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용의자 P의 헌신 -번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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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7, 2013 03:11에 작성됨.

"허니 마시는 거야~!!"

"적당히 해 미키, 처음 술먹는데 너무 달린다. 물을 많이 마셔야 내일 아침에 후회 안할걸?"

미키가 20살이 되는 날, 오랜만에 765 사무소 사람들이 모두 모여 생일잔치 겸 회식을 했다.

1, 2차에서 과반수 이상이 리타이어되고 3차 자리에서는 코토리와 아즈사, 하루카, 미키 그리고 P만이 남게 되었다.

"어머어머 미키는 처음 마시는 데도 잘 마시는군요. 마치 제 20살 때를 보는 것 같아요."

"피욧!! 20살은 그저 햇병아리일 뿐!! 여자는 30부터 시작이라고욧!!"

"뭐가 시작되는거야?"

"화려한 싱글라이프?"

"피요오오옷!! 화려하다 하더라도 초라하다고욧!! P씨!! 이 꽉물으세요!!!"

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하루카는 초조해졌다. 그녀의 핸드백에는 지난 달 어둠의 루트에서 구한 수면제와 최음제가 준비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미키가 안 취하네...그리고 눈치없는 서른녀와 이십대후반녀들도 남아있고...아니 눈치를 채고 안 가고 있는건가요...'

하루카는 잭콕을 들이키면서 P와 미키를 바라봤다. 미키는 술에 취한 김에 마음껏 P에게 어리꽝을 부리며 찰싹 달라붙어서 데레데레모드였다.

"허니이이~~ 미키도 이제 20살인거야~ 거기다 톱아이돌인거야~ 이제 국내에서 상대가 없는거야~~"

"그래그래...정말 열심히 해줬어 미키. 너의 잠재력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진짜로 톱아이돌이 되다니 감개무량하구나. 근데 너무 가까워 미키! 가...슴이 아아...닿고 있다고! 저리 좀 떨어져..."

"아핫☆ 미키는 파워 오브 러브로 무적인거야~ 허니허니! 이제 국내는 미키적으로 너무 좁은거야~ 같이 헐리우드로 가자! 가서도 허니가 미키를 프로듀스해주는거야~ 그리고 결혼하는거야~!"

"그~러~니~까~ 일단 좀 떨어지라니까!! 아무리 3차로 사무실에 왔다지만 너무 무방비하다고~ 우왓! 벗지마 미키!! 그건 겉옷이 아니라고!! 일체형 원피스라고!!"

미키의 저돌적인 어택을 지켜보던 하루카는 웃음을 지었지만 마음 속에서는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오고 있었다.

'내가 남자라도 미키가 저렇게 공격하면 넘어갈 수밖에 없어...알고 있어...난 미키에게는 안된다는걸...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난 프로듀서를 포기할 수 없어...'

하루카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프로듀서가 미키를 밀어낼 이유는 오늘부로 완전히 사라졌어...하루카 정신 똑바로 차려야해. 오늘 이후로는 기회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야..'



"P씨!! 너무해요!! 노처녀들 앞에서 애정행각이라니!!! 파렴치한이에요!! 불결해요!! 부러워요!!"

"코토리씨? 노처녀.들이라니요? 전 아직 팔팔한 20대인데요?"

"왜 이러세요 아즈사~ 같이 늙어가는 사이에~~"

"빠직"

아즈사의 이마에 커다란 힘줄이 생겼다.

"호호호...재밌는 농담을 하시네요."

"아즈사 아즈사~ 미간에 주름이 잡혔어요. 피요호홋 나이는 못 속인다고피욧!"



"뚝"

하는 소리가 사무실 안에 울려 퍼졌다.

"허니 허니 방금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어."

"아아...그건 아마도...인내의 끈이..."


"코토리씨의 목숨줄이 끊어지는 소리예요!!!"

아즈사는 코토리의 멱살을 잡고 강하게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코토리는 별다른 저항없이 고개를 덜컥거리면서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사무실 안에서 P는 겨우 겨우 아즈사를 뜯어말리고 진정시켰다. 그와중에도 미키는 P의 등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았고 하루카는 그런 둘을 말 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코토리씨...우리는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켁켁 미안해요오우우우웩~"

코토리는 술기운과 목이 졸려서 올라온 혈압과 어지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오자 그대로 오바이트를 했다.
P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뒷수습을 하고 아즈사와 코토리를 사무실 안에 휴게실로 데려갔다.

