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비타카 단편(백합주의)

댓글: 24 / 조회: 1222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7-23, 2013 15:19에 작성됨.

히비타카 단편입니다.
백합입니다. 주의해주세요.
조금 끈적한 표현이 나옵니다. 이런 데 불쾌한 감정을 가지시는 분은 백스페이스를 눌러주세요.

=========================================

사람들이 잠든 사이, 세상이 변해간다.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눈송이, 그것은 곧 탐스러운 함박눈이 되어 펑펑 내리기 시작한다.

“예쁘다~”
“그렇군요.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습니다.”

간밤에 내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인 곳에서 히비키와 타카네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주변을 둘러보며 기뻐하고 있다. 둘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찾아오지 않았는지 눈벌판엔 둘의 발자국만이 나란히 찍히고 있다.
마침 스케쥴도 없겠다. 한가하기도 하고 마침 눈도 오고해서 둘이서 눈을 밟으며 길을 걷다보니 도착한 곳이다.
히비키의 복장은 털모자에 두꺼운 재킷, 목도리에 장갑까지 갖춘 완전 무장 상태다. 오키나와에서 왔으니 추위를 잘 타기 때문이리라.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타카네도 평소보다 두꺼운 코트 차림에 목도리까지 한, 나름 추위에 대비한 상태였다.
히비키는 슬쩍, 타카네를 훔쳐본다. 평온한 얼굴. 그 얼굴에 슬쩍 심통이 인다.

‘남 속도 모르고.’

히비키는 타카네를 좋아하고 있다. 본인은 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타카네와 있을 때마다 가슴이 요동치며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서 조차. 히비키는 고개를 푹 숙인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심장소리를 타카네에게 들킬 것 같았기 때문에.

타카네는 내심 필사적으로 표정을 숨긴다. 히비키에게 자신의 동요를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히비키가 웃으면 자신도 웃게 된다. 히비키가 슬퍼지면 자신도 슬퍼진다. 그리고 히비키를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건- 우정인걸까요. 기묘한 감정입니다.’

서로의 착각은 깊어지기만 한다.
돌연, 히비키가 도도도 앞으로 뛰어나간다.

“히비키? 그러다가 넘어질 수-”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한마디 하려던 타카네의 말이 갑자기 중간에 뚝- 끊어졌다. 
눈덩이 하나가 타카네의 안면 정중앙에 틀어박혔기 때문이었다. 물론 던진 범인은 히비키.
개구쟁이처럼 히히 웃고 있다.

“히비키... 이러지 않는 게 좋을-”

손으로 얼굴에 묻은 눈을 털어내며 한마디 하려는 타카네였지만 그것마저 얼굴에 정통으로 명중한 눈덩이 여럿에 철저히 묵살당하고 말았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눈덩이를 털어내며 싱긋 웃어 보이는 타카네, 하지만 히비키는 키득키득 웃으며 마지막 눈덩이를 던졌다. 그 눈덩이마저 정확히 타카네의 안면에 명중했다. 
그리고 ‘빠악‘ 하는 ‘뭔가 다르지만 아무튼 상당히 아프게 들리는‘ 소리와 함께 타카네는 얼굴을 감싸쥐며 주저앉아버렸다.

“우갸! 큰일났다?!”

아무래도 눈을 뭉칠 때 실수로 돌이 들어간 모양이다. 실시간으로 표정이 굳어가는 히비키가 허둥지둥 타카네 쪽으로 뛰어갔다. 이마에 혹이라도 났음 어쩌지, 멍 들었으면 안되는데- 라고 귀여운 걱정을 하면서 말이다. 

“정신 차리라구 타카네! 자신이 잘못 했어.”

부들부들 떨면서 주저앉아있는 타카네를 흔들며 히비키가 애타게 부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타카네가 서서히 정신을 차린다.

“후후후- 히비키, 제가 그만두라고 했었죠?”

타카네의 상태가 이상하다. 마치 무언가를 억지로 참고있는 모습이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는 제가 벌을! 내리겠습니다!”

분노의 화신이 이 자리에 강림했다. 타카네는 양 손으로 눈덩이를 만들어 히비키를 향해 마구 집어던진다.

“그러니깐- 미안하다고- 했잖아- 우갸-!”

