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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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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9, 2015 09:31에 작성됨.

* 부정적이고 우울하고 폭력적인 묘사가 좀 존재합니다. 주의해주세요......어라, 전에도 같은 문구를 달았던 것 같은데.

 

창문을 답답하게 가리고 있는 커튼 때문에 온통 어두워 낮인지 밤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외딴 방. 바닥에 그녀가 조용히 앉아있다. 허리를 살짝 구부린 체,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고 있다. 촛점이 맞지 않는 눈은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겉 모습과는 다르게, 그녀의- 키사라기 치하야의 안 쪽에는 무언가가 아주 거칠게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의 마음을 모조리 검게 태워버릴 정도로 맹렬하게 불타올랐다.

 

"허....."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뜨겁게 타오르는 아픔이 괴로워서 가슴 팍에 거칠게 손을 대었다. 가득 채워지는 검은 연기에 숨이 막힌 치하야는 다물었던 입을 열어 뜨거운 한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괴로웠다.

 

"허, 억....헉, 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걸 알자 몸이 더욱 이상해졌다. 숨이 가빠지고,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꼈다. 어쩌지....그녀는 끓어오르는 열에 제 정신을 못 차리면서도 어떻게든 해결책을 생각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혀 나오지 않았다. 치하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이상 생각하는 건 소용 없는 일이야. 오히려 머리만 더 아파져. 그렇지만 한 번 시작된 사고는 그녀의 의사를 따르지 않고 쭉쭉 나아갔다. 어째서,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걸까. 멋대로 움직이는 사고를 따라 수많은 기억들과 감정이 마구잡이로 그녀의 안 쪽에서 날뛰었다. 치하야는 으드득 이를 악물고 몸을 웅크리며 그걸 견뎌내려 했다. 그녀는 경험이 많았다. 이럴 때는 참고 기다리면 어느 정도는 견딜만 하게 변하는 것이었다.

 

"윽....그극....윽....."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달랐다. 치하야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눈을 질끈 감고 이를 꼭 악물고 웅크린 몸에 아무리 힘을 주어도 상황은 점점 악화되었다. 몸 안에 불길이, 연기가, 재가 그득그득 쌓여서 터질 것만 같았다.

 

"으...으....."

 

치하야가 번뜩, 눈을 떴다. 아까의 허망한 눈빛과는 달랐다. 그 안에는 불꽃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다시 한 번 뜨거운 한숨을 토해냈다. 이걸로는 부족했다. 치하야는 목에 힘을 주었다.

 

"윽....."

 

하지만 곧 자신이 뭘하려는 지 깨달았다. 해선 안되는 짓이야. 치하야는 열에 익어버린 머리로나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더 이상 막을 힘도 의지도 타서 재가 되버렸다.

 

".....싫어....."

 

그녀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새어나왔다.

 

"정말, 싫어.....미워....밉다고!!!!"

 

그녀는 목 안을 가득 메우던 검은 재 덩어리들을 울컥울컥 토해냈다.

 

"짜증나! 역겨워.....제발 부탁이니까 사라져줘!"

 

그녀의 마음을 좀먹던 검은 불꽃들이 풀려났다.

 

"......으, 으아아아아아아!!!!!!!!!!"

 

치하야가 고함을 질렀다. 그 동안 속에 쌓아두고 품어두기만 했던 분노의 외침이었다. 정확히 무엇인지도, 무얼 위한 것인지도, 어떤 것을 향한 것인지도 알지 못한 체 그저 꾸우욱 억누르기만 했던 검고 진득한 감정이 드디어 바깥에 모습을 드러냈다.

 

"뭐가 그리 잘났다고, 뭐가 그리 잘났다고 아직도 살아있는 거야! 이 쓸모없는 것이!"

 

그녀는 분노에 취해 벌떡 일어나면서 다시 외쳤다. 마구 폭언을 날렸다. 얼굴은 이미 줄줄 흘러내린 눈물로 엉망이었다.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자니 목이 바싹바싹 말랐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억제 같은 건 불가능했다.

 

"죽어, 죽어버려! 사라져버려! 다시는 볼 수 없게, 영원히!"

 

계속해서 미친듯이 악을 썼다. 눈에서 불이 번쩍번쩍 났다. 대상을 알 수 없는 커다란 분노가 어두운 방에 가득 들이찼다.

 

"살인자 주제에.....살인자 주제에!"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커다란 분노가, 그녀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대체 왜 살아있는 거야, 살인자 주제에! 살인, 자 주제에....."

 

그리고 그것은 울부짖음으로, 마지막엔 결국 오열로 바뀌고 말았다. 치하야는 끅끅 울음울 터트리며 연료가 다 떨어진 로봇처럼 털썩 주저 앉았다. 분노로 가득 찼던 눈은 이제 텅 비어있었다. 분노를, 증오를 마구 내뱉었던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와 울음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인 체 어깨를 들썩이며 한참 동안 울었다. 바닥에 떨어진 눈물방울이 여러 개가 되었을 쯤에서야, 치하야는 겨우 고개를 들 수 있었다. 그 동안 자기를 괴롭혔던 열이 거짓말처럼 사라져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얼음송곳처럼 몹시 차갑고 날카로운 아픔이 그 자리에 쑥 밀려들어왔다.

 

"어, 째서.....?"

 

치하야는 혼란스러웠다.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가슴을 푹 찌르는 아픔에 저절로 가슴 가에 손이 갔다. 순간, 손이 무언가에 젖는 느낌이 나서 화들짝 놀라 떼어 물끄러미 살펴보았다. 아주 잠깐, 붉게 물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치하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엉망이 된 얼굴을, 손을 씻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비틀비틀 넘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화장실로 걸어가, 슬리퍼도 제대로 신지 않은 체 세면대에 서서 꼭지를 틀었다. 쏴아아, 하고 일정한 세기로 나오는 물줄기. 그러나 치하야는 거기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은 앞의 거울을 향하고 있었다. 제대로 빗지도 않은 부시시한 머리.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짙게 깔린 다크서클. 잔뜩 울어 빨갛게 부어있는 생기 없는 눈. 지금의 자기 모습.

 

그리고 갈 곳 몰랐던 분노의 대상. 목적지. 이 세상에서 제일 혐오스러우며 증오스러운 사람이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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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막바지 - 20화 즈음의 치하야, 라는 느낌으로 써봤습니다 으앙앙아

[이 게시물은 님에 의해 2015-08-13 09:19:36 창작판에서 복사 됨]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4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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