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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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3, 2013 00:59에 작성됨.

 

 

※ 캐릭터 붕괴가 아주 심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심한 혐오감을 느낄수도 있으니 캐릭터 붕괴가 싫다하시는분들은 반드시 ←를 누르시길
하루카 프로듀서인분이라면 더더욱!  한번더 주의 하겠습니다. 캐릭터 붕괴가 심합니다! 싫어하시는분이면 반드시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다섯 걸음

 

 


9시 00분
먹구름이 잔뜩 낀 회색빛 날씨, 손가락으로 조금만 건드리면 비눗방울마냥 터져 비가 내릴것만 같았다. 최근 몰려온 장마전선때문에 햇빛을 본지 오래였다. 매일 밤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에 들며 빗소리를 알람삼아 일어나는게 최근 하루일과였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사무소로 향했다.

 


11시 22분
765프로덕션 사무소에 도착하였다. 이젠 잘 열리지 않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콜록콜록"
문을 열면서 흩날린 먼지 때문에 기침을 몇번하였다. 그새 먼지가 이렇게 쌓였다니, 하긴... 이젠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텅빈 건물이다. 청소가 되어 있지않은 것은 당연한거다.

 


".....다녀왔습니다."
나는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이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 책상도, 쇼파도, tv,옷걸이,컴퓨터, 그리고 다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액자도... 2년 전의 추억을 떠올릴만한 물건은 이미 사라져있었다. 하아... 그립구나. 2년전의 추억들이... 이젠 돌이킬수 없는 일이겠지만.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피었다.

 


이런 지금의 내 모습을 모두가 본다면 충격을 먹겠지?
어느새 담배를 시작한지도 2년이나 되었다. 처음엔 이런걸 왜 피는걸까? 하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지금은 공기 마시는것 마냥 일상의 한조각이 되어버렸다. 2년전 그날, 프로듀서가 해외연수로 모두에게 이별을 통보한 날, 그날 사무소는 말그대로 눈물바다가 되었다. 그것도 당연하다. 1년동안  힘든일이나 슬픈일, 즐거운일을 해온 동료와의 이별이니까.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그런 감정이 아닐것이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이별. 그것은 아직 10대인 소녀들에게 있어서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 역시 그를, 아니
그중에서 내가 그를 가장 많이 사랑했으니까...

 


삐삑-
문자가 왔다. 그가 이 근처에 온 모양이다. 그녀는 피다만 담배꽁추를 버리며 미소를 지었다.

 


"어서오세요. P씨"

 

 

**

 

 

12시 00분

 

"그만둬 하루카!"
그것이 그가 2년만의 만난 그녀를 향한  첫 마디였다.

 


"오랜만이에요. 프로듀서, 그동안 잘지내셨나요?"
2년만에 만난 그는 변한게 하나도 없었다. 마치 2년 전 그가 타임머신을 타고 이곳에 온것처럼...

 


"대체 왜 그러는거야 하루카? 일단 거기서 내려와!"

 


"걱정마세요. 프로듀서, 저는 안전하니깐요. 그리고 아직 떨어질 생각은 안하고 있어요."
그는 당혹스러웠다. 2년만에 만난 그녀는 몰라보게 성장해 있었다. 어느새 허리까지 자란 그녀의 생머리. 어른스러워진 외모에 그는 순간 가슴이 설레였으나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소름이 돋았다.

 


"아직 떨어질 생각이 없다니... 하루카!"
"오지말아요 프로듀서!"
그녀는 옥상 끝에 서 있었다. 조금만 움직이면 바로 떨어질것 같은 아슬아슬한 곳에 그녀가 있었다. 그가 일본으로 오던날 그는 765프로덕션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었다. 믿을 수 없었다. 어째서...
그는 생각하였다. 어째서 이렇게 된것일까? 자신이 연수를 간 후,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를... 하지만 알수가 없었다. 그것이야 당연하다. 그가 떠나기 전만하더라도 그녀들은 잘나가는 아이돌이었고 765프로덕션 역시 그녀들의 성장에 따라 진화해 나갔다. 분명 다녀온 이후 내가 끼어들 틈도 없을 훌륭한 회사가 되어 있을거라 생각했었으니까.

