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야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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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8, 2013 17:06에 작성됨.

"아, 곤란하네."

프로듀서는 그리 말하며 설탕이 떨어진 통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오늘은 어쩌다 보니 야근. 다른 사람들은 모두 퇴근한 후다. 야근일 때는 자주 과하싶을 정도로 설탕을 많이 넣은 단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설탕이 다 떨어져 쓴 커피를 마시게 생겼다.
그나마 냉커피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다른 재료와 도구는 다 준비가 되었지만, 그 중에는 설탕만이 없다.

"편의점이라도 갈까?"

하지만 그 편의점을 갈 시간조차 아까워 야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머리를 싸맨다.

"하아, 할 수 없지."

프로듀서는 결국 그냥 쓴 커피를 타버린다.
최대한 얼음을 많이 넣어 찬 기운으로 잠을 쫓을 생각이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자연히 복장이 흩으러져 버린다.
넥타이는 모두 풀어버렸고, 와이셔츠의 단추도 두 개 풀어놨다.
더운 날 꽉꽉 싸매고 있는 것은 고역이다.
지금 시간은 저녁 8시. 저녁은 편의점 도시락이었다.
커피를 타고서 얼음을 잔뜩 넣어 한 모금 마셔본다.
쓰고 차기만 하다.
인상을 쓰면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그 때 열릴 일이 없는 사무실의 문이 열린다.

"어라, 프로듀서?"
"코토리씨?"

둘 다 서로를 예상하지 못해 서로의 이름을 놀라 부른다.

"이 시간에 웬 일이예요?"
"집에서 자료정리 하는데 복사하지 못한 파일이 있어서 그거 복사하러 왔죠. 그러는 프로듀서는요? 오늘 일은 모두 끝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게 갑자기 유명기획자가 우리 아이돌들을 쓰고 싶다고 내일까지 자료를 보내달라고 해서 말이죠. 인지도가 굉장한 사람이라 이 사람에게 보내면 틀림 없이 큰 일이 들어올거라 거절하지 못하고 남아서 야근 하고 있어요."
"고생이시네요."

그런 프로듀서를 안쓰럽게 쳐다보다가 코토리는 자신의 자리로 가 컴퓨터를 켰다.
프로듀서는 슬쩍 그런 코토리를 쳐다보았다.
전직 아이돌이었던만큼 멋진 몸매에 아름다운 외모였다. 또한 사무복이 아닌 사복을 입은 그녀는 평소와는 다른 매력을 풍겼다.
평소에는 제복도 무언가 아슬아슬하단 느낌을 주는 그녀였지만, 지금의 사복을 입은 그녀는 같이 걷는다면 확실히 의식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프로듀서는 고개를 붕붕 저으며 잡념을 떨쳐냈다.
지금은 일이 중요하다.
그 때 자신의 USB메모리에 자료복사를 끝낸 코토리가 프로듀서의 곁에 왔다.

"제가 도울 일은 없을 까요?"
"이건 프로듀서의 영역이라서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 게요."

그리 웃으며 거절했지만 코토리는 그래도 돕고 싶은지 주위를 기웃거리며 관찰한다. 그러다가 프로듀서가 마시던 커피가 평소보다 진한 색이라는 것을 알고 들어서 한 모금 마신다.

"아,"

프로듀서는 뒤늦게 그것을 눈치챘다.
자신이 입을 뎄던 부분이다. 간접키스.
하지만 성인인 둘은 거기에 부끄러워하지는 않는다. 단지, 그 작은 행동으로 더욱 그녀를 의식하게 된다.
입술이 저리 말랑했던가? 색소도 밝은 것이 보기 좋았다.
20대후반이면서도 10대나 20대초반에 지지 않을 정도로 피부가 좋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이돌과 같이 있어 화장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다. 지금의 코토리는 나이에 비해 적은 화장으로 저런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원래 블랙커피를 즐기셨나요?"
"설탕이 다 떨어져서 말이죠. 설탕을 사러 가기에는 시간이 없고. 그래서 그냥 찬 커피로 만족하고 있어요."
"헤- 그럼 제가 도울 일이 있었네요."
"하하, 그렇군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침 단게 필요했으니."
"맡겨주세요! 최고의 단 커피를 대령해드릴게요!"

