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토리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꽃들에게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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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8, 2013 21:33에 작성됨.

저기…. 프로듀서 씨? 듣고 계신가요?
아, 자고 계신 건가? 후훗…. 하긴 피곤할 만도 하겠네요. 사장님도, 리츠코 씨도, 그리고 다른 모두들, 지금쯤 집에서 곯아떨어져 있겠지요.

저는….
글쎄요. 이런 기분,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거라서, 몸은 너무나도 피곤한데 정신은 아직 멀쩡해요. 오늘밤은 아무래도 잠들 수 없을 것 같네요.
너무나도 오랜만에…. 그래요, 이 나이 돼서 주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뭐라고 할까…. 하루카쨩이나 미키쨩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다고 할까요? 그 수많은 관객들, 내 눈을 환하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손에 쥔 마이크, 내가 입은 무대의상…. 옛날의 저로 돌아간 것 같아서 기뻤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아, 프로듀서 씨는 아직 모르고 계시죠? 제가 전직 아이돌이었다는 거.
‘하늘’이라는 노래, 들어보셨나요? 바로 저의 데뷔곡이었답니다.
첫 곡을 받았을 때의 떨림, 아직도 기억나요. 저에겐 과분하다 싶을 정도의 멋진 곡이었죠.
그 곡으로 데뷔해서 몇 달 동안, 지금 생각하면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나름대로의 성과를 이끌어내고, 팬 분들도 많이 생기고 했으니까요.
그때의 저는…. 노래 가사처럼 정말 하늘이 되고 싶어 했던 소녀였답니다. 날개가 없어도 날 수 있으니까요, 구름으로 꿈을 그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때의 저는 왜 조금 더 제 자신을 믿지 못했을까요.
만약 그랬더라면, 지금의 저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요.
솔직히 궁금하네요.

그래서…. 후회하고 있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또 아니네요. 저는 지금이 훨씬 좋은걸요. 어차피 그때 아이돌 활동을 지속했다고 해도 이 나이면 은퇴했을 테고, 그럼…. 에…. 지금 뭘하고 있었을까요? 만약 은퇴해서도 765프로의 사무원이 될 수 있었다고 하면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겠는데요.
어쨌든, 아이돌 활동을 그만두고 한참 동안 제가 할 일을 찾아다녔어요. 사람은 일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일을 해도 제 마음에 맞지 않더군요. 이미 그 스테이지에, 그 팬들의 환호에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렸기에.

그렇게 아무 것도 이뤄놓은 것 없이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이었어요.
당시의 저는 라이브 카페 같은 곳을 진전하며 노래를 팔아 조금씩 돈을 벌고 있었답니다. 비록 그때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액수였지만, 그 당시의 저에겐 만족할만한, 만족해야할 액수였지요.
그 날도 어김없이 노래를 마치고, 오너에게 일당을 받아 카페를 나왔어요. 비록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였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터라 나름대로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었고요.

하지만, 단 한 가지.
내 마음속 어딘가에 존재해 있는 커다란 구멍은, 그 구멍만은 메워지지 않더군요.
대체 원인이 뭘까 고민할 필요는 없었어요. 원인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집으로 향하는 저에게 어느 중년의 신사 한 분이 다가왔어요. 절 보자마자 대뜸 ‘여기 있었군.’이라고 하시더니, 저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 저에게 맞는 일자리가 있다고 하시지 않겠어요?
처음엔 도망갈 준비부터 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꽤 낯익은 목소리더군요.
네, 그 분이 바로 우리 765프로의 사장이자 한 때 저의 프로듀서도 겸임하셨던 타카기 사장님이세요.

사장님은 저에게 제 마음속에서 끝내 채워지지 않았던 그것, 그것을 다른 아이들을 통해 이뤄내 보자고, 그러니 제가 그들의 뒤를 단단히 받쳐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생각할 필요가 없었죠, 곧바로 승낙했어요.
그렇게 저는 다시 765프로로 돌아오게 되었답니다. 아이돌이 아닌 사무원으로요.
씨앗은 싹터가는 꽃봉오리가 되어 언젠간 꽃이 피게 된답니다.
후훗, 왜 이런 소리를 하냐고요?
사장님을 다시 만난 그 날, 제가 라이브 카페에서 불렀던 마지막 노래가 바로 ‘꽃’이었으니까요.

