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네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기

댓글: 14 / 조회: 559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10-01, 2013 12:48에 작성됨.

갑자기 떠오른 소재라서 후딱 써봤습니다.
다음편으로 완결시키려고 생각중입니다.
아이돌마스터 2 로부터 4년에서 5년의 시간이 흐른 뒤가 배경입니다.
어쩌면 곧 쓰게될지도 모르는 히비키 연애물의 시작이 될지도?


----------------------


    타카네의 잔에 술이 차오른다. 그녀의 손바닥 보다도 작은 잔. 도쿠리를 조용히 받침 위에 내려놓은 타카네는 왼손으로 오른손의 소매를 잡고 잔을 가볍게 잡는다. 그리고는 윗입술을 살짝 적시고는 다시금 잔을 내려놓는다.
    "타카네는 사케를 좋아하는구나."
    그녀와 함깨 여흥을 즐기고 있는 것은 히비키. 그녀의 앞에는 도쿠리도 잔도 없이, 거대한 500cc 맥주잔 하나만이 놓여있을 뿐이다.
    "히비키는 술을 좋아하지 않으시죠?"
    "응. 그다지. 차라리 콜라가 더 좋아."
    하며 조금은 흥을 깨는 말을 하지만 타카네는 그것이 히비키임을 알고있기에 이해한다.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주는 친구, 히비키.
    "그런대 어째서 맥주를?"
    "타카네 혼자서만 마시면 분위기가 안살잖아?"
    하며 밝게 웃는다. 고작 몇모금 마신것 만으로 그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있음에도 친구와 어울리기 위하여 무리하고있는 것 처럼만 보였다. 하지만 타카네는 그런 히비키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함깨 즐기고 있다. 반면 타카네는 이미 몇잔을 비우고 난 뒤였다. 히비키는 그녀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다. 때로는 눈을 감고, 때로는 향을 맡고, 때로는 입술에만 살짝 적시고, 때로는 단번에 잔을 비우고, 때로는 오신코로 입맛을 돋우고. 그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술을 즐기고 있었다.
    "아, 저기요! 닭꼬치 한접시만 더 해주세요."
    하며 히비키는 옆을 지나가던 점원에게 추가주문을 한다. 히비키는 오히려 술을 마시기 보다는 안주거리로 나오는 것 들을 늦은 저녁 대신 먹고있었다. 맥주는 도착하고나서 몇모금 마신게 고작. 거품은 꺼져가고 있었고 차가운 맥주는 미지근해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타카네는 히비키의 맥주를 대신 마시지는 않는다. 맥주만은 그녀가 싫어하는 술 이었기에.
    "타카네는 어떤 술이 제일 좋아?"
    닭꼬치가 도착하기까지를 기다리면서 그녀는 한가지 실수를 범한다. 본인이 그렇게 말하고도 '아' 하면서 실수하였음을 깨닳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닌가. 타카네의 흰 뺨이 살짝 붉게 물들었고 잔을 내려놓은 타카네는 잠시 눈을감고 기억을 짚어간다.
    "아직 여러 술을 마셔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하나 기억에 남는 술이 있다면..."
    그렇게 잠시뜸을 들이면서 그녀는 기억속에 남아있던 그 향과 감촉을 떠올리려 한다. 그녀의 입술을 타고 혀를 감싸던 그 따듯했던 감촉.
    "카쵸우후케츠... 일까요?"
    "화조풍월이라..."
    히비키는 그것이 어떤 술인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그녀 자신이 많은 술을 즐기지 않는 편이기에.  다만 그 이름, 그리고 지금 술을 마시는 타카네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어떠한 맛도 향도 아닌 하나의 풍경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술 인거 같네."
    히비키의 그러한 감상에 타카네도 동의하는건지, 그녀는 미소지으면서
    "아름다운 술 이었죠. 정말로 아름다운."
