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헷, 치하야에게 키스해버렸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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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2, 2013 19:04에 작성됨.


 콧노래가 들린다.

 비몽사몽간에도 듣기 좋다고 생각할 콧노래였다.

 멜로디는 단순했지만 비몽사몽이었기에 더 마음에 와 닿았다. 복잡한 멜로디였으면 소음으로 밖에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높아졌다가 낮아진다. 길게 늘어지다가 짧게 끊어진다. 빨라졌다가 느려진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반복된다.

 멜로디가 다섯 번 정도 반복되었을 때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크게 기지개를 펴 굳은 몸을 푼다. 그러자 멜로디가 끊기고 말소리가 들린다.

 “아, 일어났어 프로듀서?”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나는 눈 위를 덮고 있는 손수건을 치우고 소파에 똑바로 앉았다. 그러자 내 몸을 덮고 있던 모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가 자기 전에는 없었던 물건이다.

 나는 모포를 집어 들었다.

 “아직은 날이 춥다구. 아무리 실내라고 해도 그렇게 자며 감기 걸려.”

 소파의 맞은편에 2주 만에 보는 소녀가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기지개를 킨 후 말했다.

 “고마워, 히비키.”

 가나하 히비키는 생글생글 웃었다.

 “오랜만이네, 프로듀서.”



 가나하 히비키.

 요즘 한창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아이돌.

 운동만능에 노래도 잘 부른다.

 그리고 최근에는 잘나가는 드라마의 준주연이기도 하고, 고정적으로 이끌어나가는 프로그램도 있다.

 자 아이돌 가나하 히비키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만 하자.

 이제 인간 가나하 히비키에 대해서 소개하자.

 올해 16세.

 오키나와 출신.

 귀여운 외모와 작은 키. 하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몸매는……대단하다. 굉장히 착하면서도 감사한 몸매다. 이 이상 말하면 위험하니 이정도로 줄이겠다.

 언제나 활기차고 강한척하지만 실상은 섬세하면서도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

 취미는 뜨개질, 탁구, 애완동물 기르기.

 특기는 가사전반.

 총체적으로 봤을 때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는 스펙이다. 아이돌이 아니라 보통의 학생이었어도 팬클럽을 이끌고 다녔을 것이다.


 자기 입으로 ‘본인은 완벽하다구.’라고 말하는 것이 전혀 과언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 정도로 히비키는 매력적인 아이이다.

 그래, ‘아이’.

 나는 히비키를 바라보았다.

 “?”

 내가 말없이 바라보자 히비키는 눈을 깜빡이며 그 시선을 받아준다.

 그러나 내가 계속해서 바라보자 눈이 불안하게 떨리더니 곤란하다는 듯이 시선을 이리저리 뿌린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린다.

 그래도 내가 계속해서 바라보면 히비키는 곁눈질로 내 시선을 받는다.

 이내 히비키는 못 참고 다시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며 말한다. 

 “뭐, 뭐야? 프로듀서.”

 히비키의 얼굴을 붉게 변해있었다.

 “미안. 잠이 덜 깨서. 잠시 멍해 있었어.”

 나는 내 말을 증명해보이려고 크게 하품을 했다.

 다시 말하지만 히비키는 귀엽다. 얼굴도 그렇고 방금 전의 행동을 봐도 그렇다.

 반면에 그 귀여움과 작은 키와는 대조적으로 몸매는 무척이나 성숙하다. 그 몸매가 히비키의 약간 어두운 편인 피부와 조합되면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매력을 자아낸다.

 히비키는 귀여우면서도 섹시하다.

 그러나 이토록 매력적인 히비키이지만 히비키를 보고 있더라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막막해지지는 않는다.

 가족이 아무리 멋있고, 예쁘더라도 이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과 같다.

 히비키는 아무리 보더라도 동생을 바라보는 기분이랄까.

 “그나저나 원래라면 지금 현장에 있어야하는 거 아니야?”

 요즘 인기가 절정에 달한 아이돌 중 한 명이다. 한 낮의 피크 타임에 이렇게 느긋하게 있을 시간은 없다.

 “땡땡이 친 거야?”

 “우걋! 아냐! 본인을 뭐로 보는 거야!”

 히비키는 뭐랄까……왠지 ‘괴롭혀 주세여.’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고 할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머리로 알고 있으면서 나도 모르게 스스럼없이 짓궂게 대해버린다.

 “드라마 촬영 중이었는데 감독이 갑자기 ‘헛! 그 분이 오셨다! 전부 동작 그만! 스토리를 변경한다! 대본이 나올 때까지 촬영은 연기한다!’라고 해서 오늘은 하루 종일 오프라구.” 

 다른 사람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성대모사였다. 감독의 특징을 무척이나 잘 담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히비키의 머리에 손을 얹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생이 많네. 감독이 제멋대로라.”

 내가 머리에 손을 얹자 히비키는 몸을 조금 웅크렸다. 그러나 싫어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프로듀서도 원래라면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냐? 아, 혹시 땡땡이?”

 짓궂은 미소로 장난스럽게 말하는 히비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히비키가 보고 싶어서 땡땡이 쳤어.”

