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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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3, 2013 20:29에 작성됨.

새벽부터 새침하게 흐린 것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오지 않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이었다.

이날이야말로 765 시장 한켠에서 숙주나물을 파는 야요이에게는

오래간만에 닥친 운수 좋은 날이였다. 아침상에 올린 반찬을 찾으신다는

하루각하 마님을 첫 손님으로 시작해서 제법 팔아주는 손님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긴 파란 머리를 한 여자 손님이 큿큿거리면서 전부 팔아주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운수가 아주 좋다.





그의 남편 P가 백수로 지낸지는 벌써 일 년이 넘었다. 원래는 어느 사무소에서

일을 했었다고는 했지만 야요이와 결혼한 이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알아본다면서

집에 눌러앉았다. 지난번에도 야요이가 오랜만에 돈을 얻어서 고기반찬을 차려주었더니

본인 입은 입이고 야요이의 입은 X꼬라는 사상이 있는지 야요이에게는 먹어보라는

말 한 마디도 없이 아구아구 잘도 먹어대기만 했다. 물론 야요이는....

"에헤헤. P씨 많이 드세요."

말 한 마디 없이 맨날 먹는 맨밥과 숙주나물로 때웠다.





P는 그러고도 먹는 데는 물리지 않았다. 사나흘 전부터 스타드링크

국물이 마시고 싶다고 야요이를 졸랐다.

"우우 죄송해요오... 스타드링크는 너무 비싸서..."

라고 거절했지만, 못 사주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이제 스타드링크를 사다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늘은 오랜만에 고기반찬이다.

지갑에 들어있는 돈을 바라보는 야요이의 마음은 흐뭇하였다.

그러나 야요이의 행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짐을 한참 정리하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거기!!!"라고 불렀다.

"네...네?"

"거기 배빵 한 방에 얼마요?"

라고 말했다. 옆에서 배빵 장사를 하는 사치코 양이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에

그녀의 간판을 보고 손님이 야요이에게 값을 묻는 것이었다.

"저...저기...지금 화장실에...."

"아니. 나는 그쪽을 지명했는데 왜 다른 사람을 찾으시오?"

"우....우우...."

그녀는 순간 갈등했다. 화장실은 여기서 멀다. 사치코 양은 금방 갔다.

휴지를 가져간 것으로 보아 오래 걸린다. 게다가 손님의 지갑은 두껍다.

"ㅂ....배빵 한 번에 만오천엔입니다!!!"

이 말이 저도 모르게 야요이의 입에서 나와버렸다.

그녀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금액을 불러버린 야요이도 순간 멍해졌다.

만오천엔!! 야요이가 숙주나물을 하루종일 판 돈보다 오히려 갑절이 많다.

"만오천엔은 너무 과한데....."

이런 말을 하면서 손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웃우!! 아닙니다!! ㅈ...죄송합니다...사실은..."

"그러면 달라는 대로 줄 터이니 대신 옷을 올려요."

관대한 손님은 그런 말을 하고 겉옷을 휘휘 벗는다. 잘 발달된 근육이다.

"우...우우....커헉!!!!!!!!!!"

야요이가 옷을 올려 맨살을 노출하자마자 손님의 엄청난 주먹이 야요이의

배를 파고든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야요이는 그 데미지를 그대로 흡수했다.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는 와중에도 손님의 지갑이 열리더니 정말로 만오천엔을

정말로 제 손에 쥐여지는 것을 보고 배빵 장사를 하는 사치코의 입장에서도

사실 못 받을 손님이라는 것도 다 잊어버리고는.

"ㅇ...웃우!! 안녕히 가세요!!!"

라고 깍듯하게 인사하는 야요이였다.






야요이는 아직도 배가 아픈 와중에도 스타드링크를 사서 집으로 들어왔다.

"저기....P씨....저 다녀왔습니다!!!"

야요이는 방문을 왈칵 열었다. 깜깜한 방. 그리고 이불 덩어리 하나.

"웃우!!!  P씨!! 그만 자고 일어나세요!!!"

그렇게 더듬은 야요이의 손에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야요이는 순간 불안함을 느꼈다.






"P....P씨 안 돼요!!!!! 우우!!!! 스...스타드링크를 사 왔는데!!!

스타드링크를 사 왔는데 왜 드시질 못하시나요!!!!!! 으아아아아앙!!!!"

눈물을 흘리면서 이불을 확 젖히는 야요이의 눈에는......





"아핫~ 야요이씨 안녕인거야~"

"와...왔어? 일찍 왔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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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죽지 않았으니까 해피엔딩이에요 웃우!!!

원작은 새드지만 저는 해피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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