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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세간에서는 당신같은 사람을 로리콘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미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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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4, 2018 10:51에 작성됨.



그건 차라리 눈이 불타는듯한 빛이었습니다.



일에 지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부야의 밤거리를 걸을때였습니다. 환한 전광판에서 웃고 있는 그녀를 처음 본것이요. 귓가에 울리는 중독성 있는 리듬에 얹힌 그녀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담긴 태양같은 기운이 시부야의 밤거리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사거리를 가득 메우며 지나가는 표정없는 사람들의 물결 한가운데서, 나는 당신을 처음 만났습니다. 밤거리를 수놓는 어두운 네온사인과 희미한 불빛들이 별처럼 명멸하는 가운데서, 당신은 그 모든 어둠을 불살라 잡아먹으며 빛나는 환한 태양이었습니다.


죠가사키 미카. 라이브 티켓을 손에 넣기가 어렵더라구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미친듯이 인터넷을 질주하며 카드를 꺼내들고 씨름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당신을 만날 수 있었죠. 어두운 무대에서 싸이렌같은 전주가 울리고 곧장 나타난 당신은 진정 태양이었습니다. 무대를 솟구치며 떠오른 태양. 당신의 등장에 환한 주황빛의 사이륨으로 물들어가는 객석. 태양이 떠오르며 어둡던 라이브회장은 당신의 빛으로 불타올랐습니다. 화려한 당신의 빛으로. 미카, 당신은 정말 태양 같았어요. 단순한 별빛이 아니었어요. 손에 잡히지 않을듯 멀리서 희미하게 빛나는 별이 아니었어요. 바로 나를 불사를듯이 불타오르고 있었어요. 내 곁에서, 무대 바로 위에서, 손을 뻗으면 그 열기에 녹아거릴것 같이, 코앞에서 불타는. 진정한 별빛, 태양, 스타 였어요.


그런 그녀가 로리콘이라니. 말도 안되잖아요. 2ch를 점거한 잉여인생들의 헛소리임이 틀림없어요. 업계 관계자라며 나서는 사람들의 증언도 사칭인게 당연하잖아요! 당신은 그렇게도 화려하게 빛나는걸요. 내 마음속에 새로운 빛을 불어넣어 주었는걸요. 내 인생에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었는걸요! 그러니 그녀가 로리콘이라는건 말도 안되는 헛소리에요. 분명합니다. 제가 장담하지요.


그렇게 생각하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대기실의 문을 열고 분홍머리 갸루 여고생이 들어섰습니다. 양갈래로 질끈 묶어 풍성하게 만든 머리에, 블라우스 단추는 두개를 풀어내고요. 가는 허리에는 가디건을 헐렁하게 묶은 채로 아이돌의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만족시키는 화장으로 얼굴을 덮은채로요. 예뻐요. 확실히 예쁩니다. 미카씨는 정말 예쁜 사람이에요. 아이돌이니만큼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아이돌들보다 훨씬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태양 같은 사람이죠. 저 짜증을 잔뜩 머금은 얼굴표정만 어떻게 해 준다면 더 좋겠지만요.


“여고생이 자기 여동생이랑 작고 귀여운 아이들을 좋아하는게 뭐가 어때서!”


미카씨는 대기실 문을 쾅 닫자마자 소리치기 시작했어요. 어휴, 귀야. 저야 익숙하다지만 남들 앞에서는 제발 아이돌 답게 처신 해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휙, 하고 대기실 소파로 미카씨의 핸드폰이 날아왔습니다. 세상의 온갖 짜증을 담은 얼굴로 맞은편 소파에 걸터 앉으며 입술을 삐쭉 내미네요. 네, 그 모습도 귀엽습니다만, 아저씨처럼 손부채 부치는건 좀 그만 둬 줬으면 좋겠는데요. 아이돌이니까.


“하여튼 기자라는 것들은, 언제나 이상한 소문에 집착해서는 물어뜯으려고만 하고…!”


반짝반짝. 문자가 온 듯 미카씨의 핸드폰이 깜빡였어요. 네, 다 좋습니다만. 제발 그 대기화면은 어떻게 안될까요. 누가봐도 도촬이잖아요, 그거. 목욕탕에서 막 목욕을 마치고 나온듯한 금발의 여중생. 알몸에 타월 하나 걸친. 동생 죠가사키 리카씨가 귀여워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거 같다는건 잘 이해하겠는데요, 그렇다고 동생의 비밀스러운 모습을 막 찍어서 대기화면으로 놓는건 좀 그렇지 않나요!


