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기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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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8, 2013 02:50에 작성됨.

오늘은 달이 참 밝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된 것 같은데...

P가 없는 침대에서 혼자 잠들기가 너무 힘들다. 그의 온기는 없지만 그의 냄새는 남아있는 그의 잠자리....

문득 그날 봤던 미키와 P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내가 아직 그 일을 이해하지 못해서 일까?

P의 그 열정적인 모습...나와 할 때는 보여주지 않은 표정....나는 P와 속궁합이 잘 맞지 않을걸까...노력하고 있는 편인데....

주말에만 행해지는 우리 사랑의 의식은....하루에 한번....무성의하게....그저 의무적으로 행해지는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들어 그의 행위에는 애정이 담겨 있지 않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그저 나만의 착각일까...

인간의 감정이 담기지 않은 동물의 본능적인 짝짓기....

아니 피임을 하고 있으니 새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동물들의 짝짓기보다도 못한 아무런 의미 없는 행위일지도...



머릿 속 가득찬 쓸데없는 생각들을 떨쳐내기 위해 P의 서재에 있는 장식장에서 발렌타인 17년 산을 꺼냈다.

P가 화내려나...조금씩 혼자 홀짝 홀짝 마셨을 뿐인데 P가 모아둔 갖가지 술들이 거의 반 정도 줄어들었다.

이렇게나 큰 8단 장식장인데...이미 반 정도는 빈병이 되어있다.

저녁에 만들어 놓은 식은 피자를 데우고 양주를 스트레이트 잔에 따랐다.

하루카「헤헷...술이란 마시면 마실 수록 느는구나...오늘은 딱 5잔만 마셔야지~」

한잔 한잔 술이 들어가니 식도부터 위까지 불이 난듯이 달아올랐다. 이윽고 그 취기가 얼굴까지 올라오면 머리가 깨끗하게 비워지는 듯했다.

그 어떤 고민도....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하루카「딸꾹...에헤헤헤...조타...이히히히히..어? 벌써 다 마셨엉? 키키키키...누구야~ 내 술 다 마신 녀석은!! 꺄하하하하하~ 그래그래 남편도 나눠먹는 년인데 술이라고 안 그랬겠어? 자 다들 마시라구~ 술이라면 아직 이렇게 잔뜩 남았다고요~ 헤헤헤~」

비틀거리면서 다시 P의 서재로 들어가 제일 도수가 높은 술을 고르고 있는데.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P로부터 메일이 왔다.


띠리링~♪

[□■호텔 / 타카네]


하루카「헤헷~ 딸꾹! 그러고 보니 타카네가 결혼선물로 준 술이 어디있더라? 우후훙~♪」















□■호텔 스위트룸


타카네「괜찮은 걸까요? 평소보다 하루카에게 메일을 보내는게 늦은 것 같은데...」

P「음....저 아름다운 달빛에 비춰진 타카네의 모습에 취해서...깜박했었어. 뭐 이제라도 보냈으니 괜찮을거야. 하루카잖아?」

타카네「솔직히....저는 아직까지 P의 판단과 하루카의 행동에 대해서 기이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P「다만?」

타카네「귀하와 하루카가 선택한 것이니...소녀가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겠지요...」

P「어째 말투가 차갑네;;」

타카네「저는 소위 세간에서 말하는 세컨드....아니 서드? 설마 12번째는 아니겠지요? 뭐 어찌되었간 정실부인과 그의 남편이 판단한 문제이옵니다. 소첩이 어찌 토를 달 수 있겠사옵니까...」

P「세....컨은 세컨이지. 뭐 일단 퍼스트 빼고는 다 세컨 아닐까? 하하하...근데 왜 굳이 그런 말을 꺼내는거야?」

타카네「.....소첩은 더이상 하루카를 볼 낯이 없사옵니다. 그 어떤 사죄의 말로도 어떠한 속죄의식을 한다고 해도...그녀의 마음을 위로할 수 없을겁니다.」

P「....다 내가 나쁜 놈이지....타카네가 그렇게 자책할 필요는 없어.」

타카네「그런 말씀 마시옵소서.....프로듀서께만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지요.......사실 소첩에게는 부모님께서 정해주신 정혼자가 있습니다.」

P「에? 그...그건 또 첨 듣는 얘기네;;」

타카네「고국에 돌아가면 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결혼을 해야 하는 입장이지요...」

P「......어떤 녀석이야?」

타카네「대부호의 아들에....성격도 건실하고 꽤나 잘생긴 청년입니다.」

P「나보다 훨씬 괜찮은 녀석이구나....」

타카네「전혀 아니옵니다. 귀하께 받은 애정과 관심, 사랑 그 모든 프로듀스는...소첩이 앞으로 평생 갚으려해도 갚을 수 없는 은혜입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그 사내는..」

P「는?」

타카네「라멘을 싫어합니다.」

P「네?」

타카네「라멘 국물조차 역겹다고 토해버리는 남자이옵니다.」

P「하?」

타카네「그러는 주제에 스파게티나 냉면 등등 다른 면요리를 먹는 주제에...라멘에 대한 모독입니다. 이단입니다 이단!!」

P「........그...그랬구나...그것 참 다행이었네...」

타카네「다행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라멘모독입니다?!! 신성모독입니다?!!」

P「우왓 표정 무서워 타카네? 아니 아니 난 그냥 이렇게 스위트룸에서 타카네와 컵라면을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하하...」

타카네「기묘한!」

P (누가 할 소릴;;)

타카네「흠흠...아무튼 소첩 또한 자신의 사정에 의해서 귀하와 하루카의 상냥함에 기대고 있는 겁니다....그러니 귀하께서 사과하실 필요는 없사옵니다.」

P「그래....알아 들었어 타카네.」

타카네「그럼 배도 막 채웠으니...오늘은 소첩이 먼저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P「오...오우...부...부디 상냥하게 부탁드립니다....여왕님...」

타카네「후후훗...프로듀서도 잔뜩 긴장하셔서는......허나 거절한다!」

찰싹!

P「히이이익? 아...안돼!! 이대로는 신사게로 가버렷~?!!」

타카네「오늘밤은 재우지 않겠사옵니다. 귀하?」

























...............................

머리가 아프다. 속도 너무 쓰리다...

해가 중천이 되어서야 깨어난 나는 주변을 살폈다.

양주가 2병 맥주 7캔....거기다 그 큰 정종도 깨끗하게 다 비어있었다.

누가 다 마신걸까? 머리를 끌적이며 술과 안주거리로 어질러진 거실을 치우기 시작했다. 내일이면 P가 돌아올텐데....

이런 모습...절대 그이에게 보여줄 수 없다...



대충 어느 정도 거실을 치운 후 차가운 물 한잔과 숙취해소용 드링크를 마셨다.


하루카「캬아~ 시원해. 어머? 이제 장식장에 있는 술들이 반도 안남았네? 이 바보 하루카. P가 알면 혼나겠어.....아니 어차피 그이도 모를거야.....것보다 신경도 쓰지 않겠지....」


나는 다시 장식장 문을 열어 보드카를 꺼냈다.

괜히 숙취해소 음료를 먹었다. 하루종일 취한 채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보드카 병뚜껑을 땄다.

코를 찌르는 알콜냄새를 맡으며....

나는 다시 기분 좋게 취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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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개그담당 타카네!!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좌절....

것보다 하루카의 불행한 공기에 다 묻히는 느낌이네요....

뭐 위스키 99%에 콜라 1%를 블랜딩한다고 해서....쓴 술이 달콤해질리 없겠죠.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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