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카「어째서 모르신 거에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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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5, 2014 19:43에 작성됨.



하루카「어째서 모르신 거에요!」P「?」


 하루카는 연신 그 귀여운 얼굴을 씩씩대며 붉게 물들이고 있다. 키보드를 두들기던 나는 그제서야 하루카의 그 얼굴을 보게 되었지만, 감상할 틈도 없이 하루카는 속사포로 두들긴다.


하루카「바보, 바보, 바보!」

P「하루카 잠깐, 아파!」

하루카「이 정도로 아프다고 하시다니 프로듀서씨 답지 않아요!」

P「뭘 몰랐다는 거야? 쓰리 사이즈? 83!!」

하루카「?」

P「56!!」

하루카「그, 그만」

P「82!!」

하루카「」


 멀리서 누군가 혀를 차는 소리가 났다. 하루카는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인 채 시선을 피하며 볼멘소리로 퉁명스레 나직히 말한다.


하루카「그런 거 말고요……. 프로듀서씨, 변태.」

P「아니, 난 하루카의 프로듀서니까 이 정도는 알아놔야지.」

하루카「그런데 왜 눈치채지 못하신 건가요!」


 하루카는 화를 참지 못했는지 눈물마저 내비치며 내게 원망스럽게 외친다. 머리라도 잘랐으려나? 내가 흠, 하며 하루카를 흘겨보았을 때.


P「매니큐어했구나!」

하루카「정말, 늦어요!」


 그제서야 하루카는 다시 웃어준다. 지금 하루카의 금과도 같이 환하게 빛나는 매력적인 미소는 제쳐두고, 슬그머니 하루카의 손을 거머쥔다.


하루카「어?」

P「붉은 색이네! 그야말로 하루카! 그런 느낌이구나.」

하루카「지금, 손…….」

P「오른손, 왼손, 모두 봉숭아 물 들인 것마냥 예쁘구나.」

하루카「어, 두 손 다…….」

P「흠, 아무래도 손이 옥처럼 희어서 더 돋보이는 거겠지?」

하루카「」


 하루카는 증기기관차처럼 연기가 새어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얼굴을 붉게 물들이더니, 중얼중얼 거린다.


하루카「그렇게 갑작스럽게 손을 잡으시다니 의외로 대담해요, 프로듀서씨.」

P「다 들리는데.」

하루카「」


 하루카는 한순간 당황하더니, 능글맞은 내 얼굴을 보았는지 입을 비쭉 내미며 퉁명스럽게 말한다.


하루카「너무 짖궂으시면 미움 받는다구요?」

P「그래도 거짓말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하루카「……치사해.」


 하루카는 휙 유려하게 돌더니 사무실 휴게소 소파로 발걸음을 가볍게 옮긴다. 뒷모습은 가련한 소녀. 하지만 지금은 죽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스케쥴을 가볍게 소화해내는 톱 아이돌. 
 누군들 알까? 알 수 있을까?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처음 보았던 가장 어여쁘다고 생각했던 꽃이, 그 꽃마저 나를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는 것에서 피어나는 일체감을.

 그렇게 멍청한 생각을 하며 멍하니 하루카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있다가, 달그락 도기그릇이 부딪히는 소리에 흠칫하며 쳐다보니,


하루카「일 하신다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P「어, 어. 그렇지.」

하루카「그런데 왜 모니터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을 멍하니 쳐다보셨을까.」

P「그, 그러게.」

하루카「제가 그리웠나요?」

P「누가 들으면 며칠 보지 못한 줄 알겠다.」


 하루카는 싱긋 웃으면서 찻잔을 꺼내 건네주었다. 쓴 향기. 커피인가? 그리고 부스럭거리며 하루카는 접시에 무언가를 꺼내놓는다. 스테인리스 접시를 차갑게 두들기는 소리가 여러번. 땡, 땡, 땡.
 부서지면서 가루를 흩날리는 맛있어보이는 쿠키.


하루카「안 줄 거에요.」

P「왜!」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치자 하루카도 흠칫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곤 나를 쳐다본다. 그것도 잠시, 이내 쿡, 하고 웃으면서.


하루카「그렇게 먹고 싶었나요?」

P「요새 과자는 사먹지 않아.」

하루카「?」


 하루카가 그윽한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눈동자에 담겨있는 미려한 마음씨. 어여쁜 손동작으로 쿠키를 하나 집더니, 자신의 달콤한 입 속으로 가지런히 놓아둔다.


