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기억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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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3, 2013 01:53에 작성됨.

오늘은 토요일 그가 우리의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어제는 밤늦게까지 온 집안을 쓸고 닦고 번쩍 빛이 날만큼 청소를 하고 P가 좋아하는 요리를 잔뜩 만들었다.

토요일 오전 9시 그가 어김없이 우리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하루카「네에~~」


벌컥


P「다녀왔어 여보」

하루카「에헷~ 다녀오셨어요 당신~」

P「응 자 이거 변변치 않은 거지만...」

하루카「와~ 고마워요. 이건....일본 명주...히비키?」

P「으...응..요즘에 당신이 술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일본위스키라구...」

하루카「.....미안해요...요즘 당신의 콜렉션을 마음대로 비워버리고...」

P「아니야 아니야. 뭐 그냥 술 모으는건 시덥지 않은 취미같은 거고. 나 사실 별로 술을 좋아하지 않잖아? 술은 누군가 마셔주는게 그 술을 만든 장인들에게도 좋겠지. 신경쓸 필요없어. 술이야 또 사오면 그만이고.」

하루카「네....고마워요...」



P「그건 그렇고 맛있는 냄새가 나네? 여전히 열심이구나. 하루카는」

하루카「에헷~ P가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잘 몰라서 당신이 좋아하는 양식 중식 일식 한식까지 만들어봤어요~」

P「어이어이 이러다 나 완전 돼지가 된다고 하하핫~ 허리가 벌써 32라고 32! 하루카의 음식을 계속 먹다가는 허리가 72가 되버리겠어~」











치하야「큿...」









하루카「미안해요...그러면 무리해서 드시지 않아도...」

P「무슨 소리야~ 한식요리까지 마스터하다니. 대단해 하루카. 너무 맛있어서 다 먹을 때까지 멈출 수 없다구?」

하루카「헤헤...남긴 건 점심 때라도 드실 수 있으니까 천천히 드세요~」

P「오키도키~」



와구와구냠냠 우걱우걱








P와 함께 있는 시간은 너무나 행복하고 즐겁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시간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걸까?

함께 TV를 보고....아 또 망할 년들이 예능프로에 나왔네. 헤헷 난 결혼돌이라 활동도 못하고 그저 집에서 가정주부를 하고 있는데...잘도 왕성하게 활동하는구나.

채널을 어디로 돌려도 망할 비치들이 TV에 비친다. 예능프로, 드라마, 광고, 음악프로.....765아이돌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P는 그런 그녀들을 보고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그래...나는 그저 P가 이렇게 웃을 수 있다면....그걸로 좋다고 생각했다. 그의 행복이 나의 행복...그녀들의 행복하다면 그도 행복하니까....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죄여와도

마음이 부서질 것처럼 무너져도

영혼이 사라질 것처럼 괴로워도



그가 좋다면 나도 좋다.

그녀들이 좋다면 그도 좋다.

그녀들이 좋다면 나도 좋.....

을리가 없잖아....



나는 P의 아내.....아무리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을 속여봐도.....납득이 갈리가 없었다.

그녀들 보다 더 P에게 사랑 받고...아니 P에게 유일하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건 나다.

이대로 좋을 리가 없다. 내가 계속 이런 상황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 나는 밉다. 나의 소중한 동료들이...

내가 그녀들이었다면....나는....그녀들과 똑같이 행동했을까....


나는 저녁 설거지를 끝마치고 P에게 당당하게 아내로서의 권리를 요구하기로 했다. 다른 건 몰라도....다른 모든 것은 양보해도...이것만은...내가 요구할 수 있는거니까....



하루카「저기....당신? 있잖아요...」

P「응? 무슨 일이야?」

하루카「저기....제 입으로 말하기 좀 그런데요...」

P「왜 그래? 뭐가 말이야?」

하루카「....그 저녁에.....할 때...」

P「응? 뭘 한다고?」

하루카「하유...저...저녁에 그걸 할때 말이예요~」

P「그게 뭐야? 귀파기?」

하루카「아우....그...그러니까...」

P「ㅋㅋㅋ 알아 알어. 그래 우리가 신혼합제 할때~ ㅋㅋㅋ」

하루카「히잉...부...부끄러워요...당신도 참..」

P「당당하게 말하라궄ㅋㅋㅋ 당신이 너무 부끄러워하니까 이렇게 내가 장난치게 된다구~ ㅋㅋㅋ 그래 그래 뭐 하고 싶은 체위나 원하는 플레이가 있는거야?」

하루카「?!!!!! 그!! 그런게 아니고욧!!!!!」

P「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



P는 짓궂다...하지만...그가 나를 사랑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내가 말하면 그도 알아주겠지...나의 마음을...나를 사랑하고 나를 이해하고 있다면 그는 분명히...

