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네 「 코끼리 고기가 먹고 싶사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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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30, 2014 02:16에 작성됨.

 

 

 


P “다시 한 번만 물어봐도 될까? 뭐가 먹고 싶다고?”

 

타카네 “코끼리 고기가 먹고 싶사옵니다!!”

 


내 나이 19살.
갑자기 담배가 피워지고 싶은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애초에 미성년자라서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오늘은 사무소의 아이돌 전부가 오프라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날이었다.
때문에 나 역시 오늘은 휴일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는
습관 때문에 아침 7시부터 나와 여유롭게 남은 잔업을 처리 중이었다.

 


코토리 “그런데 어째서 저도 끌려온 건가요? 훌쩍···.”

 

P “코토리 씨가 어제 서류 위에 이오리의 주스를 쏟아버렸잖아요. 원래라면
오늘 사무소에 나올 필요도 없었다고요.”

 

코토리 “그, 그렇기는 하지만!! 오늘은 한꺼번에 몰아보려고 미뤄둔 애니들도
잔뜩 있고!! 기분 삼아 아키하바라에도 가보고 싶었는데!!!”

 

P “에이에이 시끄러워. 자꾸 떠들어대면 이 딱밤 형이에요?”

 

코토리 “그런 불합리한ㅡ!!”

 

P “에잇.”

 

코토리 “꾸엑!!!”

 


고통에 몸부림치며 이마를 감싸 쥔 채로 사무소 바닥을 뒹구는 코토리 씨는
내버려두고 나는 다시 타카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P “코끼리 고기가 먹고 싶다라···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야, 타카네?”

 

타카네 “오늘은 오프이기에 저는 어젯밤 늦게까지 티이ㅡ 브이를 시청하고
있었사옵니다. 그러다 우연히도 다큐우ㅡ 멘터리 라는 프로를 보게 되었죠.”

 

P “다큐멘터리라··· 유익하지. 주로 불면증에 시달릴 때.”

 

타카네 “그곳은 세렝게티 초원. 늠름한 사자 무리가 코끼리를 사냥하고
있었사옵니다. 수 시간의 사투 끝에 그들은 사냥에 성공하였고, 잡은 코끼리로
만찬을 즐기고 있었사옵니다. 바로 그때 저는 뭐라 할 수 없는 식욕을 느꼈사
옵니다!!”

 

타카네 “제가 라메엔 이외에 이 정도로 먹고 싶은 것이 생길 줄은 몰랐사옵니
다만··· 어쨌든 저는 코끼리 고기를 꼭 먹어보고 싶사옵니다.”

 

P “다른 건 다 둘째 치고 넌 다시는 다큐멘터리를 보지 말도록.”

 

타카네 “기이한!!!”

 


그나저나 이거 꽤 큰일이다.
시죠 타카네의 식욕을 우습게보면 절대로 안 된다.

 

그녀를 스카우트하고 얼마 되지 않아 새우튀김이 먹고 싶다고 나에게 떼를 쓴
적이 있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무시했었는데··· 글쎄 이 계집이 잠결에
리츠코의 뒷머리를 새우튀김이라면서 꽉 물어버린 것이다!

 

아마 턱에 1그램만 더 무게가 실렸어도 리츠코의 두개골은 아작 났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날 밤에 타카네에게 새우튀김 정식을 사줬다.


물론 내 돈은 아니다.
코토리 씨의 레어 피규어를 인터넷 경매에 팔아버려서 생긴 공돈이랄까.
왠지 코토리 씨가 내 멱살을 쥐고 울부짖었지만 딱밤 한 대로 침묵시켰었지.
그리운 추억이다.

 


P “하는 수 없지. 어서 준비하도록 해, 타카네.”

 

타카네 “어디를 가실 생각이시옵니까, 귀하?”

 

P “뻔하잖아. 코끼리를 잡으러 간다. 야요이 풍으로 말하자면 오늘밤은


코끼리 축제에요, 웃우.”

 

타카네 “어울리지 않사옵니다, 귀하.”

 

P “나도 알고 있어, 젠장!!”

 


역시 천사의 버릇을 인간이 따라하는 건 무리야.

 


P “그렇게 되었으니··· 제 잔업도 마저 해주세요, 코토리 씨.”

 

코토리 “잠깐만요!! 그런 폭거가 어디 있어요?!!”

 

P “어허, 자꾸 불평 늘어놓으시면 이 건프라의 뿔을 부러뜨릴 거예요?”

