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교실의 종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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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9, 2014 22:22에 작성됨.


저는 요즘 유명하다는 쌍둥이 아이돌의 담임이자 중학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최근에 저는 아이돌 쌍둥이들의 만행(?)덕분에 세월의 흐름 속에서 완전히 잊고 지냈던 제 학교동창이자 첫사랑이자 쌍둥이 아이돌의 소속사에서 일하는 사무원이자 한때는 전설의 아이돌로 유명세를 떨친 아가씨를 만나 예전처럼 다시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제게 있어서 특별한 날입니다. 왜냐구요?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거든요.
자자, 여러분들 진정하세요. 여기는 교실이잖아요. 갑자기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면 다른 선생님들이 제게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뛰어오잖아요. 아, 토우코 선생님 죄송합니다. 깜짝 놀라셨죠? 전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었다니깐요. 그러니 돌아가서 종례 보셔도 되요.


흐음. 한번만 더 소란스럽게 떠들면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을 거에요. 그건 싫죠? 그렇다면 다음 이야기가 나와도 조용히 들어주세요, 알았죠? 저하고 약속하신 겁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보자면, 사실 저는 그녀의 생일을 한 달 전부터 알고 있었고,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에게 있어서 소중한 하루를 어떻게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했었습니다. 너무 진지하게 고민하다 보니 제가 해야 할 일을 까먹거나 수업시간을 놓치기도 해서 바로 옆 반 담임이신 토우코 선생님이라던가, 학년주임 선생님이라던가 교감선생님에게 한 마디 듣기도 했었지요.


그렇게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그녀의 생일이 다가오기 몇 분 전, 마침내 계획을 완성하게 되어 여러분들에게만 살짝 공개해볼까 해요.


제가 계획을 말씀드리기 전에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저의 계획은 아직 그녀가 모릅니다. 만약 알게 된다면 마치 스포일러를 당한 상태로 영화를 보는 것 같이 감동이고 뭐고 없이 시시한 생일을 보내게 될 겁니다. 그러니, 부디, 오늘 안으로는 제 계획을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앞에 앉아있는 아미, 마미는 특별히 주의해주세요. 모두들 제가 무슨 말 하는지 알아들으셨죠?


다들 ‘예’라고 말했으니, 한번 이야기를 읊어보겠습니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선생으로서의 일과가 종료되면, 그녀는 여러분들이 모두 집에 돌아가고 아무도 없는 학교 정문에서 그녀가 홀로 서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저는 여기에 올 때까지 겪은 교통체증, 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 그리고 만만치 않은 교통비를 지불하고 온 그녀가 안쓰러워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건넬 거에요. 그렇게 하면 그녀가 제게 괜찮다고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어디로 갈 지 물어볼 거에요. 저는 그녀에게 ‘오늘은 당신에게 소중한 날이니, 자주 가는 집 근처의 선술집이 아닌 특별한 곳을 가자고 이야기를 해 볼 겁니다.


저기 후코양이 저보고 ‘특별한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네요. 으음, 제가 말한 ‘특별한 곳’은 저하고 그녀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던 전철역이에요. 다행히 지금도 제가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 그 모습 그대로지만, 1~2년 내에 복합쇼핑몰이 있는 유리궁전으로 바뀔 예정이라네요. 지금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기 전에 둘이서 함께 사진을 찍고 벤치에 잠시 앉아서 추억을 되새겨 볼 예정이에요.


그 다음에는 시장 안에 있는 카페에 갈 거랍니다. 창가쪽 애들이 갑자기 수근대네요. 아, 여러분들도 그곳을 아시나 보네요. 혹시 그 카페가 무엇으로 유명한지 아세요? 맞아요. 조금 어두운 분위기에 약간 오래된 음악을 틀어주는 카페죠. 우리도 그곳에서 몰래 데이트하곤 했었는데,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나 보네요. 주인 아저씨는요? 그렇군요. 예전에 주인 아저씨는 한 40대 정도의 젊으신 분이었는데, 벌써 할아버지가 되셨나 보네요.


