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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코의 생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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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6, 2018 00:05에 작성됨.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아이돌 코시미즈 사치코.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었고, 당연히 사치코를 향한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가 열렸다. 코우메가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방으로 사치코를 꾀어냈고, 사치코가 어두운 방을 두리번거릴적 프로듀서가 적당한 타이밍에 빵 하고 생일 케이크 폭죽을 터트리자 사치코는 그대로 꺄악 소리를 내면서 넘어졌다.


지독하다면 지독한 생일 축하에 사치코는 볼을 부우 하고 부풀렸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선물더미와 생일 축하한다는 말에 헤헤헷 하면서 그새 표정을 풀었다. 그렇게 생일 파티도 끝나고. 분명 즐거운 날이었을 오늘, 사치코는 심각한 고민이 있는 듯한 표정으로 침대에 눕지도 못하고 넓지도 않은 방을 서성이며 끙끙대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선물더미가 그대로 있었다. 가장 중요한 선물을 받지 못했는데 나머지 선물을 그냥 먼저 까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사치코는 선물더미를 보며 한 숨을 쉬었다. 스케쥴이 영 좋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놀려먹으려고 지독하게도 지금까지 자신을 방치해두는 건지. 생일 선물은커녕 사무소 어디에서도 사치코는 자신의 사랑을 보지 못했다.


"하아. 이렇게 마유씨한테 생일선물을 못 받다가 오늘이 지나버린다면 그대로 죽어버릴 텐데..."


"받아도 죽지 않을까요오."


"히잇? 마유씨? 마, 말도 안하고 갑자기 제 방에 침입해오다니! 뭐 하는 거에요! 아, 아니. 그것보다 언제 들어온 거에요!"


"하아. 마유씨한테 생일선물을 못 받는다면 죽을텐데. 부터요."


"아우우... 그리고 또 제가 죽는단건 또 무슨 말인데요..."


"그야 물론 좋아 죽는다는 의미에요. 제가 아는 사치코쨩은 저한테 선물을 받으면 좋아서 헤벌쭉 웃다가 그대로 주체를 못하고 폭발해버릴 사람이거든요."


"누, 누가 기뼈서 폭발을 한단 말이에요! 저도 이제 제 감정정도는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어요!"


"봐요. 지금도 목소리가 엄청 올라가고 있잖아요. 물론 그런 점도 포함해서 사치코쨩이 귀엽긴 하지만."


"그, 그건... 정말. 말을 해도 갑자기 그런 식으로 말을 하고. 짖궂어요..."


"그건 그렇고. 사치코쨩. 여기. 제 생일선물이에요."


"생일선물...! 에헤헤... 아, 으흠. 마유씨!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제가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마유씨의 선물을 받아주는 거라구요! 행복한 줄 아세요!"


"후훗."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농담을 하는 마유와 헤벌쭉 웃으면서 기뻐하는 사치코. 사치코는 멍하니 마유를 바라보았다. 못 봤던 만큼 보고싶었던 마음 때문에 마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리본이 감긴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사치코가 마유의 손 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바로 눈에 띈 것은 마유의 손가락에 붙어 있었던 반창고였다.


"...마유씨? 오늘 다쳤어요?"


"일단 선물부터 열어보실래요?"


사치코는 바로 선물을 열어봤다. 마유가 사치코를 위해 준비한 선물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십자수였다.


"나름 틈이 날때마다 열심히 해오긴 했는데. 어젯밤에 급하게 완성하느라 좀 실수를 했어요. 으음, 좀 급조된 거라서 좀 보기에 안좋았다면 미안해요?"


"마유씨이..."


사치코는 마유의 손을 잡고 한참을 있다가 아무 말 없이 마유에게 안겨왔다. 마유는 이런 일이 익숙한 듯이 사치코를 꼬옥 하고 안아줬다. 사치코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떨림이 마유의 가슴 속으로 그대로 전해져왔다. 사치코가 주저없이 흘리는 끓는 눈물을 그대로 받아주는 마유. 사치코가 아무 말이 없자 마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제가 없어서 많이 섭섭했죠."


"그럴 리가 없잖아요. 섭섭하지 않아요. 오히려 지금이라도 와주셔서 정말로 기쁘다고요."


"거짓말. 지금도 울고 있잖아요. 오늘 제가 안 왔으면 아주 엉엉거리면서 울었을 거잖아요."


"......"


사치코쨩과 이런 관계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마유는 입까지 튀어나온 말을 꾹 눌러 삼킨다. 사치코의 온기를 느끼며, 마유는 지긋이 눈을 감는다. 사치코가 마유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던 그 날은 여느 날과 비슷한 날이었다. 마유가 프로듀서를 웃으면서 바라보고, 그 날 있을 이런저런 일정을 소화해내는 그런 날.


그 날따라 사치코는 어째서인지 무언가에 짓눌려 있는 듯 보였다. 마유는 사치코에게 다가갔다. 아무리 프로듀서를 향한 사랑이 무겁다고 해도 마유는 올곧은 사람이었다. 모종의 이유로 동료가 축 쳐져있는 것을 방치하는 일은 그녀의 성미엔 영 맞지 않았던 것이다. 사치코쨩. 무슨 일 있나요. 히이이익! 사치코는 기겁을 하며 놀랐다.


