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유의 홀로 걷는 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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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2, 2013 00:53에 작성됨.


* 심각한 설정 붕괴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아이돌이 망가지는 방향 뿐이 아니라 설정을 잘못아는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한없이 깜깜한 길이 주욱 이어져 있다.
주변 민가들을 둘러봐도 불을 켠 곳은 한 군데도 보이지 않는 늦은 시간.
하늘을 둘러봐도 별 하나, 달 한점 보이지 않는 밤이다.
음력 30일이니 달이 안보이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별까지 자취를 감춰버린 모습은 어떤 의미에서 불길해보이기 까지 하다.

그런 길을 자박자박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워낙 어두워서 분간은 안가지만 머리에 쓸데없이 커다란 검은 리본 머리띠를 하고 있는 갈색 롱헤어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이다.
이런 늦은 밤에 불빛하나 없는 길을 홀로 무방비하게 걸어가는 그녀에 대한 걱정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분명 일반인의 감성으로써 잘못되지 않았을 터이다.

「♪~」

하지만 동시에 한 10초, 아니 눈치만 빠르다면 3초만 이 광경을 실제로 보고 있다면 소름이 끼칠 지도 모르는 광경이기도 하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이 길을 헤매이는 일도 없이 여유롭게 걸어가는 소녀.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주위를 경계하는 일도 없고 그저 그녀는 조용히 길을 갈 뿐이다.
덧붙여, 길에 널려있는 돌멩이를 차는 일도 없다.
덧붙여, 즐비하게 늘어선 민가에서 있을법한 인기척이건 개 짖는 소리건 들리지 않는다.
덧붙여,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길을 한참을 걷고 있지만, 단 한 사람도 마주치지 않는다.
이런 저런 요인들이 합쳐지면 지금 길을 걷고 있는 멀쩡한 한 여학생이 지옥에서 찾아온 사신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그닥 많지 않을 지경이다.
하지만 이 여학생은 명백하게도 사신과는 거리가 멀법한, 유명인이라는 것을 알게된다면 어떤 의미에서 너무 심각한 격차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이름은 사쿠마 마유, 현 "876 프로덕션" 이라는 아이돌 사무소에 소속된 떠오르는 신인 아이돌 중 한명이다.

물론 위에서 말한 사신의 이미지는 대중 앞에서 반짝거리는 아이돌을 하는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 중 하나이다.
사실은 보이지도 않는 길을 헷갈리지 않고 잘 갈 수 있는 것은 조금만 더 생각해본다면 그만큼 익숙한 길이기에 그럴 수 있을 뿐이고
주변 민가에서 인기척이 들리지 않는 것은 모두 잠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그만큼 그녀가 이 동네에 익숙하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고
사람을 마주치지 않는 것은 단순한 우연일련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에게 사신이라는 이미지를 씌우는 것은 터무니없는 모함일 뿐이다.

-역시 일반인의 감성이라면 '아이돌' 사쿠마 마유임을 알게 되는 순간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정확히 10초, 아니, 이 건의 경우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3초도 필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제 아무리 신인 아이돌일지라도 그 정도로 늦은 밤에 혼자 귀가를 시키는 프로덕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익숙한 길이라고 바로 앞도 잘 보이지 않는 길을 경쾌하게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익숙한 사람이 지나간다고 소름끼칠 정도로 '전혀' 짖지 않는 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대목이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지만

결정적으로, 아쉽게도 이 곳은 그녀의 집과는 30km 쯤은 떨어진 다른 장소이다.


「♬~」

그렇게 그녀가 걸어서 도착한 곳은 비교적 외진 언덕 위에 위치한 연립 주택이었다.
딱히 의식하는 듯이 보이진 않지만 어떠한 소리도 내지않으며 계단을 오른다.
어느 방 문 앞에 다다르자 그녀는 철사를 꺼내서 문 고리에 가져갔지만
바로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철사를 집어넣고 문 옆에 약간 금이 가있는 벽에 손가락을 대고 약간 꼬물꼬물 거렸다.
얼마 안 있어, 금간 틈으로 벽이 한움큼이 소리없이 스르르 빠진다.
그 안으로 팔꿈치까지 집어넣은 그녀는 잠깐 무엇인가를 하는 듯 싶더니 잠시 후 만족스럽게 팔을 구멍에서 빼내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문고리를 잡고, 천천히 돌린 후, 잡아당겼다.