“아아, 정말! 바꾸면 될거 아냐!”


문자가 온 핸드폰으로 달려들어서 한손 엄지만으로 엄청난 속도로 답신을 보내던 미카씨가 결국 소리질러버렸어요. 기껏 이쁘게 땋아놓은 양갈래 머리가 부들부들 떨리네요. 저기, 미카씨? 미카씨? 와. 와아. 대기화면 바꾸는 손이 떨리고 있어요. 어깨부터 발끝까지 전신이 바들바들 떨리네요. 머리카락도 그에 맞춰서 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저기, 미카씨? 우는거 아니죠? 조금 있으면 촬영인데요? 우시는건 좀 그렇지 않나요?


“우…. 우윽…. 읏… 흐윽….!”


‘승인’이라고 써져 있는 스마트폰을 터치하는게 그렇게 힘들어 보일 수가 없네요. 엄지가 온 힘을 다해 움직이길 거부하고 있는것 같아요. 표정만 보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용사와 마왕의 대결장면이 떠오를 정도네요. 아, 미카씨가 어느쪽의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상상에 맡기기로 할게요.


“으악!”


잘하셨어요! 누르셨군요! 그러니, 진짜 눈물흘리는건 좀 멈춰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미카씨.


“봐. 해냈어. 해냈다고. 나도 할려면 할 수 있잖아!”


네, 그리고 곧 바꿔둔 대기화면이 여동생의 수영복 사진인건 그냥 눈감아 주기로 할게요. 그라비아 촬영 때 모습 같으니까요. 사진집에 정식으로 올라온 사진은 아니고 개인 촬영인것 같지만요.


“그건 그거고…”


미카씨의 엄지가 또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언제봐도 경이롭네요, 신문물의 이기를 다루는 여고생들의 엄청난 친화력이란. 전 저정도로 빠르게 못 움직일거 같은데 말이에요. 

핸드폰을 노려보던 미카씨의 이마사이로 짙은 주름살이 패이기 시작했네요.


“으… 이 녀석들…”


미카씨, 화장 벗겨져요. 주름 패인다고요, 주름.


“2ch녀석들이 또… 정말이지! 아니라니까! 난 로리콘이 아니라고오!”


마땅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지당하신 말씀이에요. 그러니, 왼손에 쥐고 있는 미리아씨 피규어는 그만 내려놓아 주시면 안될까요?


“작고 귀여운걸 좋아하는 여고생이 어디의 뭐가 문제인건데에!”


네, 그럼요. 여고생이 작고 귀여운걸 좋아하는거야 당연하죠. 그러니 미리아씨 피규어를 볼에 대고 쓰다듬는건 그만둬 주세요.


“여기봐, 여긴 또… ‘미카가 아이돌 피규어 샵에서 L.M.B.G 피규어 전시장에 딱 달라붙어서 침 흘리는거 본 적 있어’ 라니…! 난 그런 적 없어! 없다구!”


그렇겠죠! 아이돌이 그렇게 체신머리없이 남들 있는데서 로리아이돌들 피규어 전시장에 딱 달라붙어서 아저씨처럼 침을 질질 흘리며 흐히히 후히힛 할 리가 없잖아요!


“통신구매했단 말야!”


그쪽입니까!


“하지만 귀여운걸! 전원 다! 너무 귀여운걸! 특히… 후히힛.”


저기, 왼손에 든 미리아씨의 피규어를 특히 아낀다는건 이제 충분히 알겠어요. 그러니, 그렇게 웃는건 그만 둬 주시면 안될까요?


“... 부히힛.”


저기, 점점 아이돌의 얼굴이 아니게 되어갑니다만.


“... 우헤헤.”


미리아씨 피규어 치마를 들춰 보는건 그만 둬 주세요!


“하, 실물로 보고 싶다.”


뭘요? 뭘요? 미리아씨 말하는거죠? 미리아씨 보고 싶다는거죠? 우연히 미카씨 눈길이 피규어의 치마 속을 향하고 있는것 뿐이죠? 귀여운 미리아씨를 오랜만에 눈 앞에서 보고 싶다고 하는거 맞죠?


