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의 작은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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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3, 2013 23:50에 작성됨.

"수고하셨습니다!!!!" X12

"그래. 다들 수고했고 내일 늦지 마!!!"

"수고했어."

오늘은 금요일. 765프로의 아이돌들은 프로듀서인 P와 리츠코에게 인사를 했다.

금요일은 765프로의 합동 트레이닝이 있는 날이다.

이미 본 궤도에 올라 정점을 노리는, 이제는 일을 고르는 입장이 된 아이돌들이지만

엄연히 트레이닝이 필요한 날이기에 어지간한 큰 스케줄이 아니면 무조건

트레이닝에 참가해야 한다. 높아진 수준만큼 트레이닝 강도도 빡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765프로의 아이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날이기도 했다.





"...................."

모두 돌아간 것을 확인한 P가 조용히 트레이닝장의 문을 닫았다.

트레이닝장은 작은 소극장 규모의 무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단순히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하는 트레이닝은 의미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P의 생각이었다. 따라서 트레이닝이라고 해도 의상을 제대로 갖추고

힐을 신은 채로 관객 앞에서 제대로 한다. 관객은 P와 리츠코, 코토리가
 
전부지만 어떤 관객들보다 더욱 무서운 존재다. 평소에는 다정한 훈남인

P였지만 노래에서는 리츠코보다 더 위에 있는 완벽주의자다. 노래로는 기성가수

못지 않는다는 평가를 듣는 치하야조차 노래중에 울린 경력이 있다면 믿겠는가.

리츠코는 귀신중사라는 별명답게 아이돌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매의 눈으로

관찰한다. 단순히 혼자 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옆 사람이 실수했을때조차

댄스의 일환으로 커버를 할 수 있는 경지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둘에 비하면 코토리는 그냥 꺄꺄거리는 관객 수준이지만 그녀도 엄연히

전직 아이돌. 비주얼적인 부분을 체크하면서 동시에 P나 리츠코가 잡아내지

못한 것들을 귀신같이 잡아낸다. 사실 진짜 귀신중사는 리츠코가 아니라

코토리가 아닐까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끔. 그리고 굉장히 얄밉다.

[아아. 괜찮네. 다음으로 넘어가자.]라고 P가 말하면 [잠깐만요 P씨~]로 시작해서

이것저것 말하는데 가끔 너무 힘들때는 쏴버리고 싶은 욕망도 드는 것이다.

어쨌든 보컬 P, 댄스 리츠코, 비주얼(and 깝죽) 코토리. 

이 [765프로 명물 지옥의 3대장]은 소속 아이돌들을 어떠한 까다로운 심사위원 앞에

세워놔도, 그들에게 무슨 말을 들어도 방긋방긋 웃을 수 있도록 제련시켜놓았다.

그 정도의 매도는 이미 3대장들에게 다 들었던 패턴이니까.







각설하고 P는 무대의 음향장치를 이것저것 만지면서 세팅한다.

그래봐야 무대 한쪽에 있는 반주용 피아노와 마이크가 전부지만.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P 자신의 단순한 취미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마침 장소가 있기에 언젠가부터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어느 사이에.....





"허...허니가 노래하는거 가까히서 들을거야아...."

"미키!! 안 돼!! 가까히 갔다가 들키면 다시는 못 듣게 된다고!!"

"우우... 리츠코...씨 치사한거야."

"자자!! 과자에요 과자!!!"

"차....차드세요오..."

"아라. 얼른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우훗."

"귀하의 노래는 사람을 움직이는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웃우!! 프로듀서 씨 노래 좋습니다예요!!"

"뭐...이 이오리 짱을 가르치려면 그 정도는 돼야겠지만."

"응훗후~ 야한 노래 부르는 건 아니겠지?"

".............불렀으면 좋을수도."

"왕자님이 노래를.........헤헷 야리~"

".......................어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자자. 이제 조용히 하렴. 카메라 돌아가는 중이니까피요." ●REC





카메라가 세팅되고 관객이 없는(사실은 있는) P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장미꽃 한 송이 그대의 옷깃에 꽂아 주면~"
 
첫 소절은 나긋나긋하게. 작게 말하는것 같은 느낌이지만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아이돌들의 귀에 확실하게 꽂힌다.

"너무나 어울려 눈이 부셔 똑바로 쳐다볼수 없어~"

유려한 피아노 사운드와 함께 달콤하게 부르는 두번째 소절.

이미 금발의 아이돌 하나는 리타이어 직전이다.

"장미꽃 한 송이 살며시 손으로 만져보면 너무나 따가워~눈이 부신 장미는

그대 모습인가~ 멀리에서 보면 다정하지만~ 다가서면 외롭게 해~

아쉬움만 주고 뒤돌아서서어어~ 나를 다시 유혹해~에에에에~~~"

평범하게 전개하는 듯싶다가 어느 사이에 부드럽고 시원하게 뽑아올린다.
 
그리고 약간의 휴지. 관객들은 긴장해서 침도 삼키지 못한다.

"오늘도 그 향기로 머물다 떠나가는~ 그대 모습은 장미이이..."

그리고 느릿느릿 소울풀하게 전개되던 피아노 사운드가 일순간 반전을 맞는다.

똑같은 가사였지만 느릿느릿한 소울은 어느사이에 저절로 춤추게 만드는

가볍고 경쾌한 스윙재즈 사운드로 바뀌어 있었다.

"장미꽃 한 송이~ 그대의 옷깃에 꽂아 주면~ 너무나 어울려~
 
눈이 부셔 똑바로 쳐다볼수 없어~워우예~ 멀리에서 보면 다정하지만

다가서면 외롭게 해~ 아쉬움만 주고 뒤돌아서서 나를 다시 유혹해 오~

오늘도 그 향기로 머물다 떠나가는 그대 모습은 장미이~ 워어~"

그리고 이어지는 높지만 날카롭지 않고 부드러운 달콤한 스캣.

"그대 모습은 장미~ 그대 모습은 장미!!"


"............................" X13
 

노래가 끝났지만 열세명의 관객들은 그대로 굳어있었다.

P가 "아. 목 상태 별로네."하고 한 곡만 부르고 트레이닝장을 떠난 것도 모르고.




다음날 765프로에는 때늦은 장미 열풍이 불었다는 건 조금 뒤에 이야기.



-fin-


"............우갸앗!!!! 왜 자신만 금요일에 지방 로케가 잡힌 건데!!!!!"

그러게.


-fin-


링크는 P가 부른 노래입니다. 음악제 작품 이전에 가볍게 손풀기 작품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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