P의 아이가 갖고 싶다.

아무리 그가 다른 애인이 있다고 해도...나라는 아내 이외에 11명의 러버가 있다고 해도..

그의 아내는 나이다. 그의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사람은 분명 나 혼자이다. 그것만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으니까...



하루카「.....그...CD는 언제까지 사용할 거예요? ......」

P「음? CD? 뭐 주부돌 데뷔 음반이라도 준비중인건가요?」

하루카「아우우우우~!!!!」

P「하하핫 미안미안 농담은 여기까지 할게~」

하루카「정말....여자 입에서 자꾸 부끄러운 말을 하게 할거예요? 하여간 프로듀서는...」

P「알았어~ 알았어~ 하루카는 꼭 화가 나면 나를 프로듀서라고 부르더라? 하하하~ 그래 콘돔이 뭐?」

하루카「......언제까지...사용하실 생각인가요...저희도 슬슬 결혼할지 반년이 지났는데....슬슬...콘....CD없이...」

P「아.....그렇구나...그래...슬슬...그거 없이 해도 괜찮을 때인지도 모르겠네.」

하루카「여...여보...당신....알아주시는 건가요? 제 마음을...제가 뭘 원하는지...?」

P「그래.....미안...그동안 내가 너무 무관심했었지? 내가 좀 더 일찍 눈치챘어야 했는데...미안해 하루카. 니 입으로 꺼내게 해서..」

하루카「P......그러면 정말...피임하지 않..」

P「피임약을 먹겠다는거지?」

하루카「.......네?」

P「그래 그래 슬슬 하루카도 생으로 하는 것이 어떤건지 궁금하겠지. 당연한거야.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사실 다른 애들도 다 피임약을 먹으면서 생으로 한다고~ 여자 쪽에서 피임약을 먹어주면 나도 편하다고~ 또 여러가지 제약도 없어지고 말이야. 하하하하~」

하루카「......저...저는 그게...그게 아니라...당신의 아이...」

P「다른 아이돌들도 다 그러는데 하루카한테만 그러는건 안되지. 모두에게는 언제나 공평해야 하니까~ 그래 내일 약을 처방 받으러 가자. 그러면 다음 주부터라도 할 수 있어~ 아 그래도 내일까지는 껴야해? 아이라도 생기면 큰일이잖아? 만에 하나라도 니가 임신이라도 해봐. 다른 애들도 전원임신공격한다구~ 매우 곤란해진다고 하하하하하하하~」




하루카「그건....곤란한 일인가요?」

P「곤란하고 말고 난 아직 팔팔한 30대 초반이라고 아이 아빠가 되기엔 이르잖아? 하루카도 아직 젊은데 좀더 신혼생활을 즐겨야지?」

하루카「신혼생활을....즐겨? .....프로듀서는....지금 이 생활이 즐거운가요?」

P「하...하루카? 왜그래? 안색이 안 좋...」

하루카「헤헷...아..아니예요. 저도 즐거워요. P가 즐겁다면 저도 즐겁죠. 행복해요. 당연한거죠. 저는 P를 이해하니까...」

P「그...그래....그럼 내일 같이 병원에 가는거지?」

하루카「........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그의 행복은 나의 행복

그의 불행은 나의 불행

...나는 그를 이해한다.




하지만

그는 나를 이해하고 있지 않다.

전혀 나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나를 이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의 행복은 그의 행복....

그러나 나의 불행은......

그의 불행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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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깨우치게 된 하루카!!

그녀는 각성할 것인가?

빼앗긴 굴욕은 반격의 효시인가?!!

하핫?

여담이지만 일본식 위스키인 히비키는 맛있습니다. 예전에 아버지가 일본출장을 나갔다가 얻어오셨는데.....너무 맛있어서 혼자 홀짝홀짝 마시다가 일주일 만에 다마셨다는...슬픈 전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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