“좋아. 충전 완료.”


미카씨는 곧 핸드백 안에 미리아씨의 피규어를 소중히 감싸서… 네, 한 10분정도 걸린것 같네요. 천으로 감싸고 포장한다음 완충제를 넣고 1차로 박스에 싼 후에 다시 2차로 스티로폼… 잠시만요, 핸드백 안에 든게 그거밖에 없어요? 화장품은? 당신 갸루잖아? 미카씨?


“읏차… 그리고 여기서…”


네, 열심히 몸을 숙인채 열중하는건 좋은데요, 저기, 미카씨. 그, 좀 있잖아요. 하아. 네.


한여름이에요, 지금은. 덥죠. 미카씨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땀을 많이 흘렸을거에요. 화장은 다행히 안지워진것 같지만, 아직 더위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미카씨의 가느다란 목선으로 투명한 땀방울 하나가 흘러내리고 있어요. 미카씨는 대단하죠. 특히 볼륨이요. 패션모델 촬영도 잡기 위해서 자기 쓰리사이즈를 축소신고 했을 정도니까요. 아무래도 볼륨감이 너무 지나치면 클라이언트쪽에서 꺼려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 볼륨이 땀에 살짝 젖어 투명하게 비치는 하얀 셔츠 아래로 드러나고 있어요. 특히, 더위를 헤치며 오느라 젖은 옷깃이, 손부채를 부치느라고 늘어트렸어서 말이죠 아까. 그 풀어헤쳐진 블라우스 사이로, 네, 목덜미에서 흘러내리는 투명한 땀방울이, 그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를 타고 말이에요, 깊게 파인 쇄골을 따라 흘러내려 한곳에서 맺히고요, 곧장 그 땀방울이, 스르르르…


여기까지! 이 이상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저만 볼거에요. 저만 기억할겁니다. 사진으로도 남겨두지 않겠습니다. 이 망막에 새기겠어요. 이 망막에! 새겨서! 영원히! 제 두눈에 박제한채로! 인쇄한채로!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그 가슴골요!


비바 프로듀서! 비바 아이돌! 프로듀서 하길 잘했어! 만세! 절로 주먹이 불끈 쥐어지네요!


“아.”


미카씨도 자기 모습을 눈치챘나봐요. 황급히 블라우스 앞섶을 정리한 미카씨는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홱 들었습니다. 눈이 마주쳤어요. 전 황급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흠, 흠…. 뭐… 상관없나? 조금… 보여도.”


네? 지금 뭐라고 하셨죠? 붉은 얼굴로 그렇게 쑥쓰러워하면서 말씀하시면 저도 두근거립니다. 프로듀서이기 이전에 남자라고요. 아니, 아이돌은 연애 금지니까 제가 감히 뭔가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기대감에 심장이 두근거리…


“보는 사람도 없고 말야.”


저기요. 당신 프로듀서를 없는 사람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남자는 더더욱 없고.”


저도 남자입니다만.


“아 몰라!”


뒷정리를 깔끔하게 마친 미카씨는 벌떡, 일어서서는 물병을 휙 낚아챘어요. 그리고는 벌컥벌컥. 와, 시원해라. 아니 시원한건 좋은데, 그러니까 아저씨 같다니까요. 아이돌로서 최소한의…


“그럼, 다녀올까!”


네, 깔끔하게 마신 물병을 정리해서 버린 미카씨는 곧바로 문을 나서버렸습니다. 저요? 한숨 쉬면서 뒤를 따라갈 수 밖에요. 


저는 미카씨의 프로듀서니까요.




이번 기획은 호러&갸루 특집입니다. 음음, 누가 낸 기획인진 몰라도 정말 좋은 기획이에요.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기획을 낸 사람은 정말이지 미카씨의 매력포인트를 정확하게 짚고 있는게 틀림없습니다. 기획서를 흘깃흘깃 볼때마다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오네요.


코우메씨와 미카씨로 구성된 유닛이에요. 유령과 대화도 할 수 있다고 알려진 호러영능력 아이돌인 코우메씨가 미카씨를 데리고 심령현상 스폿을 함께 탐험한다! 코우메씨가 음산하게 하나하나 설명할때마다, 카리스마 갸루의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 미카씨는 애써 의연하게 츤츤대지만 서서히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가는… 아아, 정말이지 누가 생각했는지 훌륭한 기획임에 틀림없다니까요! 프로듀서한테 상을 줘도 괜찮을텐데 말이죠.


