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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다 봐요, 밤하늘의 별을( 見上げてごらん 夜の星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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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5, 2018 03:26에 작성됨.

 혼슈(本州)가 서서히 후텁지근하고 끈적하게 달궈지는 태양의 계절

 쇼난(湘南)의 해안선이 따가운 햇살 아래 푸른 원피스를 차려입고 하얀 포말을 일렁이며

 

 일탈을 꿈꾸는 도시인들을 유혹할 무렵,  

 북해도(北海島)는 아직 라벤더의 향기가 산뜻한  봄날이다.

 

 여름날 홋카이도의 대자연을 즐기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은

 관광객들이 주로 머무는 삿포로의 도심 지역에서 다소 떨어진 한적한 교외의 마을 

웅장한 삼림을 배경으로 한 아담한 집들이 드문 드문 보이는 가운데 

페치카(Печка)의 굴뚝이 솟은 통나무로 지어진 러시아풍의 별장이 있다.  

 

다소 이국적인 양식이라는 것 외엔 별다른 눈길을 끄는 점은 없어 보이지만  

한때 전 일본을 떠득썩하게한 사건의 주인공들이 지내는 곳으로 알려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파파라치들이 부끄럼 없이 드나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젠 그것도 옛날 일이라는 듯,

정원의 꽃들은 무례한 침입자들의 발자국들을 

오래전에 꽃잎들로 지워버렸다.    

 

아냐'S다챠(アーニャ's Дача)라 적힌 오래된 문패에 

아로새겨진 오리온 자리가 선명하다.

 

 마당엔 흐드러지게 핀 라벤더의 아찔한 향기

 주방엔 분주히 식사를 준비하는 달그락거림

 층계엔 난간을 짚고 선 휘청이는 그림자

 

 거실의 책상엔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서류들이 가득한 가운데

 붉은 얼룩이 짙은 홍찻잔과 어느 회사의 사원증.

 

 "흐아아암....홋카이도의 아침은 정말 적응이 되지 않는단 말이지...."

 "아, 미오쨩. Доброе(도브료예)!  좋은 아침입니다!"

 "응, 아냐는 완전 멀쩡하구나. 역시 홋카이도민." 

 

 새벽 3시에 먼동이 트는

 머나먼 북녘의 동토(凍土)에서 맞이하는 주말 아침.

 

 기후도 시간도 사뭇 다르게 흐르는 곳에서

 치바(千葉) 소녀의 두 눈엔 아직 잠기운이 한가득이다.

 

 창밖엔 벌써 햇살이 한낮처럼 환하게 내리 쬐지만

 벽시계는 아직  새벽 5시 30분.  

 확실히 혼슈인(本州人)들에겐 상당히 이른 시간이긴 하지,

 

"오늘 아침은  갓 구운 Блины(블리늬/러시아식 팬케이크)와 чай(챠이/홍차)랍니다."

"아, 고마워. 안그래도 맛있는 냄새 때문에 깼는데...그럼 어디..."

"нет(녜뜨/안돼요)! 미오쨩, 먹기 전에 세수 해야합니다!"

"네에, 네에.  여전히 똑부러진다니까. 아냐는."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멀어지는 미오의 부스스한 머리를 보면서

아냐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었다.

스물 두살 치고는 너무 어리광이 많은 건 아닌가 싶지만서도

그게 그녀의 매력이라 생각하니 귀엽다. 

 

같은 나이임에도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지만

서로 묘하게 통하는 구석을 느낀 건 그러한

'차이점'들이 있었기에라는 건 지금도 알 수 없는 아이러니. 

 

한 지붕 아래에서 한 가정을 꾸리며 지내게 되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서로 흔들림 없이

다독이며 굳게 맞설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다름'의 미학이 작용한 것은 아니었을까.

 

태양처럼 활기차고 당당한 그녀와 함께할 때면

언제나 얼어붙은 마음의 상처들을 어루만져

봄눈 녹듯이 녹아 새살이 돋는 느낌

너는 알고 있니

 

분주하면서도 게으른 두 사람의 아침이

유난히 서둘렀던 까닭은  

전부터 약속했던 '천체관측'을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플라네타리움에서 언제나 감상할 수 있는 사계절의 별자리지만

실제 육안으로 볼 때는 더 아름답다는 게 아나스타샤의 지론(持論)

파파와 함께 자연 속으로 별을 헤아리며 사냥을 떠난 유년 시절의 추억을

이젠 그녀와 함께 밤을 지새는 날들로 새롭게 그려간다. 

 

티 없이 맑은 하늘 아래

나들이 차림의 두 소녀를 싣고  

경쾌하게 시동이 걸리는 혼다 아코드.

트렁크엔 으레 그렇듯 피크닉 바구니와 천체 망원경이 실려있다.

 

"에....그러니까.....시코츠코(支笏湖/시코츠 호수)란 말이지..."

"да(다/네)! 호수가 정말 맑고 투명해서 깊은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곳이랍니다."

"호오....그건 굉장한걸?"

"후훗....기대해도 좋아요."

 

 

 

 

 

울창한 삼림 도로를 따라 도착한 곳은

일본에서 두 번째로 깊다는 광활한 호반 공원

 

푸르른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를 타고 

호수 주변의 온천과 활화산 지대를 둘러보며 광활한 자연 속에서

풀벌레들의 웅성임과 함께 성큼 다가온 여름의 향기를 맡는다

 

"아냐와 함께한지 꽤 지났는데도....아직 홋카이도는 잘 모르겠네...에헤헤..."

"да(다/그렇네요). 그 시절의 우리는....너무 바빠서 서로에 대해 알기도 힘들었는 걸요."

