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호 헌정] 어느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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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5, 2013 15:10에 작성됨.

오늘도 오고 말았습니다. 프로듀서.
눈 덮인 여기는 적막하네요.
역시 이런 날 방문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지, 발자국도 별로 찍혀 있지 않습니다.

새하얀 눈길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납니다.

너무 늦기 전에 톱 아이돌이 되었더라면, 이런 눈밭을 둘이 함께 걸을 수 있었겠지요.

그 때는 이렇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정말이지 인생이란 알 수가 없는 거네요.

벌써 몇 번이나 찾아왔던 길을 따라 그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프로듀서의 이름이 적힌 비석 앞에 서자, 이전에는 없었던 것이 보입니다.

비석에는 프로듀서가 걸치고 다니던 카키색 롱 코트가 걸려 있습니다.

이것은... 미키 쨩이 가져다 둔 것이겠죠.
울고 불고 난리치면서 떼를 써서 가져가게 해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랬던 주제에 이렇게 방치해 두다니.
코트의 끝자락은 땅에 쓸리며 몇 번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밟혔는지 흙투성이.
눈과 비를 얼마나 맞으면서 있었는지 축축한 외투에는 곰팡이까지 피어 있습니다.

이런 외투를 입혔다간 프로듀서가 오히려 감기에 걸려 버릴 텐데.

저는 코트에 묻은 눈과 흙을 난폭하게 털어냈습니다.

미키는 언제나 그래요. 항상 흥미가 생기면 눈을 반짝이다가 흥미가 없어지면 내팽개치고 잊어버리죠.

미키 쨩이 없었더라면,
톱 아이돌이 된 저는 프로듀서와...

없었다면,
생일이 최악의 날이 되는 일도 없었는데..

제 생일도 프로듀서도 톱 아이돌도,
모두 그 년이... 빼앗아갔어요.
이제 저는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후후후,
코트가 여기 있었던 걸 보면,
허니허니 시끄러웠던 주제에 이제 질려버린 것일까요.

그러면 안 되죠.

잠깐 기다리세요. 프로듀서.
그 도둑고양이를 데려와서
좋아하던 허니와 영원히 함께하게 해줄 테니까요.

오랜만에, 삽이 필요하겠네요.



우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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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쨩 생일 축하글과 이어지는 시리즈였습니다!

프로듀서도 이제 짝이 생기겠네요! 총각귀신 면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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