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전 정말 귀하가 싫습니다.

댓글: 58 / 조회: 1029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5-24, 2013 19:17에 작성됨.

전 귀하가 정말 싫습니다.
늘 라면을 못 먹게 하는 귀하가 심술궂게 보였습니다.
기계를 못 다루는 절 놀리는 귀하가 싫었습니다.
무서운 걸 무서워하는 저에게 데이트를 핑계로 공포 영화를 보여주는 귀하가 미웠습니다.
음식을 먹으려 하면 옆에서 뺏어먹던 귀하가 얄미웠습니다.
귀하의 도시락이 마음에 들으니 그걸로 거래를 해오는 귀하가 치사했습니다.
제가 아닌 다른 아이돌에게 신경을 쓰는 귀하가 미웠습니다.
저보다 더 귀하에게 가까워지려는 다른 동료들에게 질투가 났습니다.
귀하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 호시이 미키씨가 두려웠습니다.
혹시나 귀하가 저보다 더 다른 이들을 사랑할까 무서웠습니다.

전 정말 귀하가 싫습니다.

저의 마음을 모르는 귀하가,
자신의 몸을 신경쓰지 않는 귀하가,
그러다가 결국 무리해 쓰러진 귀하가,
결국 이렇게 쓰러져 눈을 뜨지 못하는 귀하가,

전 귀하가 너무나 무섭습니다.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않을지,
이대로 영영 저의 이름을 안 불러줄지,
이대로 영영 다시는 저와 같이 하지 못하는지,

귀하, 전 지금의 귀하가 너무나, 너무나 밉고 무섭고 싫습니다.
그러니 제발 일어나 주세요. 제발 눈을 떠주세요.
오늘 밤이 한계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니 하는 의사의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귀하, 제발 눈을 떠주시와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귀하, 귀하, 귀하.......

삐익-

".........! 의사선생님! 간호사님! 누가, 누가 좀! 기계가 이상하옵니다! 기계의 선이 움직이지 않습...."
"......."
"사장님!"
"......."

어이 하여 그런 눈으로 귀하를 보는 것이옵니까?

"수고했네."

어이하여 울 것 같은 목소리로 귀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어이하여...."
"XX시, XX분. P씨의 사망을 확인했습니다."
"기이한! 그것은 거짓이옵니다!"
"타카네, 이제 그만..."
"히비키, 제가 아닌 저들을 말려주십시오! 어째서 선들을 뽑는 겁니까? 어째서 얼굴을 천으로 가리는 겁니까!? 어째서..."
"타카네......."
"......어이 하여 저를 안고 우시는 겁......."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목이 메여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고 말았다.
그런 나를 뒤에서 코토리여사가 끌어안고 울었다.
어이하여, 귀하......

귀하...........
전 정말..........
떠나는 당신을.........
너무나너무나 싫을 정도로..........
정말 사랑했습니다...........

[이 게시물은 에아노르님에 의해 2013-06-07 00:01:08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