 


그리고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루카 위험하니까 내려와. 그다음에 말을 하자."

 


"싫어요"

 


"도대체 왜 이러는거야 하루카!"
"그걸... 몰라서 묻나요?"

 


그의 외침에 서늘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는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에 그는 움찔하였다. 대체 내가 없는 사이에 무슨일이 일어난것일까? 그는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초점을 잃은 두눈, 그리고 입가를 살짝 올린 그녀의 미소에서 알수 없는 불길함이 느껴졌다.

 


"좋아요. 그러면 가르쳐 드리죠. 당신이 없어진 후에 765프로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그녀가 말하길, 그가 해외연수로 일본을 떠난뒤, 한동안은 평화로웠다고 한다. 물론 부족한 일손때문에 여러가지 사소한 사고들이 발생하였지만, 그녀들의 인기를 식히는데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다음부터였다. 오토나시 코토리의 결혼으로 인해 유일한 사무원이 빠져나갔고 즉시 데리고 온 신입 프로듀서와 사무원은 무능의 극치였다. 좋은 검이 있으면 뭐하는가? 쓰는 사람이 멍청하면 죽도만도 못하다라는 것을 그들이 증명하였던 것이다.

 


그들의 큰 실수로 방송국에서 765프로덕션이라는 회사의 신뢰가 날이 갈수록 떨어져갔고 죄책감에 빠진 그들은 한번에 역전하기 위해 무리수로 큰돈을 퍼부었다 실패하는 바람에 회생이 불가능할정도로 765프로덕션은 무너져버렸다.
더이상 끌고갈 힘이 없는 765프로덕션은 어쩔수없이  아이돌들을 하나둘씩 타소속사에 이적을 시켰고 765라는 이름은 더이상 이세상에서 존재 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그는 주저 앉아버렸다.

 


"모두, 765를 떠나기 싫어했어요. 당연하잖아요? 저희들을 크게 해준 곳인데..
저희들의 자랑이였고 저희들의 제2의 집같은 장소였으니깐요."

 


"그, 그럴수가..."
좀 더 훌륭한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수락했던 연수였다.
좀 더 아이돌들에게 어울리는 프로듀서가 되기위해 떠났던 연수였다.
그런데 그것이 이렇게 될줄이야...

 


"류구코마치부터 시작해서 미키, 타카네,히비키로...
그리고 마지막은 차하야마저 모두가 눈물을 삼키고 765를 떠났습니다"

 


나 때문이다. 내가 그때 연수를 받으러 가지 않았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텐데
내가 가는 바람에, 나 하나 때문에 모두가...?!

 

"하루카, 지금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어?"

 

"....."
그녀의 긴 침묵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렇구나. 너의 표정에서 알것 같다"
그녀의 괴로운 표정을 본 그는 더이상 할 말을 잃었다. 항상 해말게 웃던 그녀였다.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모두의 기운을 복돋우기 위해서 미소만큼은 잃치 않던 그녀였었는데...

 


"죄송해요. 저 역시 연락이 안되서..."
그녀의 한마디에 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생각했던것만큼 암울한 상황은 아니라는 안도감과 여전히 커져가는 불안감을 감출수 없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아니야. 그건 어쩔수 없지. 나야말로 미안하다. 나때문에..."

 


"당신 탓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아줘요"

 


그를 위로할 말이었지만 딱딱한 말투와 차가운 시선과 그들의 현 상황덕분인지 그는 그녀가 화가 나 있는건가라고 생각하였다. 그럴만도 하다. 그 스스로가 자신 때문에 동료들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니까...

 


"프로듀서"
"왜?"

 

"저는 아직 여기에 있으니깐요"

 

"모두가 떠나고 이곳에는 없지만, 저는 이곳에 있어요"

 


"하루카,,,?"
그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5"
"하루카!? 너 무슨 짓이야!"
그녀는 한발짝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녀가 서 있는 곳은 옥상의 끝, 몇걸음만 더 내딛으면 그대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는 다급히 그녀에게 향했으나 그녀는 다시 한 발자국 뒷걸음 쳤다.

 


"4"
그녀의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그녀가 서있는곳은 줄어들어간다. 그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 알수 있는건 내가 다가가면 그녀가 발걸음을 옮긴다는것 하나뿐.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하루카!"