오늘 일이 힘들었어요? 사치코는 묵묵부답이었다. 힘든 일이 있다면 말해도 괜찮아요. 한참의 침묵 끝에 사치코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문을 텄다. 마유씨는 좋아하는 사람이 늘 가까이에 있는데 마음을 전할 수가 없다면 어떨 것 같아요? 그렇다면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좋아한다고 바로 말할 거에요. 그 말에 사치코는 울음을 터트렸다.


에? 사치코쨩? 마유의 품에 안겨서 한참을 울고 나서야 사치코는 겨우 말 한마디를 했다. 좋아해요. 마유씨. 좋아해요오. 그 세 마디가 끝나고 사치코는 다시 울었다. 다른 사람들 다 들리라고 엉엉 운다기보다는 스스로가 숨도 못 쉴정도로 꺽꺽거리면서. 목소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절박하고 필사적이었다.


마유는 사치코를 안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사치코의 평소 모습이고 모두의 앞에선 늘상 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사치코의 손톱이 마유의 팔뚝을 파고들어서 따가운 통증이 느껴졌지만, 까마득한 절벽에 매달려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듯한 모양새에 마유는 그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잠시 사치코를 바라보는 마유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교차했다. 사치코를 받아들여도 괜찮을까. 아이돌끼리의 스캔들이고 동성애고 자시고는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자신은 엄연히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공공연히 보이고 다녀서 사치코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입장을 정하지 않고 어중간하게 사치코에게 이러쿵저러쿵 둘러대고 사치코를 방치해버린다면? 그러면 사치코는 얼마나 불안할까. 아마 잠도 자지 못할 것이다.


사치코가 마유에게 품은 사랑은 너무나도 큰 사랑이었으니까. 당사자가 아닌 마유에게도 그 크기가 느껴졌는데, 그 크고 무거운 사랑에 짓눌린 사치코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마유는 도저히 사치코의 마음을 내칠수가 없었다. 그 고백. 받아줄게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치코의 울음소리가 드디어 꺽꺽 소리에서 엉엉 소리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마유는 사치코에게 조건을 한 가지 붙였다. 1순위는 프로듀서라고. 사치코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본인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있어서는 프로듀서가 최고라고. 사치코는 그 말을 듣고서도 그대로 엉엉 울고만 있었다.


"사치코쨩. 제가 고백을 받아주면서 맨 처음에 내건 조건. 기억하고 있죠?"


"...네."


사치코가 울음을 그치고 정신을 차렸을 때. 마유가 다시 자신이 내걸은 조건을 읊어줬다. 사치코는 망설임 없이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아직 제가 그렇게나 좋은 거에요?"


"당연하잖아요."


"...제가 언제든지 사치코쨩을 버릴지도 몰라요?"


"그럴 리 없어요."


사치코는 단숨에 마유의 질문에 대답했다. 사치코의 말투는 결연했고, 어조는 당연하다는 듯한 어조였다. 해가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지고, 물이 100도에서 끓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듯. 마유는 사치코를 당연히 버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한 어조.


"애초에 절 버릴 거였으면 이런 십자수를 선물로 주진 않았을 거잖아요? 솔직히, 이런 말 해도 될 진 모르겠는데...  십자수를 보니까 마유씨가 손가락을 다친게 한 편으론 기뻤어요. 저한테 이렇게나 신경을 써준다는 거잖아요."


"헤헷. 그러니까 사치코쨩은 제 손가락이 다친 걸 보면서 기뻐했단 말이죠? 애인의 상처를 보고 기뻐하는 사랑이라니. 정말로 나쁜 사랑이네요."


"그,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거 알잖아요! 정말! 삐질 거에요!"


사치코는 뿌우 하고 볼을 부풀린 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숙여서 마유의 눈을 피했다.


"그리고 애초에 전 버림받아도 괜찮다는 각오로 사랑하고 있었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애초에 그런 조건. 받아들일 리가 없잖아요?"


"...네?"


"버림받는다 해도 괜찮으니까. 제 마음이 거절당하지 않은 게 기뻤어요. 조금이라도 같이 있을 수 있는 게 기뻤는데... 거기에다가 마유씨는 절 계속해서 신경써주시잖아요."


참으로 명료한 답변이었다. 마유는 생각한다. 자신이라면 그런 상황에 그렇게 행동했을까. 아니.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쉽사리 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똑같이 사랑이 무거운 입장에서 사치코가 어떤 심정이었는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사치코쨩은 사랑이 참 무겁네요."


"...저도 어느정도 자각은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정말로 기뻐요."


"엣?"


"새삼스럽긴 해도. 고백받기 전까진 늘상 사랑을 해오기만 해서 몰랐는데. 다른 사람한테 진심으로 사랑받는건 이런 느낌이구나 싶어서요. 사치코쨩은 정말로 매력적인 사람이라구요. 안 그랬으면 어떻게 아이돌 활동을 했겠어요?"


마유의 칭찬에 사치코는 우물쭈물댔다. 입에서 나온 소리는 말이 되지 못했고, 비록 고개를 숙여서 눈으로는 안 보였어도 마유는 사치코의 얼굴이 붉어지는게 보였다.


"...그런데 있잖아요. 제 방엔 어떻게 들어왔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방 열쇠를 미리 확보해놓는건 기본 중의 기본이랍니다."


"......"


사치코는 마유의 상냥한 모습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마유의 진심은 자신의 진심보다도 더 무겁다는 사실을.







5분차이로 생일축하에 실패했습니다! 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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