제가 765프로에 들어오고, 곧 사장님은 후보생들을 모집하기 시작하셨어요.
오랜만에 들어온 765프로는 예전 같지 않은 썰렁한 곳이 되어있었죠. 그땐 사장님과 저 뿐이었으니까요. 제가 아이돌을 할 땐 그래도 괜찮은 규모였는데 말이에요.
제가 온 다음 첫 후보생들이 누군지 아시나요? 바로 리츠코 씨랑 마코토쨩, 하루카쨩, 치하야쨩이었어요. 그 이후에 야요이쨩과 이오리쨩이, 또 그 다음으로 유키호쨩과 미키쨩이 들어왔죠. 그 다음이 아미쨩과 마미쨩, 마지막으로 타카네쨩과 히비키쨩. 저희는 그렇게 시작했던 거예요.

프로듀서 씨가 오기 전에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죠. 그걸 모두 얘기했다간 밤이 새버릴 지도 몰라요? 후훗….
리츠코 씨가 프로듀서 일을 하게 되고, 류구코마치가 결성된 이후에 프로듀서 씨가 들어온 거니까요.

프로듀서 씨는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셨어요. 약소 사무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765프로에 들어와서, 어느새 이만큼 성장시켰으니까요. 더 이상 옛날의 풍경을 볼 수 없게 된 건 섭섭한 일이지만…. 아, 이건 지금 와서 너무 배부른 소리가 된 건가요?

물론 힘들 때도 많았지요, 그 누구보다도 프로듀서 씨가 가장 힘들었겠지만 말이에요. 저도 많이 힘들었답니다. 지금 정도라면 투정부려도 되겠지요? 일개 사무원의 푸념일 뿐이니 이해해주세요.
…프로듀서 씨가 정말 듣고 계셨더라면, 또 ‘오토나시 씨의 어디가 일개 사무원이라는 겁니까!’라고 한 마디 했었겠네요.

정말…. 모두에게 정말 고맙다고 하고 싶은데, 막상 꺼내려 하면 부끄럽다고 해야 할지…. 후훗, 저의 꿈을 대신 이루어준 아이들인데, 평생을 고맙다고 해도 모자랄 텐데.
온 세상 모든 빛을 받으며 빛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제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을 꾹 참고 지켜보기도 한답니다.

빛이여 빛나세요, 모두 각자 하나의 빛을.
빛이여 빛나세요, 당신다운 당신의 그 빛을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오늘이 됐죠. 저는 정말 깜짝 놀랐답니다.
설마 정례 라이브에서 저를 올려 보낼 생각을 하다니, 이거 대체 누구 아이디어죠? 보나마나 사장님이겠지만요.
정말…. 저 때문에 라이브가 망쳐지기라도 한다면, 전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을 거라구요!
어떻게 결과는 좋은 것 같지만…. 아직도 관객들의 그 시선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네요. 아, 물론 이것도 좋은 의미지만요.

제가 불렀던 노래, 기억나시나요? 저로서도 처음 선보이는 곡이에요.
왜냐하면 이 곡, 발표되기 전에 제가 아이돌 활동을 그만둬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저에게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네요, 그것도 제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함을 느끼고 있는 순간에 말이에요.

이 곡의 제목, 기억하고 계시죠?
네, 바로 ‘행복’이랍니다.

작은 소원이 언젠가는 커다란 미래가 되죠.
마치 아이가 어느새 어른이 되어가는 것처럼.

프로듀서 씨, 지금의 당신은 행복한가요?
앞서 말했듯이 저는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답니다.
잊지 마세요, 프로듀서 씨는 혼자가 아니에요. 프로듀서 씨가 프로듀스하는 아이돌들이, 사장님이, 리츠코 씨가, 제가 있답니다.
‘프로듀서’잖아요, 그렇죠?
그러니 앞으로도 우리 765프로의 아이돌들을 잘 부탁드려요. 그녀들의, 그리고 리츠코 씨와 저의 꿈을 실현시켜주실 거라고 믿어요. 이건 부탁이 아니에요, 강요입니다.
후훗…. 농담이었어요. 그럼 프로듀서 씨?

계속, 계속 행복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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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풀기 2회차.
이제 다음은 진짜 로코마 써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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