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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그대와 함께 걸어온 길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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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3, 2017 01:29에 작성됨.

※ 시라이시 츠무기 팬픽인 [나와 닮은 그 아이], [유리색 금붕어와 꽃창포] 와 이어집니다.

 

“......!”

 

출입문이 열림과 동시에 전철 안에서 수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갑자기 종적을 감춰버린 츠무기의 목소리를 기다리느라 멍하니 서 있었던 프로듀서는 옆으로 떠밀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오늘따라 유난히 전철을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많았던 승강장.

밀물과 썰물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모래사장 위의 조개처럼 프로듀서는 옆으로 밀렸다가 자연스럽게 전철 안으로 다시 떠밀려졌다.

 

[출입문이 닫힙니다.]

 

이윽고 알림음과 함께 사람들로 꽉 들어 찬 전철의 문이 닫히고, 곧바로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인한 열기가 후끈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철 내부의 난방까지 겹친 더운 공기와 답답함이 곧바로 프로듀서의 몸을 휘감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전화기를 얼굴에서 떼지 못하고 있었다.

당장에 자신의 몸을 감싸던 답답함보다도 츠무기의 몸 상태가 걱정이 되었던 그는 일단 침착하게, 그러나 걱정을 하는 목소리로 다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츠무기, 말하기 힘들면 듣기만 해도 돼. 일단 몸이 아픈 것 같은데 무리하지 말고 오늘은 기숙사에서 푹 쉬어.”

“.......”

혹시 거기에 약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사가지고 직접 갈 수도 없으니 일단 다른 아이들한테 전달해달라고 할게. 그러니.......”

“...죄송합니다...... 감기 몸살에... 걸린 것 같습니다.......”

“!”

 

그 때.

수화기 너머에서 희미하게나마 츠무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자신을 걱정해주던 프로듀서에게 어떻게든 대답을 하려고 했던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끊어질 듯 말 듯 한 가느다란 목소리로 그에게 사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몸 상태가 안 좋아진 원인은 프로듀서의 충고를 듣지 않은 그녀의 욕심 때문이었기에.

 

“...프로듀서의 말씀대로... 무리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한테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츠무기. 네가 늘 열심히 노력하려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

 

그러나 프로듀서는 아픈 츠무기를 격려하며 그녀의 마음에 있던 짐을 덜어주려 했다.

그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츠무기가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을.

그렇기에 그는 혹여 츠무기가 몸을 관리하지 못한 스스로에게 실망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지 그녀를 다독였다.

 

“.......”

 

평소와 같은 따뜻한 격려에 츠무기는 말을 하진 못했지만 속으로는 프로듀서에게 고마웠고, 또 미안했다.

처음 만난 그 날부터 항상 자신을 신경써주던 그였기에.

자신이 아이돌이 될 수 있게 도와준 그였기에.

아픈 몸이긴 하지만 이를 핑계로 평소에 제대로 하지 못했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던 츠무기는 차가워진 손을 꼭 쥐며 살짝 떨리던 입술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

 

그녀의 입에서 힘겹게 나온 말은, 고마움의 인사가 아니었다.

츠무기는 아차 싶었는지 곧바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뒤이어 밀려오는 부끄러움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프로듀서 앞에서 만큼은 유독 감정에 솔직해지지 못하던 그녀.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 때마다 항상 부끄러움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전할 시기를 놓치던 츠무기는 이번에야말로 그 동안 미뤄두고 있던 고마움을 이야기하고 싶었건만.

결국 그렇게 평소처럼 자신의 마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지 못한 츠무기는 열 때문인지 부끄러움 때문인지 붉게 변한 얼굴을 감싸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 일단 푹 쉬고,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줘. 너무 무리하지 말고. 알았지?”

“.......”

 

마음이 다소 심란해진 츠무기와 달리 그녀의 대답을 들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프로듀서는 그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보다 살짝 밝아진 목소리로 몇 마디 더 주고받고는 핸드폰을 내려놨다.

 

- - -

 

수화기를 통해 그녀의 귀로 들려오는 소리.

그제야 그와의 통화가 끝났다는 걸 깨달은 츠무기는 한숨을 푹 쉬며 힘없이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을 늘어뜨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무 것도 없이 깨끗한 천장이 그녀의 두 눈에 들어왔다.

이른 아침.

커튼의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희미한 햇살이 어두컴컴한 방에 얇은 빛줄기를 수놓을 무렵.

전화를 마친 츠무기는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았다.

 

“.......”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31일 아침.

평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연습실로 향해야 했던 츠무기는 몸살 기운 때문에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복잡한 심정을 안고 침대 위에서 말없이 누워있었다.