코토리가 설탕을 사다준다는 것을 알고 프로듀서는 그리 부탁했다.
그 때 코토리는 프로듀서에게 한 가지를 더 말했다.

"그럼 단 커피가 마시고 싶으시면 말씀해주세요."
"하하, 지금 마시고 싶군요."

그 말에 아무 의심하지 않고 간단히 답했다가 커피 쪽으로 손을 뻗는다.
그런데 컵이 잡히지 않는다. 이상해 코토리 쪽을 올려다보자 그 커피는 코토리가 한 모금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커피 한모금을 머금은 코토리는 그대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프로듀서의 얼굴을 붙잡느다. 
가까워지는 코토리의 얼굴을 보며 프로듀서는 움직이지 못했다.
둘의 입술이 겹쳐진다.
사무실의 불은 어쩐지 어둑했다. 혼자 있어서 일부러 사무실의 불은 자신이 있는 자리만 켜 놓은 것이다.
창 밖에서 희미한 거리의 불빛으로 희미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어둑하지만 밝다고 할 수 있는 안.
그 사무실 안에서 남녀의 입술이 겹쳐졌다.
둘의 입술은 살짝 벌어져 있고, 그 사이로 입 속의 내용물과 함께 혀도 살짝 움직인다.
프로듀서가 그 내용물을 삼키며 목울대를 움직인다.
곧 코토리의 얼굴이 떨어져간다.

"어때요, 좀 달달한가요? 이걸로 잠이 확 달아났을 것 같은데."

그리고 어린 아이와 같은 장난기 짙은 미소로 코토리는 혀를 살짝 내민다. 그런 코토리를 무심코 귀엽다고 느끼면서 프로듀서는 얼굴이 빨개져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얼굴이 빨개진 코토리는 몸을 돌린다.

"그럼 전 진짜 설탕을 사러-"

그럼 코토리의 손을 프로듀서가 잡는다. 부드럽고 시원한 손이었다. 
코토리는 손을 잡히자 더 빨개지는 얼굴로 당황해 그를 본다.
그런 코토리를 올려다보며 프로듀서는 겨우 입을 연다.

"저, 이쪽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계속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그 말에 코토리는 살짝 시선을 돌려 눈을 마주치지 못하다가 이내 쑥쓰러움을 숨기려고 베시시 웃는다.

"좋아요. 커피는 한 잔이면 되나요?"

프로듀서는 자신이 마시던 커피를 본다. 그러고는 코토리를 쳐다보며 난처하게 웃는다.

"일단 마시던 것을 모두 마셔야할 것 같네요. 보통 30분에 한 잔을 비우니깐, 앞으로 4잔 정도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코토리는 시계를 본다. 그리고 그가 작업하는 양을 본다.

".......거짓말은 좋지 않아요. 6잔은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렇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부탁할 수는......."
"6잔으로 하죠. 그리고."

코토리는 이번에는 커피도 마시지 않고 프로듀서와 얼굴을 가까이 마주한다.

"블랙커피를 즐기지만 이런 달달함은 저도 좋아한다고요?"

그리고 다시 입술을 겹쳤다.
커피가 아닌 혀가 섞이는 것을 느끼면서 프로듀서는 생각했다. 빨리 일을 끝내야겠다고. 
일을 끝내면 이번에는 프로듀서가 아닌 남자로서의 일을 시작할 것이다.
밤은 길다. 커피도 충분하다. 그리고 달달한 조미료도-
모두가 퇴근하고서 남아있었던 한 남자와 여자의 달콤했던 야근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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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야근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이런 야근 하잖아요?
이번 데이트는 가벼운 데이트니 이렇게 가벼운 글을 쓰는게 좋을 것 같아서 써봅니다.

P.S : 데이트는 그냥 한 말입니다. 사실은 데이트가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아는 여자랑 같이 퇴근길에 만나서 저녁만 먹는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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