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하루카가 아내인게 질려서 미키와 바람을 피워봤다.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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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6, 2013 18:14에 작성됨.

하루카 side


그가 이상하다.

시작은 사소했다. 예전같았으면 내 몸을 쉴새없이 탐하는 그였는데

최근 미묘하게 횟수가 줄어들었다. 혹시 스태미나 쪽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싶어 영양보충을 시켰다. 하지만 그쪽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자상한 남편이었고, 다정한 아버지, 충실한 남자였다.

어렸을 때부터 조금은 둔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나였기에 이번에도

착각인 줄만 알았다.

그러고 보니 최근 아이들에게만 쿠키를 구워줬던 생각이 난다.

생각해보니 조금은 무심했다는 느낌이 있다. 내 잘못이구나.

그래서 p군과 p짱을 학교에 보내고 오랜만에 그만을 위한 쿠키를 구웠다.

미리 사전 연락을 하지 않은 건 잘못이긴 했지만...

서프라이즈에요 서프라이즈!!






잘못이었다. 큰 잘못이었다.

머릿속이 멍했다.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는 왜 서프라이즈랍시고 소리죽여 문을 열었는가.

그 문짝은 왜 아무 소리 없이 열렸는가.

왜 나는 나의 남편이 한때 동료였던 현직 아이돌의 등 위에서

정신없이 즐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는가.

그의 표정을 보았다. 그는 즐기고 있었다. 쾌감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았다. 그녀도 즐기고 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나에 대한 

죄책감을 주제로 한 표정과 대사마저도 즐기는 듯 했다.
 

배신감? 아니. 나는 무서움을 느꼈다.

분명히 좋은 남편이었는데. 좋은 아버지였는데.

그 모든 게 자신의 욕망에 굴복한 
연기였다는 게 더욱 무서웠다.

보지 않았다면 좋았을 걸. 그랬으면 그는 나의 충실한 남편이자 p군과

p짱의 좋은 아버지였을 텐데. 내가 나빴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돌아온 p군과 p짱에게 간식을 줬다.

"응? 마마~ 오늘은 왜 제과점 간식?"

"아...오늘은 엄마가 조금 피곤해서. 이해해주렴 p군."

"마마 얼굴 웬지 무서워어..."

"피곤해서 그래 피곤해서 p짱. 내일은 건강해질테니 걱정마렴."

"응(네)!!"





딩동. 딩동.

운명의 시간이다. 나도 제발 그처럼만 연기하기를. 현역에서 떠난지 조금

된 아줌마이지만 현역때만큼 밝게 연기할 수 있기를.

준비는 완벽하다. 표정도 완벽하다. 목소리도. 대사도.

"어서오세요 여보!! 에헤헷!! 식사 금방 준ㅂ....어라?"

갑자기 눈물이 마구 흐른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의 당황한 표정에서 나는 일말의 죄책감을 읽어냈다.

다리의 힘이 풀리면서 주저앉아버렸다. 눈물이 계속 흐른다.

묻지 않은 대답으로 그는 내가 본 것이 허상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정말 듣고 싶지 않았는데...........정말로 듣고 싶지 않았는데.

그가 내게 싹싹 빈다. 그가 눈물을 보인다.

멍청하게도 나는 그의 눈물이 싫어 그를 꼭 끌어안고 용서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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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그렇게 빨리 들킬줄은 몰랐다. 다른 변수는 다 차단했는데

설마 쿠키같은 걸 싸들고 사무소에 쳐들어올거라고 생각 못했다.

하루카에게 싹싹 빌었다. 역시 하루카는 착하다.

미키에게는 이별을 통보했다. 다행히 그녀는 납득했다.

언젠가 좋은 짝을 만나겠지.


아직 해보지 못한 게 많았는데 아쉬웠다.

뭐 하루카가 또 질리게 굴면 그때는 못했던 것 위주로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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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거 없습니다.

모름지기 P는 나빠야 제맛.

아 치유된다.

[이 게시물은 에아노르님에 의해 2013-06-07 00:02:31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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