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에헷, 치하야에게 키스해버렸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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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5, 2013 16:35에 작성됨.

 ‘765프로의 가희 키사라기 치하야. 담당 프로듀서에게 성추행 당하다.’, ‘미성년자 아이돌에게 몹쓸 짓을 한 인면수심의 프로듀서.’, ‘765프로의 프로듀서 잠든 아이돌에게……’


 “내 감도 많이 나빠졌군. 아니 너무 나쁜 쪽으로 발달한 건가? 자네가 이런 자였을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고용하지를 않았을 것을.”

 사장님……

 “저 스스로도 제가 바람직한 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저는 적어도 현실에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아요.”

 코토리 씨……

 “다행이네요. 그쪽이 제 운명의 사람이 아니라서.”

 아즈사 씨……

 “우리 아이돌들에게 가까이 오지마세요. 저는 프로듀서로서 아이돌들을 지켜야하는 의무가 있으니까요.”

 리츠코……

 “인간에게는 도리라는 것이 있사옵니다. 그런 인간의 도리를 잊은 자를 우리는 축생이라고 칭하지요. 알겠사옵니까? 축생?”

 타카네……

 “가까이 오지마! 한 번 더 우리들에게 가까이 오면 용서하지 않겠다!”

 마코토……

 “변태가 우리를 프로듀싱하고 있던 거였어? 기분 나빠.”

 이오리……

 “본인은 프로듀서가 짐승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면 짐승에게 너무 실례라고 생각한단 말이지.”

 히비키……

 “프로듀서는 로리콘이었던거군Yo! 그러니까 우리 앞에서 사라져.”

 아미……

 “프로듀서는 범죄자였던거에Yo! 그러니까 당장 감옥으로 가버려."

 마미……

 “흐, 흐엣. 여, 역시 남자는 무서워요오.”

 유키호……

 “프로듀서, 경찰이에요, 경찰.”

 하루카……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프로듀서. 앞으로는 마주칠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미키……

 “웃우! 꺼져 쓰레기! 


 나의 야요이는 그러지 않아!

 


 “헛?”

 여, 여긴?

 주위를 둘러본다. 

 숲, 개울, 도로, 그리고 그토록 찾던 자판기. 내 안에 흩어져있던 퍼즐조각들이 맞아떨어진다.

 “아, 맞다. 음료수를 뽑으러 자판기를 찾고 있었지.”

 하하. 나도 피곤한가 보네. 걸어다니다가 졸다니 말이야.

 하하. 꿈이었지만 참 실감났지.

 하하. 내가 치하야에게 키, 키, 키, 키스를 하는 꿈이라니.

 하하. 그럴 리 없잖아.

 하하. 치하야는 미성년자인데다가 내가 담당하는 아이돌이라고?

 하하. 방금 전은 꿈이야 꿈. 단순한 개꿈.

 하하. 치하야가 기다리니 빨리 음료수를 사서 돌아갈까.

 하하. 지갑이 외투 상의에 있었지. 

 하하. 그런데 왜 와이셔츠뿐일까.

 하하. 분명히 입고 있었던 것 같은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현실도피는 그만두자. 도움이 안 되니까.

 우선 현재 상황을 돌이켜보자.

 누가? 내가!

 언제? 방금 전에!

 어디서? 차에서!

 무엇을? 잠자는 치하야에게!

 어떻게? 키스했다!

 왜? 치하야가 예뻤으니까!

 우와아아……범죄자가 여기 있네.

 속이 쓰려온다.

 치하야는 미성년자야? 난 성인이라고? 성인이 미성년자를 건드리면 범죄야? 아니 성인이 성인을 건드려도 범죄가 성립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치하야는 내가 프로듀싱하는 아이돌이야? 아이돌에게 스캔들이 일어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하는 게 나라고?

 더군다나 치하야는 그 때 자고 있었다고? 아무런 동의 없이 키스하는 건 아무리 봐도 범죄야? 그래도 치하야의 입술 부드러웠지. 키스했을 때에 깨지 않았으니까 조금 더 했어도……야이 미친새끼야아아아!

 자판기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머리를 박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내 안의 번뇌야 사라져라! 반성하라 짐승아! 지금 저지른 것만 해도 충분히 위험하다고! 너의 입장을 떠올려라! 치하야야? 미성년자야? 네가 담당하는 아이돌이라고? 치하야가 아무리 귀엽고, 예쁘고, 아름답고, 청초하고, 쿨뷰티하고 (치하야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는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칸이 부족해서 더 이상 쓰지는 않겠다.)하더라도 흑심을 품으면 안 된다고? 더군다나 잠 잘 때 키스라니! 삐뽀군(일본경찰청 마스코트)이 당장 소환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고? 그리고 치하야가 알아차렸다면…….

 자판기에 머리를 부딪치는 것을 그만둔다.

 알아차렸다면……

 위산의 양이 갑자기 급증한다. 속이 쓰린 정도가 아니라 위 자체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속쓰림이 엄습한다. 머리는 쭈뼛쭈뼛서고 등이 서늘해진다. 그러면서도 식은땀이 새어나온다.

 사회적 말살? 그건 가벼운 편이다.

 아까 전 정신을 잃었을 때에 본 사무소 모두의 차가운 태도가 현실이 될 게 뻔하다. 이건 확실히 견딜 수 없다. 그러나 이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이 남았다.

 치하야의 반응이다.

 만약 내가 키스를 했을 때, 치하야가 깨어났더라면?

