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카 생일 헌정] 그녀와 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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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3, 2014 23:47에 작성됨.


과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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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하아…."

이런, 아이돌을 그만두고 너무 방심했나봐요.
겨우 이 정도 걸었을 뿐인데 지쳐버렸어요.

우중충한 하늘에선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길바닥은 진흙탕으로 변해 버렸어요.

한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디딘 곳을 한번씩 다시 살펴봅니다.

네, 프로듀서 씨.
저는 이제 넘어지지 않아요.

울창한 숲을 가로질러 흙길을 걷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돌바닥이 보입니다.

혼자서 이 곳을 찾은 건 처음이지만요.
아니, 근처까지 온 적은 몇 번이고 있었지만 어쩐지 무서워져서 돌아가 버리고 말았어요.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

옛날처럼 인사를 합니다.
수백 번을 연습했지만, 역시 그 때처럼은 할 수가 없어요.
기어이 목소리가 떨리고야 말았네요.

"들어주세요, 프로듀서…"

"치하야 쨩은 미국의 레코드사에서 제의를 받고 LA로 갈 예정이에요. 일단은 유명 가수의 백댄서로 시작한다나봐요. 믿겨지세요? 명실상부한 일본의 톱 가희가요."

"미키는 요즘 잘 나가는 배우에요. 얼마 전에는 NHK 시대극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았어요. 전쟁터에 나가서 죽어버린 연인을 기다리는 가련한 여인 역할인데……"

한참을 혼자 떠들어요.
프로듀서가 떠나가고, 모두가 노력했지만…

도쿄돔에서의 고별 라이브를 마지막으로, 765프로는 결국 흩어지고 말았어요.


문득 바닥에 난 잡초에 눈이 갔어요.
다들 찾아올 때마다 뽑아버리니까,
그 때는 이렇게 큰 잡초는 없었는데.

"아하하, 하하하… 다들, 바쁘니까…"

돌 틈으로 머리를 내민 잡초 끝에는 작고 평범한 꽃이 달려 있었어요.

"……."

어쩐지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손을 거두어요.

"톱 아이돌이 되면… 사귀어 주시겠다고 하셨었는데."
차라리 거절해 주셨더라면.

지키지 못할 약속이란 걸 알았으면서.
거짓말쟁이.

야속함에 목이 메여요.
하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아요.

프로듀서는 거짓말을 하면 얼굴에 쉽게 드러나는 사람이었죠.

그런 당신이 절 속이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을지,
그 고통을 상상도 할 수 없어요.

멍하니 있기를 한참,
문득 고개를 드니 벌써 해는 서쪽 산에 걸려 있습니다.

"… 안녕히 계세요, 프로듀서"

고개를 꾸벅 숙이고 돌아나옵니다.
돌아가는 길에 미처 보지 못한 진흙더미를 밟아 휘청했지만, 넘어지지 않았어요.


「끼얏!?」 돈가라갓샹-!

「아야야…」
「괘, 괜찮으세요!? 죄, 죄송합니다!」

「하하하, 아냐. 괜찮아. 다친 데는 없지?」
「예, 덕분에…. 가 아니라, 정말 괜찮으신 거에요!?」

「괜찮다니까! 멀쩡해!」

「하지만, 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는데요!?」

「어…? 으아아아아아악!!!」

아마미 하루카는 이제 넘어지지 않아요.
넘어져도 붙잡아 줄 사람이 없으니까.






돌연 바람이 불었다.
줄기에 매인 붉은 리본 한 가닥이 묘비 위로 길게 드리워 살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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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어어어어어어 글쓰기가 왜 이리 어려운 거야
퇴보했어 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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