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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 산타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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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9, 2015 12:11에 작성됨.

 

- 오늘 밤 8시가 되면 산타가 우리 집에 온단다.

 

정확히 언제인지도 모를 예전에, 제가 아직 어린 아이였을 무렵. 친하게 지내던 이웃집 사람이....그러니까, 제게는 언니가 되는 분이 크리스마스 날, 그런 말씀을 했습니다. 그 사람은 지금 생각해도 무척이나 상냥하고 예쁜 사람이었죠. 특히 그녀의 웃는 얼굴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입니다.

 

- 에이, 거짓말.

 

- 응? 거짓말이라니?

 

- 그게, 동화책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잖아요.

 

어렸을 적은 지금과는 달리 꽤 밝은 성격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것에 대한 구분은 유달리 엄격했던 저는 퉁명스럽게 그녀에게 답했습니다. 그녀는 그런 저에게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고는 이렇게 속삭였죠.

 

- 후훗, 어른이 되면 알게 될 거란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어리둥절한 저에게 웃어보였던 그녀. 어디로 가버렸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후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정말로 산타가 그녀에게 찾아와서는 어디론가 데리고 가버린 걸까요. 이것 또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는 어린 날의 추억을 갑자기 끄집어낸 까닭은 바로 오늘이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입니다.

 

몇 번이고 흘러간 겨울, 오늘을 맞이한 지도 벌써 두 자리 수. 아직 어른이 되지않은 탓일까, 그녀가 말하는 것처럼 산타가 찾아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만, 아이돌이 된 이후로는 특별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날을 기념하는 라이브라던가, 팬 미팅 같은 것이지요. 후후, 이번에도 한 건 해냈습니다. 오늘 하루, 긴 시간을 행사장에서 보내느라 좀 지치긴 했지만 그만큼 저를, 제 노래를 좋아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제게 뜨거운 성원을, 특별한 선물을 한 아름 안겨주셨기에 힘들지만은 않았습니다. 늦은 밤, 겨우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니까 더 이상 뭔가를 바라거나 할 필요는 없겠지요.

 

거기다 내일도 일이 있는 만큼 빨리 하루를 정리해야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기다리게 되는 겁니다, 산타를. 이제 와서 어린애처럼, 아니 어렸을 때도 이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만.....여튼, 산타라는 가공의 존재를 기다린다니 저 스스로도 웃음이 나올 정도군요. 그렇지만, 잠자리에 들지 못합니다. 계속해서 시계를 바라보게 됩니다. 시침이 가리키는 것은 11, 그보다 조금 더 긴 침이 가리키는 것은 6. 크리스마스가 끝나기 약 30분 전. 그녀가 말했던 8시하고는 한참이나 지나버린 시각.

 

......알고 있으면서도 기다림을 멈출 수 없습니다. 그 때는 그냥 거짓말이라고 치부버렸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니 의문이 남는 구석이 좀 있기 때문에. 원래 산타클로스라는 건 정확히 크리스마스 전날, 즉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을 나누어주는 존재죠. 그런데 어째서 그 사람은 당일 밤에 온다고 말했을까요. 혹시, 산타 그 자체가 아닌 무언가의 비유였던 걸까요. 그 사람이 어린 저를 놀리듯, 그러면서도 즐거운 듯 말했던 걸 떠올려봐도 해답이 나오질 않는군요. 후우, 잠깐 생각에 빠졌던 사이에도 시간은 점점 흘러가 어느덧 26일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결국 산타는 오지 않은 체 종료, 라는 거겠죠. 이 이상 뜬 눈으로 밤을 지새봤자 의미없는 일. 언젠가, 어른이 된다면 달라질 수 있는 걸까요. 모르겠군요. 단념한 저는 리빙룸을 벗어나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합니다. 저녁을 챙겨먹을 시간도 없었던 관계로 공복인 상태입니다만, 지금와서 뭔가를 먹기에는 부담스럽고, 또 그럴만한 것도 없습니다. 목욕이나 최소한의 트레이닝은 이미 끝내둔 상태. 내일을 위해 잠들기만 하면 오늘의 일정은 끝이 나는 겁니다.

 

띵동-

 

".....응?"

 

이렇게 늦은 밤에, 누군가가 벨을 눌렀습니다. 순간 정말로 산타가 찾아왔나하고 흠칫했지만, 고개를 작게 내저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실수로 다른 집의 벨을 눌러버린 사람이 되겠군요. 최악의 경우 기념일 특수를 노린 빈집털이범까지 범위가 넓혀집니다만.....설마, 그렇지는 않겠죠. 저는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실수면 다시 벨을 누르거나 할 일은 없을테니까요.

 

띵동-

 

방금 생각이 무색하게 다시 울리는 벨. 그 다음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저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

 

: 치하야쨩, 있어?

 

저는 현관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바깥의 추운 바람이 틈새를 타고 훅, 들어옵니다. 익히 아는 얼굴도 현관으로 들어옵니다. 세찬 바람 때문에 엉망이 된 머리를 한참 정돈하던 그녀는 멋쩍은 듯 뒷통수에 손을 댄 체 웃으며 작게 말했습니다.

 

"에헤헤.....메, 메리 크리스마스.....일까나?"

 

그러고는 코트 주머니를 뒤적거려 휴대폰을 찾아 들여다보고는, 안도의 한숨.

 

"휴우, 살았다.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25일이 지나지 않았구나."

 

그 말에 저도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낡은 폰을 확인했습니다. 시침과 분침 대신 숫자로 명확히 표시되는 지금의 시각은, 오후 11시 55분. 눈 앞의 사람이 말하는 대로였습니다.

 

"자, 여기 선물. 많이 늦었지만."

 

추워보이는 붉은 코트의 소녀가 메고 있던 가방에서 뭔가를 부스럭거리며 꺼내더니, 제게 내밀었습니다.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리본으로 장식된 전형적인 선물 상자. 조심스럽게 포장을 풀고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작은 귀걸이 한 쌍입니다. 은빛으로 빛나는 초승달 모양. 언젠가, 지금 눈 앞에 있는 사람과 같이 상가에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전에 그 쪽에 눈길을 두고 있던 거 같아서."

 

"....."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저는 방금 받은 선물을 꼭 손에 쥔 체 수줍게 웃어보이는 그녀를 와락 껴안았습니다.

 

"에, 에에!?"

 

".....고마워. 와줘서, 정말 고마워."

 

이걸로 조금이라도 차가워진 신체가 따듯해졌으면 좋겠는데요.

 

"그, 그래? 그렇다면 나도 기쁘지만......으응, 저기.....이제 또 시간이 아슬아슬하거든. 빨리 가지 않으면 하루카씨 막차 놓쳐버릴 지도.....?"

 

하루카가 곤란하다는 듯 제 품 안에서 벗어나려하지만 그리 놔둘 수는 없습니다. 겨우 찾아와준 산타인 걸요.

 

"후후, 설마 어른이 되기도 전에 알게 되리라고는 예상 못했는데."

 

"으음......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나중에 알려줄게."

 

눈의 거리를, 회오리바람을 뚫고 여기까지 와준 산타를 다시 돌려보내는 건 가혹한 처사겠죠. 적어도, 바람이 그치고 나서 보내주지 않으면. 그렇게 결심한 저는 하루카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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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써버렸습니다 하하. 이대로 두 사람은......

 

[이 게시물은 님에 의해 2015-12-12 18:21:08 창작판에서 복사 됨]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49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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