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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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1, 2013 23:49에 작성됨.

드디어 치하야쨩이 노래했다.
치하야쨩 특유의 가성이 스테이지를 가득 채우자, 나와 다른 동료들의 입에서 작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때 내 머리 속에서는 이미 지금이 정례라이브 도중이라는 사실 따윈 새하얗게 날아가 버렸으니까. 아마 다들 그랬을 것이다.
치하야쨩은 지금까지 꾹 막혀있었던 무언가를 터뜨리기라도 하듯, 그토록 열망하던 것을 찾아내어 꼭 끌어안은 것처럼 노래하고 있었다.

노래가 끝난 후, 치하야Wid의 눈에서는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다. 시야가 뿌옇게 변해버린 것을 보니 아마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자리에 모인 많은 팬 분들도 치하야의 복귀를 축하하는 환호를 보내주셨다.

“치하야 씨!!”

라이브가 끝난 스테이지 뒤,
미키가 벼락같이 치하야쨩에게 달려들어 안겼다.

“정말 다행인 거야! 치하야 씨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있어. 치하야 씨가 웃는 모습, 다시 볼 수 있어….”

미키는 예전부터 치하야쨩을 존경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왔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의 미키는 무언가 진지하게 하는 것을 상당히 귀찮아했고, 그런 점을 자기 자신도 인지하고 있는지 노래에 대해 항상 진지하게 임하는 치하야를 동경해왔었다.

“나 참, 결국 이렇게 부활할 거면서 왜 걱정을 끼치는 거야?”

이오리는 항상 그래왔듯이 퉁명스럽게 한 마디 내뱉었지만, 눈이 빨갛게 변한 것은 숨길 수 없었다.
얘는 항상 그래. 다른 사람의 일에 무관심한 척, 흥미 없는 척을 하면서도 사실은 누구보다 속이 깊고 남을 생각해주는 아이다. 이 말을 대놓고 하면 또 얼굴을 빨갛게 하고서는 웃기지 말라고 하겠지만.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우리 765프로 동료들의 얼굴을 차례차례 바라보았다. 그 뒤에서 안경을 벗고 눈가를 닦는 리츠코 씨와 조용히 미소짓고 있는 프로듀서 씨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제야 미키의 품에서 벗어난 치하야쨩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자, 치하야쨩의 시선도 천천히 나에게 향했다.

“치하야쨩….”

여기서는 울면 안 된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이건 당연한 일인걸.
치하야쨩이 돌아올 것도, 다시 노래할 수 있다는 것도, 난 믿고 있었는걸.
그러니까, 여기선 울면 안 돼. 치하야쨩을 위해 웃어줘야….

“치, 치하야쨩….”

어라? 안 돼. 나 또 눈물이….

“하루카.”

“으, 응!”

“고마워, 정말, 정말 고마워. 하루카 덕분에 용기를 얻었어. 하루카 덕분에, 주저앉아있던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었어.”

“치하야쨩….”

뭔가 이것저것 이야기해주고 싶은 게 많은데, 나는 바보같이 치하야쨩의 이름만 반복해서 부를 수밖에 없었다.

“모두들, 정말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지금의 나는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

“그거면 충분해, 치하야. 잘 돌아왔다.”

프로듀서 씨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아마 나처럼, 우리들처럼, 복받치는 무언가를 억지로 참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프로듀서 씨는 대단하네, 난 전혀 참을 수 없었는데.

“자, 그럼 돌아갈까! 오토나시 씨와 사장님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모두 치하야쨩을 둘러싸고 대기실로 이동했다. 나는 그 뒤에서 치하야쨩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걸었다. 그때의 나는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치하야쨩은 지금까지 그 동안 못했던 레슨을 한꺼번에 소화하기라도 할 듯 무서운 기세로 노래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실력에, 남을 칭찬하는데 인색한 이오리나 아이돌로서의 실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히비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치하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오늘도 역시 보컬레슨 시간을 완전히 자신의 콘서트장으로 만들어버린 치하야쨩을 보며, 함께 레슨을 받던 마코토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함께 레슨을 받는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조금 걱정되기도 해.”

“저러다 또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어버리면….”

그 옆에 있던 유키호 역시 불안한 눈으로 치하야쨩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나 역시 그런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치하야라면 어쩐지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치하야쨩의 표정이 예전과 달랐으니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치하야쨩은 무엇에 쫓기듯이 노래하고 있었다. 분명히 좋아하는 노래를 하면서도, 그 표정에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치하야쨩은 확실히 다르다. 지금의 치하야쨩이 노래할 때는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할 때의 표정을 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노래를 하지 않을 때도 예전보다 조금 더 유해졌다고 해야 할지,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건 오랫동안 치하야쨩을 봐온 나  뿐만 아니라 자칭 765프로에서 가장 눈치가 빠르다는 아미와 마미도 나에게 말해온 바이니 확실하다.
그날 이후로, 치하야쨩은 확실히 변해가고 있었다. 그것도 좋은 방향으로.

