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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자위는 이제 그만 해, 하루카!」하루카「」

댓글: 13 / 조회: 2336 /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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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1, 2014 07:35에 작성됨.

하루카 「자, 오늘의 메뉴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카레에요!」
하루카 「먼저 재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감독 「오케이! 오늘도 수고했어, 아마미 군!」

하루카 「네, 감독님께서도요!」

하루카는 앞치마를 벗고 촬영장을 나섰다. 촬영이라고는 해도, 가입자도 그다지 많지 않은 지역 케이블 방송의 주부 대상 요리 프로그램이다. 사실은 주부보다도 하루카의 옛 팬들이 더 많이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도 있지만.

밖으로 나오자 생각보다 차가운 바람이 옷 틈새 사이로 스며든다. 저도 모르게 부르르 떨리는 몸을 부둥켜안고, 하루카도 사람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승강장에서 전철을 기다리는 와중에도 바람은 매섭다. 하루카는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를 황급히 정리하며 고개를 숙였다. 과거에는 안경과 모자로 변장하고 다녔던 길이지만, 지금은 변장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잊혀진 옛 아이돌에게는 필요없으니까. 그것이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어떤 의미로는 홀가분하기도 했다.


집 근처의 전철역에서 내려, 개찰구를 통과해 집으로 가려는 순간,

치하야 「하루카」

등 뒤에서 옛 친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루카 「...... 키사라기」

하루카의 목에서 흘러나온 감정 없이 딱딱한 목소리.
그러나 치하야는 애써 감추려던 슬픔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그녀들은 한때 가장 친했던, 그리고 소중했던 친구였으니까.

하루카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하루카 「여기에는 무슨 일이야?」

치하야 「무슨 일이라니, 난 하루카를 보러....」

하루카 「미안해 키사라기 씨.」
하루카 「내게는 당신을 원망할 자격이 없어.」
하루카 「당신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으니까」
하루카 「하지만 나는 당신을... 똑바로 볼 자신이 없어.」
하루카 「별다른 용무가 없다면... 가도 괜찮을까?」

치하야 「어떻게 그런, 하루카, 너무 쌀쌀해....」

하루카 「치하야, 나를 이 이상으로 비참하게 만들지 말아줘」 빠득

성큼. 성큼.
망연한 친우를 등뒤로 하고 하루카는 걸어간다.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서니 시간에 맞추어 둔 보일러의 온기가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가전제품 하나 없이 살풍경한 방이다.

하루카는 외투를 옷걸이에 걸어 두고,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준비라고 해도 마트에서 산 즉석 식품을 꺼내어 끓는 물에 넣는 것 뿐이지만.

부모님을 떠나 이 집에서 살기 시작한 이후로, 하루카는 녹화 외에는 스스로 요리한 적이 없었다.

하루카 「..... 잘 먹겠습니다.」

듣는 이 하나 없는 방이지만, 습관적으로 중얼거린다.

깨작깨작 식사를 마친 하루카는 의자에 등과 목을 기대고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루카 「오늘은 치하야가 왔었어.」
하루카 「그리고 내쫒았어」

하루카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혼자 살면 느는 것은 혼잣말과 설거지 그릇밖에 없는 법이다.
하루카는 눈을 질끈 감았다.


...
...
...


프로듀서 「하루카, 축하한다!」

하루카 「네, 네!? 뭔가요 프로듀서 씨?」

프로듀서 「이번에 열리는 아이돌 슈퍼 페스티벌에 하루카가 초청되었어!」
프로듀서 「이건 엄청난 기회야!」
프로듀서 「본무대에서 합격하면 바로 A랭크, 톱 아이돌이다!」

하루카 「...」 멍

치하야 「저, 정말인가요 프로듀서!」

프로듀서 「응. 솔직히 나랑 리츠코도 놀랐어. 정말이야.」

유키호 「세, 세상에... 우리 프로덕션에서 초청자가 나오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이오리 「제법이잖아, 하루카!」 니히힛

리츠코 「자, 오늘은 하루카가 참가자로 초청된 것을 기념하는 파티야! 사장님이 사신대!」

시끌벅적 왁자지껄

...
...
...