 

 

 

...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곧 있으면 송년회가 시작될 텐데.......”

 

아침에 있었던 일을 조용히 떠올린 프로듀서는 창밖에 보이던 노을빛 하늘을 바라보면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츠무기와 통화할 때 잠시 잊고 있었던 송년회를 출근하고 나서야 다시 떠올린 그는 몸살 때문에 송년회에 참가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츠무기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뒤늦게 송년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뭐한 것이, 괜히 아파서 누워있는 그녀를 약을 올리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는 상황.

송년회가 예정된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프로듀서는 금세 입 안을 다시 가득 채운 씁쓸함을 삼키며 골똘히 생각했다.

 

츠무기가 없는 송년회를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송년회에서 간단히 인사만 하고 빠져나와서 그녀를 따로 챙겨줄 것인가.

츠무기의 프로듀서이면서도, 동시에 39 프로젝트의 모든 아이돌을 담당하는 프로듀서였던 그는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

 

그가 느끼고 있을 부담감을 대변해주듯, 무거운 한숨이 그의 입에서 다시 한 번 뿜어져 나왔다.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미사키의 표정에도 근심이 가득해보였다.

바쁘게 달려온 한 해를 즐겁게 마무리하자는 취지로 계획된 송년회.

그러나 부득이하게 송년회로 인해 심경이 복잡해진 두 사람은 마냥 즐겁게 있을 수 없었다.

허나 무심하게도 벽에 걸려있던 시계의 분침과 초침은 분주히 움직이며 프로듀서의 선택을 부추기고 있었다.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시계가 움직이는 소리.

그 소리와 어느 새 동화가 된 프로듀서의 맥박 소리가 더욱 더 요동쳤다.

 

“.......”

 

머릿속이 복잡해진 프로듀서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괴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창문 너머에서 노을빛 햇살이 은은하게 들어오던 방 안.

여전히 침대 위에 누워있던 츠무기는 이불을 푹 뒤집어 쓴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약만 먹고 하루 종일 침대 위에 누워있었던 츠무기.

방 안을 비추던 햇살을 본 그녀는 고개를 살짝 들어 어느새 노을빛으로 변해버린 하늘을 쓱 쳐다보더니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윽고 배게 위에 머리를 다시 올린 그녀는 질리도록 쳐다보았던 천장을 응시하다가, 그것마저도 지쳤는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츠무기는 항상 열심히 연습하네?”

“......! 프로듀서, 언제부터 거기서 저를 엿보고 계셨던 거죠?”

“......!”

 

그 때였다.

눈을 감은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던 목소리에 흠칫 놀란 츠무기는 두 눈을 번쩍 떴다.

허나 그녀의 두 눈에 들어온 건 정말 넌덜머리가 날 정도로 쳐다봤던 회색 바탕의 천장 뿐.

몸살 기운 때문에 환청을 들었다고 생각한 츠무기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또 다시 그녀의 시야가 어둠으로 뒤덮일 무렵.

 

, 미안. 연습 중에 갑자기 와서 미안해. 많이 놀랐어?”

“...그런 건 아닙니다만, 무슨 용건으로 오셨죠?”

“!”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다시 한 번 프로듀서와 그녀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어제 아침에 그와 나눈 대화가 머릿속에 맴도는 걸 느낀 츠무기는 화들짝 놀라 급하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 .......”

 

계속해서 환청이 들리자 당황한 그녀는 가슴을 움켜쥐며 요란하게 뛰는 심장 박동을 느꼈다.

쿵쾅쿵쾅거리며 바쁘게 요동치는 심장과 맥박의 박자에 맞춰 가쁘게 숨을 내쉬던 츠무기는 어제 프로듀서에게 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렸다.

 

연습은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말이라고 해도 머지않아 39 프로젝트의 첫 콘서트를 할 텐데 말이죠.”

그건 그렇지만 평소보다 더 무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프로듀서.”

“...그렇구나.”

 

아침 일찍 연습을 시작하던 자신의 모습을 보고 걱정을 해주던 프로듀서.

그러나 그의 걱정을 가볍게 넘겼던 츠무기는 그것에 대한 벌로 자신이 몸살에 걸렸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두 눈에 아른거리는 프로듀서의 모습과 얼굴.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주던 그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던 츠무기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프로듀서의 말을 들을걸.

그 분의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항상 문제가 생겼었는데, 이번에도 또 실수를 하다니.

날 항상 걱정해주는 그 사람의 말을 들을걸.

그 사람의 걱정을... 가볍게 넘기지 말 걸.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하나, 츠무기는 그렇게 해서라도 프로듀서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계속해서 간직해야만 했었다.

