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카가 부쩍 자주 넘어진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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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6, 2013 00:29에 작성됨.


하루카 팔의 경련은 병원에 도착해서 주사를 맞자 진정되었지만, 자세한 검사를 위해서 일단 MRI 촬영을 하기로 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하루카를 손을 흔들며 촬영실로 떠나보낸 프로듀서는 일단 담당의를 찾아갔다. ……그, 제가 아마미 하루카 양의 대리인입니다. 가족이신가요? 아니요, 그녀의 담당 프로듀서입니다. 갑작스럽게 부분적인 경련과 운동장애라니, 흔치 않은 일입니다. 뭔가 징조 같은 것은 없었습니까? 징조라고요? 그렇습니다. 요즘 들어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다던지 하는 것들 말입니다. 제가 환자의 얼굴을 보니 얼굴을 다쳤더군요.사소한 것이라도 괜찮으니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고 보니 요즘 이상한 점이 있긴 했습니다. 그 코의 상처 말입니다만, 넘어져서 팔을 땅에 짚고 일어서다가 다시 쓰러지면서 다친 겁니다. 심상치 않군요. 보통 얼굴을 가리던지 팔을 땅에 짚던지 하게 마련입니다. 그 외에는 없습니까?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군요. 평소에 함께 있었던 동료들에게 문자로 물어보겠습니다. 「하루카가 요즘 들어서 이상하거나 한 적은 없었니?」「지난 번에 댄스 레슨 때에, 자꾸 한 박자씩 늦었는걸. ……저기, 하루카는 어때? 괜찮을까?」「노래를 부를 때 음정이 맞지 않았어요. 어딘지 몸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것 같았고요.」「음→ 아미 앞에서 성대하게 넘어졌는걸? 하루카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에? 마미가 그러는데, 팔다리에 멍이 들어 있었대. 별일이네」……이럴 수가, 저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어요. 프로듀서라는 사람이! …… 증상을 들어 보니 좋지 않은 예감이 들기는 하는군요. 갑작스런 음정 이상, 젓가락질을 할 수 없었다는 점, 춤추면서 박자를 맞출 수 없거나 자주 넘어지는 것은 근육의 미세조정능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근위축증 같은 병의 영향일 수도 있습니다. 근위축증이요? 일반인에게는 루게릭 병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겠군요. 그. 그런! 진정하세요. 아직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시적 영양 부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고, 이 같은 증상을 보이는 병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MRI 결과로도 구분할 수 없다면 그 때는 다른 검사를 해야 할 겁니다. 치료 방침 또한 그 이후에 정해야겠지요. 희망을 버리지 마십시오.


그런가, 아마미 군은 당분간 복귀하기 어렵다고……. 네, 사장님.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진행이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하더군요. 아직 병명은 확정되지 않은 건가? 근위축증은 아니라고? 예, 다만 아직도 파킨슨 병이나 그와 비슷한 다른 질병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해서, 일단 당분간은 운동능력 회복을 위해서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하면서 계속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미나세 가에서 운동장애 전문의가 운영하는 클리닉을 소개해 주어서 그 쪽으로 병원을 옮기게 됐습니다. 자네는 그녀의 곁을 지켜 주게나. 지금 가장 불안하고 괴로운 것은 그녀 자신이겠지. 예,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많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그, 처음 말했던 영양부족의 가능성은? 부정되었습니다. 근육이 움직이는 데 필요한 각종 영양소가 혼합된 주사를 맞았지만 잠시 호전되었다가 곧 효과가 사라졌습니다. 그래…… 알겠네. 회사에서도 그녀의 치료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할테니 필요한 게 있으면 전화 주게. 아마미 군의 부모님께는 회사에서 알리도록 하겠네. 자네의 일은 오토나시 양과 아키즈키 군, 그리고 내가 나눠서 처리할 테니 걱정할 필요 없다네. 네, 사장님. 감사합니다. 프로듀서는 전화를 끊고 병실로 들어가 침대 앞에 앉았다. 하루카의 얼굴은 지난 며칠 사이에 상당히 수척해져 있었다. 하루 종일 물리치료실에서 운동하고, 각종 검사를 받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프로듀서는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것을 느끼며 잠든 하루카의 손을 꼭 잡았다. 하루카, 걱정하지 마. 분명히 나을 수 있을 거야. 요즘 현대 의학이라면……. 새근거리며 자던 하루카는 마치 프로듀서의 말을 들은 것처럼 빙긋 웃었다. 프로듀서는 하루카의 몸을 바르게 세워주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밤이 깊어가지만 프로듀서는 불안감에 잠들지 못하고 소파 위에서 뒤척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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