 

코토리 “아, 안돼요!!! 건담에게 뿔은 생명이라고요!! 위용 그 자체인데!!!
아니, 그런데 어떻게 프로듀서가 그걸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거야 내가 코토리 씨 책상에서 슬쩍한 거니까.
참고로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건 코토리 씨가 정말로 애지중지하는 건담
프라모델이다. 본인 말로는 새벽부터 다섯 시간동안 줄을 서서 겨우겨우 구입
하신 거라고 한다.
그렇기에 이렇게 인질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거지만.

 


P “잔업··· 해주실 거죠?”

 

코토리 “개가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뿔만은!! 뿔만은 봐주세요!!!”

 


건담에게 뿔은 생명이다.
특히 자쿠처럼 뿔이 하나만 있는 종류라면 더더욱.

 


P “분명히 약속하신 거죠? 그럼 여기에 있는 『 저는 프로듀서의 모든 잔업
을 혼자서 성실하게 끝내놓기로 맹세하겠습니다. 』 항목에 서명하세요.”

 

코토리 “서명했어요!!! 그러니까 어서 그 아이를 돌려주세요!!!”

 

P “물론 돌려드리··· 어라, 부러졌다?”

 


손이 미끄러졌네.
뿔이 부러져버렸다.
듣자하니 그냥 뿔을 부러뜨리면 고수의 경우에는 순간접착제로 잘 살펴보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는 수준까지 고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일까?
내 손은 그냥 뿔을 부러뜨리는 수준이 아닌, 아예 비틀어서 부러뜨려 놓았다.

 

이런 나쁜 손(웃음).

 


코토리 “자쿠!!! 내 자쿠가아아아아아!!!”

 

P “사무소에서 울부짖지 말아주세요, 코토리 씨.”

 

코토리 “귀신!! 악마!! 프로듀서!!!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요?!! 프로듀서의
피는 도대체 무슨 색인가요?!!”

 

P “에잇.”

 

코토리 “꾸엑!!!”

 


시끄러워서 딱밤으로 침묵시켰다.
연령 2×의 여성이 딱밤을 맞고 뒤로 고꾸라지는 모습은 언제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타카네 “준비 다 되었사옵니다, 귀하. 그런데 코토리 소저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입니다만?”

 

P “아니, 별 거 아냐.”

 


사무소의 청소도구함에서 빗자루를 꺼내들고, 비몽사몽 상태인 코토리 씨를
대충 쓸어서 책상 밑에다 밀어 넣었다.
뭐, 이 정도면 되겠지.

 


P “그럼 출발하자. 코끼리 사냥이야, 코끼리 사냥!!”

 

타카네 “아니, 그러니까 별로 어울리지 않사옵니다.”

 

P “신경 꺼. 신경 쓰면 오래 못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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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출발한 나와 타카네가 도착한 곳은 동물원이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문 상태였고, 동물원은 당연히 문을 닫고 있었다.

 


P “일본에서 코끼리를 찾으려면 당연히 동물원이지.”

 

타카네 “코끼리···!! 어서어서 들어가고 싶사옵니다, 귀하!!!”

 


식욕으로 반짝거리는 타카네는··· 솔직히 좀 무섭다.

 


P “예전에 히비키가 출연한 동물 프로에서 봤어. 이 동물원의 코끼리는 이제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죽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그 정도로 약해진 코끼리라면
우리 둘이라도 사냥할 수 있지 않을까?”

 

타카네 “저는 언제라도 준비되어있사옵니다!!”

 


지금의 타카네는 왠지 공룡이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 확신할 수 없는 내가 싫어진다.

 

해가 진 동물원은 조금 으스스한 분위기였다.
거기다 우리의 쇠창살 사이로 보이는 육식동물들의 날카로운 눈빛은 사람의
기를 죽이게 하는데 충분했다.

 


P “아, 거기 지나가는 호랑이 씨.”

 


호랑이가 벤치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어서 말을 걸어보았다.

 


호랑이 “뭐야? 인간이 이 시간에 왜 여기 있는 거지?”

 

P “우리들은 코끼리를 사냥하러 왔어.”

 

호랑이 “코끼리··· 그 영감탱이를? 이제 상아도 빠져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을 텐데 어째서?”

 

타카네 “고기를···!! 어서 코끼리의 고기를 먹고 싶사옵니다!!!”

 

P “···이런 이유야.”

 

호랑이 “과연. 너는 인간 중에서는 꽤나 불쌍한 인생이군”

 

P “자주 들어.”