 이 때 치하야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근 1년간 치하야를 본 나였기에 여러 가지 예상반응을 떠올릴 수 있었다. 여러 가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는 말을 바꿔 말하면 ‘알 수 없다.’가 된다. 이것도 저것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울거나, 화내거나, 도망가거나, 경멸받거나. 그러나 ‘이렇게 반응할 거다!’라고 특정지을 수가 없다. 

 ……아, 그러면 혹시 기뻐했을 수도……정신차려라 짐승새끼야아아아아!!!!

 다시 자판기에 머리를 박았다.

 서른 넷, 서른 다섯, 서른 여섯……

 기뻐했을 수도? 뭐가 ‘기뻐했을 수도’냐! 반성안하냐? 반성 안 해!? 결과는 둘째치더라도 짜샤! 수단 자체가 글러먹었잖아! 그리고 어디까지나 억측에 비약이잖아! 치하야야? 그 치하야라고? 요즘 인기 절정의 아이돌 가희 치하야라고! 평소에는 쿨하지만 가끔씩 보여주는 귀여운 모습으로 심장에 직격타를 가하는 치하야라고? 기계를 잘 모르는 모습도 귀엽고, 어른스러운 성격이지만 (치하야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는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칸이 부족해서 더 이상 쓰지는 않겠다.) 그 치하야가 나 같은 거에게 키스 받은 걸 가지고 기뻐할 리 없잖아! 아까 부정하기는 했지만 난 아저씨라고! 치하야에게는 충분히 아저씨 취급 받을 수 있을 나이라고? 그런 아저씨에게 키스 받아서 기뻐할 리 없잖아! 그리고 난 프로듀서야! 언제나 곁에서 지켜보는 프로듀서라고! 그런 프로듀서에게 키스 받아서 기뻐할 리 없잖아! 가까운 연상의 이성이 언제나 자신을 이렇고저렇고그런 시선으로 지켜본 걸 깨달으면 당연히 기분 나쁘지! 지금까지 보여준 호의가 전부 흑심을 잔뜩 품고 있다고 여길게 뻔하잖아! 더군다나 잘 때 키스라니! 자신이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이 이상의 것을 당할 수도 있었다는 것을 떠 올리면 기분 나쁨이 절정을 찍잖아! 더군다나 키스하고 도망치는 거냐! 누가 보더라도 범죄자잖아! 이 한심한 새'꺄아아!!!! 

 일흔, 일흔 하나, 일흔 둘.

 “자, 잠깐 뭘 하고 있는 겁니까!?”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사람의 목소리에 자판기에 머리를 박는 것을 멈췄다.

 “그, 765프로의 프로듀서 씨 아닙니까? 지금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겁니까?”

 내가 프로듀서라는 것을 아는 걸 보니 이번 촬영팀의 일원인 것 같다. 아무리 마음의 동요가 심했다고는 하지만 관련업계의 사람에게 이런 프로답지 못 한 모습을 보여주다니. 나의 불찰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그것을 수습할 수 있어야 프로. 나는 자판기에서 손을 때고 머리와 옷차림을 정돈했다. 결코 서두르지도, 허둥대지도 않는다. 충분히 외향이 다듬어졌다고 판단되었을 때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이번에 촬영을 맡은 회사의 조끼를 입은 청년이 서 있었다. 표정은 당연히 당황 그 자체. 자판기에 머리를 박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침착하게 자신을 가다듬는 모습을 본다면 누구나 이런 태도를 보일 것이다.

 일단 허리를 굽혀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말았군요.”

 “…….”

 “흠흠, 변명하자면 잘 안 풀리는 일이 있어서 거기에 대하여 고민하다보니 조금 이성을 잃고 폭력적으로 행동한 것 같습니다. 이 모습은 부디 못 본 걸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 앞의 청년은 갑작스러운 나의 태도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 한 것 같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네. 이 정도의 변화를 보고 얼이 빠지다니 말이다. 사회인이라면 이 정도는 익혀야한다고?

 그는 한참을 할 말을 찾는 것 같았다. 시선을 사방으로 향하고, 입은 우물쭈물. 그러나 이내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찾고 있었습니다.”

 모른 척해주기로 한 것 같다. 이렇게 한 명의 사회인이 길러지고 있는 거다.

 “촬영준비가 끝난 겁니까?”

 “촬영은 이미 하고 있습니다.”

 “예?”

 아직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데?

 “예상보다 기자제가 일찍 도착해서 준비는 아까 끝났습니다.”

 “전화주시기로 하지 않으……아!”

 겉옷 안 주머니에 휴대폰이 있었지!

 “키사라기 양이 전화를 받아서 프로듀서 씨를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프로듀서 씨를 찾으라고 해서 이렇게 찾고 있었던 거고요.”

 “아, 저, 그. 치, 치하야는 괜찮습니까?”

 “네? 조금 피곤해 보이는 것을 빼고는 괜찮았습니다만?”

 그, 그러면 내가 키, 키, 키스를 한 것을 못 알아 챈 건가? 다행……뭐야 이 인간쓰레기는? 범죄를 저질러 놓고 그걸 안 들켰다고 안도하고 있네?

 “먼저 가주시겠습니까? 담배 한 대만 피고 곧장 가겠습니다.”

 비흡연자이지만 일단 이렇게 변명한다.

 청년은 알겠다라고 대답하고는 뒤돌아서서 현장으로 가버렸다. 청년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자판기 근처의 벤치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다행스럽게도 치하야가 알아채지 못했다고 하더라도……아, 정말. 치하야의 얼굴을 어떻게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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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치하야가 안 나왔네?

[이 게시물은 에아노르님에 의해 2013-06-07 00:05:52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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