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날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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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5, 2013 08:58에 작성됨.

"가을이구나."

프로듀서는 몸을 움츠리며 그리 중얼거렸다. 어느 사이엔가 가을에 당도했다.
아이돌들은 이제 톱 아이돌이나 인기아이돌. 일을 찾으러 다닐 필요 없이 들어온 일만 처리하게 된 지금의 입장은 편한건지 아님 더 고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단지, 지금은 요령도 좋아져 바쁜 날들 사이에 오늘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여유로운 자신은 무엇을 할까?
이것만은 아무리 노력해도 익숙해지지 않아 요령이 생기지 않는다.
아이돌만이 아닌 아이들의 일을 책임지는 프로듀서도 몸관리를 잘해야한다.
자신이 쓰러지면 일이 엉키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중한 업무 후에는 이렇게 휴가를 쓰기는 하지만 이런 휴일은 딱히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잠만 잘 때도 있고, 이렇게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기도 한다.
바닥에 밟히는 나뭇잎이 바스라지는 계절의 사이를 걷다보니 자신이 혼자라는 것을 느낀다.
딱히 여자를 멀리 한 것은 아니다. 단지 일에 바쁘다보니 자연스럽게 연애에 대해 생각지 못하게 된 것이다.

"슬슬 그 쪽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나."

이제 연애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늘 혼자서만 지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사랑하는 연인을 만들어 일만이 아닌 일이 끝났을 때의 보람도 가지고 싶다.
최대한 연인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더욱 일에 노력해보고 싶다.
결혼을 목표로 돈으 모으고,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오는 기분도 느껴보고 싶다.

"결혼이라......."

결혼이 급한 나이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한 여성이 떠오르게 된다.
프로듀서는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단축키를 누른다.
그러자 바로 연락이 닿으면서 상대가 곧장 받았다.

[프로듀서씨? 무슨 일 있으신가요? 휴가날 연락을 하시다니.......]
"그냥요. 갑자기 혼자 산책하고 있으니 코토리씨가 생각이 나서요."
[후후, 가을 타세요?]
"그런가 봐요."
[그럼 잠시 통화상대가 되어드릴게요.]
"하하, 고마워요."
[그러고 보니 오늘 많이 춥죠? 어제를 생각하고 얇게 입고 왔는데 갑자기 추워지더라고요.]
"일기예보를 안 보셨나요? 오늘 추워진다고 했는데.....]
[어제는 깜박했네요. 들어가자마자 바로 잠들어서.]
"확실히 피곤하면 그럴 때가 있죠."
[거기다 혼자 뿐인 집에서 외롭게 오래 깨어있는 것도 괴롭기도 하고 말이죠.]
"하하, 그 기분 알아요. 가끔은 다 잊고 빨리 잠들고 싶기도 하죠."
[정말 그래요. 아, 어디 좋은 남자 안 나타나나-]

그녀와 이야기를 하면 마음이 편해짐을 느끼면서 프로듀서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가을에는 연인들이 늘어나기도 하죠."
[새삼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니깐요. 그래서 고백하거나 고백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나봐요. 가을의 마법이랄까- 후후, 저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네요. 역시 선을 봐야하나-]

코토리의 장난스런 말에 프로듀서는 미소 지으며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말했다.

"그 선 보는 건 아직 미루어두시는 게 어때요?"
[어째서요?]
"가을의 마법이 일어날 지도 모르잖아요."
[후후, 그랬으면 좋겠지만 과연 그게 일어날 지 모르겠네요. 아는 남성이 없어서 말이죠.]
"일어날 거에요. 믿어보세요."
[그럼 프로듀서의 말을 믿고 이번 가을은 선을 보지 말까봐요. 안 일어나면 어떻게 책임지실 거죠?]
"일어날 거에요. 장담할 수 있습니다."
[헤에, 너무 자신만만하신데요?]

프로듀서의 눈에는 사무소의 물품을 사러 사무원복장과 얇은 가디건을 입고 나온 코토리의 모습이 보였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깐요. 코토리씨는 미인이고 좋은 여성이니깐 일어날 수 밖에 없어요."
[칭찬 고마워요. 나이를 지적 안해주셔서 더 고맙구요.]
"진심인 걸요?"
[후후, 그럼 그 마법은 언제 일어나죠?]
"그건......."

순간 프로듀서는 통화를 끄고서 가까이 다가간 코토리의 어깨를 뒤에서 두들겼다.
꺼진 통화에 의아해 하던 코토리가 뒤돌아 보았다.
그 순간 둘의 입술이 겹쳐졌다.
아주 짧은 키스. 새와 새들이 입이 부딪힌 듯한 가벼운 입맞춤.
그 때문에 코토리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가까이에 있는 프로듀서의 얼굴을 보고서 자신의 입술을 멍하니 매만졌다.
그런 코토리에게 프러듀서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입니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코토리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 마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 드리고 싶으니 점심시간 동안은 저랑 분위기가 좋은 곳으로 가시지 않겠어요?"

그 손을 멍하니 보다가 이내 코토리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곧 프로듀서의 손을 잡고 맑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에게 손을 뻗은 프로듀서의 팔을 잡아 팔짱을 끼면서 장난스럽게 물었다.

"이 마법, 밤 12시에 깨지는 거 아니죠?"
"아예 마녀가 되시도록 강력한 마법으로 걸어드릴게요."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고서 팔짱을 끼고 가을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씁쓸한 낙엽이 지고 있다.
그리고 그 위로 따스한 분위기의 두 사람이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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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달달 네잎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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