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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인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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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9, 2018 04:21에 작성됨.

"............................."

침대 위에 누운 P는 머리맡을 뒤적인다. 담배에 불이 붙는다.

칠흑같이 까만 방에 빨간색 작은 반딧불이 공중에 뜬다.


딸깍.

메마른 기계소리와 함께 까만색은 갈가리 찢어지고 하얀색이 방을 감싼다.

반딧불은 하얀 연기를 무기삼아 애써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P는 고개를 꺾어 왼쪽을 보았다. 무표정한 얼굴이 왼쪽을 응시한다.


이게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었다면 특수분장팀의 최선을 다한 분장 또는

컴퓨터그래픽의 기술력으로 인간을 놀라게 만들고 울게 하는 사람 얼굴이

클로즈업되었겠지만 평범한 일상은 그저 한 명의 소녀라고 할지 아가씨라고 할지

애매한 얼굴을 P의 눈에 담는다. 매일 지겹도록 보는 얼굴이다.

소녀라고 하기에는 성숙하고 아가씨라고 하기에는 애티나는 얼굴.

그 이중적인 얼굴에 약간의 일그러짐은 반딧불의 존재와 그의 연기를 싫어하는

상징같은 얼굴이다. 어떻게 하면 P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고 저 반딧불을

죽여버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표정이 싫다.

P는 일단 반딧불을 유리 접시에 눌러죽였다. 표정이 풀어지는 틈을 놓치지 않고

머금었던 연기를 얼굴에 훅 뿌린다.


"콜록!!!! 콜록콜록콜록!!!!"

"저런. 아이돌이 기관지가 좋지 않은가보구나. 은퇴해야겠네."

"저기. 혹시 죽여버려도 돼?"

"니 꼴리는 대로 하렴."

"그만둘래."

"그러든지."

침묵. 남자와 여자는 계속 침대에 누워있다. 남자가 여자에게 입술을 맞춘다.

입술이 떨어진다. 여자가 몇 번 입맛을 다시더니 다시 입술을 맞춘다.

몇 번을 반복한다.



"기분 나빠."

"뭐가."

"침대에서 담배피우는 거."

"새삼스럽게."

"나랑 하고나서 꼭 피우잖아. 기분 나빠."

"그럼 계속 피워야겠네."

"죽여버려도 돼?"

"마음대로."

"그만둘래."

"그러든지." 



"내일은 오랜만에 둘이서만 일이네."

"그래. 차 조심하고. 높으신 스폰서분 만나면 몸을 써서라도 붙잡고."

"너같으면 살 것 같냐?"

"아니. 이미 공짜로 많이 누려봐서 막상 사서 쓰라고 하면 아쉽지."

"귀찮다는 표정 좀 짓지 마. 돈 버는 거잖아."

"그럼 내가 최대한 성실한 표정 지어줘?"

"아니. 상상한것만으로도 역겨우니까 지금이 좋아."

"그럼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미친년아."

"미친년한테 뭘바래 미친놈아."

"그래. 돈이나 벌러 가자."




"힘들었어~~~~"

"그래. 잘했다. 술취해서 달려든 팬한테 남자만이 알 수 있는 아픔을 준 거 빼면."

"진짜 아파하던데."

"아프지."

"어느 정도인건데."

"니 중앙에 달려있는 타카모리 씨와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는 물건

두개를 동시에 있는 힘껏 쥐어짤때의 아픔 정도겠지."

"그럼 포상이네. 난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던데."

"뭐. 그쪽 계열도 수요가 있으니까 자이젠 씨도 먹고 사는 거 아니겠냐."

"그런 의미에서 한 번 더 걷어차봐도 돼?"

"개수작 부리지 마라."



P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한쪽 팔이 점령당한 상황이지만 상관없었다.

옆자리 팔 점령군이 짜증섞인 표정을 짓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벌써 2년째다. 이렇게 지겹게 볼 줄은 몰랐는데.


"뭔 생각해?"

"그때 무시를 했어야 했는데라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과거."

"죽여버려."



