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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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1, 2014 21:58에 작성됨.

 “타카네?”
 
 사무소의 옥상에 올라가자 시죠 타카네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렇게 환한 달이 뜨는 날이면 타카네는 곧잘 옥상에 올라가 달을 보곤 했던 것이다.

 “프로듀서.”

 내 목소리를 듣고서는 타카네가 하늘을 보던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오늘도 달구경이야?”
 “아니요. 오늘은 조금 다릅니다.”
 
 내심 의외였다. 달구경이 아니면 이런 밤에 옥상에서 혼자 뭘 하고 있던 걸까.

 “오늘은 별을 보고 있었습니다.”
 “별?”

 그 말대로 하늘엔 별이 잔뜩 떠있었다. 요즘엔 공기가 나쁜 탓인지 별을 보는 게 예전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오늘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별이 촘촘히 박힌 밤하늘이었다.

 “혹시 프로듀서께서는 그리운 사람이 있으십니까?”
 “그리운 사람이라. 글쎄?”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것도 나름 당황스럽겠지만 이해할만한 질문이었는데 그리운 사람이 있냐고 묻는 질문은 꽤나 이색적이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려나? 오래 찾아뵙지를 못해서 말이야.”
 “그렇군요. 누구에게나 고향은 그런 법이지요.”

 타카네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며 손짓했다.

 “저기 떨어지고 있는 유성이 보이시나요?”

 타카네의 손끝이 가리키고 있는 곳에서 하얀 빛이 달려나가고 있었다.

 “저렇게 유성을 보고 있으면 마치 먼 곳에 있는 사람에게 다리를 놓아주는 것 같답니다.”
 “듣고 보니 그렇네. 여기서부터 쭉 이어져있는 게 말이야.”
 “다만, 그 다리는 금방 타버리기 때문에 그리운 이의 곁으로는 갈 수 없답니다.”

 시적이라고 해야 할까, 제법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고풍스러운 멋이 있는 것이 타카네답기도 했다.

 “옛날 사람들은 멀리 있는 사람의 소식을 듣지 못했기에 자신의 마음을 유성에 실어 보냈다고들 하더군요.”
 “예전에는 핸드폰이라던가 전화라던가 없었으니까 말야. 편지도 보내는 것이 쉽지 않고.”
 
 그래서 사람들은 유성을 보면 소원을 비는 것일지도 모른다. 멀리 있는 이에게 닿지 않는 마음을 한 순간 타오르며 내달리는 유성에 담아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유성을 하늘 여우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하늘 여우?”
 “텐구 라고 쓰고 하늘 여우라고 읽지요.”

 신기한 이야기였다. 지금까지는 유성이 떨어지면 소원을 빌어야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 뿐이었는데 타카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비한 기분이 들었다.

 “타카네는 그런 걸 어떻게 알게 된거야?”
 “어렸을 적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타카네는 잠시 말이 없더니 이야기를 계속했다.

 “어릴 적에는 동생을 만나지 못해서 침울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할아범이 말해준 이야기가 이 이야기랍니다. 만날 수 없는 동생에게 유성이 떨어지는 날 마음을 담아 바라면 하늘 여우님이 그 마음을 전해준다는 거였지요.”
 “도, 동생이 있었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타카네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특히 자신의 배경에 대해서는 들은 것이 전혀 없을 정도여서 굉장히 의외였다.

 “고향에 한 명, 여동생이 있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못 봤습니다.”

 여동생의 이야기를 하는 타카네의 표정도 드물게도 침울해보였다. 평소의 타카네의 모습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풀이 죽은 모습은 몇 번 봤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모습이었다.

 “그럼 서로 연락도 하지 않는 거야?”  
 “조금 사정이 있어서…”

 서로 연락도 하지 못할 사정이 무엇일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역시 그런 걸 물어보는 건 실례라고 생각해서 그만두기로 했다.

 “분명 타카네의 마음은 닿고 있을 거야.”
 “프로듀서, 격려해 주시려는 마음은 감사합니다.”