날아오는 눈덩이를 이리저리 피하며 히비키가 애타게 말했지만 이미 분노에 지배당하는 타카네에겐 들리지 않는지 도끼눈을 하곤 연신 눈덩이를 집어던졌고 결국 히비키는 눈덩이를 다 피하지 못해 안면 정중앙에 눈덩이가 하나 틀어박혔다. 마구 던진 것 같지만 명중률은 70%를 채우고 있다. 역시 765프로덕션에 숨겨진 강자답다.

“...이젠 됐지? 이제 그만하자구!”

눈덩이가 박힌 채로 히비키가 말하지만- 대답으로 돌아온 것은 더욱 수가 불어난 눈덩이들이었다. 아직 분노가 마저 풀리지 않았나보다.

“우갸! 이젠 나도 모르겠다구!”

결국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히비키도 눈덩이를 던지며 반격에 나섰다. 
얼핏 보면 평범한 소녀 둘이 사이좋게 눈싸움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둘 다 도끼눈이 된 채 상대에게 눈덩이를 마구 던져대는 모습은, 안타깝지만 이미 정상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언제 준비해 뒀는지 잔뜩 비축된 눈덩이를 던지는 타카네. 목표물(히비키)를 향해 날아가는 무수한 눈덩이들을 보고 있으면 압박감마저 느껴진다. 반면 히비키는 댄스가 특기인 걸 증명하듯 눈덩이를 이리저리 피하면서 틈을 노려 눈덩이를 던지며 가끔 피할 수 없겠다 싶은 것은 눈덩이를 던져 요격하는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빗나간 눈덩이가 닿은 곳은 눈가루가 폭발마냥 피어오르며 ‘한대라도 맞으면 죽는다!’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문득 숨을 몰아쉬던 타카네가 주변을 둘러보니 히비키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 기습에 대비하며 주변을 향해 오감을 곤두세우는 타카네. 그 모습은 이미 훌륭한 전사가 되어있다.

“거기인가요!”

반응이 느껴진 쪽으로 재빨리 눈덩이를 던졌다. 하지만 타카네의 눈에 비친 것은 히비키가 아닌 산토끼 한 마리. 혹시 모를 먹이를 구하려고 나왔다가 변을 당했는지 양 앞발을 위로 번쩍 든 채 붉은 눈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타카네는 토끼에게 신경을 끄고 다시 히비키의 기습에 대비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구!”

히비키가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엄청나게 커다란 눈덩이를 들고서. 그 모습엔 타카네도 당할 수 없는지 표정이 파랗게 질려간다.

“에에... 저기 히비키?”
“응? 뭔데?”
“그거... 던질 건가요?”

타카네의 질문에 히비키는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었다. 그 눈부신 모습에 타카네가 일순 시선을 빼앗겨버렸지만-

“당연하지!”

히키니는 눈덩이를 힘껏 타카네를 향해 내던져버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 공기가 흔들린다. 무슨 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다. 그 틈을 타 토끼가 재빨리 도망치는 것이 보인다. 풀풀 날리던 눈가루가 가라앉자 히비키의 앞엔 예쁘장한 ‘타카네 눈사람’이 하나 완성되어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꽤 어울리는 모습이다.

“이걸로 나의 승리라구! 히힛!”

손으로 V자를 만들며 히죽 웃는 히비키. 타카네는 그런 히비키에게 눈을 흘긴다. 하지만 이내 어쩔 수 없다는 것 마냥 싱긋 미소를 짓는다. 타카네는 눈덩이에서 나오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댔고 눈덩이가 허물어지자 그만 균형을 잃은 타카네의 몸은 그대로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이크, 위험하다구?!”

재빨리 히비키가 타카네를 잡는다. 바닥엔 눈이 수북히 쌓여있으니 다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넘어지는 것을 보는 것은 괴롭기에 한 행동이다. 하지만 이미 상당히 기울어진 타카네의 몸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히비키마저 몸의 균형이 무너져 같이 넘어져버리고 말았다.

“에구구- 괜찮아?”

히비키가 말한다. 넘어지기 직전 타카네를 억지로 끌어당겨 자신의 위로 오게 만들면서 넘어졌기 때문에 히비키 본인은 타카네 아래에 깔려있다. 서로 얽혀있는 몸을 이리저리 풀어내며 타카네가 몸을 일으킨다.
히비키는 문득 위화감을 느껴 고개를 돌렸다. 타카네가 본인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후후, 오늘은 참으로 즐거운 날이옵니다.”