하루카 「하아...」
치하야 「왜 그래? 한숨을 쉬고. 좋은 일이잖니, 하루카.」

하루카 「아, 치하야쨩.」
하루카 「사실은, 아직 실력이라던지, 팬이라던지 부족한데」
하루카 「나 같은 게 나가도 되는 걸까, 잘못된 건 아닐까」
하루카 「실감이 나질 않아서...」

치하야 「후후훗, 하루카는 바보구나」 콩
하루카 「아얏!? 무, 무슨 짓이야 치하야쨩!」

치하야 「걱정하지 마. 나는 하루카의 노래, 좋아하니까」
하루카 「저.. 정말? 치하야쨩이 훨씬 잘 부르는걸...」

치하야 「기술적으로는 아즈사 씨나 타카네에게 부족할지 모르지만...」
하루카 「아... 부족하긴 한 거구나... 에헤헤」

치하야 「그 두 사람이 부르면 잘은 부르겠지만, 뭐랄까...」 진지
치하야 「하루카의 노래를 들으면 훨씬 더 힘이 나는 걸?」 진지
치하야 「아무리 깊은 절망 속에서라도 노래가 한 줄기 빛이 되어줄 수 있다면, 실력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해.」 진지
치하야 「나는 하루카에게 그런 힘이 있다고 믿어」 진지

하루카 「////」 바동바동

치하야 「어라, 하루카?」 갸웃


...
...
...

치하야 「하루카. 눈을 떠도 좋아」

하루카 「대체 무슨.... 어머나」

치하야 「무대의상이랑 어울리는 신발, 찾아봤어」
치하야 「이제 곧 본무대인데 너무 늦은 건 아닌가 싶지만...」


하루카 「너무 예뻐, 치하야쨩!」
하루카 「에헤헷, 이 신발을 신고 무대에 오르면 치하야쨩이랑 같이 무대에 서 있는 기분이겠네!」

치하야 「하루카...」 찌잉

하루카 「치하야쨩, 내일, 꼭 성공시켜 보일 테니까!」
하루카 「꼭 지켜봐줘!」
...
...
...


프로듀서 「자, 하루카. 그 동안의 연습을 떠올려 봐!」
하루카 「아우우... 엄청 힘들었는데요오...」

프로듀서 「하지만, 스스로도 성장을 느낄 수 있었지?」
하루카 「.... 네. 헤헷.」 뿌듯


프로듀서 「가슴을 펴도 좋아. 너는 오늘 무대에 오른 A랭크 아이돌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프로듀서 「계속 레슨을 지켜봐온 내가 하는 말이니 틀림없어」
프로듀서 「무대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화이팅!」

하루카 「네...」
하루카 「아, 맞다. 프로듀서 씨.」
프로듀서 「응?」

하루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프로듀서 「뭔데?」

하루카 「후훗, 그건 아직은 비밀.」
하루카 「그건 오늘 제가 톱 아이돌이 된다면...」

...
...
...

쾅쾅쾅

쾅쾅쾅

하루카 「......」

치하야 「하루카, 안에 있지? 제발 문좀 열어 줘!」
치하야 「제발, 부탁이야...」

하루카 「치하야... 돌아가 줘」
하루카 「주위에 폐가 되니까...」

치하야 「하루카...」
치하야 「나, 다음 주에 그이랑 함께 미국으로 가!」

하루카 「!」


끼이익

하루카 「...들어와.」


치하야 「......마치 옛날 내가 살던 집 같네」
하루카 「......뭐, 혼자 사니까 딱히 꾸밀 필요가 없어서」

치하야 「하루카, 우리 사이는 이제... 차 한잔 마시는 것조차도 할 수 없는 걸까?」
하루카 「... 차는 없지만, 인스턴트 커피라면 있어. 잠시만 기다려 줘」

꼴꼴꼴
착. 탁.


하루카 「그래서, 미국에 간다고?」 홀짝
치하야 「그래. 나는 미국에서 가수로 활동할 예정이고, 그이는 헐리우드에서 연수를 받을 계획이야.」

하루카 「... 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뭐, 축하해. 아예 거기에서 자리 잡아.」

치하야 「용건은 지금부터야. 하루카. 765프로에 돌아와 줘.」

하루카 「하아?」

치하야 「알고 있겠지만, 우리 사무소는 아직 프로듀서가 그이랑 리츠코 뿐이야.」
치하야 「소속된 아이돌 후보생들은 아직 병아리들이고.」

치하야 「하루카라면, 연예계 사정에도 밝으니까 프로듀스와 아이돌 양면으로 활동할 수 있잖아?」

하루카 「......」 홀짝
하루카 「안 해」

치하야 「하루카」

하루카 「안 한다니까. 자, 출구는 이쪽이야.」
하루카 「커피 값은 안 받을테니」

치하야 「...」 빠직

 

