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ZOMBIE M@STE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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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8, 2013 03:54에 작성됨.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래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게 될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Z-DAY 72일 후 (감염 발발 72일 후) 09:00 

일본 도쿄


 도로에는 주인을 잃고 버려진 자동차들과 그 자동차들의 주인들이 버리고 간 각종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불과 72일 전까지만 해도 13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던 거대도시의 모습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리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그런 정적이 못마땅한 듯 순간 강풍이 위압적인 소리를 내며 고요한 거리에 불어닥치자 건물의 유리창이 흔들거리고 바닥에 쌓여있던 각종 전단지들이 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춤을 추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전단지 중에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뒤덮었을 이 감염 사태가 아니었다면 성황리에 끝났을 765프로 올스타 라이브 공연의 홍보 전단지도 있었다. 날아가는 전단지들 아래에는 온 몸에 피칠갑을 하고 아무 목적 없이 몸을 비틀거리며 느릿느릿 움직이는 감염자들, 이 대재앙에서 살아남은 한 줌밖에 되지 않는 생존자들에게 '좀비'라고 불리는 저주받은 생명체들이 거리를 점거하고 있었다. 

"그르르르..."

"으으으.... 우어어어...."

 검은 양복을 입은 중년 좀비 뒤로 도쿄도 내에서 명문 고등학교로 알려진 한 사립여고 교복을 입은 소녀 좀비가 다리를 질질 끌며 불안하게 몇 걸음 걸어가더니 이내 한 쪽 다리가 끊어지며 그대로 고꾸라진다. 유독 심하게 부패해가던 다리가 결국 썩어 못 쓰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녀 좀비는 조금의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지, 아니 자신이 다리 한 짝을 잃어버렸단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 듯 계속해서 가던 길로 기어간다. 

 그렇게 보기에도 처량할 정도로 기어가던 소녀 좀비의 앞을 누군가가 가로막는다. 한때는 흰 눈처럼 새하얬지만 지금은 피와 때와 각종 오물로 잔뜩 더럽혀진 와이셔츠와 검은 양복 바지를 입은 젊은 남성이다.

"......."

"으으으...."

 소녀 좀비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방향을 틀어 자신을 가로막은 누군가를 피해간다. 주위에는 적어도 수 십명이 넘는 좀비들이 배회하고 있지만 아무도 그를 신경쓰지 않았다.
 
"....루...카...치...야..."

"...미...키...호...토..."

"...망...쳐..."

 남자가 무언가 홀린 것처럼 아무도 못 알아들을 단어를 띄엄띄엄 내뱉는다. 남자의 동공은 완전히 초점이 풀려 있었고 입가에는 이미 오래전에 말라붙은 피가 적갈색으로 변했으며 피부에는 핏기가 완전히 사라져 약간 푸르스름한 회색빛으로 보였다. 겉보기에 주위에 있는 다른 좀비들과 조금도 다를 게 없었다.



거리에서 가까운 으슥한 뒷골목



 "제길! 전방에 좀비 다수 발견."

 한 손에 군용 소총을 든 생존자 한 명이 버려진 승합차 뒤에 숨어 좀비들이 장악한 거리를 엿보고 있었다. 그의 등 뒤로 두 명의 생존자들이 불안한 얼굴로 앞장 선 리더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이 멸망하기 전 그들은 961프로덕션의 '쥬피터'라는 인기 남성 아이돌 그룹의 맴버들이었지만 이제 그런 걸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그들은 단지 한 줌밖에 남지 않은,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도쿄의 생존자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저기, 토우마. 이제 어떻게 하지? 이대로는 돌아갈 때도 위험하겠어." 

 생존자 중 한 사람이 갈색머리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어떻게 하긴, 저 개자식들을 전부 쓸어버려야지. 다들 탄약이 얼마 있나 다시 한 번 확인해봐. 고작 다섯 마리뿐이야. 다섯 마리. 아까도 말했지만 저 앞에 아직 먹을 게 꽤 남아있는 편의점이 하나 있어. 앞에 저 놈들만 어떻게 처리하기만 하면 앞으로 우리가 적어도 일주일은 굶을 걱정 안해도 될 거란 말이지. 자, 다들 준비하라고."