“수고했어, 치하야쨩. 여기 물.”

“아. 고마워, 하루카.”

노래가 끝나고, 내가 건네준 물을 받는 치하야쨩의 표정은 확실히 예전과 달랐다.
지금까지 어깨 위에 얹혀있었던 무거운 짐을 덜어냈다는 것이, 표정과 말투와 행동에서 느껴져왔다.

“치하야쨩.”

“응.”

“괜찮아?”

“응? 무슨 뜻이야?”

“다들 걱정하고 있어, 치하야쨩이 너무 무리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해줘서 고맙지만 괜찮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어딘가 몹시 들떠서, 지금이라면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니까.”

“날아가? 어디로?”

“글쎄. 아마 내가 바라보고 있는 곳이 아닐까.”

그러고 보면 치하야쨩은 항상 세계를 목표로 한다고 말해왔었지.
나는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같은 곳에서 파랑새를 부르는 치하야쨩을 막연하게 상상했다.
…상상이 잘 가지 않는데.

“나, 나는 잘 모르겠어. 치하야쨩이 해외로 나가 노래를 하고, 음…. 그럼 나도 같이 갈 수 있을까?”

이번엔 역시 오페라하우스에서 태양의 젤러시를 부르는 나를 상상해 보았다. 아니, 해보려 했다.
전혀 틀렸다.

“어, 어쩌지. 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

“후훗. 하루카도, 물론 나 역시 아직은 무리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하루카도 그런 멋진 곳에서 노래할 수 있다고 생각해.”

“치하야쨩이야 모두가 인정하는 가희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하루카도 할 수 있어.”

“그, 그럴까….”

“응.”

나를 보며 말하는 치하야쨩의 눈은 올곧았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세계무대가 비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을 보며 문득, 나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치하야쨩. 가끔, 치하야쨩의 보폭은 내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넓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내가 가끔씩 옆을 바라볼 때, 너는 항상 앞을 바라보며 걷고 있어. 그러니 자연스럽게 너와 나의 거리는 벌어지게 되겠지.
그래, 가끔은 거침없이 앞만 바라보며 걸어가는 치하야쨩이 부럽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격차를 좁힐 수 있을까 고민해보기도 해. 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치하야쨩이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릴까봐, 그게 가장 걱정돼.

그 많은 말들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나는 쥐어짜듯 간신히 치하야쨩에게 말했다.

“나, 난 그저 앞으로도 지금같이 모두와 함께 노래할 수 있으면, 그거면 충분해.”

그러자, 치하야쨩은 다시금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응, 하루카라면 그렇게 말할 것 같았어. 그래서 고마워, 하루카.”

“고맙…다니?”

“내가 항상 앞을 보며 걸어갈 때, 하루카는 옆을 바라봐주니까.”

“에?”

치하야쨩, 내 마음을 읽었나?

“나는 항상 앞을 보며 걸어, 그래서 다른 사람을 바라볼 수가 없어. 하지만 하루카는 옆을 바라봐주니까, 다른 사람들이, 그리고 내가, 힘들고 지칠 때 항상 하루카가 먼저 손을 내밀어주니까, 그것으로 나는 힘을 얻을 수 있어. 그제야 비로소 나는 보폭을 조금 더 크게 해나갈 수 있어.”

“치하야쨩….”

“내가 다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도, 여기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하루카 덕분이야. 하루카가 있기 때문에 나는 765프로에 들어와서 다행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

웃고 싶었는데 또 눈물이 먼저 흘러내렸다.

“아, 아니. 난 그냥…. 아무 것도….”

나의 채 말이 되지 않는 단어의 나열에도 치하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거면 충분해. 항상 나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준 것만으로도 나에겐 큰 힘이 됐으니까.”

“…….”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하루카.”

“으, 응! 나, 전력을 다해 치하야쨩의 힘이 될게!”

“그럴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해. 하루카도 하루카의 일이 있으니까.”

“그래도 괜찮아. 치하야쨩의 웃는 얼굴을 계속해서 볼 수 있다면, 나는 그걸로 괜찮아.”

그제야 웃음이 나왔다.
힘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치하야쨩의 힘이 될 수 있다면, 치하야쨩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을 수만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치하야쨩의 진심을 알고 난 뒤에 생각했다.

나는 아이돌.
때로는 지치고 힘들 때도 있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어.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의 쉴 곳이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난 언제든지 힘낼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제부터 너를 위해 노래할게.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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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마 재개하기 전에 손풀기식으로 짧게 하루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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