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카가 부쩍 자주 넘어진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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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4, 2013 01:12에 작성됨.

이 글은 하루카의 투병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하루카의 치료비는 미나세 재단 산하의 의료 부문에서 제공하고, 그 댓가로 신 치료법들을 한발 앞서 시험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녀에게는 다행스런 일이지만, 그만큼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라는 뜻도 되기에 기뻐할 수만은 없다.

아이돌 아마미 하루카의 프로듀서였던 나는 확신한다. 하루카는 반드시 나을 수 있다. 그녀는 아직 어리니까, 완치까지 몇 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아이돌로 다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를 톱 아이돌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니까…….

나는 현재 일을 거의 그만두고 그녀의 간병을 하고 있다. 모아둔 저금도 있고, 사장님도 하루카가 나아지면 언제든지 돌아와도 좋다고 말씀하셨으니 당분간은 문제 없을 것이다.

언젠가 하루카가 완치되어서,
다시 아이돌로 복귀해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그 날이 왔을 때 펼쳐서
이런 일도 있었구나, 
용케도 버텨냈구나, 하고 웃으며 추억으로 삼을 수 있도록.
그것이 내가 노트에 기록을 남기는 이유이다.

#1. 입원 첫 주 기록

하루카의 상태는 좋지 않다. 근육에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한다.
젓가락질은커녕 숟가락질과 같은 세밀한 동작은 어렵다.
혼자서 식사를 시키면 거의 절반은 흘려버린다.
결국 내가 반찬과 밥을 떠서 숟가락에 올려주면 그녀가 먹는 형태가 되었다.
지켜보는 내가 이렇게 힘든데, 하루카의 마음은 어떨까.
하지만 하루카는 내가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으면 금새 알아차리고 웃으며 나한테 기운을 주려고 한다. 새삼스럽지만 정말 착한 아이다. 

나 때문에 아픈 하루카가 오히려 마음을 쓰게 하다니, 난 못난 놈이다.
마음을 굳게 먹어야겠다.

#2. OO년 OO월 OO일
물리 치료 겸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던 하루카가 갑자기 주저앉으며 쓰러졌다. 다행이 바로 옆에 내가 있어서 다치지는 않았다. 다리에서 갑자기 힘이 빠졌다고 한다. 물리치료실에서는 러닝머신 위를 걷고 있다. 뛴다기보다는 보통 사람이 걷는 것보다도 느린 속도이다. 그 속도에서도 다섯 번이나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3. OO년 OO월 OO일
혹시나 해서 파킨슨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도파민을 주사해 보기로 했다. 의사는 그녀의 병에는 크게 효과가 없으니 크게 기대하지는 말라고 했다. 적어도 하루카의 기분은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카메라를 통해 걷는 자세를 분석해 보니 지난 주보다 4도 정도 더 기울었다. 좋지 않은 징조라고 한다.

#5.  OO년 OO월 OO일
지금까지 투여한 어떤 약물도 그녀에게는 효과가 없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한심해서 자고 있는 하루카의 옆에서 울고 말았다. 하루카는 이제 거의 걷지 못한다. 미나세 재단에서 보낸 의사는 그래도 물리치료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수영장에서 걷기 치료를 하자고 제안했다. 

#9. OO년 OO월 OO일
하루카가 아무데서나 잘 넘어진다. 정말 위험할 뻔한 적도 더러 있었다. 팔다리에는 멍이 가득하다. 이제는 화장실에 갈 때도 같이 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눈을 감고 그녀로부터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병실로 돌아오는 동안, 지금까지 한번도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던 하루카가 울고 있었다. 나도 병실 밖에서 울었다.여성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을 고려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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