-끼이이.....

아까 철사를 꺼내들었던 문은 다음 순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잠그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열렸다.


방 안은 낡아보이는 외관과는 별개로 비교적 넓고 세련되어 있었다.
넓다고 해봐야 고작 17평 남짓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나름대로 분리된 방이 둘이나 있고 거실 겸 주방에 화장실도 있는, 구색을 갖춘 집이었다.
하지만 그 뿐이 아니라, 현관 및 바깥 화장실 근처에는 은은한 풋라이트가 켜져있고 거실에는 마찬가지로 은은한 플로어 스탠드가 서있는, 쓸데없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내부 인테리어였다.

「....... 프로듀서? 제가 왔어요? 전 분명히 말씀 드렸어요? 후후훗.......」

사쿠마 마유는 같은 방에 있는 사람조차도 듣기 힘든 크기로 작게 중얼거리고는 안에 들어섰다.
문을 마찬가지로 소리나지 않게 닫고는 쓸데없는 날파리가 꼬여서는 안되니 잠그기까지.
마치 본인의 집에 온듯이 자연스럽게, 하지만 마찬가지로 거의 소리가 나지 않게 그녀는 두 방 중 안쪽의 닫혀있는 방문 문고리에 철사를 가져다 댔다.

철컥..철컥....철컥.....
잠깐을 철사로 꼼지락거리자 방문은 묘한 소리를 내면서 잠금장치가 풀렸다.
워낙에 마유 그녀가 조용했던 탓에 묘하게 공간에 크게 울리는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기름칠이 잘 되어있는지 문은 문자 그대로 소리 없이 열렸다.

방 안에는 불이 깜깜하게 꺼져있어 거실의 플로어 스탠드에서 들어오는 실낱같은 빛이 아니고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지만
마유는 그런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익숙해진 모습으로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침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손을 조심스레 더듬거려서 자신의 목표를 찾았다.
침대 안에 조용히 잠들어 있는 것은 그녀의 프로듀서.
뒤늦게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보이는 것은 발치에 퍼질러진 맥주캔이었다.
프로듀서의 옆에 충전상태로 놓여있는 노트북으로 추정해보건데 아마도 밤늦게까지 자료를 검토하거나 영화를 보면서 맥주를 홀짝인 것이겠지.
하지만 맥주캔 옆에 팽개쳐진 자료 까지 생각해보면 아마도 전자일 확률이 높다-
까지 생각을 마친 그녀는 조용히 자고있는 그녀의 프로듀서의 귓가에 입술을 잠시 가져다댔다.
그렇게 귓가를, 볼을, 닫힌 눈 위에, 마지막으로 입술에 차례차례 입을 맞춰갔다.

「우후훗... 프로듀서도. 마유를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일해주시다니.
그러다간 몸이 망가져버린다구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하지만 무엇인가 촛점이 맞지 않아 기괴한 느낌을 주는 눈으로 프로듀서를 내려다본다.
「아, 물론 프로듀서가 아무리 망가지더라도 마유가 책임져 줄거니까요?
후후후...... 제 사랑은 그렇게 무르지 않답니다?」
잠시 변명하듯이, 하지만 여전히 시선과 손에 무거운 사랑을 담아 프로듀서를 즐기던 그녀는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났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들었다.
그렇게 그녀가 꺼낸 것은 가위와 작은 지퍼백.
그것들을 꺼내들고 마유는 프로듀서를 향해 천천히 가져갔다.
싹둑-
그녀는 프로듀서의 머리카락을 아주 약간 잘라서 주머니에 있던 지퍼백에 집어 넣었다.
「그러니까, 이 정도는 프로듀서도 이해해주세요. 네?
이건 언제나 당신만을 바라보는 마유를 위한 작은 포상이니까요!」
여기까지, 굉장히 작은 목소리로, 프로듀서의 귓가에 속삭이듯이 말한 그녀는 조용히 일어섰다.

순간, 안타깝게 프로듀서의 손가락을 바라보던 그녀는 마치 약속이라도 있었던 양 방문을 닫고 조용히 나갔다.
물론, 잠그는 것도 잊지 않은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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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이마스넷 가입한지 3일째인 미지입니다.

갑자기 망상 익스프레스를 들었더니 필을 받고 써본 글입니다.

주의 표시는 했지만 가능하면 훈훈 달달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하니 부디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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