"아즈사도 너무 취했어. 오늘은 이만 코토리씨와 휴게실에서 자. 코토리씨...내일은...각오해두세요. 술 취해서! 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겁니다."

"피요오오오"

P는 두사람을 부축하면서 휴게실로 들어갔다. 하루카와 미키만 남은 대합실에 잠깐 정적이 들었다.  그 정적을 깬 것은 하루카였다.

"미키도 슬슬 들어가야지? 시간도 많이 늦었고 같이 택시 타고 들어갈래? 휴게실 침대는 2명이 누우면 끝이니까 우리는 집에 들어가야해."

"시져~ 오늘은 허니의 집에서 4차인거야☆"

'역시 미키...오늘 작정하고 왔구나...'

하루카는 잠시 물로 목을 축이고 미키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미키, 저번에 우리가 했던 약속 기억해?"

"응응 먼저 톱아이돌이 된 사람이 먼저 허니에게 고백하기로 한거?"

"그 약속은 무효야."

"에에에...하루카..거짓말쟁이인거야~ 새끼손가락 마주걸고 한 약속을 깨버리는거야."

"룰 위반을 한건 미키야. 말로 고백하지 않았다 뿐이지. 솔직히 너무 들이댄다구...그렇게 어필하는건 반칙이야. 따라서 그 약속을 파기야. 파기."



"에에에..."

미키는 몸을 비비꼬며 하루카에게 엉겨붙으려 했지만 하루카는 가볍게 피하며 저지했다. 미키는 볼을 부풀려 원망에 찬 눈빛을 보냈지만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아...알았어. 미키가 잘못한거야. 미안인거야."

"그러니까 일단 고백은 보류야 미키. 다음에 다시 프로듀서를 걸고..."

"그렇다면!! 동시에 어택땅인거야!!"

"?! 무...무슨 소리를..."

하루카는 태연한 척하려고 했지만 술기운이 확 가셨다.

"둘이서 페어플레이를 한다는건 사실상 불가능한거야. 하루카랑 미키가 이러저러한 약속을 한 사이에도 다른 애들도 은근슬쩍 다들 어택하고 있고...솔직히 야요이도 사춘기가 와서 불안한거야. 허니를 바라보는 야요이의 눈빛이 심상치 않은거야. 그리고 프로듀서~ 하고 부르는 목소리도...으으 패왕색기를 지닌 미키도 못당하는 거야."

"으...응 그러고보니...이오리도 요즘엔 츤 데레 빈도가 데레쪽으로 많이 기울었고...은근슬쩍 미나세가의 물량공세를 사용하는데에 꺼리낌없어졌고...이 삐까번쩍한 새 사무소도 미나세가에서 싼 값에 임대를 해줬지....이오리가 마음만 먹으면..."

"마코토도 머리를 많이 길러서 이제 왕자님이 아니라 아름다운 공주님인거야~ 마코 마코링~도 이제는 농담 아니고 진짜 가슴이 큥하고 오는 거야~"

"마미랑 아미도 예전처럼 프로듀서에게 달라붙지만...이제는 그 몸매로는 그저 유혹하는걸로 밖에 보이지 않아...실수인척 프로듀서의 스팟을 공략하고....무서운 아이들..."

"히비키도 저번 만우절날 목줄을 하고와서 허니에게 주인님이 되주세요~라고 한거야. 허니도 허니인거야!! 뭐가 이제부터 히비키는 내 펫이네? 야!! 전혀 농담이 아닌거야!!"

"유키호도 이제 남성공포증을 극복해서 은근슬쩍 프로듀서에게 앵기고 있고...땅굴을 파는 버릇이 없어진 건 좋지만.....프로듀서? 저랑 땅굴을 파겠어요? 단 제.몸.에. 라니....프로듀서를 상대로 성희롱을 하다니...."

"치하야도 허니 앞에서 달달한 러브송만 부르는거야. 완전히 허니를 유혹하는 세이렌인거야. 가슴은 그대로지만 가창력은 폭풍성장한거야!!"

(큿..)


"...방금 무슨 소리가 들린거 같은데...아무튼 확실히...슬슬 한계이긴 해."

"그런거야."

하루카와 미키는 잠시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휴게실 쪽에서는 P가 아즈사와 코토리를 상대로 곤욕을 치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생각을 먼저 끝마친 미키가 입을 열었다.