P「하루카가 만들어 준 쿠키를 처음 먹었을때, 세상에서 파는 과자가 얼마나 맛이 없는지 깨닫게 되버렸거든.」

하루카「헤에. 그렇게 칭찬해주셔도.」

P「칭찬이 아니야. 공장식으로 만들어진 비싸기만한 과자를 누가 먹겠니?」


 나는 쿠키를 하나 집고는,


P「이렇게 달콤하고 맛있는 쿠키의 맛을 알게 되었는데.」


 하며 입에 넣고는 우물 씹는다. 입 안에 터지는 싱그러운 감촉. 촉촉한 쿠키구나. 의외로 만들기 힘겨웠겠는데.


하루카「앗! 아직 드린다고 말 안했는데! 너무해요!」

P「앗!」

하루카「앗!」

P「앗!」

하루카「따라하지 마세요!」


 서로 푸하하,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하루카「프로듀서씨는,」

P「먹어도 돼?」 

하루카「아, 네. 드세요. 프로듀서씨는 매니큐어 바른 적 있으신가요?」

P「」


 수제 초코칩 쿠키가 나를 죽이려는 음모를 품고 입 안에 침입. 성공적으로 목에 안착하여 기도가 열리는 걸 방해하고 있다. 


하루카「괘, 괜찮으세요? 여기 커피!」

P「」

P「뜨거!」

하루카「헤헤.」


 이거 간신히 살긴 했다만 앞으로 맵거나 뜨거운 건 먹으면 안되겠는걸. 목 안이 홀랑 데어버린 느낌이야. 그나저나 매니큐어를 바른 적이 있냐니…….


하루카「있나요? 있어요? 있구나!」

P「어떻게 알았어?」

하루카「저한테 뭘 숨길 수 있을거라 생각하세요? 프로듀서씨 양복 안주머니에 뭐가 있는지도 알고 있다구요!」

P「어. 안되는데.」


 하루카가 의기양양하다는 듯이 웃음을 내지어보인다. 정말, 뭘해도 귀엽다니까. 그런데 안주머니가 들킨 건 좀 의외인데. 어떻게 알아낸거야?


하루카「저번에 회식때 자랑스럽게 말씀해주셨잖아요. 너무 부끄러웠어요. 아무튼, 매니큐어는 왜 바르셨던거에요?」

P「역시. 술만 들어가면 아무거나 술술 분다니까.」

하루카「재미없는 개그로 넘어갈 생각은 논논.」


 하루카가 귀엽게 손가락을 흔들며 말한다. 재미없다고? 이미 휴게소 뒤쪽에서 웃음이 터졌는걸!


하루카「논외에요! 자, 빨리 말해보세요!」

P「중학교 때 일인데.」

하루카「나보다 어렸군요. 그 시절 프로듀서씨하고도 만나보고 싶네요.」

P「흠, 그러게. 그러면 우리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루카「만약 그러면 제가 언니잖아요!」

P「지금도 좋지만.」

하루카「누나라고 한번 불러보실래요?」

P「중학교 때 수업이 끝나고 학원에 갔었거든. 그때 여자 동급생이 새로 산 매니큐어를 그저 칠해주었을 뿐이야. 오른손 새끼손가락에만.」

하루카「무시하다니 너무해.」

P「그때야 뭐 꼬맹이였으니까 손톱을 긁어내서든 해서 나중에 다 지워버렸지.」

하루카「손톱 상한다고요? 아세톤으로 지우면 되잖아요.」

P「남자 중학생이 아세톤을 가지고 있었을까?」

하루카「음, 그렇다면 다음날 학교에서 빌리거나 하면」

P「그 학교에 가기 위해서 지운거잖아. 남자 꼬맹이들을 무시하면 안돼.」

하루카「그렇게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아니었네요.」

P「그러게. 지금은 이제 연락도 안 닿는 사이가 되었어. 꽤나 예뻤는데.」

하루카「읏.」


 하루카가 노려본다. 하루카가 노려본다. 아니 진짜로 노려본다. 아, 이거 위험한데. 근데 실실 웃음이 나오는 건 왜일까?


P「지금은 훨씬 예쁜 사람하고 얘기하고 있어서 정말 좋아.」

하루카「빈말하셔봤자.」

P「내가 하루카에게 무얼 감출 수 있을까?」

하루카「어라.」


 노을이 지며 노랗게 물든 사무실 안, 눈동자에 멋진 태양을 감춰둔 어여쁜 소녀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구나. 아름답다는 말로는 가당찮은, 한 폭의 우아한 그림처럼.


