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네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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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2, 2013 10:24에 작성됨.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네요...
다음편으로 완결입니다.
이 글은 아이마스2 에서 5년뒤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히비키도 타카네도 모두 성인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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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소녀에 대한 얘기 입니다. 성을 가지지 못한 소녀에 대한 얘기."
    "성?"
    "그렇습니다."
    타카네는 다시금 잔을 채운다. 한번, 잔의 절반까지. 그리고는 손을 멈춘다. 그리고는 다시 병을 조금 기울여보지만, 몇방울이 잔으로 떨어질뿐 잔을 가득 채울수는 없었다. 그 모습을 본 히비키는 점원을 부른다.
    "저기요."
    하며 손을 들자 젊은남자 점원이 그녀들의 자리옆에 온다.
    "네 부르셨습니까?"
    히비키는 타카네를 바라보며 그녀가 주문을 하기를 기다린다. 타카네는 잠시 병을 바라보면서 무언가를 생각한다. 술의 이름을 떠올리려는 걸까.
    "큐우고... 아니, 아라카와 준마이슈를... 대워서 부탁드림니다."
    점원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수첩을 꺼내 주문을 받아 적는다.
    "아, 알겠습니다. 저, 가나하씨는?"
    "에?"
    자신의 이름이불리운 것에 살짝 놀랐으나 히비키는 곧 상황을 파악하고는
    "닭고기 가라아게로 해주세요."
    라고 자신도 한가지를 주문한다. "알겠습니다." 하고는 수첩에 받아 적지만 잠시 머뭇거린다. 분명 사인을 해달라는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것 처럼 보였으나 이내 곧 주문을 전달하러 자리를 뜬다.
    타카네는 절반밖에 차지 않은 잔을 손으로 들어 입으로 가져가 다시금 윗입술을 적시고는 혀로 입술의 술을 살작 훔친다. 그리고는 잔을 곧 식탁의 가운대에 놓고는 손으로 살짝 밀어 히비키쪽으로 놓는다. 히비키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양손의, 검지와 엄지 그리고 중지로 잔을 조심스레 들어올려 자신의 입으로 가져간다. 입술에 잔을 올리고, 잔의 술을 혀로 조금씩 흘려넣는다. 한모금, 한모금 조금씩. 그녀의 혀를 감싸던 술을 목으로 넘기면서 반밖에 차있지않던 잔을 비우는데는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들였다. '쓰지않아.' 쓰지 않았다. 그저 타카네가 마시던 술 이라서 그런 것 이 아니었다. 그녀의 입 안에 남은 부드러운 단맛은 맥주로 달구어져 있던 그녀의 혀를 차갑게 식혀주었고 그 입안 가득 남아있던 기름기를 안은체, 그 단맛은 혀부터 목까지 부드럽게 넘어갔다. 이윽고 빈 잔을 다시 식탁의 가운대에 내려놓고 잔의 주인에게 돌려준다. 타카네는 잔을 자신의 앞으로 가져오지만 다시 잔을 채울수 있는 술이 없기에 그저 빈잔을 옆에 놓아둘 뿐이다. 젓가락을 든 타카네는 그것을 연두부가 담긴접시로 가져간다. 간장과 실파가 올려진 연두부의 끝을 젓가락으로 조심스레 잘라내지만 그것을 떨어뜨리지 않고 젓가락 위에 올려 가져온다. 히비키는 꼬치에서 빼 접시에 올려놓은 닭꼬치의 파를 하나 들어 입으로 가져간다. 다시 말없는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은 식탁위, 접시에 담긴 음식들을 하나씩 맛보면서 다시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소녀는..."
    타카네는 그렇게 운을 띄우면서 다시금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그 소녀는 가족의 얼굴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성도 알지 못했고, 그저 이름만을 알 뿐 이었습니다."
    "가족의 얼굴조차 모르는 거구나."
    "그 슬픔을 히비키도 알고 있군요."
    타카네는 히비키의 아버지일을 떠올리면서, 거기서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분명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을 잊어버리는 것은, 처음부터 알지 못하던 것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슬픈 일 일터 이기에.  11월에 접어든 하늘은 구름을 잔뜩 들인체 인상을 찌푸렸고 차가운 바람은 태양빛을 거절했다. 비록 비가 잠깐 내렸으나 이윽고 하얀 눈이되어 내리기 시작하였고 바닥에는 눈이 조금씩 쌓여만 가고 있다.