P의 일상은 단순했다. 출근-휴대폰게임-퇴근.

일은 없다. 있어도 안 한다. 사표는 일곱장인가 여덟장쯤만에 포기했다.

아이돌들이 수군거리든 동료들이 수군거리든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도 휴대폰게임 과금 정도는 좀 무겁게 해도 충분한 봉급이니

이것도 뭐랄까 나쁘지않네라고 현실에 순응하면서 살 때쯔음에

사건이 터졌다.



"카나데쨩!!!! 안돼!!!! 제발 그러지 마!!!!"

"다가오지 마!!! 다가오면 확 찌를거니까!!!!!!"

"하야미 씨 진정하세요!!!"

"하야미라고 부르지마!!!!!! 이쪽으로 오지도 말고!!!!!"



우와 미친년이다. P의 첫 감상은 그랬다.

예전에 이거 비스무리한 일은 있었다. 그때는 다수의 1층 카페 점령이었는데

지금은 사무소 구석에서 단 한명이 농성중이다.

손에 편의점에서 막 뜯은거처럼 보이는 과도를 지 목에 겨눈거만 빼면.

그리고 저 구석에서 게임해야 하는 P의 입장을 못 헤아린거만 빼면.



"...........뭐야 미친년아. 거기 내 자리니까 꺼져."

"P씨 카나데쨩 자극하지 마세요!!!!"

"가까히 오지마!!!!"

"아니...........휴. 뭐 가지고 협박중이시길래 그러세요 미친년씨."

"아이돌 데뷔시켜줘. 지금 당장. 해줄 수 있지?"

"카나데쨩 그러니까 아직 연스............."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할 수 있어? 없어? 그것만 말해!!!"



".........이왕 과거가 생각난 김에. 무슨 생각 들었어? 처음에."

"어제 마음먹고 과금해서 전설뽑았는데 일해야되다니 X됐다는 생각."

"웃기지마. [수익 7대3. 내가 7이고 니가 3이다. 일은 알아서 찾아와.]라고

했던 주제에 일하기는 개뿔이나."

"그 말하면 포기할 줄 알았는데 미친년이라서 그런지 수긍해서 웃겼어."

"...........내가 얼마나 절박했었는지 알잖아."

"뭐....알콜중독 애비한테 맞고 살다가 애비 일찍 죽고 어머님도 골병드셔서

하루라도 빨리 아이돌이 되고싶었다는 스토리가 흔하진 않지."

"맞아. 첫 담당 아이돌하고 일하러 가다가 사고나서 지만 살고 아이돌은 죽었다고

몇날며칠 질질 짜다가 인생 완전 놔버린 스토리가 흔하진 않지."

"화해하자."

"받아줄게."




"P씨."

"왜?"

"고마워."

"뭐가."

"옆에 있어줘서."

"안 지겹냐?"

"각잡지 마라. 절대로 안 놔줄테니까. 나 죽으면 혼자 살아."

"미쳤냐. 나처럼 잘나가는 프로듀서가 혼자 살면 자원 낭비야."

"그럼 나 죽기 전에 너부터 죽이고 죽을거야."

"야. 그럴때는 [P씨 내가 죽어도 꼭 예쁘고 돈많은 여자와 결혼하세요.]

라고 하면 어디가 덧나냐?"

"그럼 넌 죽을때 나보고 재혼하라고 할거야?"
"아니? 너도 같이 묻어달라고 할거니까 죽어서도 함께야."

"웃기지마라."



"................이리 와. 안아줄게."


한때는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줄 알았다. 죽는것조차도 의미없을 것 같은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 날개가 부러져버린 새처럼 그저 땅을 엉금엉금 기어다녔다.

그러다가 다른 날개가 부러진 새를 만났다. 서로가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러진 날개로 서로를 쓰다듬고 부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겠지. 화내고 욕하고 안아주고 입맞추면서.

서로를 바라보면서 상처가 더 깊어지지만, 우리는 떨어질 수 없을 것 같다.




사랑해.

사랑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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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써봤습니다. 그냥 카나데는 어쩐지 이런것도 있을 법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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