만약 제가 그녀와 함께 그곳에 가게 된다면, 주인 아저씨가 절 반갑게 맞아 줄 겁니다. 이제 와서 말하긴 좀 부끄럽지만, 사실 그녀하고 그곳에 자주 갔었어요. 교환일기도 받고 책도 같이 읽고, 공부도 같이하고… 그러다가 서로의 사랑도 확인해보고 했었죠. 어쨌든, 그 곳에서 저는 그녀하고 헤어진 뒤부터 다시 만날 때까지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눠볼까 해요. 마침 그곳에선 간단한 식사도 주문할 수 있으니 저녁식사도 겸해야겠네요.


오가타 군, 제 얼굴이 붉어졌다구요? 거울을 보니 정말로 그렇군요. 예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분들에게 저의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줄 때 처음엔 많이 부끄러웠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나아져간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부끄러운 건 여전한가 보네요.


윌리엄 군이 손을 번쩍 들더니 제게 질문을 하네요. 도대체 생일선물은 언제 줄 거고, 어디서 줄 거냐고. 윌리엄은 언제나 당당하게 손들고 당당하게 질문해서 정말 좋아요. 역시 서양사람 답네요.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지금 해보려는 참이었는데 말이었죠.


당장 선물부터 말하면 다들 ‘뒷 이야기는 됐구요, 그냥 끝내요!’ 하고 외칠 것 같으니, 먼저 선물을 줄 장소부터 말씀을 드릴께요. 에이 다들 그렇게 토라진 표정이나 아쉬운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지 말아요. 지금 이 이야기도 금방 끝날 테니까.


제가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여러분들에게 질문을 던져 볼께요. 제가 어디로 갈 것 같나요? 고급 레스토랑? 아까 전에 제가 말했던 카페나 전철역? 아니면 번화가? 시내 중심가에 대공원에 있는 타워요? 이 답변은 좀 재밌네요. 다양한 답변이 나왔지만 여러분들의 답변은 모두 틀렸답니다. 제가 그녀에게 선물을 줄 곳은 바로 동네 공원이에요. 달동네와 시장 사이 언덕에 위치한 자그마한 공원인데, 우리 학교 학생들의 주요 통학로 중 하나이기도 한 가로수길이 유명하죠. 몇몇 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녹음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눈길로 변하는데 몇몇 언론사와 전문 사진가들이 사진을 찍어가기도 한답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했던 첫사랑 이야기를 올바로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 하고 기억이 떠오르실 겁니다. 맞아요. 그 곳은 바로 제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곳이자, 아이돌이 되어 더 이상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 그녀가 제게 이별을 말했던 곳이기도 하죠. 저는 그 곳에서 선물을 줄 겁니다.


워워, 진정하세요 여러분. 선물은 별거 없어요. 바로 커플 반지에요. 몇 푼 안되는 교사 봉급으로 인해서 다이아몬드 반지나 백금반지, 혹은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을 건 브랜드의 반지를 사 줄순 없었지만, 제 2의 사랑을 시작하는 저와 그녀에겐 소중한 의미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자, 이만 종례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제가 내준 유인물과 숙제 잊지말고 꼭 해주시고, 다음 달엔 중간고사가 있으니 저를 쫓아다니지 마시고 시험준비에 만전을 기해주세요. 당번인 웨이 양과 가쿠에이 군은 청소와 문단속 여부를 다시한 번 확인하고 가는 것 잊지 마시고요 그럼 종례를 마치겠습니다. 반장은 인사를 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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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게 있어서 '처음'이 상당히 많은 글입니다.

  1. 처음으로 캐릭터의 생일날에 맞춰서 완료한 생일축하 글입니다
  2. 처음으로 2시간 내에 창작을 완료한 글입니다
  3. 처음으로 아이마스넷의 엽편판에 올린 글입니다.
  4. 처음으로 레노보 믹스2 (8인치) + 블루투스 키보드로 작성을 완료한 글입니다
  5. 처음으로 오피스 2013 + 오피스 온라인으로 작성을 완료한 글입니다
  6. 처음으로 Microsoft Onedrive에 본문을 저장한 글입니다

코토리씨 생일 축하드리고, 다들 제 부족한 글을 잘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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