    "자신이 어째서 그 곳에 있는지, 버려진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가족이 없던건지, 소녀는 알지 못했고 그것을 신경쓰지도 않았습니다. 머물곳이 없는 소녀는 계속해서 이곳,저곳을 방황하며 하루하루의 주린배를 잠재우기 위해 분투하였죠."
    "가족이 없다는 것조차 슬퍼할수 없구나."
    "예. 소녀는 타인을 위해 슬퍼할 여유조차 없이, 매일 매일을 지내 온것이죠."
    히비키는 그런 소녀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비록 자신이 도쿄에 온 것은 자신의 의지였고, 가족들과 떨어지게 된 것도 자신이 원함이었다. 하지만 하루, 하루 떠오르는 가족을 결코 잊을수 없었고 그 빈자리는 '다른 가족들'이 채워주고 있었다. 그것 만으로도 부족했다. 히비키는 또다시, '새로운 가족'을 찾아나섰고, 지금 그 '새로운 가족'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에. 그녀는 소녀의 불행을 '동정'할 뿐이었다.
    "그렇게 어떨때는 귀족이나 부잣집들이 즐비하는 거리에서, 혹시라도 자신에게 무언가 먹을 것을 주지는 않을까, 허드렛일을 시키면서 조금이라도 음식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소녀는 그 근처를 배회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타카네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곧 찾아올 타인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실례합니다."
    주문을 받았던 남자 종업원은 쟁반에서 새로운 술과 가라아게, 닭꼬치 그리고 풋콩을 식탁위에 올려둔다.
    "그럼..."
    하며 이번에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리를 나선다. 그도 자신의 일을 알았기에. 다만 이번에는 메실사와를 주문하려던 히비키가 타이밍을 놓치고는 당황하였다. 타카네는 약간 따듯하게 대워진 병을 들며 그 따듯한 온도를 잠시 즐긴다. 그리고는 옆에 놔두었던 그 빈잔을 다시 조금씩 채워넣는다. 약간 모자르게 채워진 따듯한 술의 향은 곧 두사람을 엷게 감싸며 퍼져나갔다. 병을 옆에 놔두며, 타카네는 오른손으로 가볍게 잡은 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눈을 감고, 그녀의 입 앞에 놓인 잔에서, 향그리고 손을 타고 올라오는 온기를 잠시 느껴본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아랫입술에 올리고는 잔을 살짝 기울여 입안으로 술을 흘려보낸다. 혀를 따듯하게 덮혀주는 술의 온기를 잠시동안 머금으며, 그 기운이 몸 전체로 천천히 퍼져나간다. 술의 온도가 더이상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되며, 술은 그녀의 목을타고 넘어간다. 그리고 타카네는 반정도 남은 술 잔을 다시 식탁의 가운대에 놓고는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게 해준다. 히비키는 양 손으로 잔을 살짝 들어올린다. 아까보다 따듯한 잔의 어색한 느낌에 히비키는 잠시 이질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입술에 닿는 따듯한 잔의 감촉은 차가운 잔 그 이상으로 기분좋은 것 이었다. 잔을 기울이며, 입안으로 퍼져나가는 따듯한 술에서 느껴지는 맛은 아까 받았던 날카로운 느낌이 아닌 부드럽지만 천천히 덥혀주는 그런 느낌 이었다. 그 향은 비록 강렬하였으나 그 향은 어지러운 것이 아닌 은은하고도 달콤한 것 이었으며 입안에 남겨진 맛 역시 알코올의 씁쓸한 것과는 달랐다. 잔을 입에서 때며, 따듯했던 잔은 술을 잃자 어느샌가 식어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식탁의 중앙에 잔을 놓으며 첫 주인에게 돌려준다. 히비키는 젓가락을 든다. 입에 남겨진 이 따듯한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는 그 따듯한 기분을 더욱 기분좋게 해줄 것 으로써 연두부를 택한다. 간장이 흘러내렸지만 고명으로 얹인 파는 없는 부분을 조금, 젓가락으로 잘라내어 올린뒤에 입으로 가져간다. 형체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두부와 묽지만 충분히 향을 내고 있던 간장이 어울려가며, 그녀의 입에 남아있던 그 '따듯한 기분'을 더욱 돋구어 준다. '맛있어.' 그것이 히비키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 이었다.
    "술은... 그중에서 사케라고 하는 술은, 너무나 연약합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다시 잔을 채워넣는다.
    "주위의 '향' 만으로도 그 본연의 맛을 잃기도 하고. 입안에 남겨진 다른 '맛' 때문에도 그 맛을 잃어버림니다. 심지어는 그 '잔'이 어떤 잔인지에 따라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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