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지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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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0, 2014 01:16에 작성됨.

지구-1


"그렇다네. 거울을 들여다보면 좌우가 뒤집혀있는 것처럼, 거울지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전부 뒤집혀져 있다네. 본래 더운 곳은 춥고, 추운 곳은 덥고, 부자들은 가난해지고, 가난한 자들은 부유해지며, 이 쪽이 평화롭다면 저 쪽은 전쟁이 끊이지 않는..."

P는 애써 흥미있는 척하며 이 반쯤 정신나간 할아버지의 헛소리를 마지못해 들어주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다 보면 가끔 실없는 짓을 하는 노인들이 종종 보이지만 이 할아버지는 과거에 소설가라도 했었는지 망상 속 설정이 꽤 그럴듯해보였다.

뭐, 그래봤자 노망 든 할아버지의 뇌내망상에 지나지 않지만.

"네, 잘 알겠습니다. 근데 이 설정, 잘만 쓰면 괜찮은 라노베가 나올 거 같네요. 혹시 손주가 라노베를 쓰겠다면 한 번 그 설정을 손주에게 들려주시죠.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라노베 어쩌고 한 소리는 진심으로 한 소리다. 물론 손주가 있다고 한들 아무나 붙잡고 헛소리를 늘어놓는 할아버지가 하는 얘기를 좋아할 리가 없겠지만.

이윽고 문이 열리고 P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P의 등 뒤에서는 할아버지가 소리치고 있었다.

"기억하게! 가끔 두 지구가 연결되는 때가 있다네. 그 때 어쩌면 이 쪽의 주민이 반대편 거울의 세계로 넘어갈 수도 있다네!!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P는 이미 시야 저편으로 사라져버렸건만 할아버지는 이미 P가 듣던 말던 상관없이 계속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한 번 넘어간 자는 다시는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네."

이 마지막 한 마디를 마친 할아버지의 얼굴은 왠지 서글퍼 보였다.



"어라, 갑자기 왠 비가 내리지? 분명 일기예보엔 이번 주엔 비가 내린다고는 안했는데..."

프로듀서가 곤혹스런 표정으로 먹구름이 낀 하늘을 쳐다보았다. 단순한 소나기치곤 제법 한참동안이나 폭우를 쏟아내고 있었다.

"으, 이러다 스케쥴 펑크내겠어."
우산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지만 더 시간을 끌면 영업에 지장이 생길 것이다. P는 별 수 없이 장대비를 피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치더니 하필이면 그대로 P의 머리 위로 꽂혀버렸다.

-콰지지지직!

"꺄아아악!"

우산을 쓰고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이 광경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눈 앞에서 사람이 벼락에 맞은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벼락에 맞은 P는 마치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조금의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말 그대로 이 세계에서 증발해버린 것이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P가 정신을 차려보니 왠 숲 속에 쓰러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분명 도쿄 시내 한복판에서 비를 피해 달리고 있었건만 여긴 도쿄는 커녕 완전히 시골 깡촌 정도로 보였다.

'무명 시절에 애들 데리고 처음 공연갔던 그 동네랑 비슷해보이는데... 물론 거긴 아니지만.'

 전화를 걸어보려 하지만 통화권 이탈. 얼마나 깡촌에 온건지 상상도 안간다.

'그나저나 내가 왜 이런데 온걸까, 납치라도 당한 것 같진 않고... 설마 쿠로이 사장이 농간을...'

하지만 그것도 아닐 것이다. 아무리 쿠로이 사장이라도 도쿄 한복판에서 사람을 납치할 정도로 대범하진 않다.

그때, 어디선가 낯이 익은 얼굴이 보였다.

'저건, 하루카?'

가까이 다가가보니 아마미 하루카가 어쩐 일인지 군복 차림에 총을 메고 서있었다.

'내가 없는 사이 드라마라도 새로 찍게 됐나?'

아무튼 P는 별 생각없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 하루카..."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곧 P를 경악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철컥!

"히이이익!"

하루카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P에게 총을 겨눈 것이다.

"당신, 누구야?"

하루카가 차가운 얼굴로 쏘아붙였다.

작가 코멘트 :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모든 게 뒤집혔습니다. 배경도 설정도 캐릭터 성격도... 다른 세계에서 온 P 본인만 빼고요. 과연 P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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