 


호랑이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부드럽게 움직이며 우리들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신사적이기는 해도 맹수는 맹수.
스치는 순간 약간이나마 오싹한 전율을 느꼈다.

 


호랑이 “그 영감탱이는 아마 잡을 필요도 없을 거야. 며칠 전부터인가
계속해서 넋이라도 잃은 것처럼 돌아다니고 있거든.”

 

P “···코끼리 무덤인가?”

 

호랑이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행운을 빌지. 사실 나도 그
영감탱이의 고기 맛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너희들에게 양보하지.”

 

타카네 “호랑이 씨도 함께 하시지요.”

 

호랑이 “사양하지. 나이가 드니까 쓸데없는 정만 늘어서 말이야.”

 


꽤나 신사적이었던 호랑이를 뒤로 하고,
드디어 우리는 코끼리 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랑이의 말대로 코끼리는 상당히 힘이 없어 보였다.
거기다 멍해보이는 얼굴로 같은 장소를 계속해서 돌고 돌고 또 돌고 있었다.

 


P “어이, 코끼리 씨~.”

 

코끼리 “으응, 인간인가? 이런 늦은 시간에 나를 보러 온 인간이라니··· 이곳
으로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나는 군. 그런데 무슨 볼 일이지?”

 

P “우리는 당신의 고기를 얻기 위해 왔어.”

 

코끼리 “내 고기를? 내 고기를 말인가···.”

 


나이 든 코끼리는 이제 침을 흘리기 시작한 타카네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입을 열었다.

 


코끼리 “좋아. 내 고기를 주겠네.”

 

P “너무 순순한데?”

 

코끼리 “나는 아프리카 출신이 아니지. 어렸을 때부터 서커스 곡예단에서
길러졌다. 세뇌라 해도 좋아. 나는 사람들이 내게 보내는 환호와 애정이
정말 좋았다.

 

코끼리 “그런데 서커스 곡예단이 망하면서 나는 이곳으로 보내졌지.
처음에는 좋았다. 내가 이곳에 올 당시에만 해도 나는 제법 희귀한
동물이었으니까.”

 

코끼리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지. 이제 나는 너무나
흔한 동물이 되어버렸어. 그리고 너무 늙어버렸지.”

 

코끼리 “이 아가씨가 나를 먹고 싶다면··· 그건 오히려 기뻐.

 

코끼리 “어차피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쩌면 이 아가씨가 내 생애
마지막으로 나를 필요로 해준 사람일 지도 몰라.”

 

P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내 질문에 코끼리는 고개를 저었다.
나 역시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고, 대신 가방에서 커다란 라이플을 꺼내
코끼리의 미간을 향해 겨누었다.

 


P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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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네와 힘을 합쳐서 숨을 거둔 코끼리를 동물원 광장까지 끌어냈다.
동물에게 표정이 있을 리가 없는데··· 어쩐지 매우 편안해 보이는 표정 같았다.

 

정글 나이프를 꺼내 코끼리의 살을 크게 도려냈다.
크기로 따지면 거의 냉장고만한 살점이다.

 

그리고 타카네가 쌓아놓은 장작 위에 올려 불을 피웠다.
고기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냄새가 내 식욕마저 자극하기 시작했다.

 


P “그래서··· 코끼리 고기의 맛은 어때, 타카네?”

 

타카네 “최고이옵니다.”

 


엄지를 척! 하고 세우며 타카네가 말했다.

 


타카네 “태어나서,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맛있는 고기는 다시는 먹을 수
없을 것이옵니다.”

 

P “만족스럽다니 그거 다행이구나.”

 

타카네 “귀하도 한 번 드셔보시길.”

 

P “말하지 않아도 그럴 참이었어.”

 


나는 코끼리 씨의 고기를 한 입 베어물었다.
뭐랄까.
그러니까 이 맛은.

 


P “응응, 맛있네.”

 

타카네 “그렇지요?”

 

P “그런데 돼지고기랑 별 차이없는 것 같아.”

 

타카네 “기이한!!!”

 


그렇게 우리의 코끼리 사냥과 만찬은 끝났다.
동물원을 나오는 도중에, 호랑이 씨에게 고기를 조금 나눠주려 했지만,
오히려 호랑이 씨 쪽이 먼저 거절했다.

 

정이 들었다라, 역시 그런 의미였나 보다.

 


P “맛있었지··· 코끼리 고기.”

 


뭐, 아무리 생각해도 돼지고기랑 비슷한 것 같지만,
그래도 분명 맛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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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남은 코끼리 고기는 전부 야요이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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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먹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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