 


"프로듀서, 저는 계속 기다렸어요. 당신이 이곳을 떠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알고계시나요? 저 아이돌 은퇴했어요. 왜냐구요? 당연하잖아요, 제가 애초부터 여기서 기다린 이유."

 


"....."

 


"사무소가 망했고 동료들이 떠나도 저는 이곳에서 계속 서있었어요. 쭉 있었어요. 누군가를 기다리며 눈이 내리고 비가 내리고 계절이 변해도 저는 변함없이 이곳에서 기다렸어요. 기다리던 그 사람이 올때까지"

 


"하루카..."

 


"그 사람은 말이죠. 저에게 한마디 말을 한거 있죠?  내가 올때까지 사무소를 부탁한다고...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어요. 그 사람이 올 장소를 저는 지키지 못했어요.  그 사람이 소중히 여기던 사람들도 지키지 못했어요. 그래서 적어도, 그 사람이  돌아왔을때만큼은 혼자서라도 기다리자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있죠?
어느새 제 마음이 변해가는거 있죠? 다같이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이 지금은 그 사람과 단둘이 있고 싶다고... 그래서 말이죠. "

 


눈물범벅이로 된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기엔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그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런 자격이 있을까? 그녀에게 상처를 준 주제에, 그 상처를 위로하겠다니... 너무 제멋대로이지 않은가?

 

"프로듀서 혹시 지금 여자친구 있나요?"
갑작스러운 그녀의 질문에 당황했으나 그는 그녀의 말에 솔직하기로 결심하였다.

 

"어, 있어"
그의 말에 그녀는 어느정도 예상했다는듯 씁슬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그가 본 그녀의 미소중 가장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세번째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3"
"이제 그만둬! 하루카. 그 이상은 정말로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어째서 제가 아닌건가요?"


"하,하루카?"


"프로듀서의 곁에는 제가 있었는데, 어째서 제가 아닌거였냐구요!"


"....미안."


"저 몇년동안을 여기서 기다렸다구요."


"......."

 

"모든걸 포기했어요. 좋아하던 노래도, 댄스도 그리고 소중한 친구들도... 그런데 왜!!!!!"

 

스르륵
그녀의 카운트가 다시 세어졌다. 이제 남은건  두발자국, 두발자국을 옮기면 이제 그녀는...

 

"이제 그만둬 하루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깐 이쪽으로 와 하루카!"
하지만 그의 외침에도 그녀는 이미 발걸음을 뗀뒤였다. 이제 남은 카운트는 두개.

 


"어째서 절 바라봐주지 않은건가요?."
 생기가 없는 눈을 한 그녀는 조금씩 조금씩 발을 옥상에서 떼었다.
진짜이다.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그는 단숨에 그녀에게 다가갔다.

 


"당신을 가질수 없다면 난 이제 아무래도 상관이 없으니까"
이제 남은 한걸음, 그는  이젠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저렇게 된건 내탓이다.
원인이 무엇이고 이유가 어떻게 됐든 그녀를 저렇게 만든건 분명 내가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해서인거다.

 


"당신이 날 바라봐주길 바랬어. 나만을 알아주길 바랬어. 나만을 지켜주길 바랬어. 나만을 이해했으면 좋겠어. 나만을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아니 나만을  사랑해주길 바랬어. 나만을  잡아줬으면 좋겠어. 그런데, 그런데"

 

조금만 바람이 불면 떨어질것 같은 장소에서 그녀는 울고있었다.
그의 눈에는 그녀의 눈물이 피눈물로 보여왔다.

 


"하루카, 정말 그렇게 나를... 죽을 필요는 없잖아! 나보다 더 나은 사람도 분명 있을꺼라고 어째서 날...!"

 


"내 목숨보다 더 좋아했으니깐. 프로듀서, 당신을"
그녀는 웃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그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이 생에서 안된다면 다음 생에서라도... 아니면 그 다음 생에서라도 반드시..."

 


"안돼!!!"

 

 

 

"이걸로 다섯걸음이에요. 프로듀서"

 

 

 


**


미안하다 하루카.
두개의 스토리를 합치다보니깐 나도 모르게...(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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