 "그래, 저기 보이는 게 전부라면 말이지. 물론 한 방 쏘면 언제나 그랬듯이 여기저기 숨어있던 좀비가 몇 십마리씩 튀어나와서 우릴 반겨줄 게 뻔하지만."

 초록머리를 한 작은 소년, 미타라이 쇼타가 자조섞인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저기 수 백개도 넘는 창문들 중에 어부지리를 노리는 
저격수가 단 한 명도 없어야겠지."

 이번에는 금발머리를 한 다른 남자, 이쥬인 호쿠토가 말을 이어갔다. 도쿄의 몇 안되는 생존자들이 조심해야 할 것은 좀비뿐만이 아니었다. 
 법과 질서가 사라진 도쿄는 말 그대로 무법천지였다. 단 하나의 통조림을 놓고 서로 아무렇지도 않게 총질을 할 정도였으니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생존자들은 서로를 만나도 결코 서로를 믿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하여튼 토우마는 이 소리를 듣고 기분이 안 좋은지 주먹을 잠시 불끈 쥐었지만 이내 다시 주먹을 풀고 총의 손잡이를 굳게 잡았다. 저 두 사람이 저런 식으로 태클건 게 어디 한 두번도 아니고 그거 가지고 여기서 괜히 큰 소리를 냈다가는 좀비들이 듣고 달려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건 그렇고 저 좀비... 어디서 낯이 많이 익은데..."

 토우마가 소총을 전방에 겨누며 한 좀비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사실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좀비들을 만났고 그 중에는 안면이 있던 경우도 꽤 있었지만 이번 경우는 좀 특별한 것 같았다.

 "안경은 쓰지 않았지만... 저 얼굴... 저 변함없는 복장... 설마..."
 
 그 순간 토우마가 주시하던 좀비가 고개를 돌려 토우마와 눈을 마주쳤다.

 "아아..."

 토우마는 잠시 숨을 쉴 수 없었다. 

 그 녀석이었다. 세상이 망하기 전 그가 인기 아이돌로 활동했을 때 항상 만났던 그 빌어먹을 녀석. 765프로덕션이라는 작고 볼품없는 기획사를 업계의 중견 반열에까지 끌어올린 그 괴물 같은 녀석. 그런 그가 저런 볼품없는 꼴로 이 거리에서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배회하고 있었다.

 "왜 하필이면 여기서 이런 꼴로..."

 토우마의 입가에 쓴 맛이, 지독하게 쓴 맛이 감돌았다. 그는 토우마를 보고도 여전히 멍한 얼굴로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낱말들만 띄엄띄엄 내뱉을 뿐이었다.

 
"그래, 결국은 내 손으로 저 녀석의 악몽을 끝내야 되는건가?"

 토우마는 잠깐 고개를 돌려 침을 내뱉었다. 쓴 맛이 지나치다 못해 쇠맛이 느껴질 정도다. 토우마는 나도 모르게 혀라도 씹은걸까 라고 잠시 생각해보고는 이내 그의 머리를 조준했다. 이 정도 거리에서 발사된다면 틀림없이 머리에 바람구멍을 내고 그 녀석은 영원히 잠들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으로서 그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

"....츠....코...."

-탁!

토우마는 조심스럽게 안전간을 안전에서 단발로 돌려놓았다.

"....아...미..."
  
"...무...코....프...."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이걸로... 편히 잠들어라..."



"잠깐, 토우마!!! 조심해!!! 저..."

갑자기 쇼타가 어딘가를 바라보더니 다급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탕!



죽음의 정적이 가득찬 거리에 한 발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안녕하세요 가입은 꽤 오래전에 했는데 등업은 얼마전에야 했네요. 

아무튼 첫 작품 달려봅니다. 

제가 요새 좀비물에 심취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퓨전물을 한 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 세계관으로 다른 작품들 소재 팬픽도 쓰고 있지만 여기서는 일단 아이마스 쪽만 다룰 거 같습니다. 

밤 중에 되는대로 막 써내린지라 제가 봐도 많이 엉망진창이네요..;;
 


 
[이 게시물은 에아노르님에 의해 2013-06-07 00:05:52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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