다음에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홀로 남아 프로듀서에 대한 무거운 마음을 짊어지기로 결심했다.

 

후우.......”

 

말없이, 끊임없이 프로듀서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곱씹은 츠무기.

그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는 이유, 그리고 그에게 가지고 있던 감정을 되돌아보던 그녀는 시곗바늘 움직이는 소리만이 들리던 방에서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그렇게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까.

겨우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은 츠무기는 이마와 뺨을 타고 흐르던 식은 땀을 닦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오후 530분을 가리키던 시계를 바라보며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깨닫고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비록 몸살 기운은 여전했지만, 다행히 약효 덕분에 아침보다는 몸이 한결 가벼워졌는지 츠무기는 수건으로 천천히 젖은 몸을 닦았다.

 

“.......”

 

땀을 닦다 말고, 츠무기는 말없이 창문 너머의 노을빛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일단은 계속 안정을 취해야했기에 밖으로 나갈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픈 몸 때문에 모두가 연말을 즐기고 있을 때 혼자 기숙사에 남아야 한다는 답답함과 지루함, 미련 때문이었는지 그녀는 좀처럼 창 밖 풍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프로듀서의 걱정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무리를 하다가 몸살을 얻었기에.

그녀는 이번 일을 교훈을 삼기로 하고 천천히, 세상 밖을 향한 미련을 거둬들이며 고개를 숙였다.

 

츠무기 씨, 약 가져왔어요!”

 

몇 시간 전, 약을 건네다 준 에밀리의 목소리가 떠오른 츠무기는 자연스레 두 눈을 침대 위에 내팽개친 핸드폰으로 옮겼다.

평소에 약을 구비하지 않았던 그녀가 약을 복용할 수 있었던 건 프로듀서 덕분이었다.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던 아침.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고향, 카나자와에 계신 부모님의 얼굴 다음으로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던 프로듀서의 얼굴.

그의 얼굴이 떠오르자마자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건 덕분에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던 그녀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프로듀서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꼈다.

 

“.......”

 

아침에 했던 통화 이후로 연락이 없는 프로듀서.

그가 혹시 지금까지도 자신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던 츠무기는 조심스레 하얀 손을 핸드폰으로 뻗었다.

추운 공기에 몇 시간이나 방치되어있었던 탓인지 차갑게 식은 핸드폰의 냉기가 그녀의 손을 타고 느껴졌다.

 

“......프로듀서.”

 

말없이 핸드폰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츠무기는 조용히 프로듀서의 이름을 중얼거리고는 천천히 전화 주소록을 열어 그의 이름을 찾았다.

그리하여 순식간에 그녀의 눈 앞에 나타난 통화 버튼.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자신을 챙겨준, 고맙고도 미안한 프로듀서와 통화를 할 수 있는 상황.

 

“......!”

 

하지만 그녀는 좀처럼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자고 다짐한 지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았건만, 또 다시 중요한 순간에 망설이기 시작한 그녀는 다시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버튼을 누를 오른쪽 검지가 심하게 떨리고, 다시 한 번 이마에서 식은 땀이 한 방울, 그녀의 날카로운 턱선을 타고 떨어졌다.

 

한참을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것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또 다시 프로듀서에 대한 고마움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덜덜 떨기 시작한 그녀.

 

그리고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그녀가 들고 있던 핸드폰에서 거센 진동이 울렸다.

 

우우웅-

 

“?!”

 

갑작스런 진동에 화들짝 놀란 츠무기는 두 눈을 크게 뜨며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했다.

에밀리 씨.

화면에 적힌 이름이었다.

 

... 여보세요? 에밀리 씨?”

 

에밀리에게서 온 전화를 바로 받은 츠무기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걱정을 하는 에밀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츠무기 씨, 몸은 어떠세요?”

... 다행히도 에밀리 씨가 가져다 주신 약 덕분에... 좀 괜찮아진 것 같아요.”

정말이요? 다행이네요.......”

 

츠무기의 말을 듣고 안도한 에밀리.

그런 그녀가 고마웠던 츠무기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그녀에게 무슨 이유로 전화가 온 것인지 궁금했는지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전화를 하셨죠?”

...! 그게... 사실 제작자님께서는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하셨었는데... 아무래도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 프로듀서가 무슨 말씀을 하셨었나요?”

 

에밀리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전혀 몰랐던 츠무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에밀리는 살짝 멈칫하다가, 조심스럽게 프로듀서가 말하지 말라고 했던 것을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사실 오늘... 송년회가 예정되어있거든요.......”

?”

 

송년회.

 

그 세 글자 단어가 그녀의 귀에 들리던 그 순간.

츠무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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