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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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8, 2014 18:55에 작성됨.

퇴근 후 집에 갔다. 아내인 코토리씨가 아이와 같이 자다가 깨서 황급히 놀래 사과를 한다.

“어쩌지, 잠시 낮잠을 잔다는 게 그냥 자버려서 저녁 준비를 못했어. 미안해!”

왜 그 정도 일로 사과를 하는지 모르겠다. 
난 내 아내에게 키스를 하며 웃었다.

“아이 돌보느라 힘들지? 오랜만에 외식 어때?”
“그래도 될까?”
“안 될게 뭐있어?”

내 말에 아내는 곧 활짝 웃다가 이내 아기가 울 수 있다면 배달시키기로 결정을 내린다. 그러다가 아기가 울어 급히 아기를 안아 옷을 걷어 올려 아이에게 젖을 물린다.
젖을 물리면서 나에게 말한다.

“당신과 나의 아이라고. 돌보는데 힘들게 뭐 있겠어.”

그러고는 나를 보며 방실 웃는다.

“그러니깐 힘든 건 일하고 온 당신이에요. 절 걱정해주실 필요 없어요. 그래도 고마워요.”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이상한 여자.
자기도 힘들면서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는 이상한 여자.
사과할 필요 없고, 고마워 할 필요 없는데 사과를 하고 감사를 하는 이상한 여자.
그런 이상한 여자 코토리.



휴일 집에서 아기와 놀면서 TV를 신청하니 아즈사씨가 나온다. 아즈사씨를 보다가 코토리는 나를 뒤에서 껴안으며 헤실 웃는다.

“혹시 아직도 아쉽다거나?”
“응 뭐가?”

내가 묻자 코토리는 시치미를 뗀다며 내 볼에 입을 맞추며 속삭인다.

“한 때 아즈사씨가 당신을 운명의 상대라고 생각했었잖아. 저런 연하의 미인을 놓쳐 아쉽지 않아?”
“전혀. 내 곁에 이미 운명의 상대가 있는데 뭐.”
“에, 정말?”
“어릴 때부터 봐온 너가 운명이 아니면 누가 운명이겠어?”

내 말에 코토리는 즐거워하더니 이내 더욱 안겨온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소꿉친구 코토리. 
그녀는 이런 당연한 사실을 묻는 이상한 여자.

“거기다 난 연하 싫어. 동갑인 너와 마음이 잘 맞는다 말이야.”
“나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 아니고?”
“실제로 지금 결혼 생활이 제일 행복한 걸?”
“우우, 부끄러워!”
“또 난 개인적으로 아즈사씨보다도 내 아내가 더 미인이라고 생각해.”
“우우!”

아내는 새빨깨져 나의 등에 이마를 비비며 얼굴을 떼어내지 못한다.
그런 아내를 억지로 앞으로 당겨 안아주자 귀까지 새빨개져 있었다.
본인이 미인이면서 다른 여자를 더 예쁘다고 하는 이상한 여자.
날 이렇게 행복하게 해주면서 다른 여자와 살았을 때 더 행복했을 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오해를 하는 이상한 여자.
그런 이상한 여자 코토리.



아이가 걷게 되자 다 같이 산책을 나왔다.
겨울은 춥다. 그래서 아내와 아들 모두 꽁꽁 싸매듯 따듯하게 입혔다.

“당신은?”
“응?”

난 내 옷차림을 봤다. 겨울옷으로 확실히 무장했다. 내가 이해를 못하자 아내느 뺨을 귀엽게 부풀렸다.

“정말!”

그러더니 자기가 손수 뜬 장갑을 건네고, 털목도리는 직접 내 몸에 감아주었다.

“당신도 따듯하게 지내야지!”

그리 말하며 살짝 혀를 내민다. 사무원으로 있을 때 아이돌이었던 히비키에게 배웠다는 것 같다.
난 웃으며 그런 목도리를 매만지다가 고맙다고 인사하고서 아이를 안고 아내와 같이 밖으로 나왔다.
춥기는 했지만 이번 겨울 중에서는 푸근한 편이었다.
반대 손에는 아이의 손을, 다른 팔에는 아내가 팔짱을 껴서 다 같이 산책을 한다.
내 아이의 손과 아내의 손으로 이미 따듯한데 기어코 장갑과 목도리를 떠주는 이상한 여자.
그런 이상한 여자 코토리.


아내가 둘째를 임신했다.
아내는 입덧이 심해 제대로 식사를 못하고 있다. 첫 애를 가졌을 때도 그랬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안절부절 못하고 있자 아내는 괜찮다며 둘째니 좀 더 낫다고 한다. 하지만 제대로 먹는 것이 없어 직접 볶음밥을 해줬다. 내가 해주는 볶음밥은 괜찮다며 잘 먹는 아내.
바나나를 사오자 그것도 잘 먹는다. 첫애 입덧 때부터 잘 먹던 음식들이다.

“힘들지 않으니깐 그렇게 안절부절 거리지마.”

3살이 된 자는 첫애의 얼굴을 만지며 아내는 웃는다.
힘들면서 힘들지 않은 척 하는 이상한 여자.
아내는 아이가 자는 것을 확인하고서 몸을 일으켰다. 임신한 아내를 부축해 거실의 소파에 앉히고 옆에 같이 앉는다. 아내는 내 손을 만지더니 이내 나에게 불평을 한다.

“하아, 둘째까지 가질 줄은 몰랐는데. 이런 30대 아줌마가 뭐가 좋다고 틈만 나면 달려들어?”

그리 놀리는 아내에게 키스를 해주고 답한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자가 30대인 게 뭐 어떻다고. 당신 아니면 여자에게 반응하지도 않는다고.”
“오버는.”

그러면서 배를 감싸안으며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자기보다 더 사랑스러운 여자가 없는 데도 그런 말을 하는 이상한 여자.
그런 이상한 여자.



“참, 당신도 질리지 않는다. 셋째까지 낳고서도 아내에게 달라붙고 싶어?”

침대 위에서 내 팔을 베고 누운 코토리가 그렇게 속삭인다. 셋째도 세 살이 됐다. 둘째는 여섯 살이, 첫째는 열 살이 되었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 부부는 10주년을 넘겼다.

“10년이 지나도 당신이 최고니깐.”
“이 주름이 늘어난 여자가 뭐가 이쁘다고.”
“당신은 언제나 아름답고 귀엽다고.”

그리 말하자 아내는 처녀 때와 같은 쑥스러움은 없지만 밝게 웃는다. 40대지만 30대 같은 외모의 동안인 그녀. 그에 비해 나는 내 나이대로 늙고 말았다.

“오히려 난 완전 40대지.”
“그렇지 않아.”
“이런 아저씨 얼굴로 매일 달라 붙는 거 지겹지 않아?”
“당신이야 말로 나에게 있어 최고로 멋진 남편이라고.”

그러면서 내 볼에 입을 맞춘다. 
누군가 보면 우리 부부를 주책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이를 먹어도 서로가 너무 좋으니깐.
나이를 먹어도 신혼 때 열기가 식지 않는, 남편을 너무 사랑하는 이상한 여자.
나이를 먹어도 신혼 때 열기가 식지 않는, 아내를 너무 사랑하는 이상한 남자.
그런 이상한 남자와 여자. 
그것이 나와 코토리다. 
그런 이상한 여자인 아내와 그녀의 남편인 나의 이야기.
이상할 정도로 행복한 부부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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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상하게 훈훈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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