다만, 다 좋은데 말이에요. 오늘 촬영에 문제가 조금 생겼어요. 촬영장 뒤쪽, 어지러이 소품이 이것저것 늘어서 있는 이곳 말이에요. 아직 큐가 올라가기 전이니 괜찮긴 합니다만…


“... 후히힛.”


아아, 틀렸어요. 누구에요, 이 게스트를 초대한 사람!


“오늘은 유령의 기분이 쳐 되 보는거에요!”


인형의상 아이돌, 니나씨. 9세. 오늘도 동그란 눈을 귀엽게 치켜뜨고는 기운차게 소리지르네요. 말투만 좀 어떻게 하면 더 귀여울거 같은데. 그것도 특색이니까 뭐.


“미리아도 할래!”


손을 번쩍 든 문제의 그분. 지금도 저기 촬영장 한구석에 있는 미카씨의 핸드백 속에 고이 모셔져 있을 피규어의 실제인물, 미리아씨. 11세. 미카씨가 실물로 보고 싶다고 한 그분이요. 이 두분이 오늘의 게스트에요. 그것까진 괜찮은데요. 네, 문제가 없는데요.


“... 후히힛.”


아아, 틀렸어요. 아이돌의 얼굴이 아니에요. 아이돌이 해선 안되는 얼굴을 하고 있어요. 방영불가에요. 심의필을 거쳐도 안되요. 누가 모자이크 해 주면 안되나요, 저 얼굴. 미리아씨와 니나씨 사이에 서 있는 미카씨의 두 눈동자, 완전히 풀려있네요. 헤실거리는 입술 사이로는 끊임없이 아이돌이 내뱉어선 안될 감탄사가…


“저기, 언니… 무서워 그 얼굴.”


네 리카씨. 어떻게 좀 안될까요? 동생이라면 뭔가 할 수 있지 않나요? 안된다고요? 네 그렇겠죠. 저 상태인 미카씨를 어떻게 말려야 하나요. 한숨만 나올 뿐인데…


“얏-호! 리카치? 무슨 문제 있어?”


구세주가 나타났어요! 짧은 갈색의 단발머리를 기운차게 흔들며 나타난 활발한 소녀! 오늘도 평소의 져지차림이네요. 혼다 미오씨가 리카를 부르며 촬영장으로 다가왔습니다.


“오호… 이건, 이 상태는. 음, 그렇군.”


금새 눈이 가느다랗게 떠진 미오씨는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습니다. 절로 긴장이 되네요. 마치 탐정처럼 미리아씨와 니나씨 사이에 파묻힌채 


“후히힛.”


그만둬주실래요, 미카씨. 어쨌든 저 상태인 미카씨를 천천히 둘러보던 미오씨는 손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쳤어요. 뭔가 방법이 떠오른건가요!


“이곳은 지금 로리공간이야!”


네?


“평균연령대를 올려야 해!”


예?”


“리카쨩!”

“응, 미오언니!”


잠깐만요,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겁니까 리카씨? 저 설명으로요? 어디 가시나요? 지금 누굴 데려오시…


“저기…”

“일단 급한데로 가까이 있는 나나씨를 데리고 왔어!”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나나씨의 리본이 오늘따라 축 쳐져 있네요. 토끼귀처럼 항상 팔팔하게 솟아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에요.


“좋아 리카치! 나나씨를 미카언니 옆으로-! 아앗!”


네,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든 해결만 해 주세요. 이대로는 촬영이 불가능해요. 


“미오언니, 왜 그래?”

“리카치, 이걸론 부족해…! 나나씨는 17살, 아직 평균연령이 12.3333...세! 이대로는 이곳은 아직 로리공간이야…!”

“저기…”


나나씨의 얼굴이 새까매지는것 같네요. 오늘따라 기운이 없어보이는데요, 나나씨.


“훗.”

“앗, 언니가 카리스마 갸루로 돌아왔어!”

“오옷! 리카치, 대성공이야!”

“저기…”


뭐가 어떻게 된건진 모르겠지만, 미카씨의 얼굴이 돌아왔습니다.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별이라도 튕겨낼듯한 표정과 포즈의 미카씨! 카리스마 갸루 JK 그녀가 되돌아왔어요!