 내 말을 타카네는 조금 오해한 것 같았다. 어린애를 달래는 것처럼 넘어가려던 게 아니었는데.

 “그게 아냐.”
 “그럼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목소리를 흠흠 하며 한 번 다듬고 나서 말했다.

 “타카네는 여기에서 이렇게 스스로 빛나고 있잖아? 분명 이 빛은 유성처럼 금방 사라지지도 않을 테니까 동생이 있는 곳까지 반드시 닿을 거라고 믿어.”
 “…프로듀서.”
 “분명 타카네의 동생도 TV로 타카네의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러워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타카네의 마음도 분명 전해지고 있어.”

 다 말하고 나니 조금 멋쩍은 말이 아니었나 싶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몸서리치고 있을 때 타카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타카네?”

 예상치 못한 부정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여기서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줄이야…

 “지금 이대로라면 부족합니다. 이 정도로는 동생이 있는 곳까지 전해지지 않을테니 더욱 분발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아. 지금도 타카네는 충분히 빛나고 있는걸.”

 가끔 생각하는 것이지만 나는 아이돌에게 너무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곤 한다. 물론 모두를 위한 욕심이지만 그런 욕심이 오히려 해가 되지는 않을까 싶어서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어. 내가 봤을 때 타카네는 충분히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말에 부담을 가지고 무리할 필요는 없어.”
 “물론입니다. 아이돌로써 자기 관리는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지요.”

 그런 점에서 타카네는 믿을만하다. 다른 아이들은 솔직히 말하자면 불안한 점이 없지 않아 있지만 타카네라면 혼자서라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듀서, 당신이 필요합니다.”
 “응? 나?”

 마음속으로 생각만 하던 것이 갑자기 타카네의 말로, 그것도 반대되는 말로 나오자 놀랐다.

 “제가 빛날 수 있는 것도 다 프로듀서의 덕분이랍니다. 앞으로도 더욱 위를 향해 갈 수 있도록 프로듀서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무, 물론이지. 그게 내 역할이잖아?”

 타카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더더욱 책임감이 생겨나는 듯 했다. 앞에서 빛나는 것은 그녀들이지만 그 빛을 만드는 데에는 나의 노력도 필요한 것이다.

 “자, 그럼 함께 저녁을 드시지 않겠습니까? 프로듀서가 사는 걸로.”
 “앞으로 도와달라는 게 그거냐!”

 물론 전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지만 장난스럽게 반응하자 타카네도 웃어주었다.

 “후훗. 농담입니다.”
 “아니 뭐 그런 건 아닌데…”

 장난스럽게 말한 것뿐인데 이런 결과가 되자 조금 아쉬웠다. 밥 한 끼 정도 사는 게 그렇게 힘든 건 아니었는데…
 
 “사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정말로 저녁은 같이 먹었으면 하는데 괜찮으신지?”
 “물론이지! 타카네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야 문제없다고!”
 
 배짱 좋게 말하는 나를 보며 웃는 타카네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고 뿌듯했다.
 
 “유성에 소원을 비는 것도 나름 효험이 있군요.”
 “응? 무슨 소원을 빌었는데? 동생을 보고 싶다는 거?”

 타카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있지만 다른 것도 있습니다.”
 “응? 소원을 두 개나 빌어도 되는거야?”
 “후훗. 저는 욕심쟁이니까요.”

 정말로 효과가 있는 거였나. 다음에 유성이 떨어지면 나도 소원을 빌어봐야지.

 “아직 동생이랑 만나지는 않았으니 그건 아닐테고, 다른 소원은 뭘 빈거야?”
 “그건 톱 시크릿… 이었지만…”

 타카네는 입가에 검지를 세웠다가 망설이며 내리고서는 말을 이었다.

 “당신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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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9:57

휴가 나와서 연성연성!

역시 많이 부족한 편인지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이번의 소재는 아마츠키츠네입니다. 그나저나 이제서야 타카네가 여동생이 생겼있었다는 걸 알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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