    하며 답을한다. 하지만 타카네는 거기서 말을 멈추고 그 이상 술얘기를 하지 않는다. 히비키가 생각하던 그런 일이 없이, 그녀는 다시금 잔을 입으로 가져갈 따름이다. 타카네의 그런 모습을 볼때면 히비키도 사케를 마셔보고픈 생각이 들지만, 그것은 '사케를 원해서가 아닌', '술을 마시는 타카네의 모습'을 흉내내고 싶어하는 것 임을 히비키 자신도 알고있었다. '아름답구나.' 그녀가 술을 마시는 모습은 그저 그림 처럼 아름답게만 보였다. 히비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잔도 조금씩 비우려 노력한다. 무거운 잔을 오른손으로 들어 왼손으로 옆을 잡고는 고개를 숙여 잔에 입을 가져댄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잔을 기울여 맥주를 입으로 흘려넣고는 금세 내려놓는다. '써.' 그것이 히비키의 마음 깊이에서 울려퍼지는 단 하나의 감상. 그런 감상은 히비키의 얼굴에 새겨지고 말았고 타카네는 그 모습을 보고는 또다시 살짝 미소 짓는다.
    히비키는 타카네와 일이 끝나면 자주 만나고는 한다. 하지만 언제나 야요이와 함깨 카페에서 늦게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조금 하다 해어질뿐, 오늘처럼 이렇게 이자카야에서 그것도 가게 안쪽의 좌석에 앉아 이렇게 술을 나눈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몇번인가 이자카야에 온 적은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콜라를 종류별로 시키면서 가라아게로 배를채우면서 같이 웃고 떠들었을뿐. 타카네는 그때도 간혹 사케를 주문하기는 하였으나 대부분은 잔으로 몇잔을 비울 뿐 이었다. '타카네 무슨 일이 있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히비키는 그녀의 모습을 관찰해보지만 그저 아무것도 얻어낼수 없었다.
    "하고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돌연 그렇게 말을 꺼낸 타카네. 히비키는
    "응."
     하고 답하면서 그녀를 바라본다. 어딘가 매마른 미소를 지으면서 타카네는 잔을 놓지 않은체로 얘기를 이어간다.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신작이야?"
    시죠 타카네가 처음 책을 낸다는 얘기를 4개월전에 들었을때, 사무소의 모두는 놀라면서도 '과연 타카네!' 하면서 모두 긍정하는 분위기였다. 다들 먹거리 탐방기 같은 에세이 일거라고 생각하였으나 의외로 평범한 남녀의 사랑얘기 였기에. 다만 타카네의 고풍스런 문체와 어울려 펼쳐지는 음식과 함깨 풀어나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대중에게 먹힐만한 것은 아니었으며, '아이돌이 쓰는 연애소설'이라는 부정적인 인식과 함깨 그리 큰 성과는 올리지 못한체 재고가 사무소에 어느정도 쌓여있었다.
    "신작 일까요?"
    "무슨 뜻이야?"
    "글쎄요... 조금은 취기가 도는 것 같습니다..."
    타카네는 자기도 모르는 말을 하고 있는걸까. 그녀는 잔을 내려놓고는 잠시 눈을 감으면서 침묵을 지킨다. 히비키는 그녀를 제촉하지 않는다. 이러한 침묵역시 타카네와의 '대화' 이니까. 히비키도 그러한 침묵을 함깨하면서 그녀와 다른 방식의 대화를 이어나간다. 침묵속에서 이어진 대화는 서로에 대한 것 이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야? 낮에는 어땠어? 물론 서로에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서로가 어떤 얘기를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다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없는 침묵이 아닌 두 사람의 대화이다.
    "어떤 얘기야?"
    그 침묵 끝에 히비키가 먼저 입을연다. 그리고 타카네는 그녀의 말에 결심하듯 눈을 살며스 뜨고는 얘기를 시작한다.
    "어떤 소녀에 대한 얘기 입니다. 성을 가지지 못한 소녀에 대한 얘기."
    "성?"
    "그렇습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