“역시 나나씨! 17세!”


미오씨가 박수를 치네요.


“나나언니! 17세!”


리카씨도 박수를 칩니다. 짝짝짝. 짝짝짝.


“저기…”


힘겹게 손을 들어올린 나나씨의 표정만이 죽어가는것처럼 보이는건 눈의 착각이겠죠. 다 잘 풀린거 같은걸요. 좋아요, 이대로 미카씨를 촬영장으로 데리고만 나가면 됩니다!


“... 프로...듀서 씨…”


옆에서 이 소란을 말없이 지켜보던 코우메씨가 제쪽을 돌아봐 주었어요. 얼굴 반쪽을 가린 금발 사이로, 짙은 다크서클이 절 향하네요.


“고생...이네…”


저보고 이렇게까지 말해주는건 코우메씨밖에 없어요. 역시 코우메씨, 완전 천사!




인터뷰가 잡혔습니다. 기자들은 싫다며 짜증을 부려댄 미카씨를 겨우겨우 설득해냈어요. 그 이상한 스캔들은 언급도 하지 않기로 하고 말이죠.


“... 한데요. 죠가사키씨는 날이 갈수록 예뻐지는것 같네요. 화장 말고도 특별한 비법이 있나요? 있으면 독자분들에게 한말씀 해 주시죠.”

“나? 흐응, 글쎄…”


카리스마갸루답게 기자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을 놓는 저 모습. 하지만 무례하지는 않아 보이는 저 아슬아슬한 선이 아이돌로서는 파격적인 섹시갸루 컨셉인 그녀가 인기 아이돌로 있을 수 있게 해 주는 거겠죠. 마냥 컨셉이라고만 하기에는 대기실에 단둘만 있을때 꽤 무섭게 굽니다만…


“흐응- 그래☆ 기자 아저씨!”

“네, 네?”

“여자아이들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예뻐진다잖아?”


네? 저기 미카씨? 난데없는 미카씨의 고백에 기자의 두 눈이 번쩍 하고 빛났습니다.


“오호, 그 말씀은 지금 좋아하는 분이 생겼다는건가요?”

“물론이야!”


미카씨가 벌떡 일어나면서 멋지게 포즈를 잡았어요. 찰칵찰칵. 뒤쪽에 서 있던 사진기자는 자기도 모르게 미카씨의 멋진 포즈에 셔터를 눌러버린듯 하네요. 저기 그런데, 갑자기 그런 말씀 하시면 저도 놀랍니다. 프로듀서로서 연애 스캔들 터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그렇게 말씀 드렸는데, 저… 미카씨? 왜 잠깐 이쪽을 보신겁니까?


“그야, 난 지금도 절찬리 열애 중인걸!”

“호오, 호오.”


미카씨는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눈가에 가져다 댔습니다. 카리스마 섹시 갸루 JK의 전용포즈!


“내 팬들과! 팬들이 날 좋아해주는만큼, 나도 팬들이 좋으니까. 그만큼 더더욱 열심히 연습해서, 춤추고 노래할테니까. 그 모습을 어서 팬들에게 보여 주고 싶을만큼 좋으니까. 그런게 비법일까? 너무 뻔했나?”

“하하, 그런 이야기일줄 대충 알았습니다. 뻔하긴 해도 좋은 대답이네요.”

“덕분에 좋은 사진도 건졌습니다, 죠가사키양.”


인터뷰 기자 뒤쪽에 서 있던 사진기자가 엄지를 척 들었습니다. 미카씨도 엄지를 척 들면서 씨익 웃어 주었어요. 그런데 왜 계속 시선을 이쪽으로 돌리시나요. 사진기자씨는 제 옆쪽에 계신데요. 그렇게 웃으시면 심장이 좋지 않습니다.


하아, 어쨌든 우려한 일은 안일어났으니 한숨 돌렸어요. 연애 스캔들이라. 진짜 그런거라도 생기면, 탑 아이돌급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미카씨의 팬 들이 언제 스토커로 변질되서 뒤에 달라붙는 사생팬이 될지 모른다고요. 


스토커라… 그러고보니 그런 일이 있었죠.




제가 아직 미카씨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때였어요. 그날도 스케쥴을 나가는 미카씨를 따라서 가방과 서류를 챙겨들고는 허겁지겁 쫓아갔죠. 