치하야 「하루카」

치하야 「집 밖에 나오는 건 일주일엔 한 번. 그나마 요리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치하야 「급료는 짜고, 그나마도 축구 경기가 있는 주에는 결방」
치하야 「우편함을 보아하니 방세도 내기 힘든 모양이던데」

하루카 「... 탐정이라도 되니?」
치하야 「하루카, 너희 부모님께서도 걱정하고 계셔.」
치하야 「이제 곧 서른다섯이 되는 딸이 집안에만 있다고....」
치하야 「지금의 네게 765프로만큼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은 없어.」
치하야 「친구로써, 옛 동료로써 하는 말이야. 하루카」

하루카 「...... 생각 없어」

치하야 「하루카, 이대로 평생 혼자 살다가 죽을 셈이니?」
치하야 「네가 이런다고... 프로듀서 씨가 날 버리고 돌아올 것 같니!」
치하야 「분명 우리들 중에 톱 아이돌에 가장 가까이 갔던 것은 너지만, 한참 옛날 일이야!」
치하야 「... 언제까지 옛날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있을 셈이니!」

치하야 「자위는 이제 그만 해, 하루카!」

하루카 「...」
하루카 「......큭」빠득

 

하루카 「있지, 치하야쨩.」

친구가 오늘 단 한번도 부르지 않았던, 옛 호칭.
오랜만에 들은 그 호칭에 깃든 따스함에 치하야는 잠시 놀랐다.


치하야 「...응.」

하루카 「치하야쨩은」
하루카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해본 적이 있지?」

있었다.
자신이 구하지 못한 남동생 때문에 자책하던 시절이.

하루카 「알고 있을 거야. 치하야쨩은」

하루카 「고독함 속에서 베개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 기분을...」
하루카 「가슴 깊이 사무치는 외로움에 잠들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는 날들...」

그야말로 뼈저리게 알고 있다.

하루카 「나 말이야. 매일 밤 생각해」
하루카 「 벌써 10년도 더 넘은 일인데도」

하루카 「만약 그 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하루카 「내 삶은 어떻게 됐을까, 하고」

하루카 「이뤄지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곤 하지」
치하야 「하루카...」

하루카 「톱 아이돌이 돼서,」
하루카 「프로듀서 씨에게 고백하고,」
하루카 「팬들의 축하를 받으며 은퇴해서」
하루카 「마구 눈물을 흘리는 코토리 씨에게 부케를 던지고」
하루카 「매일 밤 잠들기 전에 프로듀서가 키스해주고...」
하루카 「그러다가 나와 프로듀서의 아이가 생기고...」

하루카 「후훗...」
하루카 「그이가 우리 아이랑 같이 놀아주는 동안, 나는 웃으며 식사를 만드는 거지」

치하야 「.......」
하루카 「하지만!」

하루카 「맞아, 치하야쨩. 그건 자위행위야.」
하루카 「그 한 순간의 달콤한 시간이 끝나고 나면,」
하루카 「틀림없이 끝없는 허무감이 몰려올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어」
하루카 「그런 상상의 끝에서야, 잠시나마 외로움을 잊고 잠들 수 있으니까...」

하루카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으면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으니까...」

치하야 「......크흑」

 

하루카 「이런, 치하야쨩. 울지 마.」
하루카 「그때 구두의 굽이 부러진 것도, 무대 위에서 넘어져 버린 것도.」
하루카 「그 어느 것도 치하야쨩의 탓이 아니야.」
하루카 「...... 단지, 아마미 하루카가 너무 덜렁이였을 뿐이니까」
하루카 「그 아이, 원래부터 잘 넘어졌잖아.」


치하야 「......하, 하루카.」 훌쩍
하루카 「응. 치하야쨩.」

치하야 「흐윽... 하지만... 하지마안...」

치하야 「내가 아는, 그, 아이는...」

치하야 「넘어져도, 금방 웃으며 다시 일어나서...」
치하야 「다시... 흑, 노래할텐데...」

하루카 「......」
치하야 「하루카아... 하루카아....」 엉엉

하루카 「...... 화장 지워진다. 울음 그쳐 줘」

 

치하야 「다시, 꺼흑,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흐윽...」

하루카 「...걱정마」
하루카 「단지 지쳐서, 쉬고 싶을 뿐이었을 거야, 분명히」
하루카 「영원히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이 게시물은 리너프님에 의해 2014-11-11 22:52:49 창작판에서 복사 됨]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3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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