하루카「이, 이상한 말 하셨으니 벌로 매니큐어를 바르겠어요.」

P「그래, 부탁해.」

하루카「……의외로 반항하거나 하진 않으시네요.」

P「익숙하거든.」

하루카「그거 의미가?」

P「하루카가 날 위해 무언가 해준다는 것.」

하루카「헤에. 의외로 알고 계셨네요?」


 하루카가 베시시 웃으면서, 붉은 매니큐어 통을 꺼낸다. 매니큐어 냄새가 코를 확 찌른다. 나는 이런 인공물질 냄새가 그렇게 싫지는 않지만. 그래도 머리가 어지럽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인공물질 냄새가 너무나 독해서, 손톱을 차갑게 적시는 브러시를 요염하게 움직이는 하루카를 가만히 쳐다보는 수밖에.


하루카「짠! 다 됐어요.」


P「오른손 새끼손가락?」


하루카「긁어내시면 긁어내버릴거에요.」


P「……알겠어.」


 하루카는 매니큐어 통을 꽉 닫아놓고는 가방안에 집어넣는다. 의외로 많은 물건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봐서, 여러가지 물건을 들고 다니는 것 같다.
 여자는 피곤하겠구나. 나는 그저 서류 몇 건과 스케쥴 노트, 노트북, 충전기로 끝인데. 앗, 이어폰도. 뭐, 이래서야 다들 피곤하겠네.


P「슬슬 가야하지 않나? 막차까지야 여유가 있습니다만은.」

하루카「아.」

P「하루카가 조금 가까운 곳에 살았으면 정말 좋겠다.」


 어, 이건 속으로 생각했어야 하는건데.


하루카「저도요!」


 하루카가 방긋 웃으며 얘기해준다. 고운 마음씨. 하지만 밝게 외치곤 그런 게슴츠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봐도 더는 얘기 안 해줄거야.


하루카「그만 가보겠습니다! 프로듀서씨도 일찍 들어가세요! 내일 봬요!」

P「봐이!」

하루카「에잇!」


 하루카가 꽝, 문을 닫아버렸다. 어느새 노을은 지고, 빵을 자른 칼날처럼 차가운 밤하늘에 듬성듬성 묻어있는 별빛들.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만 우두둑 후두둑 떨어지고, 내 눈에는 모니터 불빛만 가지런히 모여있다. 태양이 졌구나.


코토리「프로듀서씨.」

P「계셨습니까.」

코토리「하긴 있는 거 알고도 그렇게 하신거면 없애버렸을거에요.」


 뭘로요?! 침을 꿀꺽 삼키는 날 보고 코토리씨는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면서,


코토리「하루카에겐 언제 말할 건가요? 그 아이도 이제 톱이라고요.」

P「말한다니 뭘?」

코토리「시치미 떼시긴. 이 사무실에 5분, 아니 5초만 있어도 알 걸요. 둘다 황홀하게 서로를 바라봐놓고선.」

P「? 모르겠네요. 하긴 서로 같이 있으면 좋지요.」

코토리「진심으로 그러시는 거에요?」


 코토리씨가 한숨을 쉬는데. 이거 그른 인간인걸, 하면서 고개를 휘적 젓는데. 뭔가 기분이 몹시 나쁜데.


코토리「사랑이라고요, 사랑!」

P「새로운 사람이 생겼나요?」

코토리「죽을래요?!」


 코토리씨가 키보드를 던질 듯 하더니 가만히 내려놓는다. 사랑이라니, 맙소사. 그렇게 비쳐보였던 걸까? 나와 하루카가 서로 알아가며, 아껴주고, 챙겨주는 것 뿐……?


P「사랑이었나!!」

코토리「이제 알았냐!!」


 아, 이거. 프로듀서씨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다니, 이 사람은 소녀인걸까? 이런 모습은 보존해두고 싶을 정도로 희귀한데. 그렇게 엎드려 고개를 푹 파묻더니, 한동안 부들부들 떨고만 있네요.


코토리「일이나 합시다.」

P「네……」


 맞어, 일을 해야지. 우선 이거부터 정리해놓자.
 새하얀 오선지에 키보드 소리가 음표를 수놓는다.


 내일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만나고 싶다.


* 끝.
 첨 써보는 SS라서 졸작입니다. 넓은 아량으로 ㅠㅠ
 메모장에서 붙여넣어봤는데 문단이 박살나길래 수정했습니다.
 매니큐어는 경험담인데 뭐 굳이 있으나 마나네요. 아무리 P에 나 자신을 구겨넣어도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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