평소와 같은 말인데 타카네의 두 눈엔 강렬한 열망이 서려있다.

“이제- 참을 수 없사옵니다.”

타카네가 한걸음 다가간다. 히비키는 반사적으로 한걸음 물러난다. 다시 다가간다. 물러난다.
일진일퇴, 공방이 계속된다.

“저기... 타카네- 씨?”

몰릴대로 몰린 히비키가 조심스레 타카네를 부른다. 타카네는 대답 없이 양 손을 뻗어 히비키의 얼굴을 살포시 감싼다.

“장난치지 말-”

히비키가 뭐라 항의하려 했지만 타카네는 히비키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겹침으로써 그것을 막았다. 입술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감각에 히비키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의 눈이 스르륵 감기며 양 손을 타카네의 허리에 감았다. 타카네는 자신의 몸을 점점 히비키에게 밀착 시키며 그녀를 더욱 원한다는 듯이 갈구했고, 히비키도 그런 타카네를 받아들이며 자신의 입술을 넘어 온몸으로 퍼지는 달콤하며 저릿한 감각을 즐겼다.
전신에 기쁨이 충만해진다.

‘아아, 전 히비키를 사랑하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자신은, 타카네를 사랑하고 있었던 거구나.’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이 전해진다.
하늘은 그런 둘을 위해 장막을 펼쳐주려는 듯 또 다시 흰 눈을 하염없이 내려주었고 이내 눈은 둘의 머리 위로 소복이 쌓여간다.
잠시 후, 둘의 얼굴 사이의 거리가 벌어진다. 머리위에 쌓인 눈이 우수수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갑작스런 일에 서로 어색한 탓일까, 둘 사이엔 기묘한 침묵이 이어졌다.

“절 받아준 보답입니다.”

어색한 분위기에 먼저 말한 것은 타카네. 수줍게 웃으며 말하는 것이 평소의 타카네라면 상상도 못할 모습이다. 하지만 그 모습엔 히비키가 응해준 것에 대한 안도감과 기쁨이 함께 있었다.

“마코토가 그렇게 찾아다니는 왕자님이란 존재, 전 오늘 찾아냈는지도 모르겠군요.”

뭐야이거타카네가너무귀엽잖아몰라나가져갈레!
히비키는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돌렸다. 부디 얼굴이 붉은 것이 추위 때문이라고 생각되기를 바라면서.

“자, 자신은 괜찮다고!”

히비키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었다.
그러면서,

“아아- 원래 이런 건 왕자님이 먼저 하지 않나?”

탄식하듯 툭 내뱉었다. 뒤이어 타카네의 얼굴에 다시 수줍은 미소가 걸린다.

“그럼-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뭐?!”

뜨악하며 히비키는 가만히 서 있는 타카네를 보았다. 그리곤 ‘자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구.‘ 하면서도 환한 미소를 띄우며-

“그럼- 자신에게서의 보답에 보답이라구.”

천천히 타카네에게 다가가- 살포시 끌어안아- 얼굴을 서서히 타카네의 얼굴을 향해 거리를 좁히고- 이내 둘 사이의 거리는 ‘0‘이 된다.

하늘에선 여전히 두 사람만의 장막이자 축복인 함박눈이 떨어지고 있다.

그 조그만 두 사람만의 축복 속에서 둘은 서로의 체온을 천천히 느끼며 하나가 되고 있다.

=========================================

요즘 히비키가 좋아지고있습니다. 애니마스를 다시 본 영향일까요;; 히비키가 귀엽네요 ㅎㅎ
히비타카물은 우정이 주요 테마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있습니다만- 애정을 테마로 잡아봤습니다.
야한 표현을 안쓰고 야하게 써보자 라는 느낌으로 써봤는데 끈적하군요;;;
사실 이 글엔 비밀이 있습니다.

.
.
.

사실 히비타카 글 쓰던게 막혀서 몇년 전에 썼었던 글을 찾아내서 캐릭터를 바꾸고 글을 다듬은게 지금의 글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도주)
그럼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