 만화였다면 펑하고 히비키 머리위로 수증기 덩어리가 올라왔을 것이다.

 손바닥이 순식간에 뜨끈뜨끈해졌다.

 조금만 생각하면 농담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히비키는 붉어진 얼굴로 성을 냈다.

 “우, 우걋! 무, 무무무슨 소릴  하는 거야 프로듀서!

 부끄러워하면서 버둥거리는 히비키.

 히비키의 반응에 나는 웃었다.

 응, 역시 귀엽다.

 하지만 역시나 연인이 되고 싶다거나 그런 감정은 전혀 들지 않는다.

 나와 히비키는 이런저런 농담과 장난을 주고받았다.

 
 
 CHANGIN' MY WORLD!!
 변해가는 세계에서 빛나라

 CHANGIN' MY WORLD!!
 나의 세계를 나만의 것으로 CHANGE!!

 
휴대폰이 울렸다.

 나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울리는 휴대폰을 껐다. 자기 전에 맞춘 알람이 울린 거였다.

 “이제 일하러 가야겠다.”

 “벌써?”

 “땡땡이 친 만큼은 일 해야 하잖아.”

 “우우……알겠어.”

 마음 같아서는 계속 놀아주고 싶지만 내가 일이 있는 이상 불가능하다.

 벗어서 의자에 걸쳐 둔 정장외투를 입으면서 슬쩍 히비키를 바라보았다.

 히비키는 버림 받은 강아지 마냥 의기소침해 진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끄응, 텐션이 이렇게 낮은 건 좋지 않은데. 비록 오늘 하루 종일 오프지만 이런 텐션은 내일까지 영향을 미친다. 

 어떡하면 좋을까?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내가 소원 들어 준다고 한 거 있었지? 그거 생각은 해봤어?”

 히비키는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은 표정을 지었다. 내가 리츠코에게 프로듀싱을 맡겼다고 통보했을 때 사과의 의미로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던 일 자체를 잊었던 것이리라.

 그러나 곧 내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던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낸 듯 ‘아’하고 입을 벌린다. 

 히비키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에 빠졌다. 

 근근히 “음, 아냐. 이건 너무 소박해.”, “그, 그건 아, 안된다구!”, “흐아아아.” 같은 소리를 내서 나에게 불안감을 심어준다.

 어쨌든 의기소침해 있는 것보다 저렇게 고민하고 있는 게 여러모로 낫다.

 나는 잠을 자느라 눌린 머리를 대충 손보고 난 후 말했다.

 “나중에 결정하면 나한테 문자 보내줘.”

 “보, 본인 집에 와줘!”

 히비키는 다급하게 외쳤다. 

 “히비키 집에?”

 내가 되묻자 히비키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본인 최근에 일 열심히 했다구! 오프인 날에도 레슨 받고, 아이들 밥도 챙겨주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구! 그리고, 그리고 프로듀서 최근에 바빠서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 것 같고! 그리고, 그리고……”

 히비키는 횡설수설했다.

 끈기 있게 들어주고 나서 나는 히비키가 한 말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우리 집에 와서 놀아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겠어.”

 “괜찮은거야?”

 “딱히 문제 될 건 없지. 내가 했던 말도 있고,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하루 종일 있는 건 힘들다? 종일 있으려면 히비키 오프랑 내 휴일이 겹쳐야하는 데 그거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니까.”

 “그, 그럼 본인 집에서 자고 가!”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가? 오늘따라 어리광이 심하네.

 아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변한 것도 나 때문일지도.

 다른 아이돌들을 관리한다고 자신을 다른 프로듀서에게 임시로나마 프로듀싱을 맡긴 것 때문에 ‘나는 쓸모없는 아이인가?’라고 자책할 수도 있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히비키는 활기차고 강한척하지만 실상은 섬세하면서도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이니까.

 히비키는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스로가 너무 이상한 소원을 부탁한 건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쯤이야.”

 “정말? 정말로?”

 “당분간은 일이 많아서 필수적으로 야근을 해야 할 판이라 안 되겠지만 나중에 조금 숨통이 트이면 일정 보고 난 다음에 정확하게 약속 잡자.”

 “정말 괜찮은 거지?”

 소파에 앉아 날 올려다보는 히비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으니까 걱정마.”

 히비키는 안심한 표정으로 헤헤 웃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나도 모르게 내뱉었다.

 “그러니까 나 없다고 외로워서 울면 안 돼?”

 오랜만에 히비키를 봐서 다른 때보다 더 짓궂게 구는 것 같다.

 “우갸아아아앗! 안 울어!”

 다행스럽게 히비키는 기운을 차린 것 같다.

 나는 성을 내는 히비키에게서 손을 때고 잽싸게 사무실을 나서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빌딩 밖으로 뛰쳐나오자 이제는 많이 따뜻해진 공기와 햇살이 나를 반겨준다.

 “자, 힘내자!”

 오늘 하루도 힘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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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라, 내가 여주인공 아니었어? 왜 이리 출연이 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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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의 턴인줄 아셨죠?

유감! 히비키의 턴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점점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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