

댓글: 5 / 조회: 1408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2-28, 2013 23:58에 작성됨.

-?월 ?일, 알 수 없는 장소-
“......”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눈을 떴지만, 눈앞이 너무 흐려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었다.

“......도와주세요!”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녀가 누구인지 나는 알 수 없다.

“......”

손을 뻗을 수도,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도와주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한 번 더 들려왔다.....

-3월 5일, 06:09AM, 부산 신항만 근처-

갑자기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공포감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설마 하는 생각에 내 몸 여기저기를 더듬거려봤지만, 내 몸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으......으음, 꿈이었나.”

그리고 찾아온 격렬한 두통.

왼손으로 머리를 세게 누르며 침대 아래 어딘가에 있는 두통약을 찾기위해 오른손을 뻗어 더듬거렸다.

겨우 찾은 두통약 병에서 두 알의 두통약을 꺼낸 뒤 물과 함께 삼켰다. 찬바람을 쐬면 좀 더 나아질까 싶어 차에서 내린 뒤 차가운 차체에 내 몸을 기대었다.

여기는 외국의 어딘가에 있는 항구로 부산항이던가...... 잘 모르겠다.

어쨋든 나는 국제운송회사에서 운전기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일을 끝낸 나를 바다건너 나의 집으로 실어줄 배를 기다리며 차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전에 (꽤 강한 두통을 동반한) 뭔가 섬뜩한 꿈을 꾸는 바람에 잠을 깨버렸고,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이런 섬뜩하고 이상한 꿈을 꾸고 있다. 도대체 이 꿈이 내게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일부분에 관한 무언가가 아닐까?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과연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고, 무슨 일을 했었을까? 정말 궁금해진다.

“뿌우우우우우~”

멀리서 뱃고동 소리가 들려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목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해보니 내가 탑승해야 할 배가 도착할 시간과 거의 일치했다. 아! 드디어 집이다! 이번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면 이틀 동안 쉬게 될텐데, 그땐 아무 생각말고 책이나 읽으며 푹 쉬어야겠다.

-3월 7일, XX특수운송 도쿄 차고지-

“수고했어, 니시오군!”

“감사합니다. 여기 주행기록부와 차량점검표요.”

“그래 집에 가서 푹 쉬고 이틀 뒤에 보...... 아, 잠깐! 누가 자네를 찾던데?”

“네? 저를 찾는 사람이 있다구요?”

“그래, 매주마다 자네 찾는 사람 있잖아, 타카기씨라던가......?”

매주 금요일마다 나를 찾는 타카기라는 사람이 있다. 그 분은 자꾸 나보고 프로듀서라고 부르며 얼른 765프로라는 곳으로 복귀하라고 부탁하는데, 765프로와 만난 기억이 전혀 없는 나는 이 분을 이상한 사람 혹은 사람을 잘못본 걸로 생각하고 그냥 정중히 거절해서 돌려보내곤 한다.

보나마나 오늘도 나보고 765프로의 프로듀서라고 하면서 빨리 복귀해달라고 부탁하시겠지.

내 여가시간이 확 줄어들기 전에 빨리 이 분을 돌려보내야겠다.

“이보게 자네!”

“아, 안녕하세요, 타카기씨!”

“자네, 정말로 생각이 안 나는가? 자네는 분명히 우리 765프로의 프로듀서였다네.”

“글쎄, 저는 그런 곳에 다닌 적 없다니까요. 기억에도 없는걸요. 분명히 잘못 본 걸거에요”

“자네가 그럴 줄 알고 오늘은 자네가 뭔가를 떠올릴 만한 걸 들고왔다네. 일단 자리를 옮기도록 하지.”

화물 터미널 근처에 있는 허름한 카페.

카페의 맨 오른쪽 구석 테이블에서 나와 타카기씨의 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우선 이것을 좀 보게.”

라고 말하며 타카기씨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사진에는 양갈래로 땋은 머리를 한 아리따운 아가씨 옆에 내가 서 있었고, 그 뒤에는 타카기씨가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어라? 내가 왜 저기에 있는거지?

“에이...... 이거 합성한거잖아요? 사람을 놀리시는 것도 유분수가 있죠.”

“아니야, 이건 진짜 사진이라네. 그리고 이 서류도 좀 봐 주겠나? 내가 이거 찾는다고 꽤 고생했다네.”

타카기씨에게 건네받은 서류를 읽어보았다. 이력서인데, 거기에 내 이름과 내 사진, 주소까지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이상했다. 나는 765프로덕션이라는 곳에 간 기억 자체가 없는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내 모습이 찍힌 사진이 눈앞에 놓여져 있다.

“이게 언제였는데요?”

“약 2년 전이었다네. 자네는 이 사진에 있는 아가씨를 최고의 아이돌로 키운 뒤에 홀연히 사라져버렸지.”

갑자기 가벼운 두통이 찾아왔다. 이것은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꿔왔던 꿈과 관련이 있는 무슨 징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765프로덕션이라는 곳이 나랑 어떤 관계인지 정말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운전과 차량 수리빼고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내가 정말로 765프로라는 곳에서 저 아름다운 여자아이를 최고의 아이돌로 키워낸 유명한 프로듀서였다는 게 정말일까?

이렇게 혼란에 빠져있을 때, 타카기씨가 나에게 내 인생 자체를 바꿔버릴지도 모를 질문을 던진다.

“어때? 765프로에 복귀해 주겠나?”

765프로덕션이라는 곳에서 6개월 정도 일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타카기씨가 말하는 대로 ‘전설의 프로듀서’라면 아이돌도 키우고 기억도 되찾을테니 꿩먹고 알먹고가 되는거고, 만약 전설의 프로듀서가 아니었다면 적당한 선에서 그만두고 다시 내가 하던 일을 하면 될 뿐만 아니라 타카기씨가 더 이상 나보고 전설의 프로듀서라는 이상한 말은 더이상 안 할테니 손해는 보지 않겠지.

“좋아요, 해봅시다.”

“정......정말인가?”

“네. 정말입니다. 단, 제가 전설의 프로듀서가 아니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6개월만 765프로덕션에서 일하는 걸로 하면...... 괜찮겠죠?”

“고맙네!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는건가?”

“제 주변정리를 조금 해둬야 하니 일주일 뒤로 하도록 하죠.”

“좋아! 그때 보도록 하지.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네!”

이렇게 나와 타카기씨...... 아니, 사장님과 간단한 연락처를 나눈 후 헤어졌다.

그리고 사장님과 약속한 대로 휴직계를 내고 신변정리를 하기 위해 내가 다니던 회사의 인사과를 향해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다음 회에 계속- [이 게시물은 에아노르님에 의해 2013-06-07 00:07:14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