"미키적으로는 여자로서 누가 상대여도 이길 자신이 있어. 하지만 야요이에겐 안될거 같은거야. 여자이기 전에 천사라고? 완전 사기캐인거야~"

"확실히...사춘기가 늦게 찾아왔다는 게 천만다행이었지...야요이를 쳐다보는 프로듀서의 눈빛은 우리를 쳐다보는 눈빛과 확연히 다르니까..."

"그러니까. 이제 룰 없이 제한없이 정면승부인거야!! 오늘 하루카도 미키도 허니에게 고백하는거야~☆"

"에엣?! 미키...그건...너무..."

'이기적인거 아냐? 십중팔구 프로듀서가 미키를 선택할게 뻔하잖아...'

"자신없는거야? 하루카?"

"......"


하루카는 아랫입술을 깨물다가 각오를 다진듯 미키에게 말했다.

"좋아 미키, 이제부터 노룰 노리미티드로 가는 걸로 해."

"오옷 하루카, 자신 있는거야? 미키는 만만치 않다고?"

"대신 오늘은...일단 참고 다음부터 그렇게 해."

"에에~~"

미키는 탐탁치 않았지만 하루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자신도 하루카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승부하는 쪽이 더 나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키는 그때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루카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승부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에고에고...겨우 둘을 재웠어. 싸움을 그만둔다싶더니 둘이서 나한테 누구랑 결혼할건지 정하세요라니...술이 너무 과했나봐. 하핫"

'허니...허니는 절대로 미키가 겟☆하는거야. 오늘까지만 어린애처럼 허니랑 놀고 내일부터는 어른스럽게 유혹하는거야~'

"후우...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너희들도 슬슬 집에 가야지? 오오...달이 참 밝네. 으음...타카네는 잘 지내고 있겠지? 귀하 전설의 라멘장인을 찾아서 그 비법을 전수 받고 돌아오겠습니다 하고 사무소를 나간 지 2년째인가..."

"그 비법을 전수 받고 귀하와 결...까지만 말하고 떠났었죠..."

"하하 끝까지 기이한 녀석이었지. 오늘같이 밝은 달을 보니, 타카네가 많이 보고 싶어지네."


"허니!! 미키 앞에서 다른 여자얘기는 금지인거야앗!!"

"으아 미키! 그아슴!! 켁켁! 수음 막히어..."

미키의 육탄(슴가)공격에 쩔쩔 매는 P의 모습을 보고 하루카는 드디어 결심이 섰다.





빼앗겨버린 굴욕은 반격의 효시다.






"으음~ 목 마르지 않으세요? 꺼내놓은 음료수들은 다 식은 것 같고 냉장고에서 새걸 가져올게요~"

"오오 하루카는 역시 내 맘을 잘 아네. 그래 주겠니?"

"뿌우~ 그런데 하루카 빽은 왜 들고 가는거야?"

"에...그게...저기.....화장을 좀 지우려고..."

"흐흐응~ 하루카 생얼로 진검승부다 이거구나! 좋은거야~ 미키 지지 않는거야~!!"

"나 없는 동안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한거야?"

미키와 하루카는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다가 동시에 P를 바라보면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올려놓았다.

P는 어깨를 잠깐 으쓱거리고는 어질러진 테이블 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미키는 승부인거얏 하면서 클렌징폼을 들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하루카는 웃음을 지은 채 사무실 부엌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냉장고 안에서 콜라병을 꺼내 잔에 따르고나서 빽에서 약봉지를 꺼냈다.



'미안해 미키...하지만...어쩔 수 없다고? 톱아이돌 미키를 상대하는데 이 정도는 애교라고? 그리고 노룰 노리미티드 진검승부니까 말이야...'

하루카의 손에서 조금씩 수면제가 음료수 잔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른들의 승부는 냉혹하고 치사하다고 미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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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편은 쓰다가 날려서 탈력을 받은 후...그냥 번외편을 써봤습니다 아핫☆

쓰고보니 리츠코가 빠졌네요. 뭐 리츠코는 똑부러진 성격이니 이미 결혼을 했다는걸로 칩시다 하핫

본편 처음부터 작은 미키를 건드려서 뱃대지에 칼빵을 맞고 붕어하신 갓카를 애도하는 의미에서 써봤습니다....잣되는 거야...아주 그냥 잣...

그래도 하루카는 행복했을거예요. 한번뿐이지만 미키를 이기고 P를 차지했으니까....

아무리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간다고 해도

정정당당하게 살아갑시다.

여러분 페어플레이예요! 페어플레이!

[이 게시물은 에아노르님에 의해 2013-06-07 00:04:17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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