아직 봄기운이 한창일때였어요. 사방에 꽃들이 만개하고 봄바람이 살랑이면서 미카씨의 분홍머리를 간지럽히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촬영장까지 차로 이동하려고 했었는데 도중에 길이 너무 막히더라고요. 그래서 가까운데서 주차한 다음에 길을 따라 걸어갔죠. 그게 문제였을까요.


나중에 들었어요. 악질 스토커라고 하더라고요. 그런거 있잖아요. 내가 가질 수 없다면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하게 하겠어. 그런 종류. 언제부터 쫓아왔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봄기운에 흠뻑 젖은 미카씨의 뒷모습만 멀거니 바라보느라, 주변을 살피는걸 잊어버렸었거든요. 그래서였을까요.


대로변을 미친듯이 달리는 그 새까만 차를 발견한건 정말이지 간발의 차였어요. 조금만 늦었으면 어떻게 됬을지 모르겠네요. 저도 모르게 구둣발로 땅을 박찼어요. 가방을 던져버리고, 온 몸을 날리며 외칠 수 밖에 없었죠.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어요. 내 아이돌이라고 해도 제 몸을 던지면서까지 그렇게 한 이유가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때는 그래야만 했으니까요. 그러지 않으면 안될것만 같았으니까. 온 몸을 던졌어요.


“미카씨!”

“네…?”


휙 돌아보는 미카씨의 커다란 눈동자. 동그랗게 떠진 그 눈동자를 온 몸으로 밀어냈어요. 와, 하늘이 핑 돌더라고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현실적으로요. 말 그대로 하늘이 한바퀴 핑 돌고, 온 몸이 으스러지는 느낌이 들고, 차가운 돌바닥이 눈 앞에 보이고, 바닥에 찐하게 새겨진 새까만 바퀴자국이 보이고, 온 몸은 차가워지는거 같고, 기분이 묘하고, 다리는 감각이 없고, 손발은 축 늘어지고, 입만 벌어진 채로, 머리는 뜨겁고, 심장은 차갑고.


“꺄아아아아아아악!!!”


미카씨 비명소리는 귀가 따갑고 말이에요.




“...자, 여기.”


저기. 그래도 하얀 국화는 좀 아니지 않습니까? 병원에 사 들고 오기에는 좀 꺼림칙한 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미카씨?


“... 후, 왜 그랬어. 자기 몸이 더 중요하지...”


한숨쉬면서 물병 뚜껑에 물을 따르는건 그만둬 주시지 않을래요?


“줄 수 있는게 이거밖에 없네...”


그걸 제 앞에 내려다 놓고 합장하는건 좀 그렇지 않습니까? 사지 멀쩡한 사람한테요! 절 두번하지 말아요!


“괜찮...아, 미카 언니 잘못.. 아닌걸…”


네, 코우메씨. 미카씨좀 말려주세요. 갑자기 이렇게 진지해지시면 저도 적응 못한다고요. 


“응, 괜찮...다고 말하고. 미카 언니… 구하려고 한 것… 뿐이니까.”

“아, 몰라!”


미카씨는 화를 내면서 벌떡 일어서 버렸습니다. 코우메씨를 내버려 두고는, 어깨를 들썩이면서 문을 나서버리셨어요. 


“응… 프로… 듀서씨…. 라고 부르면 되겠지…?”


물론입니다 코우메씨. 미카씨는 제 아이돌이니까요. 얼굴 반쪽을 가린 금발 사이로, 코우메씨가 동그란 눈을 빛내며 환하게 웃어주었습니다.


“응… 그러게. 프로… 듀서씨도, 앞으로도… 힘들겠네.”


뭐 그렇겠죠. 저 머쓱하게 웃는 얼굴 하고 있을까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전 미카씨의 곁에서 계속해서 미카씨의 아이돌 활동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도울테니까요.


“응… 그래, 힘내… 프로듀서...씨…”


네, 당연하죠. 전 미카씨의 프로듀서니까요.




===============


에구 아이커뮤에 처음 올린 글이라 뒷부분이 잘려서 다시 올립니다 ㅠㅠ


글 자체는 작년에 썼던건데 이곳을 알게 되서 인사차 올려봐요.




응? 뭔가 엔딩이 이상한거 같다고요? ㅎㅎ…


전 중의적 의미를 참 좋아해요. 판단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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