 

풀 밭 위의 점심은 함께 준비한 오니기리.

누가 만든 것이냐에 따라 연어알과 우메보시가 속으로 채워진 것이 

마치 두 사람의 입맛을 반영한 것 처럼 이채롭다.

 

"아냐는.....연예계를 떠난 것....후회하지 않아?"

"нет(녜뜨/전혀요). 미오쨩은.....раска́яние(라스까야녜/후회)....후회하나요?"

"그럴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맑고 투명한  눈동자엔

한치의 망설임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약 2년 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두 스타의 갑작스런 '공개 열애 선언'은

여러 의미로 국내외로 굉장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뉴 제너레이션' 출신의 혼다 미오와

'러브 라이카' 출신의 아나스타샤의 커밍아웃.

 

소속사 내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암암리에 알려져있었지만

점점 뜬구름처럼 퍼져나가는 헛소문들을 조기종식 시키고자  

프로덕션에선 일찌감치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기로 결정했었다. 

 

세상에 파란을 일으킨 둘에게 쏟아지는 찬사와 비난은 극과 극

용기 있는 결단이라는 응원과 젊음의 혈기가 낳은 참사라는 험담  

 

어느정도 예상한 일이지만 두 사람은 그보다 더 거대한 여론에

휩쓸리는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극성팬들의 살벌한 항의에 담당 프로듀서와 경호원들의 신경이 곤두서는 건 다반사

보수적인 스폰서들의 보이콧에 광고 출연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거래처에서 이미지 훼손에 대한 클레임이 들어오는 등 온갖 일들이 한꺼번에 터졌다.

 

프로덕션의 동료들이나 가족들 중에서도 왈가왈부 의견이 갈리는 와중에도

미오는 눈물을 삼키는 아냐를 다독여주었다.

 

"아냐, 아냐.....고개들어. 우리가 잘못한 게 아냐."

"Зачем(쟈쳼/왜)....어째서 다들 이렇게 싫어하는 걸까요. 우린 그저..."

 

"아냐, 우리를 비난 하는 사람들의 잘못도 아니야."

"그럼..."

"아냐, 저들은 저들의 일을 하고...우린 우리의 사랑을 할 뿐이야.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미오쨩."

"우린 그저....구름이 가려도 바람이 불어도 언제나 빛나면 되는거야. 별들처럼."

 

더 이상의 정상적인 연예계 활동이 어렵다는 전망은 이미 예상했었기에

둘은 미련없이 프로덕션과의 계약을 정리하고 떠났다.

프로듀서 및 프로덕션측에선 '잠시 동안 휴식'을 했다가 복귀하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도 있었지만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길을 선택한 둘은 새로운 선택을 믿기로 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별들의 무대'.

그렇지만 이미 자신만의 별을 찾아낸 이들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후회는 없었기에.

 

세상은 그들을 버렸어도 시간은 그들의 편이었다. 

사람들은 점점 두 사람의 험담을 하는 데 시들해졌다.

 

더 자극적인 일들과 더 말초적인 사건들이 가득한 일상에서

두 사람의 교제는 더 이상 새롭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식후의 홍차가 맛있다.

흘러가는 구름이 향기롭다.

 

맑은 호수에 반짝이는 햇살이 따사롭다.

그리고 너와 함께 있는 모든 시간이 아름답다.

 

"이런 평온한 날들이 있기 까지....참 많은 일이 있었지."

"да(다/그렇네요)."

 

"그래도 정말 다행이야. 삿포로에선 동성 커플을  인정해서."

"да(다/네). 그래서 미오쨩의 이곳 생활이 시작되었죠."

 

"항상 가족들과 함께 살았는데....동거라는 건 처음이라서...여러가지가 처음이었지." 

"да(다/그렇네요). секс(그거)도 그때 했었네요. 처음으로"

 

"어....푸후으읍......! 아...아냐, 자... 잠깐만."

"후훗...얼굴이 빨간 미오쨩. 귀여워요."

 

웃음지으며 아냐는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넨다.

정말이지 순진하면서도 어딘가 대담한 점이 굉장하단 말이야.

 

"아냐......이젠 부모님도 허락하신대. 그러니까..."

".....미오쨩의 고향....꼭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홋카이도의 여름은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으로 흘러간다.

오후 7시경, 노을이 지며 호반을 물들이며

 

주변이 어둑해질 무렵

두 사람은 비로소 망원경을 꺼내 설치하기 시작했다.

 

능숙한 솜씨로 극축을 맞추며 배율을 조정한다.

흐릿하게 보이던 별들이 점차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맨 눈으로는 보기 힘든 어두운 별들조차도 환하게 빛난다.

 

"미오쨩,  오늘은 구름이 적어서 별이 아주 잘 보이네요."

"오오, 그거 아주 잘 됐는 걸."

 

눈부시게 쏟아지는 환한 빛의 소나기

고요한 호수 위로 펼쳐지는 천체들의 속삭임 속으로

두 사람은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서로의 숨결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가만히 자신의 별을 바라보았다.

 

너를 닮은 그 밝고 따스한 빛을

두 눈으로 한아름 그러안아본다.

 

눈물 겹도록 시린 눈에

별빛이 입을 맞춘다.

 

".....красивая(크라씨뷔/아름다워요.)"

".......아름다워. 정말."

 

* 이 글은 졸자가 자유판에 게시한 '올려다 봐요, 밤하늘의 별을( 見上げてごらん 夜の星を) '의 텍스트 본입니다.

* 원본은 공식 이미지 합성을 게시하였기에 부득이하게 자유판에 쓰게되었습니다.

* 원본 링크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free&wr_id=219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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